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은 멈칫하다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니에요.”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윤정재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감히 물어볼 수 없어 그저 딸의 눈치만 자꾸 살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진짜 아무 일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윤정재는 입술을 적시고 가볍게 웃었다.“그럼 다행이고요... 점심도 거의 되는데 밥 먹으러 갈까요? 내가 사줄게요. 찬이와도 얘기 좀 더 나눴으면 좋겠고. 하하... 뭐 먹고 싶어요?”그는 강서연을 보며 물었다.“서연 씨가 메뉴 정해요.”“괜찮아요.”강서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보며 말했다.“전 연준 씨에게 가보려고요. 연준 씨가 아침부터 집에 없어서 지금까지 얼굴도 못 봐서요.”“뭐라고요?”윤정재의 낯빛이 급변했다.“설마 외박한 건 아니죠?”“아니에요.”강서연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침 일찍 나갔어요.”“그렇군요. 외박은 절대 안 돼요.”윤정재가 카리스마 있게 말했다.“서연 씨, 만약 앞으로 최연준이 외박한다면 나에게 말해요. 내가...”“윤 회장님.”강서연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녀의 한마디는 마치 차가운 돌덩이처럼 윤정재의 가슴팍을 짓눌렀다.“너무 간섭하시는 거 아닌가요?”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윤정재는 그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그래. 내가 무슨 자격으로, 또 무슨 신분으로 간섭해?’지금 강서연 앞에 서 있는 그는 그저 남양에서 온 의학협회 회장이자 연합 병원 프로젝트의 파트너일 뿐이다. 그리고 더 가까이하면 어머니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남자이다. 정말 단지 그저 눈에 거슬리지 않고 괜찮은 아저씨일 뿐이다.윤정재의 낯빛이 어두워졌고 마음이 아팠지만 강서연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윤찬은 강서연을 잡아당기며 눈치를 주었다.“누나, 왜 그래요? 왜 아저씨에게 그런 식으로 얘기해요?”“만약 회장님이 우리 아빠라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당연히 얘기해서 복수라도 해달라고 투정을 부렸겠지만...”강서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이 우리 아빠
최연준은 최재원이 직접 배양한 후계자라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판에 박은 듯 아주 비슷했다.몇몇 늙은 여우들은 이미 자신의 앞날을 예견한 듯 갑자기 충심을 표하며 가지고 있던 권력을 내려놓으면서 여생을 보낼 준비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방한서가 휴대 전화를 들고 최연준 옆으로 황급히 다가왔다.최연준의 낯빛이 급변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의실을 뛰쳐나갔다....방한서는 액셀을 힘껏 밟으면서 가끔 백미러로 최연준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최연준의 표정이 무뚝뚝했지만 그윽한 두 눈에 어두운 그늘이 스쳐 지나갔고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방금 걸려 온 전화는 윤문희의 전화였다.“서연이가... 방금 여기 와서 윤정재에 관해 물었어.”“혹시 다 알았나요?”윤문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최연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숨소리마저 무거워졌다.“최 서방, 나 예전에 있었던 일을 서연이에게 전부 얘기했어... 사실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고. 걔가 그 나무상자를 이미 열어봐서... 나도 더는 숨길 수가 없었어. 그런데 내 얘기를 다 듣고는 다짜고짜 뛰쳐나갔어. 최 서방이 우리 서연이 좀 찾아줘...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돼.”“도련님?”방한서의 목소리에 최연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우리 애들이 지금 움직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윤 사모님 쪽에 사람을 계속 붙여놓고 있어서 애들이 사모님의 뒤를 따르며 안전하게 책임질 겁니다.”“지금 상황이 어때?”방한서는 고개를 숙여 휴대 전화를 확인하고는 최연준에게 건넸다. 화면에 강서연의 뒤를 쫓고 있는 경호원의 위치가 나타났다.“사모님이 너무 외진 곳에는 가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래.”최연준은 강서연이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가 힘들게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단지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조용하게 있고 싶을 뿐이었다.최연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이에게 들키지 않게 좀 멀리서 따라가라고
