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작가: 무안안
심미연은 방금 무례하게 끼어든 남자를 힐끗 보았다. 그는 바로 강지한의 소꿉친구이자, 경성에서 유서 깊은 육씨 가문의 자제인 육현성이었다.

육현성은 언제나 심미연을 업신여겼다. 몰락한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깔보는 태도는 노골적이었다.

그러나 육현성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 뒤에서 온지유의 도구처럼 움직이는 존재였다. 온지유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녀를 공격하곤 했으니, 그의 행동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 그 생각에 심미연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큰형수님이란 호칭은 저희 아주버님의 아내를 말하는 거 맞죠? 방금 하신 말씀, 누가 들었다면 지한 씨가 큰형수님과 부적절한 관계라도 되는 줄 오해했을 겁니다.”

육현성이 심미연을 불쾌하게 하려고 던진 말이었으니, 그녀도 굳이 체면을 살려줄 이유는 없었다. 심미연은 강지한을 사랑했지만, 그의 친구들 앞에서까지 참으며 굽힐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대답에 온지유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원래 흐뭇하게 웃고 있던 그녀는 손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랑 지한 씨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 내가 돌본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아. 오히려 너야말로 지한 씨 좀 잘 챙겼으면 좋겠네. 지난달 건강검진에서 위 안 좋다고 나왔더라.”

온지유의 말은 억울함과 은근한 비난을 담고 있었다. 심미연은 그런 그녀를 보며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한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아주버님 돌아가신 건 형님 얼굴이 과부상을 띠어서 그런 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심미연의 말이 끝나자, 온지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강지한의 위 건강을 위해 3년 동안 애쓴 자신을 무시한 채 꾸며내는 비난에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상대가 심리전을 걸어온다면, 자신도 한 방 먹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과부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온지유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손을 들어 심미연의 뺨을 때리려 했다. 과거에 시어머니에게 들었던 똑같은 말을 떠올리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었다.

‘그 남자가 단명한 걸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건데!’

하지만 온지유의 손은 심미연에게 닿지 못했다. 심미연이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멈췄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온지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말문 막히니까 이제 손찌검 하려는 거야?”

심미연은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

“야! 이거 놔! 아프잖아!”

온지유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육현성은 화가 나서 달려들려 했으나, 박인우가 그를 간신히 붙잡았다.

“현성이 형! 진정하세요!”

육현성은 몸을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심미연 씨! 그 손 당장 놓지 못해요?”

방 안의 소란은 결국 강지한을 깨웠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며 미간을 찌푸렸다.

강지한이 깨어난 것을 눈치챈 온지유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갑자기 심미연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더니 힘껏 밀어냈다. 그리고 그 틈에 몇 걸음 물러나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으로 배를 감싸쥔 채 고통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현성 오빠, 배가 너무 아파요!”

박인우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 틈을 타 육현성이 박인우의 손을 뿌리치고 온지유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강지한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날렵하게 온지유를 안아 올리며 심미연을 향해 차갑게 노려보았다.

“지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강지한의 서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가슴을 얼어붙게 했다.

“지한 씨, 내가 실수로 넘어져서 그런 거야. 미연 씨와는 아무 상관 없어!”

온지유는 강지한의 옷을 잡아당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 씨도 참, 왜 앞뒤 상황을 따져 보지도 않고 미연 씨한테 그런 말을 해!”

“내가 다 봤어!”

강지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지한 씨가 잘못 본 거야. 내가 실수로 넘어진 거라니까. 미연 씨가 나를 밀친 게 아니라고!”

온지유는 서둘러 강지한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부자연스러운 해명은 심미연을 더욱 수상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녀는 강지한의 위치에서 보면 자신이 심미연에게 밀린 것처럼 보였을 거라는 것까지 계산했던 터였다.

온지유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심미연은 비웃음을 머금고 차분히 말했다.

“자기가 실수로 넘어졌다고 본인이 말하고 있잖아. 내가 밀친 게 아니라니까? 지한 씨, 듣고는 있어?”

온지유의 왜곡된 상황 조작에 순순히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담담한 태도는 온지유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지한 씨... 배가... 너무 아파...”

결국 심미연의 논리적인 태도에 더 이상 맞설 수 없었던 온지유는 강지한의 주의를 돌리려 고통스러운 척 연기했다.

“좀 참아. 내가 병원에 데려다 줄게!”

강지한은 온지유를 부드럽게 달래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심미연을 돌아보지 않은 채 방을 나섰다.

희미한 조명이 드리워진 복도에서 강지한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심미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깊숙이 답답한 무언가가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정말 남보다 못한 남편이야.’

그에게 바친 9년이라는 시간과 정성이 우스꽝스러울 지경이었다.

“형수님, 괜찮으세요? 집에 모셔다드릴까요?”

박인우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후회가 서려 있었다.

‘형수님에게 전화를 거는 게 아니었는데...’

“괜찮아, 고마워.”

