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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ผู้เขียน: 적매화
김단은 다시금 임학의 침상 곁에서 반 시진 가량 머문 뒤 자리를 떴다.

곧장 궐로 향하지 않고 평양관저로 돌아가 도령님들한테 해독약을 건넸다.

“이런 흉악한 놈들, 온갖 비열한 수를 다 써대는군!”

다섯 번째 도령은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일곱 번째 도령은 김단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원래는 며칠 더 머물 생각이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서둘러 떠나야겠소.”

김단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섯 번째 도령이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궐에서 일어난 일은 다 들었소. 서원공주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오. 낭자가 참을 수 있으면 참으시오. 나중에 원군님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해결해 줄 것이오.”

그제야 김단은 그들이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걱정 마세요, 도령님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스스로 조심하시오.”

두 사람은 다시 몇 마디 당부를 덧붙인 뒤 서둘러 길을 떠났다.

김단은 그들을 배웅한 후 궐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전하를 알현하고 중전의 진맥을 끝마친 뒤 마지막으로 전하의 명에 따라 서아름을 찾아갔다.

그렇게 모든 일을 끝내고 내의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

김단이 그제야 숨을 돌리며 물 한 모금 마시려는 찰나, 소하를 마주쳤다.

피로에 지친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오라버니!”

소하의 눈에는 부드러운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근무를 마쳤소? 그럼 내가 집까지 바래다주도록 하지.”

“네! 이제 끝났습니다.”

김단은 미소를 지으며 소하에게 다가갔다.

“오라버니도 이제 끝난 겁니까?”

하지만 소하는 대답 대신 조용히 물었다.

“낭자 오라버니의 일은 들었소. 상태는 좀 어떻소?”

김단은 가벼운 한숨을 내쉰 뒤 임학의 상태를 설명했다.

소하는 줄곧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김단의 옆모습을 응시했다.

“요즘 낭자가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소.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자신부터 돌보아야 하지 않겠소?”

그 말에 김단은 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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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소한의 거침없는 기질이 가끔 부러울 때도 있었다.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뜻대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편할까?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자신이 소한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방식대로 소한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삼일 뒤, 김단은 평소처럼 임학의 상태를 보기 위해 진산군 댁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스승이 임학의 맥을 짚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스승님, 어떻습니까?”그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독은 이미 다 해독되었고 맥도 안정적이오. 그래서 호흡도 고르고 안색도 며칠 전보다 훨씬 좋아졌소. 그런데 이상하오. 이쯤 되면 일어나야 하는 게 정상인데 말이지...”김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진맥해보았을 때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깨어나야 할 시점인데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임학을 바라보며 스승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모습을 본 김단은 조심스레 물었다.“스승님께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신가요?”그는 김단을 한 번 바라보더니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예전에 약왕곡 주인께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소.”그의 목소리는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이어졌다.“만약 어떤 이가 스스로 죽음을 간절히 바란다면 아무리 육신이 다 나았다 해도 정신은 죽음의 문턱에 머물러 있다고 했소. 우리가 온 힘을 다해 끌어내려 해도 본인이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는 뜻이오.”지금 임학이 바로 그런 상태였다.김단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그녀의 시선은 다시금 임학의 얼굴로 향했다.까무잡잡한 피부와 앙상한 빰이 병사의 길을 걸었던 그의 지난 세월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화려한 옷을 입고 도련님이라는 소리를 듣던 진산군 댁의 장남은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왔다.“낭자, 잠시 이 아이를 봐주시오. 나는 약로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74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 사이에는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그때 방 안 가득 흩어진 염주 구슬들이 소한의 뇌리를 스치자 비로소 자신의 감정이 격해졌음을 깨달았다.하지만 소한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소하에게 되물었다.“형님의 마음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그 말에 소하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무슨 뜻이지?”그는 자신이 김단에게 품은 감정이 순수하다고 믿고 있었고 그녀를 향한 감정에 있어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소한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최지습이 떠나기 전에는 김단에게 무관심하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왜 지금처럼 다정하게 행동하지 않은 겁니까?”소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비친 감정은 당혹감이었다.소한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더욱 자신감 있게 밀어붙였다.“제 앞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라며 정의로운 척은 혼자 다 하시더니 최지습 앞에서는 순순히 물러서더군요. 그 사람이 형님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겁니까?”그 순간 두 형제의 상황은 역전된 듯했다. 이제는 소한이 자신의 형을 질책하고 있었다.한참을 침묵하던 소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나는 포기한 것이 아니라 물러난 것이다.”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늦가을 바람처럼 서늘하면서도 깊숙이 마음을 두드리는 음색이었다.그가 물러선 이유는 분명했다.그녀가 최지습 곁에 있을 때 보여준 편안한 미소, 그가 펼쳐준 우산 아래에서 한 줄기 바람조차 닿지 않게 보호받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그래서 돌아선 것이다. 그녀는 이미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기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선택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자신이 생각한 최고의 선택이 어쩌면 그녀의 기준과는 다를 수도 있다고,자기 눈에는 최지습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73화

