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라는 거지?’지서현은 하승민이 더 이상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나쁘고 음흉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느꼈다.아까는 그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기고 싶어 했지만 막상 그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니 그렇게까지 원했던 건 아니었다....롤스로이스 팬텀은 도로 위를 부드럽게 질주했다. 지서현은 옆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아린이를 못 만나게 한 거 당신 맞아요?”하승민은 뼈마디가 뚜렷한 큰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건성으로 대답했다.“어.”그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그럼 정우 씨가 떠난 것도 당신과 관련
하승민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피임 용품 코너 저기야. 가서 사 와.”그는 그녀에게 콘돔을 사 오라고 시켰다.소아린이 그의 손아귀에 없었다면 지서현은 정말 그에게 당장 꺼지라고 소리쳤을 것이다.정말 너무했다.지서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승민은 손바닥만 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움에 붉게 물든 얼굴은 하얀 귓불까지 번져 더없이 청순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놀리고 싶은 마음이 더 들었다.“왜 가만히 서 있어? 네 소중한 친구가 나오길 바라지 않는 거야?”그는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다.‘그래.
지서현의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 하승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앞부분만 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피임약을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하승민은 그녀가 유정우 때문에 피임약 알레르기로 쓰러졌던 일을 떠올리며 차갑고 조롱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른 남자 때문에 피임약을 먹을 수 있다면 나 때문에 먹는 것도 괜찮잖아?”‘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내가 언제 다른 남자 때문에 피임약을 먹었다는 거야?’예전에 그가 자신을 오해해서 여러 남자를 만났다고 했을 때는 참았지만 그날 밤 자신이 처음이라는 걸 알면서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숨이 막혀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그의 혀끝을 깨물었다.갑작스러운 통증에 하승민은 입을 떼었고 지서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부채처럼 펼쳐진 속눈썹은 연약하고 무력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랑스러웠다.하승민이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턱을 잡자 지서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지서현, 지금 넌 나에게 부탁하고 있는 거야. 다시 한번 나를 깨물면 네 소중한 친구는 두 번 다시 못 볼 줄 알아. 내 말 알아듣겠어?”그는 낮고 쉰 목소리로 협박했다.위에서 내려다보는 권력자의 모습이었다
분명 그녀가 무언가를 해서 소아린을 구해낸 것이 틀림없었다.지서현은 아직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였고 엄수아는 수화기 너머로 하승민의 목소리를 들었다.“서현아, 너 지금 하 대표랑 어디에 있어?”“우리...”“서현아, 나 하 대표님 차 보여!”다음 순간,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엄수아가 차 창문을 두드렸다.지서현은 엄수아가 근처에 있을 줄은 몰랐다. 비싸고 어두운 차량용 틴팅 필름 때문에 밖에서 안을 볼 수는 없었지만 엄수아의 등장에 지서현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지금 하승민의 무릎 위에 앉아 그와 묘한 자세로 얽혀 있었기
지서현은 소아린을 꽉 안아주며 말했다.“아린아, 이틀 동안 고생 많았어.”소아린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안에서 나라 밥 잘 먹고 잘 잤어. 괜찮아.”세 사람은 모두 웃었다.그때 유지안이 다가왔다. 그녀는 지서현을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원래는 소아린을 붙잡아 지서현을 괴롭히려고 했지만 오히려 지서현에게 당하고 말았다. 분했다.하지만 유지안은 하승민이 지서현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그날 밤, 하승민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지서현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서현의 문자를 보자마자 덜컥 겁이 났다.
