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천재 소녀 후배가 그의 친구 추가 신청을 거절한 것이었다.그때 조 비서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 그는 대표님의 휴대폰을 보고 놀랐다.‘뭐야, 누가 감히 대표님의 친구 추가 신청을 거절해? 세상에 이런 일이!’조 비서가 말했다.“대표님, 천재 후배분... 정말 특이하시네요.”하승민은 비웃었다. 특이하긴 했다.그를 거절한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으니까.추가 안 하면 어쩔 수 없지 뭐.하승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조 비서가 물었다.“대표님, 커피가 입에 안 맞으십니까? 다시 타 드릴
모두가 그녀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녀를 쫓아내려고 했다.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윤희와 지유나, 그리고 지해준의 얼굴을 훑어보고는 하승민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힘껏 빼냈다. 그리고 입술을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좋아요, 갈게요.”‘기억해. 당신들이 날 쫓아낸 거야.’지서현은 돌아서서 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돌아와서는 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하 대표님, 제가 오늘 병원에 왜 왔는지 아세요?”하승민은 그녀의 얇고 하얀 얼굴을 바라보았다. 솜털 하나하나가 투
지 씨 저택.밤이 되자 이윤희는 실크 잠옷을 입고 거실 소파에 앉아 지해준을 기다리고 있었다.젊은 시절 그녀는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절세미인이었다. 첫 남편 지건후는 그녀를 극진히 사랑하여 마치 공주처럼 떠받들었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도록 보살폈다. 지건후가 세상을 떠난 후 지해준과 재혼했는데 지해준이 지건후에게서 물려받은 사업과 회사를 더욱 확장하며 그녀는 명실상부한 귀부인으로서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에도 빛나는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오늘 이윤희의 기분은 매우 좋아 보였다.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고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신례주를 열어 두 잔에 술을 따랐다. 한 잔은 자신에게 다른 한 잔은 지서현에게 말이다.“서현아, 우리 건배하자.”지서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윤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우리 아빠, 어떻게 돌아가셨죠?”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윤희의 손이 흠칫 떨리며 잔에 담긴 술이 출렁거렸다.이윤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서현아, 네 아빠는... 그냥 병으로 돌아가셨단다. 네가 의사도 아닌데 자세히
하승민은 손을 뻗어 쓰러지는 그녀를 받아 안았다.그는 잘생긴 눈매를 아래로 내리깔고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불쾌한 듯 말했다.“당신, 여긴 왜 왔어?”지서현도 그가 집에 있을 줄은 몰랐다. 오늘 그는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방금 밖에서 돌아온 듯 고급스럽고 질 좋은 원단에는 바깥의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몸에 열이 오른 지서현은 본능적으로 그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그의 성숙하고 차가운 향기로 몸속의 불길을 끄고 싶었던 것이다.지서현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승민 씨, 도와...”