    김단은 결국 자신이 소한을 억울하게 몰아붙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디 그뿐인가?단순한 오해를 넘어 소한에게 상처가 되는 말까지 퍼부었다.소한이 화를 내며 떠났던 그 모습이 떠오르자 김단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소하 역시 그녀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채고는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 있소?”김단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소한을 오해한 일을 조심스레 소하에게 털어놓았다.“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도련님께서 그 염주를 차고 있는 걸 보자마자 괜히 화가 치밀어서 그만...”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후회가 묻어났다.하지만 소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그녀가 그렇게 격하게 반응했던 건 단지 염주 때문만은 아니었다.소한이 이전에 저지른 일들로 인해 김단은 그를 신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소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한이는 그리 속 좁은 사람 아니오. 내일쯤 되면 금세 풀릴 것이오.”그 말에 김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소하는 그녀가 평양관저의 마차에 오르는 것까지 지켜본 뒤에야 안심하고 돌아섰다.그가 집에 도착하자 겸인이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었다.“큰 도련님, 오늘 일찍 돌아오셨군요. 마침 작은 도련님께서도 일찍 귀가하셨습니다. 부엌에는 이미 저녁을 준비해 두었으니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실 수 있겠네요.”소가는 형제가 서로 다른 곳에서 근무하다 보니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일이 드물었다.소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겸인에게 물어보았다.“한이도 돌아왔느냐?”“네. 작은 도련님께서는 아침부터 집에 계셨습니다.”소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소한의 거처로 향했다.소한은 마당에서 검술 연습을 하고 있었다.그의 검놀림은 예사롭지 않았고 검끝에는 분노가 서려있었다.소하는 그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음을 한눈에 알아차렸다.소하의 기척을 눈치챈 소한은 말도 없이 검을 들어 그에게 달려들었다.소하는 재빨리 몸을 피하며 옆에 있던 검집을 들어 소한의 공격을 막아냈다.두 사람은 한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72화

