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선 연회는 성금이 목적이란다.”김자옥이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정길아, 자선에 호씨 가문이 둘째라면 섭섭하지 않겠느냐?”호정길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예의 바른 인사말로 대답했다.최군성이 입을 삐죽이고 제 형을 향해 구시렁거렸다.“어릴 때부터 저 삼촌은 정말 가식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어.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여전히 저렇게 웃는 걸 봐... 형, 무슨 입꼬리 시술이라고 있던데 저 사람도 그 주사를 맞은 게 아닐까?”“쉿!”최군형이 고개를 돌려 최군성을 바라보는데 마침 호정길이 걸어왔다.“최씨 가문 두 도련님이 벌써 이렇게 컸구먼!”최군성은 방금까지 호정길을 뭐라고 하더니만 자신도 가식적인 미소를 장착했다.“헤헤. 안녕하세요, 삼촌.”최군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호정길은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을 겨누어보다가 최군형에게 시선을 잠시 고정했다.“우리 군형이는 이미 약혼을 한 건가? 도련님을 구워삶은 여자라면 보통 여자가 아닌가 보지?”최군영은 무덤덤한 얼굴로 이어질 호정길의 말을 기다렸다.“그 아가씨는 깡패 배경도 있다던데?”“삼촌.”최군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 증거도 없는 뜬소문을 믿으시는 거예요?”“허, 세연의 말을 들어보면 총을 아주 잘 다룬다고 하더구나!”“그래요?”최군형은 하나도 조급해하지 않았다.“마침 저도 최근에 들은 소문이 하나 있어요. 호씨 가문이 자선이라는 허울로 대량의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던데 삼촌 이런 소문을 과연 믿어도 될까요?”호정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이때 김자옥이 나타나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뜨렸다.“호씨 가문의 자선 가업은 몇 대가 물려받으며 하는 사업이란다. 이제 그 큰 사업이 세연의 어깨 위로 오게 되었지만, 세연은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야무지니 자금을 잘 관리할 게 분명해!”“네네, 대표님 말이 맞아요!”호정길이 웃으며 말했다.“그런 소문은 말할 가치가 없지요.”“군형아.”김자옥이 가만히 눈짓했다.“연예인들도 대부분
옆에 앉아 있던 최군형이 고개를 돌려 배인서와 강소아를 쳐다봤다.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배인서는 강소아의 일에 특히 마음을 썼다. 사람을 시켜 조사를 해봤지만 배인서가 현지 사람이 아니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갔다는 정보 외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최군형이 인상을 찌푸렸다. 배인서가 강소아를 향한 마음이 조금 불투명한 것 같았다.“왜 멍하니 있어요?”강소아가 최군형의 손을 잡았다.최군형은 강소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에요. 그다음으로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봤어요.”“뭘 해야 하는데요?”최군형이 비서를 향해 손짓했다.그러자 멀쩡하게 틀어지던 홍보영상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아이들이 호세연을 향해 더러운 물을 뿌리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졌다. 화면을 돌리자, 보육원 시설이 낡고 해진 게 보였으며, 방안의 노인들은 휠체어에 앉아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방안은 축축하고 어두웠으며 복도의 구석에는 곰팡이가 가득했고 뒤뜰에는 잡초가 무성했다.보육원이라기보다는 공포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무대 아래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 장면에 경악했다.호정길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는데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술을 덜덜 떨었다.“대표님, 지금...”그리고 화면은 회색 하늘로 고정되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김자옥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아, 세연이 말을 전하지 않았나 보구나. 그날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는 걸 보고 우리 군형이가 신고했단다. 그런데 그런 일을 숨겼다니, 정말 큰일을 해낼 아이로구나.”호정길은 입술을 벙긋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길아.”김자옥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세연이 참는다고 해도 난 참을 수가 없었단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가 있는 거지? 아비가 되어 넌 참을 수 있겠느냐?”“지금...”“그래서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조사도 해보았단다.”호정길은 식은땀을 흘렸고, 손에 쥔 와인잔은 부서질 것처럼 부들거렸다.역시 한치의