최연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다들 알고 있었네요.”강서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만 혼자 모르고 있었던 거네요?”“여보...”최연준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두 사람은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절대 서로에게 숨기지 않고 함께 헤쳐 나가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는 똑같은 잘못을 두 번이나 저질렀다.“서연아, 내 말 좀 들어봐.”최연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얼마 전에야 이 사실을 알았어... 복잡하기도 하고. 하지만 절대 일부러 숨긴 건 아니라는 것만 믿어줘. 이런 일은 내가 함부로 말해선 안 돼. 들어도 친부모에게서 들어야지... 내 마음 이해해 줄 수 있어?”강서연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다.‘그래. 이게 어떻게 연준 씨 잘못이겠어? 연준 씨도 힘들었을 텐데. 만약 나였어도 숨겼을 거야. 이십여 년 동안 부성애를 느껴보지 못하다가 갑자기 친아버지가 나타났는데 진실이 드러나기 전에는 다들 당연히 비밀로 하겠지. 이런 일은 남이 아니라 당연히 당사자에게서 들어야 하지만...’강서연의 눈물 한 방울이 최연준의 손등에 뚝 떨어졌다. 그때 최연준이 그녀에게 신분을 속였을 때처럼 도리는 다 알지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여보...”최연준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차가운 바람이 눈물로 젖은 그녀의 두 볼을 스치자 마치 칼로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 그는 그녀의 눈물을 다정하게 닦아주었다.“여보, 나랑 집에 가자, 응?”강서연이 아무 대답 없자 최연준은 겉옷 지퍼를 풀어 그녀를 감싸 안았다.“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옆에 있을게. 서연아, 그만 집에 가자.”강서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옆에 최연준이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추운 겨울에도 몸을 녹일 수 있는 곳이 생겼고 마음의 안식처가 생겼다....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최연준은 그녀의 신발을 벗겨준 후 슬리퍼까지 챙겨주고는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하라고 했다.강서연은 그의 말대로 따랐고 샤워하고 나오니 좋은 향기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
“이거 다 먹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한잠 푹 자.”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나머지는 이 남편에게 맡겨.”강서연은 살짝 놀란 듯했다.“당신 뭐 어쩌려고요?”최연준은 일부러 툴툴거렸다.“윤 회장님 너무 하셨어. 우리 여보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당장 남양으로 돌려보낼 거야.”“그러지는 말...”강서연은 말끝을 흐렸다. 최연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릴 적부터 강명원은 없기만도 못한 존재였기에 그녀는 늘 부성애를 갈망했었다. 하지만 이 부성애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컸던 탓에 되레 거부감이 밀려오면서 두려웠고 이십여 년 동안 쌓였던 속상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결국 생각할수록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던 그녀는 윤정재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친아버지라는 사람이 어찌 자기 딸을 버릴 수 있겠는가?강서연은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심호흡하며 억지로 참았다.“여보, 괜찮아.”최연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당신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윤 회장님도 기다리실 테니까 천천히 생각해... 모든 게 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야. 그리고 가장 좋은 결과를 얻기 전에 난 계속 당신 옆에 있을 거고. 서연아...”최연준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두려워하지 마.”...유찬혁이 해원 별장에 도착했다. 최지한을 만나러 왔지만 뜻밖에도 성설연을 만났다.성설연은 그를 보자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활기차게 달려가 그의 팔짱을 꼈다.“찬혁아.”유찬혁은 아무 말 없이 옆으로 피했고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왜 그래, 찬혁아?”성설연은 그의 안색을 살폈다.‘예전에는 날 보면 고분고분 잘 따르더니 오늘은 왜 갑자기 이렇게 선을 긋는 거지?’그녀는 유찬혁이 갑자기 변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유찬혁은 그녀에게 고백한 수많은 남학생 중 한 명이었고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었다.“찬혁아, 내가 새로
