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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강서연이 잠시 멈칫하고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저도 찬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요. 제가 기억하는 건 7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엄마가 저를 이웃 사람에게 맡겨두고 예쁘게 꾸민 채 나갔다는 거예요. 그로부터 한 달 뒤에야 돌아오셨어요.”

“제가 엄마한테 버려진 거로 여겨 절망하려고 할 때 엄마가 돌아왔어요. 떠나기 전처럼 여전히 아름다웠어요. 다만 두 눈엔 광채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마치... 마치 살아있는 송장 같은...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반응해주지 않더라고요.”

“그 뒤로 얼마 후 엄마는 찬이를 낳았어요.”

강서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죠. 두 사람이 싸우던 그 날, 전 엄마가 아빠를 보며 지은 웃음을 봤어요. 정말 무서웠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등골이 서늘해져요.”

“그날 아빠는 수표 하나를 던져놓고 떠났어요. 그 뒤론 다시 돌아오지 않았죠. 제가 결혼하기 전까지 말이에요.”

강서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그 돈으로 저랑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낸 거겠죠.”

구현수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지나간 그녀의 삶에서는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론 절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

...

구현수가 유찬혁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곳에 들락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찬혁은 명실공히 능력 있는 변호사이다. 때문에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에서 한자리하는 거물들이다.

하지만 구현수는 후줄근한 차림에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있었다. 거기에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과 냉랭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의 신분을 유추하게 만들었다.

“유 변호사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아는 거죠?”

“요즘 형사 안건 몇 개를 맡았다고 하던데... 설마 범죄 용의자가 찾아온 걸까요?”

구현수가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힐끗 시선을 돌리자 그들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떴다.

유찬혁의 다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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