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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그는 최연준처럼 잘난 체하는 남자도 이런 평범한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대체 뭐가 잘못됐을까, 강서연이 최연준에게 진지하게 뭔가를 얘기할 때 키가 190cm 정도나 되는 최연준은 그녀 앞에서 마치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육경섭은 꽤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최연준이 강서연과 함께 있을 때는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그리고 아내를 무서워했고 돈도 벌어들이는 족족 아내에게 바치는 여느 남편과 다를 바 없이 집안에서 지위도 별로 없었다.

많은 이의 존경을 받는 자리에는 관심이 없었고 아내 앞에서 굽신거리는 건 기꺼이 달갑게 받아들였다.

가슴이 움찔한 육경섭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커피숍 문이 열려 있어 조금만 가까이 가도 두 부부의 대화가 정확하게 그의 귓가에 들렸다.

“여보, 내 말대로 해요. 가격을 조금 더 낮춰야 한다니까요!”

“우리가 재료도 얼마나 좋은 걸 쓰는데. 가격을 더 낮춰서는 안 돼.”

“밑지면서 파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 가격보다 조금 더 낮출 뿐인데요, 뭐. 박리다매하는 게 가장 나아요.”

강서연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런 디저트 같은 건 당일에 채 팔지 못하면 저녁에 할인해서라도 팔아야 해요. 이튿날까지 그대로 뒀다가 팔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최연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어릴 적부터 최씨 가문에서 항상 보고 듣고 자란 장사 규칙인데 그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강서연이 퇴근하고 가게까지 보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데 그녀의 피와 땀으로 만든 음식을 싼값에 파는 게 마음이 아팠다.

그가 전부 먹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싸게 팔고 싶지 않았다.

“못 팔면 말지, 뭐.”

최연준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무튼 난 쭉 가게에 있으니까 내가...”

“현수 씨가 뭐요!”

강서연이 펜으로 그의 머리를 톡 쳤다.

“여보, 우린 장사하려고 가게를 열었어요. 현수 씨가 다 먹어버리면 장사는 어떻게 해요.”

최연준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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