    김단은 다시금 임학의 침상 곁에서 반 시진 가량 머문 뒤 자리를 떴다.곧장 궐로 향하지 않고 평양관저로 돌아가 도령님들한테 해독약을 건넸다.“이런 흉악한 놈들, 온갖 비열한 수를 다 써대는군!”다섯 번째 도령은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일곱 번째 도령은 김단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원래는 며칠 더 머물 생각이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서둘러 떠나야겠소.”김단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러자 이번에는 다섯 번째 도령이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궐에서 일어난 일은 다 들었소. 서원공주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오. 낭자가 참을 수 있으면 참으시오. 나중에 원군님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해결해 줄 것이오.”그제야 김단은 그들이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걱정 마세요, 도령님들. 명심하겠습니다.”“그래, 스스로 조심하시오.”두 사람은 다시 몇 마디 당부를 덧붙인 뒤 서둘러 길을 떠났다.김단은 그들을 배웅한 후 궐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전하를 알현하고 중전의 진맥을 끝마친 뒤 마지막으로 전하의 명에 따라 서아름을 찾아갔다.그렇게 모든 일을 끝내고 내의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김단이 그제야 숨을 돌리며 물 한 모금 마시려는 찰나, 소하를 마주쳤다.피로에 지친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오라버니!”소하의 눈에는 부드러운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근무를 마쳤소? 그럼 내가 집까지 바래다주도록 하지.”“네! 이제 끝났습니다.”김단은 미소를 지으며 소하에게 다가갔다.“오라버니도 이제 끝난 겁니까?”하지만 소하는 대답 대신 조용히 물었다.“낭자 오라버니의 일은 들었소. 상태는 좀 어떻소?”김단은 가벼운 한숨을 내쉰 뒤 임학의 상태를 설명했다.소하는 줄곧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김단의 옆모습을 응시했다. “요즘 낭자가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소.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자신부터 돌보아야 하지 않겠소?”그 말에 김단은 걸음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71화

    김단은 자신에게 빈 그릇을 건네주는 소한의 손을 보자마자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녀는 그릇을 받는 대신 그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도련님, 정말 뻔뻔하시네요. 제가 소하 오라버니한테 준 염주가 왜 도련님 손목에 있는 겁니까?”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의심이 가득했다.그 염주는 분명 그녀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 소하가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었다.소한은 그제야 김단이 자신의 손목 위로 드러난 염주를 발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형이 나한테 준 것이오.”그러나 김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습니다.”소하는 그녀가 건넨 물건을 절대 다른 이에게 넘길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그런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여기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김단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강한 부정에 소한의 얼굴에도 서서히 분노가 번졌다.그는 김단의 손에 붙잡힌 채 한 걸음씩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낭자가 준 물건이 싫어서 나한테 준 걸 수도 있지 않소?”김단은 한 걸음씩 뒷걸음질 치면서도 눈빛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오라버니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소한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형을 그렇게 믿는 이유가 무엇이오? 형에 대한 믿음은 그렇게 강하면서 왜 나에 대한 믿음은 하나도 없는 것이오?”“이건 도련님께서 훔쳤거나 억지로 빼앗은 걸 겁니다. 오라버니께서 그냥 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훔쳤다, 빼앗았다...김단이 그 단어들을 말하는 순간 소한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그의 음성도 깊은 어둠처럼 낮고 차가웠다.“낭자의 눈에는 내가 그 정도밖에 안되는 놈이었소?”그는 쓴웃음을 삼키며 말했다.“그럼 형은? 형은 바른 사람이고 나는 못 믿을 인간이란 말이오? 대체 왜 나한테만 그렇게 모질게 구는 것이오?”소한의 눈에는 억울함과 함께 짙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믿느냐는 소한의 물음에 김단은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그녀도 자신의 직감만으로 내뱉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70화

    김단은 약을 들고 돌아가는 내내 최지습과 호랑이군 도령들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만약 돌궐인들이 무기마다 독을 발랐다면 한양 병사들이 그 칼에 맞았을 경우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아 목숨을 잃을 수 있을 것이다.김단은 그들의 잔인함에 치가 떨렸다.그녀는 평양관저로 돌아가면 다섯 번째 도령과 일곱 번째 도령에게 스승님이 연구해낸 해독약을 전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임학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뜻밖의 인물을 마주하게 되었다.방 안을 지키고 있던 이는 하인이 아니라 바로 소한이었다.“도련님께서 왜 여기에?”김단은 무의식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소한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임학이 중상을 입고 한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임학의 오랜 친구로서 당연히 와야 하지 않겠소?”그럴듯한 말이었다. 김단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발걸음을 옮겨 임학의 곁으로 다가갔다.“돌궐인의 칼에 독이 묻어 있었습니다. 도련님의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일 겁니다.”소한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그는 조용히 이를 악물며 말했다.“돌궐놈들의 수법은 늘 잔인하오. 평양원군도 고전하겠군.”소한은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그는 돌궐인들과의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기에 평양원군이 같은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다행히 해독약이 있어 도령님들에게 전해주려고요.”소한은 김단이 그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해 났다.“서로 안 지 몇 달밖에 안 됐는데 도령님이라니, 꽤 다정하군.”정작 자신의 친 오라버니는 도련님이라고 부르면서...그러나 이 투정 섞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괜히 말했다가 김단에게 쫓겨날까 두려웠던 것이다.김단은 그를 흘겨보더니 침상 옆에 앉아 임학에게 약을 먹이려 했다.그러자 소한이 황급히 나섰다.“내가 하겠소.”그는 오늘 김단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임을 그녀에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69화