김자옥은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때리더니, 다시 번쩍 들어 스크린을 가리켰다.“두 눈 똑바로 뜨고 보거라. 이런 천리에 어긋나는 일에 감히 우리 김씨 가문을 끌어들이다니. 정말 몇 대가 친분을 쌓아온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자금은 김씨 가문에 유통되도록 계획되었다. 하지만 김자옥은 출처가 불분명한 돈은 어떤 형태로든 유통될 수 없게 미리 막아두었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그러니 호정길이 세운 대책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사실 호정길은 이 일로 김씨 가문을 함께 끌어내리려 했다...최군형이 주변을 둘러보자 변장한 경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호정길은 여전히 김자옥 앞에서 연기를 이어갔다.“대... 대표님!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호씨 가문이 투자했던 여러 프로젝트가 망하고 액수가 너무 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선 성금에 손을 댄 거예요.”그리고 김자옥의 팔을 잡고 그녀의 앞으로 무릎을 꿇었다.김자옥은 경멸스러운 눈길로 호정길을 바라봤다.“그런 말은 이제 경찰서에 가서 하거라!”“대표님!”“네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까 미리 영국 쪽에도 증거를 제출했어! 너희 호씨 가문이 벌인 일은 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김자옥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자선이라는 허울로 사채업을 해서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으로 만들었는지 알기나 알아? 그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밤에 잠은 잘 오던가?”호세연도 김자옥의 손을 잡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호정길은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속으로는 아주 이성적이었다. 호세연이 김자옥의 손을 잡았고, 김자옥은 두 사람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고 있었다...호정길은 이를 악물고 와인잔을 순식간에 깨부수더니 조각을 주워 김자옥의 목에 가져다 댔다!“꺄!”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김자옥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오직 호정길과 호세연 둘뿐이었다!김자옥도 많이 당황한 눈치였으며 온몸이 굳어져 미처 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호정길은 그녀의
김자옥의 목이 칼에 베여 피부가 살짝 찢어지며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호정길은 호세연의 손에서 총을 받아 들고 김자옥의 관자놀이에 겨누었다.이것이 호정길이 미리 계획한 작전이었다.만약 호정길의 추악한 비밀이 드러나면, 어떻게든 김자옥이나 최씨 집안의 누군가를 인질로 삼아 자신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최연준!” 호정길이 턱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당신 사람들 모두 물러나게 해!”최연준은 이를 꽉 물었다. 그의 주먹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비록 사전에 준비했지만, 호정길이 총을 가지고 행사장에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 총이 어떻게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는지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강서연은 최연준의 손을 살짝 잡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강서연은 깨달았다. 최씨 집안에 내통자가 있었고 호정길과 공모해 그가 총을 쉽게 가지고 들어오게 했다는 것을.그러나 지금은 그 내통자가 누구인지 따질 시간이 없다.최연준은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고 어렵게 손을 들어 모두에게 후퇴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래, 잘하고 있어!” 호정길이 냉소를 지으며, 김자옥을 끌고 한 걸음 한 걸음 문 쪽으로 물러났다.“호 선생님.” 강서연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차분하게 말했다. “일이 너무 커져서 끝낼 수 없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입니다. 원하시는 조건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꼭 들어드리겠습니다.”“잊지 마십시오, 선생님께는 딸이 있습니다.” 강서연은 호세연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모두 부모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는 길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강서연의 눈은 예리했다. 강서연은 호세연의 두려움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호세연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가씨로 이런 상황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이 순간, 아버지 곁에 있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보였다. “세연아.” 강서연은 부드럽게 말했다. “기억나니? 어릴 때 우리 집에 왔을 때 내가 구워준 작
