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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 화

작가: 유리눈꽃
지서현이 온 것이다.

쇼핑을 마친 소아린은 지서현을 바로 1996클럽으로 데려왔다. 오늘 밤, 바로 이곳에서 그녀는 지서현의 싱글 파티를 열어 줄 생각이었다.

지서현은 이곳에서 하승민과 그의 친구들을 만날 줄은 몰랐다. 당연히 그들이 자신을 비웃는 소리도 들었다.

그녀는 VIP석에 있는 고우섭 일행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하승민과 같은 부류였고 고우섭은 하승민의 절친이었다. 하승민과 지유나가 떠들썩하게 연애하던 시절, 그들은 지유나를 좋아했고 고우섭은 그녀를 형수님이라고 불렀다.

지난 3년간 지서현은 그들의 세계에 끼지도 못했다. 그 사람들은 그녀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녀에게 붙인 꼬리표는 ‘돈 보고 쫓아온 여자', ‘미운 오리 새끼’, ‘시골 촌뜨기’...

남자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의 친구들도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법이었다.

소아린은 이미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저것들 입을 찢어놓고 와야겠어!”

지서현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린아, 됐어! 이혼했는데 저런 사람들 때문에 화낼 필요 없잖아!”

지서현의 차분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자 소아린은 간신히 화를 가라앉혔다. 그때 점점 더 많은 시선이 지서현에게 쏠렸다. 모두 그녀를 ‘여신’이라고 부르자 소아린의 기분이 좋아졌다.

“서현아, 가자. 싱글 파티 열어야지!”

소아린은 지서현을 다른 쪽의 고급 소파 자리로 데려가 손을 크게 휘저었다.

“1996의 남자 모델들을 모두 불러와!”

이쪽 고급 소파 자리에서는 몇몇 재벌 2세들이 여전히 지서현을 비웃고 있었다. 그때 그들은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승민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차갑고 불쾌하고 위협적인 시선이었다.

재벌 2세들은 웃음을 멈추고 즉시 입을 다물며 더 이상 지서현에 대해 험담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우섭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 비록 형은 지서현을 제대로 쳐다본 적도 없지만 그녀는 3년 동안 형을 성심껏 보살폈다. 그래서 형은 그래도 정 때문에 지서현을 챙기는 면이 있었다.

그때 주변의 소란스러움이 점점 커졌다.

“정말 예쁘다! 여신이다, 여신!”

여신?

어디?

고우섭은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와, 진짜 여신인데?”

옆에 있던 재벌 2세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성에 언제 이런 미녀가 있었어? 왜 한 번도 못 봤지?”

고우섭은 하승민의 팔을 잡아당겼다.

“형, 저기 봐봐!”

하승민의 주변에는 여자가 넘쳐났기에 온갖 스타일의 미녀들을 다 겪어본 그였다. 그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지서현의 자리는 공교롭게도 바로 맞은편이었다.

고개를 드는 순간, 하승민의 눈에 지서현이 들어왔다.

지서현은 뿔테 안경을 벗고 평소의 답답하고 고지식한 모습을 벗어던졌다. 드러난 계란형 얼굴은 눈처럼 새하얗고 타고난 골격도 훌륭한 데다가 기품 있고 맑은 분위기까지 더해져 마치 여신 같았다. 까맣고 윤기 흐르는 긴 생머리는 어깨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절세미인의 자태를 뽐냈다.

하승민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2초간 멈춰 섰다.

고우섭이 흥분해서 말했다.

“형, 저 여신 같은 미녀 어때?”

다른 재벌 2세들이 말했다.

“하 대표 취향은 아닐걸. 하 대표는 유나처럼 귀엽고 애교 많은 스타일을 좋아하지 저렇게 도도한 스타일은 아니잖아.”

“야, 저 여신 다리 좀 봐. 유나 다리에 전혀 안 밀리는데?”

지서현은 평소의 보수적인 스타일을 버리고 짧은 샤넬풍 스커트를 입어 처음으로 다리를 드러냈다.