하승민이 아무 말도 없자 유지안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불안했다.“하 대표님, 그날 밤 저 맞아요. 저의 처음을 하 대표님께 드렸잖아요...”유지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승민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차는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하 대표님!”유지안은 불안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하승민이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명의 경호원이 나타나 유지안을 끌고 갔다.유지안은 비명을 질렀다.“당신들 누구야? 당장 놔!”“들어가! 지유나 씨께서 널 만나고 싶어 하셔!” 두 경
지유나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꽉 쥐었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이윤희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는 유지안을 보고 말했다.“네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거야? 지서현을 처리하지 못하면 네 존재 가치는 없어.”유지안은 다급하게 말했다.“할 수 있어요! 서현이를 처리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이윤희는 차갑게 웃었다.“그럼 네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지. 가 봐.”유지안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엄마, 왜 짝퉁을 풀어 준 거예요?”이윤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나야, 하 대표는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
이혼 후, 지서현은 하승민 앞에서 새끼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작은 발톱을 내밀어 그의 심장을 살짝살짝 긁어댔다.아프진 않지만 은근히 거슬렸다.지서현은 그의 품에 부딪히자 곧바로 그에게서 풍기는 깨끗하고 청량한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그녀는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놔요!”하승민은 손을 뻗어 지서현을 침대로 밀쳤다. 지서현의 가녀린 등은 부드러운 침대 시트에 닿았고 막 일어나려는 순간 다시 그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하승민은 한쪽 무릎을 침대에 꿇고 양손을 그녀의 옆에 짚은 채, 장난스럽고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하지만 그녀는 지서현이 아니었다.지유나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오늘 지서현은 자신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하승민을 불러 자신에게 치명타를 날렸다.예전에는 지서현을 우습게 봤는데 이젠 지서현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게 됐다.지서현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지유나는 휴대폰을 꺼내 할머니 박경애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서현이 기숙사로 돌아오니 엄수아도 돌아와 있었다.지서현이 물었다.“수아야, 진세윤 따라잡았어?”엄수아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못 잡았어. 진세윤은 나한테 눈길도 안 주더라.”지서현은 웃었다.“진세윤,
지유나는 고개를 들었다. 잘생기고 고귀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승민이었다.그녀는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하승민이 왜 여기에?’“승... 승민 오빠, 어떻게 왔어?”하승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지유나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서현이 미소 지었다.“유나야. 내가 하 대표님께 전화했어.”뭐라고?지유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서현이 미리 하승민에게 전화해서 불러올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지서현은 지유나 앞으로 다가갔다. 맑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입술을 말아 올렸다.“오늘 네가 하은
진세윤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서 가버렸다.조군익은 어이가 없었다. 진세윤이 감히 자신을 무시하다니.엄수아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군익아, 네가 뭔데 농구 시합을 하자 마라 해? 진세윤,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너까지. 잠깐만!”엄수아는 다시 진세윤에게 달려갔다.조군익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농구공을 집어 들어 진세윤의 등을 향해 던졌다.“진세윤, 조심해!”엄수아가 소리쳤다. 농구공은 빠르게 진세윤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라면 등에 맞을 것 같았다. 그때 진세윤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날아오는 공을 잡았다. 진세윤
손목을 잡힌 엄수아는 어리둥절했다.“무슨 뜻이냐니, 무슨 말이야?”조군익은 진세윤을 보고 다시 엄수아를 쳐다보았다.“너, 얘랑 무슨 사이야?”엄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조군익의 손을 탁 쳐냈다.“군익아, 우리 이미 파혼했잖아.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네 여자친구는 하은지야!”하은지가 달려왔다. 엄수아가 진세윤을 쫓아가자 놀랍게도 조군익이 따라간 것이다. 그것도 그가 먼저 엄수아를 쫓아서. 조군익이 엄수아를 쫓아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은지는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엄수아는 사실 아주 예뻤다. 명문가에서 애지중지 키워 온 덕분에 고상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점을 지우자 오른쪽 눈 밑에는 작고 예쁜 눈물점까지 있어서 완전 미인이었다.대박.사람들은 놀라 숨을 죽였다. 못생긴 여자애가 순식간에 절세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가장 놀란 사람은 지유나와 하은지였다.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엄수아를 쳐다보았다.‘점이 정말 사라졌다고? 말도 안 돼!’지서현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 “됐다.”그녀는 작은 거울을 꺼내 엄수아에게 건넸다.“수아야, 다시 한번 네 얼굴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