    이윽고 김단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스승님은 지금 귀식환을 연구 중이고 이후에는 통증 완화제까지 만들어야 했기에 시간이 촉박할 것이다.김단은 그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그녀는 깍지 낀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웠다.맹영지, 서아름, 소 도련님...거기에 서원공주까지 경계해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그런 와중에 임학까지 다쳤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모든 일이 한꺼번에 밀려드니 그녀로써는 혼자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었다.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단아...”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에 김단은 깜짝 놀라 임학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고 입술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녀의 착각이었던 것일까?김단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임학이 다시 입을 열었다.“단아, 오라버니가 잘못했어...”미약한 소리였지만 조용한 방 안에서는 또렷이 들렸다.“내가 잘못했어. 널 혼자 두는 게 아니었는데… 단아...”김단은 임학이 무슨 꿈을 꾸는지 알 수 없었다.아마도 슬픈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임학의 눈가에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뚝 떨어졌다.그의 목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졌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오라버니가 널 믿지 못했어. 널 괴롭혀서 미안해... 다 내 잘못이다.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말거라.”김단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꿈속에서조차 용서를 구하는 임학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오라버니가 목숨으로 갚을게… 그러니 날 외면하지 말거라. 단아, 제발…”그의 목소리는 다급해졌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입술마저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김단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즉시 다가가 확인했다. 그러자 그의 복부 상처에서 다시 피가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재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68화

    이튿날 아침 김단은 일찍이 진산군 댁으로 향했다.단순히 임학의 상태를 살피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지금 진산군 댁에는 의원 한 사람만이 남아 임학을 돌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누군가 의원의 의술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신중해서 나쁠 것 없으니 김단은 한동안 진산군 댁에 머물며 임학을 돌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임학이 눈을 떴을 때 사람들은 명의의 제자인 김단이 그를 치료했다고 믿을 것이다.김단이 방에 들어섰을 때 진산군은 아직 깨어 있지 않았다.그는 밤새 임학의 곁을 지키며 불안 속에서 밤을 지새우다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잠시 눈을 붙인 모양이었다.김단은 조용히 침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창 너머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그의 희끗한 머리카락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그 모습을 본 김단의 마음은 저릿하게 무거워졌다.하룻밤 사이에 그의 흰 머리카락은 어젯밤보다 더욱 늘어난 것 같았다.최근 진산군 댁에 닥친 연이은 사건들이 그를 이렇게 지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한때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던 그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웠다.김단은 문득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그녀는 할머니 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산군과 손바닥을 세 번 맞대며 가족의 연을 끊어버렸다.그때까지만 해도 진산군의 머리는 검은빛이 감돌았다.김단은 가슴속에서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지난 기억들을 떨쳐내려 애썼다.그러고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대감님.”진산군은 잠결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눈부셨는지 그는 잠시 눈을 찡그렸다. 그러다 눈앞에 김단의 모습이 보이자 그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이 묻어났다.“대감님, 여기는 제가 지킬 테니 이제 좀 쉬세요.”김단은 부드럽게 얘기했다.지금 이 집에서 몸이 성한 사람은 오직 진산군 한 사람뿐이었다. 만약 그마저도 병이 난다면 진산군 댁은 진짜 무너지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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