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의 부상은 회복이 필요했기 때문에 구현수는 강서연을 집으로 데려와 돌봐주었다.처음에 강서연은 구현수가 집안일을 할 줄 모르고 요리하는 것조차 서툴렀기 때문에 그녀가 다쳤을 때 집안이 엉망이 될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구현수가 그녀를 안고 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앞이 반짝 빛이 났다.집은 깨끗했고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그녀가 다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나쁘지 않지?”구현수는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선생님의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 소년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서연은 생긋 웃었다.그녀는 늘 남편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지만, 평소에 그가 여러 언어로 된 경제 뉴스를 훑어볼 때뿐이었다.집안일에서도 유능한 사람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잠시 후 구현수는 요리 두 접시를 들고 왔다.강서연이 맛을 보았는데 소금을 조금 많이 친 것 빼고는 맛이 괜찮았다.이 정도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놀랐고 만족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내 남편이 제일 유능하다고!”그녀는 고개를 들어 귀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다친 것도 좋은 일이네요.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 해주기를 기다리면 되고!”“좋아.”구현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약간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오늘 밤에도 잘 모실게, 어때?”강서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고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음식을 크게 베어 물었다.강서연에게는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샤워하는 것이 힘든 일이었다.구현수는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단번에 거절했다.구현수는 가볍게 웃었다.“우리는 이제 부부인데 아직도 그게 신경 쓰여? 지금 다리가 불편하니까 당신이 샤워할 때 내가 도와주는 게 맞아.”강서연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작은 두 손으로 옷의 모서리를 잡아당겼다.구현수는 그녀가 긴장한 것을 보고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처진 눈꺼풀과 앵두 같은 입
강서연은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의 말에 수줍게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고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남자의 뜨거운 키스를 느꼈다... 그녀는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이른 아침 구현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예전에 최씨 가문에 있을 때 그는 가끔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무를 처리했다. 그는 항상 일찍 일어났고 수년 동안 변함없는 습관이 되었다.그러나 어젯밤 그녀 때문에 그는 난생처음으로 늦잠을 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서연은 달콤한 잠에 빠져있었는데 자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 달콤한 향기가 또다시 그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그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억제했다. 어젯밤을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 지쳤을 것이다.구현수가 일어나자 갑자기 휴대폰 화면이 밝게 켜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는 티셔츠를 입고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베란다로 걸어갔다.“형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혹시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유찬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유찬혁이 가볍게 웃었다.“형님네 어르신께서 최근에 최진혁 밑에 있는 계열사를 다시 회수하셔서 지금 최씨 가문에서 형님이 그에게 한 방 먹였다고 소문났어요.”구현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가 한 방 날린 것이 맞았다.할아버지는 그를 예뻐하셨다. 그리고 최진혁이 장부를 아무리 완벽하게 위조해도 할아버지는 그 틈을 알아보셨다. 게다가 최씨 가문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최진혁보다 더 오만한 사람들도 많았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있으시지만 노쇠하지는 않으셨다.그래서 그는 최진혁을 처벌함으로써 실제로는 다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날린 것이었다.“둘째 삼촌은 어때?”구현수는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어르신 앞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해요.”유찬혁은 웃었다.“둘째 삼촌 몰라
얼마 후 다리 부상이 마침내 다 나았고 강서연은 기다릴 수 없어 병원에 가서 진찰도 안 받고 서둘러 출근했다.강서연을 본 안이수는 기뻐했다. “드디어 돌아왔네요! 서연 씨가 제 옆에 앉아 있지 않으면 제가 일할 때 힘이 안 나요!”강서연은 웃으며 말했다.“한동안 못 봤더니 말을 점점 더 잘하시네요!”“서연 씨, 저 서연 씨한테 정말 죄책감이 들어요! 전에 제가 서연 씨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에 간다고 고집했으면 서연 씨가 그 비열한 인간들한테 당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강서연의 안색이 변하더니 서둘러 안이수를 사람이 적은 복도로 끌어갔다.“이 일... 벌써 모든 사람에게 알려졌어요?”안이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아니요. 회사에서는 서연 씨가 갑자기 병가를 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담당자님은 서연 씨가 실수로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그 당시에도 모두가 함께 병원에 서연 씨를 보러 병문안을 가고 싶어했지만 담당자님께 제지당했어요."강서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총괄 담당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단지 이치에 밝고 분별력이 있어 많은 일들에서 적절한 행동으로 넘어가고 쉽게 나서지 않는 것일 뿐이다.“그래서 누가 의심을 해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요.”안이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미 지나간 일이니 걱정하지 말고 그냥 실수로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다고 해요!” “네.”총괄 담당자가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았다. 그녀는 여성이고, 평판이 중요했다. 이런 일이 밖으로 소문나면 듣기에 좋지 않다.“그건 그렇고, 서연 씨에게 좋은 소식 전해줄 거 있어요!”강서연은 안이수의 기쁜 표정을 보고 가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뭐가 그렇게 기쁜데요?” “손지창과 방진영 이 두 화근, 이제 우리 회사에 없어요!”“뭐요?”강서연은 충격을 받았다.“그럼 그 사람들은...”“저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연 씨가 입원한 다음 날 방진영이 상자를 안고 걸어가는 것을 봤어요. 그 인간이 떠날