유찬혁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성설연은 왠지 모르게 뭔가 달라진 것만 같았다.‘착각일 거야... 그래, 나에 대한 찬혁의 마음은 변할 리가 없어.’성설연은 요염하게 웃으며 그에게 달라붙었다. 그런데 어떤 힘이 어깨를 힘껏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성설연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찬혁이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찬혁이 너...”“우리 관계도 결과를 볼 때가 됐어.”유찬혁은 멈칫하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설연아, 네가 오늘 같은 성과를 거둬서 나도 기뻐.”“이 모든 건 다 네가 준 거야.”“내가 아니라 지한 도련님이 준 거지.”유찬혁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러니 앞으로는 지한 도련님의 옆에 있어. 그 사람은 너에게 더 많은 걸 줄 거야.”“찬혁아...”성설연은 가슴이 움찔했다.‘저 말 대체 무슨 뜻이지?’“찬혁아.”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네가 지한 도련님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한 도련님도 날 띄워주지 않았을 거야.”“응. 앞으로도 계속 도련님을 위해서 일할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유찬혁은 웃으며 말했지만 왠지 자꾸 그녀와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그리고 우리 관계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도련님의 일을 마친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그래...”성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찬혁의 뜻을 점점 이해할 수가 없었다.‘예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하지만 그래도 최지한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했어. 아직도 날 좋아하는 게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야 왜 그렇게까지 하겠어?’그 생각을 하고 나서야 성설연은 시름이 놓였다.“그럼 넌 네 할 일 해.”성설연은 쑥스러워하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나에게 대답을 줄 그날을 기다릴게.”그러고는 매니저에게 연락했다. 오늘 사진 촬영이 있었는데 촬영 장소가 바로 최지한의 프라이빗 클럽하우스였다.최근 그녀가 최씨 저택을 자주 드나든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른 여자 연예인들은 뒤에서
“하하, 아주 좋아요.”생각지도 못한 계획에 최지한은 기뻐하며 유찬혁의 어깨를 두드렸다.“역시 변호사님은 일 처리 효율이 매우 높다니까요.”유찬혁은 그런 그가 가증스러웠지만 티 내지 않고 예의 바르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허. 변호사님의 유일한 걱정이 성설연 씨라는 거 알아요.”최지한이 웃으며 말했다.성설연은 머리가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팔자 하나만큼은 참 좋았다. 유찬혁 같은 남자가 물불 가리지 않고 마음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여자만 꽉 잡고 있는다면 유찬혁이 배신할 리가 절대 없다고 생각했다.“걱정하지 말아요.”최지한이 나지막이 말했다.“계속 돈을 써서 설연 씨를 유명해지게 만들 겁니다.”“그렇게 많은 돈을 쓰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그런 말 말아요.”최지한은 의기양양해하며 말했다.“그 레시피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해요. 그 약만 개발해 낸다면 최씨 가문에서 더는 아무도 절 업신여기지 못할 겁니다.”...요 며칠 윤정재는 그래도 나름 조용했다. 틈만 나면 어진 엔터테인먼트에 가긴 했지만 말썽을 일으키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매번 갈 때마다 밀크티와 커피, 그리고 디저트 등을 사다 주곤 했다. 프런트 직원과 경비원마저도 친절한 윤정재를 알게 되었고 매일 와줬으면 하기도 했다.“저분이 바로 남양의 윤제 그룹 회장님인가요?”“네. 게다가 의학협회의 회장이래요.”“TV에서 자주 봤었는데 화면에 비친 모습은 아주 무서워 보였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친절하신 분이네요?”윤정재는 요 며칠 강서연의 주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하여 그녀가 책임지는 연예인들에게도 아주 친절하게 대했다.그 이유를 알 리가 없었던 어떤 여자 연예인은 돈줄이라도 잡은 줄 알고 그에게 빌붙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가 나중에 강서연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너도나도 발 빠르게 물러났다.어쨌거나 최씨 가문 셋째 사모님의 계모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나석진은
