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망설이던 송혁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나가 정말 나석진 씨를 좋아한다면 내가 한번 자리를 마련해 볼게.”멍한 표정을 짓던 송지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약한 남동생은 몇 마디 좋은 말만 하면 분명 남매 사이의 정을 생각할 사람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누군가가 칼을 송혁준의 심장에 꽂아도 송혁준은 그 사람이 송지아라고 절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고마워. 하지만 난 황실의 규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의 결혼은 원래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거야. 만약 나씨 가문에서 그럴 생각이 없다면 나 혼자 좋아해도 소용없는 거잖아.”“됐어, 그만해. 오래 얘기했더니 피곤하다. 당분간은 그런 생각 하지 않을 거야.”송혁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어져가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송지아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송지아라면 절대 이대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강서연은 지금 이미 그녀의 미움을 샀다. 그러나 강서연은 윤제 그룹의 딸일 뿐만 아니라 최연준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다. 안색이 어두워진 손혁준의 맑은 눈빛에 단호함이 스쳐 지나갔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절대 당신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까.”...한편, 강서연은 아침 일찍 요양원에 가서 저녁때까지 윤문희와 함께 있었다. “여긴 내가 돌보고 있을 테니 넌 네 볼일 보거라.”윤정재는 계속해서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봐봐, 네 엄마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진 상태야. 매일 약도 제때 챙겨 먹어서 회복이 아주 좋아.”“네가 이렇게 하루 종일 나와 있으면 군형이가 널 찾지 않아?”“괜찮아요.”강서연은 웃으며 대답했다.“집에 가정부도 있고 산후 도우미분도 계시고 냉장고에 이미 준비해 둔 모유도 있어서 군형이가 굶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래도 안 되지.”윤정재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서연아, 넌 이제 엄마야. 무슨 일을 생각하든 네가 엄마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돼.”흠칫하던 강서연은
“앗!”그 사람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소리를 질렀다.강서연은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요람 앞으로 달려가 아들을 몸으로 감싸며 필사적인 포스를 내뿜으며 그 사람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구 때렸지만 그 사람은 공격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요람 속 최군형은 소리에 놀라 깨어나 울음을 터트렸다.“그만 때려! 아들이 울고 있는데 때리면 어떡해? 서연아, 나야!”“누구에요?”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고 가방을 든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눈앞에는 그녀보다 훨씬 키 큰 남자가 몸을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그녀에게 맞아 몹시 초라해 보였다.공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남자는 두 팔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겁에 질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석진... 오빠?”강서연은 깜짝 놀랐고 나석진은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녀가 정신을 차리자 그를 관여할 새도 없이 급히 뒤돌아 아들을 품에 안고 달랬다.이때 몇몇 경비원들이 전기봉을 들고 빠르게 달려오자 강서연은 오해라고 해명하며 그들을 돌려보냈다.“정말 너무하네...”나석진은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는데 다행히도 그가 조치를 취해서 얼굴을 맞지 않았다. 얼굴에 흉이라도 생기면 앞으로의 연예계 생활도 끝이 보인다.“오빠인 줄 몰랐어요!”강서연은 아들을 안고 그의 뒤에 서서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아기방은 항상 부드러운 조명이어서 그녀는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게다가 그녀가 돌아왔을 때 도우미가 한 명도 없어서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다.“그런데 우리 집에는 왜 왔어요? 연준 씨는요?”나석진은 어이없는 얼굴로 그녀를 한 번 보았다.“바로 너의 남편이 나보고 오라고 했어. 너는 오늘 요양원에 가서 이모 보러 갔고 너의 남편은 찬이 서류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어서 둘 다 바쁘다고 해서 나를 불러왔어!”“그럼 도우미들은요?”“그러게!”나석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집에 도우미가 한가득한데 왜 나를 불렀지? 내가 오자마자 아기방에 많은 사람들이 군형이를 보살피는 것을 보고 순