윤찬은 땀을 많이 흘렸고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눈이 약간 빨갛게 충혈되었다.그는 강서연이 뛰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했고 너무 급한 나머지 그녀를 붙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누나, 집에 큰일 났어!""무슨 일이야?""누나의 언니가..." 그는 숨이 찼다.“강유빈 그 여자가 우리를 쫓아내겠다면서 많은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왔어!"강서연은 귓가가 윙윙거렸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그 여자가 많은 일꾼을 데려와서 집을 다시 회수한다면서 자기가 사용할 수 있게 새로 인테리어하겠다고 말했어! 누나, 저 집은 누나 아버지가 우리 엄마한테 주신 거 아니야? 그 여자가 무슨 권리로 되찾겠다는 거야!"강서연은 심장이 두근거렸고 강유빈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해 잠시 당황했다."일단 돌아가서 보자!" 그녀는 윤찬을 진정시켰다."우리가 그 집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 바로 회수할 수는 없고, 그사이에 오해가 있을지도 몰라!”“무슨 오해가 있을 수 있겠어? 강유빈의 나쁜 짓이 틀림없어!" 윤찬은 분노했다.“오늘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서 나를 쫓아냈어... 흥,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가 그들을 이길 수 없었지만 매형은 이길 수 있잖아!""뭐라고?" 강서연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고 그녀의 작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네 매형이 이미 이 일을 알고 있다고?""맞아!" 윤찬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큰일이라면 당연히 매형이 결정해야지!""너!"강서연은 불안하고 화가 난 채로 그를 노려보았다.그제야 윤찬은 깨달았다.구현수가 강유빈을 만나면 숨기고 싶은 모든 것을 더는 숨길 수 없을 것이다!"누나, 나...”윤찬은 스스로 잘못한 것을 알았다."내가 일부러 말한 게 아니라 급하고 무서워서 매형한테 전화한 거야!"강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매형한테 뭐라고 말했어?”"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누군가 집에 와서 행패를 부린다고 말했고 주소를 보내줬어!”강서연은 잠시 말을 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
강서연이 멍한 얼굴로 자리에 굳어버렸다. 너무나도 억울한 나머지 그녀의 몸은 부르르 떨려오기까지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고 두 글자 내뱉었다.“안 돼.”강유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강서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여긴 우리 집이야. 아빠가 우리 엄마한테 준 거라고! 우린 이미 이곳에서 수년을 살았어. 그러니까 어림도 없는 말 하지 마!”“하하. 너 그 말을 하는 게 얼굴이 뜨겁지도 않아?”강유빈이 표독스럽게 비웃으며 소리쳤다.“네 엄마라는 그 하찮은 작자를 들먹여? 그 여자가 우리 아빠한테 집을 받을 자격이나 돼? 우리 아빠는 그저 너희들이 하도 불쌍해서 잠시 등 붙일 곳을 마련해준 것뿐이야. 그래. 백번 양보해서 너희 엄마가 우리 아빠를 한동안 보살펴준 공이 있다고 하자고. 그렇게 널 낳았고. 하지만 쟨 도대체 뭔데!”강유빈이 윤찬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저 정체불명의 잡종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우리 강씨 가문의 집에 사는 거야!”윤찬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이 복잡하고 괴이한 가정 관계는 늘상 그로 하여금 친구들 사이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조금 전 강유빈이 하필이면 그가 가장 아파하는 곳을 바늘로 찌른 것이다. 순간 그동안 꾹꾹 놀러 오던 감정이 폭발해버릴 것 같았다.“그 입 다물어!”그는 강유빈을 쏘아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시퍼런 핏줄이 툭툭 튀어 올랐고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들었다. 당장이라도 팔만 뻗으면 강유빈을 날려버릴 것 같았다.강서연은 그가 사고를 칠까 봐 두려워 다급히 달려나가 그를 막아 세웠다.강유빈은 처음엔 깜짝 놀라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지만 이내 강서연과 윤찬이 정말 자신에게 손을 대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에 더더욱 그들을 몰아붙였다.“내 말이 틀려? 이 집안엔 정상적인 사람 하나 없어! 다 쓰레기들이야!”“강유빈, 선 넘지 마!”“선 넘으면 어찌할 건데?”강유빈이 강서연을 확 밀치며 말했다.“하찮은 년, 빨리 네 잡종 동생을 데리고
“당신들 죽었어?”강유빈이 주위에 서 있던 몇 명의 운반공들을 향해 소리쳤다.“당신들한테 구경이나 하라고 내가 돈을 준 줄 알아? 빨리 와서 날 도와!”하지만 그들은 구현수의 날카로운 눈빛에 겁을 먹고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강유빈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독기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 순간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남자의 기세에 압도당해 간담이 서늘해졌다.“강... 강서연!”그제야 덜컥 겁이 난 그녀가 소리쳤다.“빨리 네 남편을 막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똑똑히 일러두는데 오늘 감히 날 건드린다면 곧장 경찰에 신고해 다시 콩밥을 먹게 할 거야!”그녀의 말을 들은 구현수가 자신의 손에 힘을 더 거세게 가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미소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강유빈은 다리에 힘이 풀려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그의 눈앞에 꿇어앉았다.“강씨 집안 아가씨라는 사람이 말끝마다 욕설을 지껄이다니, 입이 너무 천박하고 더러운 거 아니에요?”