“돈과 사람을 교환하더라도, 준비할 시간을 조금은 주셔야 합니다.”강서연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했다. “호 선생님, 저희 어머니께서는 연세가 많으셔서 이런 일로 더 이상 괴로움을 겪으실 수 없어요. 만약 어머니께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께서는 감옥에 가실 뿐만 아니라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하실 겁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잘 생각해 보세요.”호정길은 눈을 굴리며 김자옥의 목을 조르던 손을 잠시 느슨하게 했다가 다시 강하게 움켜쥐었다.“나를 속이려는 거야? 흥! 최 여사, 아직 한참 멀었어.”“허 아저씨!”이때, 강소아가 앞으로 나섰다. 강소아는 강서연의 팔을 붙잡아 뒤로 물러나게 했다.강서연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졌고 강소아의 부드러운 목소리만이 들렸다.“호 아저씨, 최 여사의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우리 거래를 하나 하죠. 어떠세요?”“어차피 인질이라면 누구를 데리고 있어도 같은 거잖아요. 그러니 저로 바꿔주세요... 저를 할머니와 바꿔주세요!”“유자야!”강서연은 놀라며 강소아를 힘껏 끌어당겼고 다시 최군형이 와서 강소아를 데려가게 했다.그러나 강소아는 강서연의 손을 놓고 최군형을 한 번 쳐다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최군형은 입술을 꽉 다물었지만, 그의 깊고 인내심 있는 눈빛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다 최군형은 멀리서 한 소녀가 언뜻 보였다. 그 소녀는 야구 모자를 쓴 채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움직였고 손에는 배홍이 강소아에게 준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호 아저씨.” 강소아는 호정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당신 딸이 군형 씨를 좋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제가 호연 씨의 연을 망친 사람입니다... 그리고 복지원 사건의 시작도 저였어요. 그 아이들에게 오물을 던지게 하고 경찰을 불러 자선기금 조사를 하게 한 사람도 바로 저였어요.”강소아는 한 마디씩 말하며 천천히 발을 움직여 호정길의 주의를 끌었고, 배인서가 각도를 잡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했다.호정길은 강소아의 발걸음에 맞춰 몸을 돌렸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호정길이 김자옥을 끌고 방으로 들어간 지 고작 5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연준과 강서연에게는 다섯 세기가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상황을 보고하러 달려왔다.“범인이 인질을 창문 근처에 묶어놓았습니다. 그의 손에는 총과 칼이 있어 강제로 진입하기 어렵습니다.”“방의 시야가 좋지 않나요?”강서연은 초조한 마음에 물었다.“시야는 좋습니다만...” 경찰이 잠시 머뭇거렸다. “범인이 교묘하게도 김 회장을 창문 앞에 두었기 때문에 우리 저격수가 맞은편 건물에서 총을 쏘면 인질이 쉽게 다칠 수 있습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강서연은 참아왔던 눈물을 결국 흘리고 말았다.최연준은 정신을 강하게 붙들어 보려 했지만, 지금 자신의 친어머니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자제하려 해도 완전히 침착해질 수는 없었다.최연준은 갑자기 손을 들어 경호원에게서 총을 빼앗아 들었다. 그의 이마에는 분노로 인한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연준 씨!”강서연은 그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으려 애썼다. 최연준은 아내의 간절한 눈빛과 마주치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침착하세요...”강서연은 최연준을 껴안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회를 기다려야 해요.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는 어머니가 다칠 거예요.”“그래요, 아버지.”최군형은 최연준의 어깨를 붙잡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와 엄마는 뒤로 물러나세요. 여기는 저에게 맡기세요.”강소아는 사람들에게 호텔의 전체 설계도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곧 두꺼운 설계도가 눈앞에 쌓였다. 강소아는 건물 구조를 연구하며 눈썹을 잔뜩 찌푸렸고 콧잔등에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맺혔다.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지만, 복잡한 데이터와 선들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최군형도 함께 도면을 살펴보며, 두 사람은 연필로 도면에 표시하기 시작했다.“이 위치... 그리고 저기...”“군형 씨, 맞은편 건물의 이 방향, 여기가 좋은 지점인 것 같아요.”“하
