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은 남편 하승민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상대는 여대생이었다.오늘은 하승민의 생일이었기에 지서현은 일찍이 생일상을 차려 놓았다. 그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승민이 집에 두고 간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여대생이 보낸 문자였다.[케이크 가지러 가다가 부딪혔어. 넘 아파.]문자 아래에는 셀카 사진이 한 장 첨부되어 있었다.사진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고 다리만 찍혀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긴 흰색 양말에 검은색 동그란 앞코의 구두를 신고 있었고,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여대생 교복 치마는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가 탄탄하고
지서현도 그를 바라보며 가볍지만 단호한 어조로 다시 한번 말했다. “우리 이혼해요. 승민 씨, 생일 선물 마음에 들어요?”하승민의 잘생긴 눈썹은 움직이지 않았다.“내가 당신과 생일을 함께 보내지 않았다고 이혼하자는 거야?”지서현: “유나가 돌아왔잖아요.”유나라는 이름에 하승민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유나 때문에 그래?”젊은 나이에 재계를 평정한 거물 하승민은 권력과 재력, 명예가 만들어낸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그가 다가오자 지서현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승민은 얇은 입술을 섬뜩한 호선으로 만들었다.“당신, 당장 튀어와.”지서현은 웃었다.“당신이 돌아오라고 하면 돌아가야 해요? 이혼했는데 누가 당신 비위를 맞춰 줘요!”하승민은 이를 갈았다.“이혼 사유 말이야, 당신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줄게. 다시 써!”그녀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내가 틀린 말 했어요? 당신이 깨어난 지 벌써 반년이나 지났는데, 그동안 내 손 한 번 잡아본 적 있어요? 3년 동안 식물인간이었으니 이제 다른 신체 기능은 괜찮다고 해도 남성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당신,
지서현이 온 것이다.쇼핑을 마친 소아린은 지서현을 바로 1996클럽으로 데려왔다. 오늘 밤, 바로 이곳에서 그녀는 지서현의 싱글 파티를 열어 줄 생각이었다.지서현은 이곳에서 하승민과 그의 친구들을 만날 줄은 몰랐다. 당연히 그들이 자신을 비웃는 소리도 들었다.그녀는 VIP석에 있는 고우섭 일행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하승민과 같은 부류였고 고우섭은 하승민의 절친이었다. 하승민과 지유나가 떠들썩하게 연애하던 시절, 그들은 지유나를 좋아했고 고우섭은 그녀를 형수님이라고 불렀다.지난 3년간 지서현은 그들의 세계에 끼지도 못했다.
지서현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뭘 어떻게 놀았는데요?”하승민은 이를 갈며 말했다.“누가 너더러 이렇게 야하게 입으래?”‘뭐? 야하게?’“승민 씨, 말은 제대로 하죠!”하승민은 그녀의 짧은 치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허벅지가 다 보이잖아. 일부러 남자들 보라고 이렇게 입은 거야?”지서현의 치마는 좀 짧았다. 소아린이 골라준 옷이었다.소아린은 이렇게 말했다.“우리 서현이가 다리를 안 드러내서 그렇지. 지유나가 잘난 척하는 꼴 좀 봐. 오늘 밤 모두에게 해성 최고의 미녀 다리가 누구 건지 제대로 보여주자고.”지서현은
고우섭은 깜짝 놀랐다. 16살?고우섭이 속한 이 사교계 사람들이 지유나를 인정하는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뛰어난 성적과 높은 학력, 일류 대학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해성 명문가들의 딸들 중에서 지유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다.그녀는 하승민에게 어울리는 여자였다.여자는 아름다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아름다움과 학력이 더해져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상류층일수록 여자의 학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방금 전 지서현에게 가졌던 호감이 순식간에 사라진 고우섭은 경멸하는
지유나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달콤한 기분에 젖었다. 그녀는 하승민의 품에 부드럽게 몸을 기대고는 아름다운 얼굴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난 오빠가 날 못 버릴 줄 알았어.”하승민은 해성 최고의 부자에 잘 생기고 고귀하며 세상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그녀가 남자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었다.그러나 3년 전, 그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의사들은 그가 평생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소중한 젊음을 그에게 낭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녀는 도망쳤다.
그 천재 소녀 후배가 그의 친구 추가 신청을 거절한 것이었다.그때 조 비서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 그는 대표님의 휴대폰을 보고 놀랐다.‘뭐야, 누가 감히 대표님의 친구 추가 신청을 거절해? 세상에 이런 일이!’조 비서가 말했다.“대표님, 천재 후배분... 정말 특이하시네요.”하승민은 비웃었다. 특이하긴 했다.그를 거절한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으니까.추가 안 하면 어쩔 수 없지 뭐.하승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조 비서가 물었다.“대표님, 커피가 입에 안 맞으십니까? 다시 타 드릴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
고우섭은 당황했다.“지서현, 내 여신이 붉은 장미를 싫어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경애가 말했다.“서현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셔. 내 생각엔 천재 소녀가 우섭 도련님의 호감을 얻은 게 질투 나서 방해하려는 것 같아.”고우섭이 협박했다.“지서현,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내 여신에게 정식으로 구애할 거라고!”지서현은 우스웠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린 채 고우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행운을 빌게.”고우섭은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의 관심이 천재 소녀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유나는
지유나의 아버지는 지해준이었지만 지유나는 지해준이 제경에서 데려온 아이였다.지유나는 지해준의 친딸이 아니었다.지유나의 친아버지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그녀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아이였다.물론 이 사실은 박경애와 지해준이 가슴속 깊이 묻어둔 비밀이었고 그들은 이런 자리에서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었다.박경애는 지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아, 다시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손녀는 없어!”엄수아는 박경애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만인이 기다리던 최고 학술 포럼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지서현은 일찍 일어나 엄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나가자. 재밌는데 데려갈게.”“서현아, 어디 가는데? 오늘 애들 다 최고 학술 포럼 간대. 하 대표님이랑 그 천재 소녀 같이 나온다잖아.”엄수아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했다.“최고 학술 포럼에 놀러 가는 거야.”엄수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30분 후, 지서현과 엄수아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각계각층의 학술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현장은 매우 떠들썩했다.지서현은 멀리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