구현수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왜 그런 거예요? 설마 강씨 집안이 당신에게 치약 하나 사주지 못할 정도로 타락한 건가요?”말을 마친 그가 힘껏 팔을 휘두르자 강유빈의 몸 전체가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강서연이 다급히 달려가 그를 막아 세우고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구현수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그는 종래로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강유빈이 끝을 모르고 도발을 해대니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는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니 차라리 이 지독한 여자를 끝장내 버리리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강서연의 눈동자에 비친 걱정스러움과 간절함을 보고 나니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강서연은 강유빈이 아닌 그를 위해 막은 것이라는 걸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가 정말 강유빈에게 상처를 입히기라도 한다면 정말 경찰서에 잡혀가 감옥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구현수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안심해도 된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어 그가
고기를 썰던 강서연의 손이 멈췄다. 얇은 입술을 꽉 깨문 그녀의 얼굴에 복잡함이 피어올랐다.그녀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다. 이어 진주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미안해요... 제가 현수 씨를 속였어요. 난 강유빈이 아니라 강서연이에요. 난 강씨 집안 아가씨가 아니라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사생아일 뿐이에요. 그래서 돈도 없어요... 화가 난다면 어떻게든 보상해 줄게요. 어떻게 보상할지는 현수 씨 뜻에 따를게요. 그러니까 엄마와 찬이에겐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두 사람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요. 난...”“정말 내 뜻에 따를 거야?”구현수가 입꼬리를 슥 올리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네?”그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요구하는 보상은 아주 비싸.”강서연은 살짝 겁을 먹었지만 단호히 말했다.“괜찮아요. 그게 무엇이든 꼭 현수 씨를 만족시켜 줄게요.”구현수는 돌연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는 초롱초롱한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그가 진지한 얼굴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넌 나와 한평생 함께 사는 거로 보상해야 해.”강서연은 의외라는 듯 눈이 휘둥그레 졌다.“왜 그래? 한평생이 짧아?”그가 빙그레 웃음 지었다.“그럼 다음 생에도, 다음다음 생에도 함께 있어 줘.”그녀가 멍한 얼굴로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드디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얼굴로 그의 가슴에 기대고는 그를 꼭 껴안았다.구현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다정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강씨 집안 아가씨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 자체야. 그리고... 내 출신 또한 별 볼 것 없잖아. 그런데도 넌 날 밀어내거나 싫어하지 않았어. 널 얻은 건 내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야.”“현수 씨는 내 남편인데 왜 밀어내겠어요?”“그러니까.”그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넌 내 아내인데 왜 내가 너한테 화를 내겠어?”강서연이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두 볼에 사랑스
강서연이 잠시 멈칫하고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실은 저도 찬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요. 제가 기억하는 건 7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엄마가 저를 이웃 사람에게 맡겨두고 예쁘게 꾸민 채 나갔다는 거예요. 그로부터 한 달 뒤에야 돌아오셨어요.”“제가 엄마한테 버려진 거로 여겨 절망하려고 할 때 엄마가 돌아왔어요. 떠나기 전처럼 여전히 아름다웠어요. 다만 두 눈엔 광채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마치... 마치 살아있는 송장 같은...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반응해주지 않더라고요.”“그 뒤로 얼마 후 엄마는 찬이를 낳았어요.”강서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죠. 두 사람이 싸우던 그 날, 전 엄마가 아빠를 보며 지은 웃음을 봤어요. 정말 무서웠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등골이 서늘해져요.”“그날 아빠는 수표 하나를 던져놓고 떠났어요. 그 뒤론 다시 돌아오지 않았죠. 제가 결혼하기 전까지 말이에요.”강서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마 그 돈으로 저랑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낸 거겠죠.”구현수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그는 지나간 그녀의 삶에서는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론 절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구현수가 유찬혁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그곳에 들락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찬혁은 명실공히 능력 있는 변호사이다. 때문에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에서 한자리하는 거물들이다.하지만 구현수는 후줄근한 차림에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있었다. 거기에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과 냉랭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의 신분을 유추하게 만들었다.“유 변호사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아는 거죠?”“요즘 형사 안건 몇 개를 맡았다고 하던데... 설마 범죄 용의자가 찾아온 걸까요?”구현수가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힐끗 시선을 돌리자 그들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떴다.유찬혁의 다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