서지현은 손에 쥔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며 기뻐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나석진을 아련하게 바라보는데 그 눈빛에는 생전 18년 동안 보지 못했던 행복이 담겨 있었다.“이건...”그녀는 흥분해서 목이 메었다.“정말로 별을 딴 거 같아요.”나석진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그녀가 기뻐하는 것을 보니 그는 그녀보다 더 기뻐했다.그는 오늘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그녀를 왜 여기로 데려왔는지 모르겠다.이제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면 속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지현아, 나는...”그런데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지현이 흥분해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아저씨, 여긴 도대체 어디에요? 너무 몽환적이에요! 저도 맨체스터에서 많은 곳을 가봤지만 여기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어요!”“여기는 윤씨 가문 뒷마당이자 사바 열대우림이야. 이 반딧불을 자세히 보면 날개가 두 쌍이야!”서지현이 날개를 보고는 더욱 놀라고 기뻐하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이를 본 나석진의 눈빛은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그는 최연준이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강서연의 웃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그는 이번 생이 값지다고 생각한다.그때 나석진은 최연준의 이 말을 비아냥거렸는데 지금은...나석진은 살짝 입꼬리를 올렸는데 서지현이 그를 쳐다볼 때 다시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모습으로 변했다.“지현아.”그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옆에 서있는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나석진은 몸을 돌려 먼 곳의 밤과 산을 바라보다.“너도 남양에 온 지 꽤 됐으니 여기에 적응했겠지? 나는 네가 그 양복점에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너의 나이에는 대학에 가서 능력을 키워야 장래가 창창할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나석진은 코를 만지작거리고 목소리가 낮아졌다.“저 양복점 사장님이 아들이 세 명 있는데 감히 너를 며느리로 둘 생각을 하고 있다니. 도대체 그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고 있는 건지!
“아저씨!”그 달콤한 소리가 숲속에서 갑자기 들려왔다.달콤한 목소리와 청량한 웃음소리와 함께 나석진 앞에 나타난 것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그 한 마리... 개구리가 있었다!서지현이 개구리를 그의 앞에 내밀었을 때 나석진은 깜짝 놀랐다.그는 촉감이 축축하고 끈적거리는 냉혈동물들을 싫어한다. 개구리는 커다란 검은 눈으로 나석진을 한동안 응시하더니 울음소리를 냈다.“개굴.”나석진은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곧이어 그는 온몸에 닭살이 돋고 성대가 걷잡을 수 없이 쩌렁쩌렁 소리를 냈다.“앗!”서지현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개구리를 꼭 움켜쥐고는 눈을 크게 뜨고 나석진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나석진의 얼굴은 삶은 새우처럼 변했고 입술은 일직선으로 오므라들었다. 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결국에는 폭발했다.“서지현!”소녀는 즉시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나석진은 자기가 진심을 다해 애틋하게 고백할 때 그녀는 개구리를 잡으러 갔다는 거에 화가 났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는데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잠시 후 그의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져 연민으로 바뀌었고 그녀의 놀란 눈동자도 활기 있게 돌아왔다.방금 전에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던 작은 개구리가 구사일생해서 때를 놓치지 않고 울음소리를 냈다.“개굴.”나석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냈다.“아저씨.”서지현은 곧바로 사과했다.“미안해요. 개구리를 무서워하는 줄 몰랐어요...”“누가 무서워한대!”나석진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소문이 나면 어떻게 그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겠는가?“그럼 아까 그 반응은...”“그건 너한테 화난 거야!”“네?”서지현은 그가 셰익스피어 연극을 연기하는 것처럼 한나절 동안 감정을 바로 잡고 있었는데 개구리 울음소리 하나로 전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그녀는 그의 고백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사람은 다 똑같다. 그 기회를 놓치면 다시 말할 용기가 없다.“아, 됐어..