최지용은 밤의 어둠을 이용해 몰래 맞은편 건물로 이동했다. 저격용 총을 설치하고 이어폰을 통해 맞은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경찰도 다른 두 명의 저격수를 보내 여러 각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군형, 내 위치에서 보면 할머니는 일단 위험해 보이지 않아. 머리 상처는 이미 붕대로 감싸져 있고 호정길은 김 할머니 옆에 앉아서 권총과 단검을 할머니에게 겨누고 있어. 그 옆에 있는 호세연도 계속 김 할머니 옆에 서 있어.”“지금 총을 쏠 수 있나요?”“아직은 안 돼.” 최지용은 침착하게 속삭였다. “호정길이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어. 주의를 흐트러뜨려야 해. 할머니와의 거리가 세 걸음 정도만 벌어지면 명중시킬 수 있어.”강소아는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한 시간이 넘게 흘러 있었다.강소아가 이 방의 카드 키를 만들 때 이미 방 안에 있는 모든 음식과 음료를 치워달라고 지시했었다.방 안의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한 시간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티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이 방법이 김자옥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강소아는 심호흡을 한 후,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누구야?!”“아저씨, 저희 할머니가... 약을 드셔야 해요.”“약을 먹어야 한다고?” 방 안에서 호정길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할망구는 정신이 멀쩡해. 지금 나를 노려보고 있잖아! 무슨 약을 먹어야 한다는 거야?”“아저씨, 아마 모르실 텐데 저희 할머니께서는 노인성 질환이 있어요.” 강소아는 차분하게 말했다. “약을 제때 드시지 않으면 발작이 올 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겁니다.”“아저씨, 저희 아버지가 지금 돈을 모으고 있어요... 육씨 집안의 자금 유동성이 많아 단시간 내에 1조 원을 모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방 안은 조용해졌다. 그때 최군형의 이어폰을 통해 최지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정길이 약간 동요하는 것 같아.”최군형은
최씨 집안의 사람들이 곧바로 유로화를 가득 채운 상자를 가져왔다. 강소아는 직접 종업원으로 변장해 위험을 무릅쓰고 물건을 전달하며 호정길과 대면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곧바로 최군형에게 거절당했다.그 순간, 강소아의 귀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갈 필요 없어, 내가 갈게.”“인서야, 너...”“아까 연회장에서 김 할머니를 구하지 못한 건 내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야.” 배인서는 강소아를 잠깐 바라보다가 야구 모자의 챙을 더 깊숙이 눌러쓰며 말했다. “이번에는 안심해, 내가 알아서 상황을 살필게.”“안 돼!” 강소아는 배인서를 붙들고 애원하듯 말했다. “어떻게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어? 너를 연회장에 데려온 건 나야, 난 너를 여기서 무사히 나가게 해야 해.”그러나 배인서는 강소아를 최군형의 품으로 힘차게 밀어 넣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소아를 잘 지켜줘요.”“배인서!”배인서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강소아는 불안에 휩싸였다. 하지만 최군형은 강소아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어쩌면... 배인서만의 계획이 있을지도 몰라.”“그래도 안 돼요!”“소아야, 배인서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야. 분명 잘 해낼 거야. 게다가, 호정길은 배인서를 본 적이 없으니 배인서가 종업원으로 변장하는 게 가장 적합해.”“하지만...”“안심해, 배인서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 거야. 만약 무리라고 판단했다면 절대 무리하지 않을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배인서가 돌아왔고 이미 종업원의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배인서는 소매 속에 권총을 은밀히 숨겼다. 배인서는 최군형에게서 이어폰을 받아 최지용에게 연락했다. 최지용은 상대가 낯선 여성의 목소리로 바뀌자 살짝 당황하며 물었다. “실례지만, 당신은 누구시죠...”“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게 급선무예요.” 배인서는 냉철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부터 내가 문을 두드려 물건을 전달할 겁니다. 이때 호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