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시종이 아연실색했다.“전하, 충동적으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폐하께서 명령을 내리셨잖습니까, 서쪽 궁전에 있는 이에게는 아무도....”“왜? 이제 내 말이 말 같지 않아?”송지아가 사납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가라면 가!”시종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서쪽 궁전으로 향했다.송지아는 베란다에 서서 차가운 눈동자로 시끌벅적하게 진행되는 결혼식을 지켜보았다.그녀의 입가에 악마 같은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서지현은 수녀 두 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탈의실에서 걸어 나왔다.망가졌던 옷은 완벽히 고쳐졌다. 수녀들의 능수능란한 솜씨로 달아놓은 황실 최고의 재료로 만든 술이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서지현은 만족스러운 듯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갔다.가던 중 결혼식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들여다보니 안엔 아무도 없었다.하객들 대부분이 정원으로 나간 것이다. 신랑신부가 이곳에 없으니 줄을 대려고 온 명문가 사람들도 자연히 함께 자리를 뜨게 되었다.풍성하게 차려져 있는 먹음직한 음식을 보니 저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그녀는 홀쭉한 배를 끌어안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걸렸다.아무도 먹지 않으니 그녀가 들어가 먹으면 된다.아까운 음식을 이대로 낭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얼마 후, 어딘가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유모가 최군형을 안고 걸어오고 있었다. 시종 몇 명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정원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실내는 상대적으로 시원해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했다.최군형은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돌연 잠에서 깨어나 우유 몇 모금 마시고는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다.서지현은 옷에 달린 술을 떼어내 아이와 장난을 쳤다.최군형은 곧바로 울음을 뚝 그쳤다. 검은 눈동자를 깜빡거리더니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서지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받아 안았다.태어난 지 이제
송혁준이 복잡한 얼굴로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미안해요.”“미안하다고요?”최연준이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미안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저 일의 진상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오늘은 제 결혼식이에요. 아내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물해 주고 싶었으나 이런 끔찍한 일이 생겨버렸어요. 제 아들은 하마터면 다칠 뻔했고요.”“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송혁준은 황실의 비밀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아 너무나도 괴로웠다.하지만 최연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최연준의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닐지라도 최선을 다해 그가 행복하기를 빌어주고 싶었다.“전하.”요섭이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전하께선 주사를 맞고 잠드셨습니다. 호위대가 서쪽 궁전으로 다시 모셔갔고요.”“알았어.”송혁준이 힘없이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전하!”요섭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누가 내보냈는지 묻지 않으십니까?”송혁준이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그는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안하무인에 막무가내인 누나를 빼고 또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행복만 있어야 할 결혼식에 이런 소란이 일게 만들었으니, 그의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최연준에게 설명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서지현도 다쳤어.”나석진이 그의 앞으로 걸어가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마찬가지야.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고 싶어.”강서연은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멍하니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안정을 찾았는지 울지 않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서지현은 아직 방 안에서 치료받는 중이었다.윤정재가 일그러진 얼굴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전하, 제 직언을 용서하세요... 혹시 조금 전 그 여자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요?”“시중이 진정제를 놓는 걸 봤어요. 양이 조금 많더라고요. 그분은 이미 약물의 도움 없이는 안 되는 단계인 거예요.”“윤 회장님.