그들은 그렇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지만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한참 후 서지현은 코를 훌쩍이고 환하게 웃었다.“이렇게 몽환적인 곳에 데려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그녀는 조금 전 나석진의 모습을 따라 해 반딧불 한 마리를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행복한 미소가 얼굴을 가득 채웠다.그리고 그녀는 반딧불을 놓아주었고 반딧불은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연결되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서지현은 앞으로 뛰어가 반딧불을 쫓아갔다. 그녀가 손을 흔들자 반딧불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녀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아름다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뒤돌아 나석진을 한 번 힐끗 보았는데 눈빛에는 탐욕스러움이 담겨있었다.방금 그는 이 우림 속의 쌍날개 반딧불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했는데 나석진도 서지현의 마음속에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다....강서연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종이에 그려진 익숙한 금박 무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최연준은 그녀 옆에 앉아 살며시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여보, 무슨 일이야?”강서연은 청첩장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황실에서 꽃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유명 인사들을 황궁으로 초청해 꽃을 감상하는 동시에 관계를 쌓는 자리이기도 하다.그리고 윤제 그룹은 남양에서 납세를 많이 하므로 당연히 초대받았다.“꽃 축제 행사는 여자들만 초대하는데 황실에서 참석하는 사람들도 황후나 공주 같은 신분이에요.”강서연이 설명했다.“그런데 남양왕은 자식이 없어서 이번 행사의 전권을 송지아에게 맡겼어요.”최연준은 그녀가 송지아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그 사람이 당신을 보면 또 석진 씨에 대해 묻게 될 거야.”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하지만 남양 사람들이 꽃 축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들었어. 만약 당신이 지금 이 신청을 거절한다면 아마 그 사람은 나중에 당신을 더 괴롭힐 거야.”이 생각은
이때 송지아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홍유라는 그녀가 강서연을 상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사람인데 그녀가 이렇게 쓸모없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몇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패배하고 많은 부잣집 딸들 앞에서 이렇게 망신을 당하다니!전부 다 말재주가 좋은 강서연을 탓해야 한다!송지아는 입술을 깨물고 얼굴색을 유지하고 일부러 엄숙하게 홍유라를 보았다.“너 취했어? 사람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전하, 저는...”“어서 서연 씨에게 사과해!”홍유라는 매우 불복했지만 송지아의 눈치를 보고는 바로 이해가 갔다.그녀는 웃으며 잔을 들어 강서연에게 다가가 깍듯하게 말했다.“서연 씨, 미안해요. 내가 원래 직설적이어서 실은 악의는 없어요!”강서연은 여전히 안색이 변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았다.“서연 씨. 내가 잘못했으니 정중히 사과하는 차원에서 벌주 한 잔을 마실게요.”강서연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는데 홍유라는 이미 술잔을 들었다.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다.이럴 때 강서연이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마치 철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강서연은 살짝 웃으며 이 세상의 불공평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인생을 살면서 마음껏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정중하게 사과한다고요?”그녀는 이 글자들을 일부러 강조했다.“남양에서 정중하게 사과한다는 것에 대해 규칙이 있습니다... 홍유라 씨께서 술 한 잔으로 얼버무리려고 하는 겁니까?”홍유라는 잠시 멈칫했다. 이 여자가 남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남양의 규칙을 다 꿰뚫고 있다.맞는 말이다. 이쪽의 규칙에 따르면 사과와 정중한 사과는 차이가 있다.정중히 사과하는 것은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절을 하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강서연은 그녀를 보며 웃을 듯 말 듯 했다. 홍유라는 아까 한 말해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생각 없이 한 말이어서... 사과하면 사과지 정중하다고 왜 지껄이는 건지?남에게 말꼬리를 잡히고 웃음거리가 돼버렸다.홍유라는 그녀를
