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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육경섭은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복잡한 눈빛으로 임우정을 쳐다보았다.

“제발 진정 좀 해. 연준 씨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겠지...”

“모르긴 뭘 몰라?”

임우정이 목청을 높였다.

“오성에서 재벌의 삶이 하도 지루해서 범죄자의 신분으로 사기 결혼하러 온 거겠지.”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넌 상황을 잘 몰라. 그때 연준 씨가 남의 음모로 중상을 입은 바람에 강주에서 이름을 숨기고 지냈던 거야.”

임우정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육경섭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

“너 이 사람에 대해 많이 아네?”

육경섭은 아무 말이 없었다.

“육경섭!”

육경섭은 자신의 따귀를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최연준 씨.”

임우정은 너무도 화가 나 목소리마저 떨렸다.

“치료하겠으면 조용히 치료나 할 것이지, 왜 가만히 있는 서연이를 건드렸어요? 자기가 무슨 황태자라도 되는 줄 알아요? 중상을 입은 와중에도 여자를 꼬시다니. 당신네 형제들이 아주 부러워하겠어요? 그나저나 서연이는 어떡해요? 진짜 서연이랑 결혼할 거예요?”

“우정아!”

육경섭의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만해!”

임우정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았다.

병원 복도가 갑자기 진공 속에 빠진 듯 조용해졌다. 잠시 후, 응급실 불이 꺼지자 최연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신석훈이 응급실에서 걸어 나오며 홀가분하게 한숨을 돌렸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았고 동맥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다른 상처는 그냥 찰과상이라 천천히 치료하면 돼요.”

최연준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연준을 마주한 신석훈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때 자신이 구한 사람이 이런 엄청난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도... 도련님.”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간호사가 안에서 마지막으로 상처를 처리하고 있어요. 한동안 관찰하다가 아무 이상이 없으면 일반 병실로 옮길 거예요.”

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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