윤정재는 잠시 멈칫하고 제자리에서 굳어버려 어느 발을 먼저 디뎌야 할지 몰랐다.“나 배우님, 매니저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하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곽 감독님의 작품에 몇 개 보충할 장면이 있습니다!”“네, 알고 있어요.”나석진은 옷을 정리하고 선글라스를 낀 후 문밖으로 나갔고 떠나기 전에 윤정재에게 힘내라는 입 모양을 했다.윤정재는 엘리베이터를 한 번 보고 또 하 매니저를 한 번 보더니 조금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었다.“윤 회장님.”하 매니저가 웃었다.“저희 김 대표님의 말씀으로는 회장님께서 요 이틀 동안 여기저기 날뛰고 들쑤시고 다니는 이유가 바로 사모님을 한 번 만나기 위해서라고 하셨어요!”“그게...”김자옥은 어떻게 여기저기 날뛰고 들쑤시고 다닌다고 그를 묘사할 수 있단 말인가!“걱정하지 마세요.”하 매니저는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대답했다.“김 대표님께서 오늘 아침 비행기로 영국으로 돌아가서 지금은 없어요!”윤정재의 안색이 이제야 조금 보기 좋아졌다.그러나 그가 김자옥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보게 할 수는 없어서 윤정재는 마른기침을 두 번 하고 등을 곧게 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김 대표가 있든 없든 상관없어요! 저는 두렵지 않아요!”하 매니저는 이 오만한 뒷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그는 윤정재를 데리고 강서연의 사무실로 향했다.“사모님, 윤 회장님 오셨습니다.”강서연은 서류를 들고 있던 손을 살짝 멈췄고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서...”윤정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서연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강서연이 기분 나빠할까 봐 서연 대표로 바꾸었다.‘서연 대표님?’하 매니저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윤정재는 제자리에 서 있었고 서연 대표가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계속 서 있을 예정이었다.하 매니저가 말했다.“사모님, 오늘은 업무가 적어서 연예인 2명의 스케줄만 있어요. 제가 데려가면 돼서 회장님과 잘 얘기해 보세요!”“네. 수고하세요.”강서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
최연준이 문을 들어서자 밖으로 나가는 윤정재와 마주쳐서 잠시 멈칫했다.평소에는 늘 마음속에 늙은이라고 그를 욕했고 또 그가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그는 비천한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져서 억지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최연준은 갑자기 매실을 삼킨 것처럼 목이 쉬고 떫었다.“네가 왔구나...”윤정재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네.”윤정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한 번 보고 비틀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최연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강서연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그녀 역시 온몸의 혼이 빠져나간 듯 정서가 매우 좋지 않았다.그가 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최연준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가 울면 그의 마음도 쥐어짜듯 아팠다.“여보, 오늘은 출근 하지 말자.”그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김자옥이 떠날 때 이미 업무를 하 매니저에게 인수인계해서 강서연은 바쁜 일이 별로 없었다.“당신과 갈 곳이 있어.”“네?”강서연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어디로 가요?”최연준은 웃으며 상냥하게 외투를 입혀주고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어진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나섰다.강서연은 길가에 세워진 그 차가 그녀가 사준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이 차를 운전했네요?”강서연이 환하게 웃으며 차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예전보다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최연준은 입술을 적시며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이전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됐다. 이 차는 사 온 뒤부터 최연준이 보물처럼 아꼈고 평소에는 차를 몰고 나가기가 아쉬워 차고의 가장 좋은 자리에 주차하고 정비도 최상급으로 했다.최연준의 차고를 후궁에 비유하면 그 몇십억 원짜리 고급 승용차들이 연합해서 이 차를 고철로 부수고 싶었을 것이다.최연준은 강서연에게 문을 열어 주고 또 세심하게 안전띠를 매 주었다.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서연은 노선이 잘못됐음을 알아차렸고 이는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았지만 최상 빌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