강서연이 여분의 옷가지가 있다고 해도 이 온몸에 밴 술 냄새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어서 반드시 왕후 앞에서 결례를 범할 것이다.송지아는 홍유라를 걱정했지만 강서연의 낭패스러운 모습에 또 한 번 의기양양해하며 냉소를 지었다.“서연 씨.”홍유라가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화장실에 가서 처리하세요! 오늘... 화장실에 자주 가는데 한 번 더 가도 상관없겠죠!”강서연은 제자리에 굳어 있다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이때 아랫사람이 와서 왕후에게 인사할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옆에서 또다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윤서연 씨, 오늘은 황실 연회인데 앞으로 이런 자리는 적게 오는 것이 좋겠어요. 예의를 잃으면 윤씨 가문에 망신을 줄 수도 있어요.”“그러니깐요. 밖에서 자란 것과 우리 남양에서 자란 것은 다르죠.”“전에 남양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 강주 지하실에서 살았다고 들었어요.”몇 명의 사람이 속삭이자 홍유라의 표정은 더욱 광기에 차 있었다.홍유라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강서연의 다음 반응을 기다렸다.강서연은 마음을 다잡고 자신만의 당당한 기세로 한바퀴 시선을 휩쓸고 마지막으로 홍유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홍유라 씨, 괜찮아요. 드레스일 뿐인데요.”그녀는 웃었다.“홍유라 씨 말대로 화장실에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그럼 빨리 가세요! 뭘 꾸물거려요?”“홍유라 씨를 기다리고 있는데요.”강서연의 미소는 의미심장했다.홍유라는 어안이 벙벙하고 이 여자가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모르겠다.“홍유라 씨께서 저에게 술을 쏟아서 제 드레스가 더러워졌는데 옷을 갈아입으러 같이 가줘야 하지 않을까요?”“그게...”홍유라는 그녀가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단지 옷을 갈아입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는 하인을 부를 준비를 했다.“홍유라 씨께서 저랑 같이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강서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래야 홍유라 씨께서 방금 말씀하신 정중한 사과가 더 진정성 있어 보여요. 전하, 제 말이 맞죠?”강서
홍유라는 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한참 동안 어리둥절했다.그녀는 강서연을 괴물 보듯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에요?”강서연은 피식 웃었다.“제가 보기엔 세상에 공평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같은 집안의 사촌인데 왜 한 명은 친왕으로 뽑혀 나라를 물려받을 수 있고 다른 한 명은... 화장실에 서서 제 치마를 빨아줘야 할까요?”“뭐라고 하는 거예요?”홍유라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이를 가는 소리가 났다.강서연이 이간질을 하더라도 정곡을 찔렀다.홍유라는 송지아를 질투했다. 두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고 공부도 같이했고 심지어 송지아의 성적은 그녀보다도 못했다.그런데 왜 송지아는 남양왕의 총애를 받아 황실의 유일한 여친왕이 될 수 있었을까.한때 자매였던 그녀는 이제 만나면 먼저 규칙을 준수하여 인사를 해야 하고, 게다가 그녀는 예전처럼 그녀의 이름을 곧이곧대로 부를 수도 없고 또 존칭을 붙여 전하라고 해야 한다.그리고 송지아는 친왕으로 책봉된 이후로 허세도 커졌고 이 친척들과 연락을 거의 하지 않으며 그녀에게도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했다.매번 그녀가 왕궁에 와서 송지아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콧대 높은 홍유라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한이 서리지만 지금 그녀는 조금도 티를 내면 안 되는데 특히 강서연 앞에서는 말이다.가식적인 말은 그래도 해야 한다.“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게 뭐가 불공평하다고요! 언니는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남양왕은 언니의 삼촌이어서 저와의 관계보다 훨씬 가까워요! 언니가 친왕으로 뽑히는 것도 모두의 바람이에요!”“그래요.”강서연이 끝음을 길게 늘렸다.“그러면 홍유라 씨는 이 세상에 공평한 것이 있다고 믿는 거예요.”홍유라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공평함은 어디에나 존재해요.”강서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면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도 공평하다는 거죠?”홍유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서연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했는데 소름이 끼쳤다.“서연 씨, 당신... 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