그녀의 작은 손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그의 잘록한 허리를 더듬기 시작했다.정상적인 남자였던 하승민은 순간 몸이 굳어져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아, 지금 어딜 만지는 거야?”지서현의 촉촉한 눈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고 풋풋하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했다.“만져졌어요. 복근, 여섯 개.”하승민은 할 말을 잃었다.지서현은 그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완벽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얼굴도 잘생겼네요.”하승민은 손을 뻗어 지서현을 차가운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목울대를 꿀꺽 삼키며 낮고 쉰 목소리로 경고했다.“얌전히
지유나라는 이름을 보자 하승민의 이성이 서서히 돌아왔다.지금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옷은 반쯤 젖어 있고 몸 여기저기에 입술 자국이 남아 있었으며 호흡도 가빴다.조금 전에 그렇게 욕망이 들끓었는데 그 상대가 지서현이었다니!지서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이 모든 걸 그저 남자로서 아름다운 여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했다.하승민은 지유나에게는 미안한 감정이 컸다. 미안할수록 더 애틋해졌고 그래서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이내 그는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지유나.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설마... 지서현 씨가 걸린 거 아닙니까?”하승민의 사생활은 철저했다. 과거에는 오직 지유나만이 그의 곁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그런데 이제는 지서현이라는 변수가 생겼다.이 정도면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지유나는 순간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역시 승민 오빠 지금 지서현이랑 같이 있네.’하지만 곧바로 지유나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옆에 있는 비서를 향해 말했다.“저한테 약 하나만 가져다줘요.”비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
지해준은 손을 뻗어 TV를 껐다. 그때 이윤희가 다가왔다. 그는 이윤희를 보며 물었다.“유나 잠들었어?”이윤희는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울다가 잠들었어요. 여보, 유나는 하 대표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그냥 허락해 주면 안 돼요?”지해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말이야?”“당신,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유나는 당신 친딸이 아니잖아요!”지해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유나는 사실 엄청난 집안의 딸이잖아요. 당신이 유나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만 하면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고 유나는 하 대표와 결혼할 수 있
[학교에 잘 도착했어?]그는 그녀가 세경대로 돌아갔는지 물었다.오늘 밤 주예찬이 그녀를 데려다주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른 남자의 차에 탔다는 생각에 그는 얇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몸이 굳었다. 문자가 전송되지 않고 빨간색 느낌표가 뜬 것이다.[상대방이 친구로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먼저 친구로 추가하세요.]하승민은 할 말을 잃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서현은 그를 차단했다.사실 이혼한 날, 지서현은 그를 차단했었다.하승민은 그제야 자신과 지서현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하승민은 자료를 보고 있었다. 후원자 이름이 적혀 있는 칸은 비어 있었다.“누가 지서현을 후원했지?”조 비서는 고개를 저었다. “후원자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하승민은 얇은 입술을 깨물었다.“지서현은 16살에 졸업하고 뭐 했어?”그녀처럼 뛰어난 인재는 졸업 후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도 카이스트 시절부터 금융과 사업에 뛰어들어 졸업 후 실버밸리에 첫 번째 회사를 상장시켰다. 그런데 지서현은 현재 직업이 없는 것 같았다.이 점이 하승민은 이상했다.“죄송합니다. 아직 그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지서현 씨는
하승민은 주예찬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남자로서 그는 주예찬이 지서현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주예찬은 지서현을 좋아했다.지서현은 하승민을 힐끗 보고 주예찬에게 말했다.“주 선배, 그럼 저희 좀 데려다주시겠어요?”지서현은 망설임 없이 주예찬을 선택했다.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굳어졌다.주예찬은 기쁜 마음으로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지서현 씨, 타.”지서현과 엄수아는 차에 올라탔다.엄수아는 하승민을 보며 동정과 고소함이 섞인 눈빛을 보냈다.‘서현이를 괴롭히더니, 이제 서현이한테 차였지?’하승민은 앞으
직원은 곧바로 말했다.“여러분, 지금 당장 나가 주세요.”“서현아,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직원이 손짓하자 경비원들이 달려와 박경애,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 강미화를 모두 밖으로 쫓아냈다....쫓겨난 박경애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지유나와 지예슬은 양쪽에서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할머니, 괜찮으세요?”박경애는 곧바로 지유나와 지예슬의 손을 뿌리치고는 차가운 눈으로 꾸짖었다.“봤지? 지서현이 천재 소녀였어!”박경애는 지유나와 지예슬을 지씨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며 한 번도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하승민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손바닥이 허전해졌다. 지서현은 이미 손을 거두었던 것이다.지서현의 주변에는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주예찬이라는 카이스트 출신의 젊은 상장 기업 CEO도 있었다.주예찬은 지서현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웃는 얼굴로 물었다.“지서현, 혹시 남자 친구 있어?”하승민은 지서현을 바라보았다. 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뜨며 답했다.“싱글이에요. 대시 가능해요.”싱글이라서 대시해도 된다고 했다.이 말에 주예찬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지서현,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