“그때의 저는 아직 어려서 안 된다고 하니 호기심이 발동에 더 가고 싶었어요. 어느 날 담벼락을 넘어 살펴보니 서쪽 궁전은 경호가 삼엄했어요. 창문엔 철창까지 지어져 있었고요... 그곳은 궁전보다는 감옥에 가까웠어요. 으스스하고 한기가 감도는 곳이었죠.”“전 그 뒤에야 그곳에 갇혀있는 사람이 제 고모인 임월 공주라는 걸 알게 됐어요.”사람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왜 그곳에 갇힌 거예요?”“그건 저도 몰라요.”송혁준이 고개를 저었다.“듣기론 고모님께서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고모님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시고, 숙부님께선 매년 대량의 약값을 고모님에게 쓰고 계세요. 하지만 이 일은 황실의 비밀이에요. 아무도 바깥으로 발설해서는 안 되죠.”“약값이요?”윤정재가 옅은 웃음을 지었다.“윤씨 집안에 이렇게나 많은 약이 있고, 이렇게나 많은 훌륭한 의사들이 있는데 왜 외부에 그런 돈을 쓴단 말입니까?”그는 송혁준을 보고는 뒤로 흘러나오려는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서 똑똑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황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윤씨 가문에게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라는 걸 말이다.황실은 윤씨 가문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계하기도 한다.“윤 회장님.”송혁준이 약간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숙부님께선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지만, 회장님에게 고모님을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전 부탁드리고 싶어요.”“고모님에 대한 폐하의 마음은 아직 깊으시거든요.”“비록 전 고모님과 별로 접촉하지 않았지만...”송혁준이 솔직히 말을 이어갔다.“그분은 제 가족이니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월 전하의 병은 치료할 수 있습니다.”윤정재가 은침을 꺼냈다.“마침 깊이 잠들었으니 침으로 혈 자리를 자극할게요. 일단 막힌 혈을 뚫어놓은 뒤 다음 계획을 세워보죠.”“고맙습니다. 윤 회장님.”“별말씀을요. 환자를 치료하는 건 제게 응당한 일입니다.”송혁준은 공손하게 인사한 뒤
강서연은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아름다운 두 눈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녀 역시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송혁준이 그들에게 베푸는 친절은 도를 넘어섰다.강서연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최연준은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제가 느끼기에... 송혁준은 연준 씨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뭐라고?”최연준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여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송혁준의 행동이 너무 이상해요.”강서연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송혁준이 우리에게 지나치게 잘해준다는 생각 안 들어요? 처음에 연준 씨는 송혁준이 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잖아요. 하지만 아니에요.”“여보, 제가 보기에... 송혁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에요!”강서연의 억울한 목소리엔 허탈함까지 담겨 있었다.여자의 직감은 틀리지 않는다.그녀는 말을 마친 뒤 최연준을 등지고 돌아섰다. 최군형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고 심장이 쿵쾅거렸다.최연준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자리에 서 있었다. 가슴 속 어딘가가 꽉 막혀 답답함이 밀려왔다.저게 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그의 마음속에서 목소리 하나가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저 여자는 엄마가 된 뒤로 이상해졌어. 종일 흥분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품고 이상한 말을 내뱉잖아. 이젠... 남자가 그를 좋아한다고?평소 자신이 어땠는지 모른단 말인가? 그런 의심을 하는 게 양심에 찔리지도 않나?상상력이 저 정도로 풍부하면 차라리 드라마 대본이나 쓰지!정말 미쳤어!’하지만 그 목소리가 조용해지자 최연준은 이내 순한 양이 되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껴안았다.“여보...”그가 코끝을 그녀의 머리카락에 파묻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눈에 봐도 그녀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이 작은 머리로 매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오늘 힘들었으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하지만 강서연에
“아가씨... 무슨 과일을 드시고 싶으세요?”“과일이요?”강서연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안 먹을 건데요.”“그럼 서방님께서 왜 창고에 가신 거예요? 거긴 과일을 보관하는 곳이잖아요.”강서연은 더더욱 어리둥절해졌다. 얼마 되지 않아 최연준이 두리안 두 개를 들고 와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뭐... 뭐 하는 거예요?”강서연이 뒷걸음질하며 물었다.최연준은 의연한 얼굴로 몇 글자 내뱉었다.“나 무릎 꿇을게.”“연준 씨...”“여보, 우리 약속했잖아.”그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언제 어디서든 와이프가 최우선이라고. 이번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야. 그러니 마땅히 벌받아야지. 이 두리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을게.”강서연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그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저 뾰족뾰족한 두리안 위에 앉았다가 찔려 다치기라 도하면 어찌한단 말인가...이어 그녀는 습관적으로 자기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설사 송혁준이 정말 남편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는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늘 그들 부부를 지켜주었다.수년간 최연준과 함께 갖은 곤란을 헤쳐왔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최연준의 그녀에 대한 사랑과 의리는 하늘보다도 높고 바다보다도 깊다.그런 사람에게 왜 투정을 부렸을까... 강서연은 후회 어린 얼굴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어느덧 눈시울까지 붉어졌다.괜찮다고 말하려고 하던 찰나, 살짝 위로 올라간 남자의 입꼬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또 최연준의 꾀에 넘어갔구나!그녀가 두리안 위에서 무릎을 꿇겠다고 하면 마음 아파할 거라는 걸 예상한 것이다!하지만... 이번엔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다.강서연은 그를 힐끗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잘못을 뉘우치는 태도 아주 좋아요.”최연준의 입꼬리가 더 큰 호선을 그렸다.“정말 두리안 위에서 무릎을 꿇을 거예요?”“당연하지!”“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요.”“??
