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5화

구현수를 배웅하고 난 뒤 유찬혁은 사무실에 앉아 홀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최연준은 그 누구에게도 온정 한 점 베풀지 않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냉혈인이었다.

하지만 강서연을 위해 소송을 맡기를 강요하고 있는 이 구현수에게선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변호사로서의 그는 구현수가 강서연에게 정을 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필경 그들은 언젠가 헤어질 것이니 말이다. 오성 최씨 가문에서 어떻게 강서연을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우애 좋은 형제로서는...

유찬혁은 길게 한숨을 내쉰 뒤 하는 수 없이 자세히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며칠 후 그는 연구 결과를 구현수에게 알려주었다.

“제 견해는 저번과 다르지 않아요. 이 서류들은 강서연 씨에게 조금의 도움도 안 돼요.”

구현수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유찬혁이 두 번 헛기침을 하고 난 뒤 말을 이어갔다.

“다른 루트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말해.”

“강서연 씨의 모친이 살고 있는 그 아파트 단지 말이에요. 예전엔 작은 마을이었는데 도시화 정책이 실행되어 아파트 구역으로 개조됐다고 해요.”

구현수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 집은 사면 안되는 집이었어요.”

유찬혁이 설명했다.

“당시 법률상 매매를 금지한 시기가 잠깐 있었는데 시간이 급했는지 하필이면 그사이에 샀더라고요.”

“그러니까, 강명원이 매매를 진행한 자체가 위법이라는 거지?”

유찬혁이 익살스런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엄지를 세워 보였다.

구현수는 진지한 얼굴로 한참 생각하다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아주 좋아.”

그가 유찬혁을 보며 말했다.

“그쪽으로 공략해.”

“하지만...”

유찬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송을 진행할 때 그는 항상 깔끔하고 간단하게 정면으로 부딪쳤었다. 이런 비겁하게 빙빙 돌아가는 건 그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런 어린아이들 말싸움같이 사소한 사건이라니.

“형, 저같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이 일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