지서현이 앉았던 자리 때문에 하승민의 셔츠와 바지는 약간 구겨졌지만 오히려 술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자유분방하고 거친 매력을 더했다.그는 누구의 춤이 더 좋았는지 답하지 않고 그저 술병을 집어 들어 단숨에 비웠다.유지안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 요정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았다.톱스타가 된 후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에 익숙해진 그녀에게 그 요정은 마치 과거의 초라한 자신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유지안은 하승민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하 대표님, 저.
하승민의 몸놀림은 언제나 날카롭고 매서워서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했다.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서 움찔했다.두 재벌 2세도 순간 당황했지만 금세 소리쳤다.“뭘 멍청하게 서 있어! 빨리 저 자식을 잡아!”“네!”경호원들이 하승민을 향해 달려들었다.지서현은 옷 갈아입는 곳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싸움을 목격하게 되었다.하승민은 혼자서 열 명도 넘는 경호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의 강렬한 발차기에 맞아 나가떨어진 경호원은 바에 부딪혔고 술병들이 와장창 깨졌다.“아악!”순식간에 비명이 터
그때 지서현은 문가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유지안이었다.유지안이 찾아온 것이다.밖이 소란스러워지자 유지안은 하승민을 찾으러 나섰고 결국 이 방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다.침대 위의 지서현과 하승민을 보는 순간, 그녀는 순수했던 눈빛을 순식간에 독사처럼 바꾸어 지서현을 노려보았다.지서현은 냉소를 짓더니 하승민이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그의 목을 끌어안고 몸을 뒤집었다. 이제 하승민은 아래에 지서현은 위에 위치했다.문밖의 유지안은 눈을 크게 떴다. 지서현이 감히 하승민을 침대에 눕히고 올라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정말 대담한
욕정에 사로잡힌 하승민의 가늘고 긴 눈꼬리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런데 지서현의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온몸이 굳어졌다.그는 고개를 들어 지서현을 바라보았다.지서현은 눈짓으로 문밖을 가리키며 말했다.“하 대표님, 이제 당신의 톱스타를 달래러 가셔야겠네요.”하승민은 머리가 비상했기에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 지서현은 진심으로 그를 유혹한 게 아니라 유지안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한 것이었다.눈가의 욕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가운 이성이 돌아왔다. 그는 지서현을 싸늘하게 쏘아보며 말했다.“당장 내 위에서 내려와!”지서
그녀는 유정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지서현이 유정우의 별장에 도착해보니 유정우의 비서가 짐을 싸고 있었다.그녀는 의아하게 물었다.“정우 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유정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서현 씨, 방금 아버지께 전화가 왔는데 해외 지사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유씨 가문은 몇 년 전부터 해외로 진출했고 회사와 자산 대부분이 해외에 있었다. 이번에 유정우는 휴가차 잠시 국내로 들어온 것이었다.그런데 유정우가 갑자기, 그것도 하필 이런 시기에 돌아간다고 하니 지서현은 하승
고급스럽고 우아한 회의실에서 하승민은 맞춤 제작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잘생기고 고귀한 모습으로 서광 그룹 임원들과 함께 프랑코 루비마의 대표 마크를 접대하고 있었다.“사모님, 대표님은 프랑코어를 아주 잘하세요. 20개가 넘는 외국어를 구사하셔서 통역사가 필요 없으시답니다.”안내 데스크 직원은 지서현에게 커피를 건넸다.지서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천만에요, 사모님.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네.”안내 데스크 직원이 나가자 지서현은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다시 유리창 너머 회의실 안의 하승민을 바
하승민의 툭 튀어나온 목울대가 무심하게 꿀렁였다. 타고난 선녀 같은 얼굴은 마치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듯했지만 그런 움짤을 보내다니, 그것도 그가 바쁠 때. 정말이지 그녀의 다른 모습은 요물이었다.뭘 모르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었다.마크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앳돼 보이는데, 아마 애교가 넘치겠죠? 하 대표님 버틸 수 있겠어요?”집에 어린 아내가 있다고 해도 남자가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하승민은 밖에 있는 지서현을 바라보았다. 알 길이 없었다. 그와 지서현은 아직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 않았으니
‘지금 뭐라는 거지?’지서현은 하승민이 더 이상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나쁘고 음흉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느꼈다.아까는 그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기고 싶어 했지만 막상 그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니 그렇게까지 원했던 건 아니었다....롤스로이스 팬텀은 도로 위를 부드럽게 질주했다. 지서현은 옆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아린이를 못 만나게 한 거 당신 맞아요?”하승민은 뼈마디가 뚜렷한 큰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건성으로 대답했다.“어.”그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그럼 정우 씨가 떠난 것도 당신과 관련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
고우섭은 당황했다.“지서현, 내 여신이 붉은 장미를 싫어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경애가 말했다.“서현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셔. 내 생각엔 천재 소녀가 우섭 도련님의 호감을 얻은 게 질투 나서 방해하려는 것 같아.”고우섭이 협박했다.“지서현,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내 여신에게 정식으로 구애할 거라고!”지서현은 우스웠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린 채 고우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행운을 빌게.”고우섭은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의 관심이 천재 소녀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유나는
지유나의 아버지는 지해준이었지만 지유나는 지해준이 제경에서 데려온 아이였다.지유나는 지해준의 친딸이 아니었다.지유나의 친아버지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그녀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아이였다.물론 이 사실은 박경애와 지해준이 가슴속 깊이 묻어둔 비밀이었고 그들은 이런 자리에서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었다.박경애는 지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아, 다시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손녀는 없어!”엄수아는 박경애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만인이 기다리던 최고 학술 포럼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지서현은 일찍 일어나 엄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나가자. 재밌는데 데려갈게.”“서현아, 어디 가는데? 오늘 애들 다 최고 학술 포럼 간대. 하 대표님이랑 그 천재 소녀 같이 나온다잖아.”엄수아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했다.“최고 학술 포럼에 놀러 가는 거야.”엄수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30분 후, 지서현과 엄수아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각계각층의 학술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현장은 매우 떠들썩했다.지서현은 멀리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