최연준이 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안방엔 아무도 없었다.그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이 방으로 향했다.그 방엔 아기침대 외에도 밤에 군형이를 보살필 유모와 도우미를 위한 침대도 마련되어 있었다.아들을 꼭 껴안고 그 작은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강서연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최연준은 입을 삐죽거리며 어두운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의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감돌았다.‘역시 여자는 오냐오냐 예뻐만 해주면 안 돼! 첫날밤 각방을 쓰려 한다고? 잠시 후 반드시 남편의 위엄이 뭔지 똑똑히 깨닫게 해줄 거야!’하지만 그의 실제 행동은 완전히 달랐다.침대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는 침대 끝자락 작은 공간에 큰 몸을 구겨 넣었다.“여보.”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당신과 군형이랑 함께 잘 거야.”강서연은 깊이 잠든 탓에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안으로 몸을 옮길 뿐이었다.최연준은 큰손으로 조심스레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아내는 그의 품에, 아들은 그 옆에, 3명의 가족이 작은 침대 위에 몸을 비비며 누워있으니...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만족감이 들었다.최연준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그때, 최군형이 눈을 떴다.‘어? 저 사람은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날 깔아뭉개고, 날 자꾸 하늘로 던지는 아빠잖아!’어두운 방 안, 최연준과 최군형의 맑은 두 눈이 마주쳤다. 최군형은 곧바로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아들, 아들아, 울지 마.”최연준은 당황스러움에 곧바로 손으로 아이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서연은 울음소리에 잠이 깨어버렸다.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으나 최연준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최연준의 손은 여전히 아들의 얼굴에 올려져 있었다....아래층에서 휴식하고 있던 집사와 도우미들의 귀에도 위층의 소란스러움이 들려왔다.“서방님 목소리 아니에요?”“무슨 일일까요? 설마 아가씨가 서방님을
“폐하!”가연 왕후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그녀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전엔 호위대 몇 명만 남아있었고 두 명의 시중도 믿을만한 이들이었다.그녀는 사람들을 모두 물렸고, 그렇게 그곳엔 가연과 송이수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가연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월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으시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쪽 궁전에서 최고의 약을 들여 치료받게 한 것만으로도 저흰 최선을 다한 겁니다.”“그리고, 당시의 상황에서... 임월은 황위에 앉지 못했을 겁니다.”송이수의 머릿속에 어렴풋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황실 남매 중에서 그는 송임월과 가장 가까웠다. 어렸을 적 임월은 아주 총명하고, 예뻤고, 능력도 출중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고귀하고 우아한 공주님이었지만 오빠 앞에선 애교스럽고 장난기 많은 여자아이였다.황궁 밖엔 바닷가가 있었는데, 그곳은 송이수와 송임월의 비밀 아지트였다.두 남매는 매일 학교를 마치고 나면 늘 이곳에 모여 신발을 벗고 맨발로 파도를 느꼈다. 갈매기가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아름다운 석양 아래엔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흘러넘쳤다. 힘들 때면 그녀는 송이수의 등에 뛰어 올라가 업어달라고 조르곤 했다.“임월아, 앞으로 나처럼 널 업어줄 수 있는 남자친구를 찾아야 해. 알았지?”“네... 하지만 못 찾으면요?”“그럴 리가 없어. 모든 면에서 훌륭할뿐더러 남양의 재물 모두를 가진 너를 어떤 남자가 좋아하지 않겠어?”“오빠, 만약 찾지 못한다면 오빠가 평생 궁궐에서 저와 함께 살며 업어주면 안 돼요?”송이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당시의 농담이 이런 식으로 반쪽짜리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임월은 정말 평생 궁에 남게 되었고, 평생 업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오빠는 그 후로 다시는 그녀를 따뜻하게 업어주지 못했다...“폐하? 폐하!”멍하니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본 가연은 걱정스러운 마
“그때 난 황위에 눈이 멀어 그릇된 선택을 했소. 더는 이대로 잘못된 길을 걸을 수 없소.”송이수가 고개를 들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어떤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윤정재에게 임월의 병을 치료해 내게 하겠소!”“또한 반드시 그 아이를 찾아내 두 모녀를 만나게 할 것이오.”...결혼식에서의 소동이 끝난 뒤, 강서연은 다친 서지현을 집으로 데려갔다.서지현은 그저 작은 상처일 뿐이라는 생각에 못내 미안해했다. 반면 강서연이 보기에 만약 서지현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 포크는 틀림없이 자신의 아이에게 향했을 것이다.그 때문에 서지현은 그들 모자의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당분간 이곳에서 푹 쉬어.”강서연이 말했다.“너 대학 갈 준비한다면서? 여긴 넓고, 조용하고, 책도 많으니까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을 거야.”“양복점에 계속 출근하고 싶다면 운전기사가 매일 출퇴근 시켜줄 거야. 하지만 일하고 싶지 않고, 또 이곳에서 공짜로 먹고 자는 게 미안하다면...”강서연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그럼 날 도와 정원을 가꿔줘. 우리 군형이한테 옷도 만들어주고. 괜찮아?”“안 괜찮아!”그때 문 쪽에서 돌연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석진이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걸어들어왔다.역광을 받으며 등장하는 그 모습은 마치 신화 이야기 속 신 같았다.“왜 안 괜찮다는 거예요?”강서연이 눈을 흘겼다.“그럼 지현이를 오빠 집에서 머무르게 하려고요?”나석진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좋은 생각이네!”“오빠...”“전 어디도 안 갈 거예요.”서지현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요즘 며칠 동안 자신을 위해 정신없이 돌아치는 나석진을 보며 그녀는 감동했었다.하지만 그날 대황궁에서 주아에게 추파를 던지던 그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질투의 감정에 사로잡혔다.하여 더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어디도 안 가겠다고?”나석진이 이마를 찌푸렸다.“그럼 뭘 하고 싶은데? 계속 그 낡아빠진 양복점에서 지낼 거야?”“낡아빠진 양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