그녀의 다리는 뼈와 살의 비율이 완벽하고 가늘면서도 탄력 있었다.

이것은 남자들이 보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다리였다.

지유나에 못지않았다.

하승민은 여신을 2초 동안 바라보며 어디선가 본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때 남자 모델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하나같이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크며 늘씬한 몸매를 자랑했다. 그들은 지서현 앞에 일렬로 섰다.

소아린이 웃으며 말했다.

“서현아, 여덟 명 골라.”

지서현은 결혼이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난 것을 자축하기 위해 한 번쯤 일탈하기로 결심했다.

“너, 너, 너... 너희들 모두 남아.”

고우섭이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여신이 한 번에 남자 모델 여덟 명을 골랐어.”

다른 재벌 2세들이 말했다.

“그 돈 쓸 필요 뭐 있어. 여신이 한마디만 하면 우리가 다 공짜로 해줄 텐데.”

모두가 웃었다.

띵.

이때 하승민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또 결제 문자 메시지 알림이었다.

[존경하는 VVIP 고객님, 귀하의 0975로 끝나는 카드가 1996클럽에서 남자 모델 8명에게 총 1억을 결제했습니다.]

하승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남자 모델 8명’이부분을 두 번이나 꼼꼼히 읽고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여신을 바라보았다.

맞은편에서 한 번에 남자 모델 여덟 명을 고른 여신은 다름 아닌 지서현이었다.

하승민은 말을 잃었다.

남자 모델 여덟 명은 지서현 주위로 모여들어 지서현의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누나, 우리 술 게임할까요?”

소아린이 신나서 말했다.

“좋아, 하자, 하자!”

첫 번째 라운드에서 지서현이 졌다. 남자 모델이 술잔을 들고 지서현에게 술을 먹였다.

“누나, 술 마셔요.”

지서현이 술 한 잔을 마시자 다른 남자 모델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누나, 왜 걔 술만 마셔요? 우리 술도 마셔 줘요. 우리도 누나한테 술 먹여 주고 싶어요.”

이 달콤한 부담에 지서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승민의 가느다란 눈이 순식간에 매서워졌고 잘생긴 얼굴은 살기등등한 곡선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고우섭이 놀라서 물었다.

“형? 형 어디 가?”

지서현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뼈마디가 뚜렷한 큰 손이 나타나 그녀의 가늘고 하얀 손목을 잡아 병아리처럼 소파에서 끌어 올렸다.

그녀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자 하승민의 잘생기고 고귀한 얼굴이 눈앞에 크게 확대되었다.

지서현은 깜짝 놀라 재빨리 발버둥 치며 그의 손아귀에서 손목을 빼내려고 했다.

“이거 놔요!”

하승민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끌고 갔다.

그러자 소아린이 일어서서 말했다.

“하승민, 너 뭐 하는 거야? 빨리 서현이 놔 줘!”

뒤따라온 고우섭과 재벌 2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치 환청이라도 들은 듯했다.

“지서현?”

“여신이 지서현이라고?”

“이게 우리가 알던 그 못난이 지서현이 맞아?”

“지서현이 이렇게 예뻤어?”

하승민에게 끌려가는 차갑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고우섭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대박, 형한테 매달리지 않으니까 지서현이 완전 여신으로 변신했잖아!”

...

하승민은 지서현을 끌고 갔다. 그의 크고 단단한 손은 마치 쇠사슬처럼 지서현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걸음은 또 매우 커서 지서현은 비틀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승민 씨, 이거 놔요!”

이때 하승민이 손을 뻗어 지서현을 밀치자 그녀의 가냘픈 등은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순간 시야가 어두워졌다. 하승민의 크고 단단한 몸이 그녀를 벽에 가두었던 것이다.

하승민의 눈에는 위험한 불꽃이 튀었다.

“지서현, 너 날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거야? 감히 이렇게 놀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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