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38화

“아까 당신이 실패했을 때 이미 그 사실을 어르신께 알려드렸어요.”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이 돈은 어르신이 주신 거예요. 당신을 살려두면 앞으로도 쓸모가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남자는 갑자기 손을 뻗어 구현수의 얼굴을 덥석 잡았다. 그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거예요... 이대로 죽으면 얼마나 아까워요.”

구현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감옥살이를 오래 하고 육경섭 같은 깡패를 만나도 눈앞의 이 청년처럼 두려움에 떤 적이 없었다.

“그만 가봐요.”

차가 길가에 멈춰 섰고 싸늘한 목소리가 구현수의 귓가에 들려왔다.

“앞으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거예요.”

돈뭉치를 챙긴 구현수는 차 문을 열고 황급히 도망쳤다. 모자를 눌러쓰던 남자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

최연준은 응급실 문 앞에서 애타게 기다렸다. 손에 묻은 피가 검붉게 변해버렸다. 그는 떨리는 두 손을 맞잡은 채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최연준의 뒤에 서 있는 경호원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그때 맨 앞에 선 경호원이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도련님, CCTV를 돌려봤는데 교외 방향으로 도망친 걸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가 아주 교활하더군요. 게다가 강주에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많고 특별한 차종도 아니라서 조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최연준은 아무 말 없이 싸늘한 기운만 내뿜었다.

임우정은 초조한 마음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손톱을 계속 물어뜯었다. 응급실 위쪽의 빨간 불이 마치 뜨거운 불꽃처럼 그녀의 마음을 태우는 것 같았다.

육경섭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최연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에게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라고 얘기할 참이었는데 임우정이 먼저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물었다.

“저 사람이 진짜 최연준이야?”

육경섭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그녀를 보며 입술을 적셨다.

강서연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 알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적어도 스무 번은 물어봤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육경섭은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

“그래, 최연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