심미연은 생각을 정리한 뒤 그를 올려다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이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어. 사실이야?”

심미연은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제 막 돌아왔어요.”

“알겠어. 이제 늦었으니 들어가자.”

심미연은 그에게 손을 흔들고는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차가 고가도로로 올라섰을 때, 그녀는 뒤에서 번호판 없는 차가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비상 연락망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한 씨, 너무 아파.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울지 마. 금방 괜찮아질 거야...”

남자는 다정하게 그녀를 달랬다.

심미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지한 씨, 누가 날 죽이려고 해! 도와줘!”

“지한 씨, 미연 씨부터 도와줘! 난 괜찮아.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온지유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연신 기침했다.

“말 한마디 하면서도 기침하느라 정신이 없으면서, 혼자 괜찮다고? 됐고, 얼른 자. 상관없는 사람 일에 신경 끄지 마!”

강지한의 목소리는 차갑게 변했고, 그의 말은 심미연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

심미연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억누르며 쉰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

“강지한, 나 지금 경현고가도로야.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어. 날 죽이려는 것 같아. 제발 와줘!”

그녀에게는 강지한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매달렸던 사람이었으니, 이번에도 그녀를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그만 좀 해! 이제는 네 말은 믿지 않을 거야. 심미연, 적당히 해!”

“강지한, 진짜야. 정말로 차가 날 쫓아오고 있어! 제발 와줘!”

“네가 죽으면 내가 가서 수습해 줄게. 강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성대하게 장례 치러줄 테니까. 다시는 전화하지 마!”

강지한은 차갑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단절음에 심미연은 모든 희망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흩어져 가던 생각을 다잡으며 급히 핸들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뒤쪽 차량이 다시 한번 차를 들이받았다.

차가 가드레일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심미연은 손이 떨리면서도 다급히 번호를 눌렀다.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지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친구 신하린의 다급한 외침이었다.

“미연아! 어디야? 말 좀 해!”

심미연은 눈물이 터질 듯했지만, 이를 악물고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썼다.

“경현고가도로...”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눈앞이 새까매지며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흐려진 그녀는 오래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열네 살이던 시절, 처음 강지한을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갔다.

...

눈을 떴을 때, 심미연은 자신이 병상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곁에는 신하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미연아, 깼구나!”

신하린은 안도와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미연아, 너 알아? 너 임신했어! 나 이제 조카가 생긴 거야!”

심미연은 손을 천천히 자신의 배 위로 올렸다. 살짝 배를 쓰다듬으며 잠시 망설이더니,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하린아, 나 강지한이랑 이혼하기로 했어. 하지만 이 아이는 지킬 거야.”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이 아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아이는 이제 그녀의 삶의 이유이자 새로운 희망이었다.

“뭐라고? 너 강지한이랑 이혼한다고?”

세상에서 심미연이 강지한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신하린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녀가 이혼을 이야기하다니, 신하린은 자기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심미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열하는 대신 더 서글픈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온지유도 임신했어. 강지한이 그 아이를 낳으라고 하더라...”

‘강지한의 큰형이 1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으니, 온지유의 아이가 큰형의 아이일 리 없잖아...’

신하린의 눈빛이 분노로 불타올랐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

“강지한 그 개자식! 평소에 그 여자랑 붙어 다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애까지 만들었다고? 정말 둘 다 죽여버리고 싶어!”

심미연은 마음이 쓰라렸지만, 차분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하린아, 이렇게 생각해 봐. 나 이제 아이도 가졌고, 이혼하면 다른 남자랑 다시 결혼할 수 있어. 그러면 강지한의 아들은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게 되겠지. 생각만 해도 통쾌하지 않아?”

언제나 그녀의 편인 신하린은 잠시 눈물을 훔치더니, 결국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심미연은 옆에 두었던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강지한의 번호였다. 그녀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나 곧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심미연은 짜증 섞인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

“뭐야?”

관련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화

    “혹시 진짜 죽었나 싶어서 확인하는 거야.”강지한의 목소리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꽉 쥐며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말했다.“난 목숨이 질겨서 죽지 못했나 봐!”그렇게 말하고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번호를 차단하는 일까지 한순간이었다....이노하이브 그룹 산하 병원의 VIP 병실.온지유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병적으로 푸석한 안색과 마른 몸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연약해 보였다.강지한은 병실 한쪽에서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온지유는 그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지한 씨, 미연 씨는... 괜찮은 거야?”강지한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짧게 답했다.“괜찮아.”온지유는 속으로 심미연을 몇 번이나 저주하면서도, 겉으론 부드럽게 말했다.“돌아가서 미연 씨랑 함께 있어줘. 여기 의사랑 간호사가 있어서 괜찮아.”강지한의 표정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자. 오늘 밤은 내가 여기 있을 테니 잠이나 자.”온지유는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는 난처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오늘 밤 안 돌아가시면, 내일 미연 씨가 분명 할아버지께 고자질할 거야. 할아버지 건강이 안 좋으시잖아. 자주 화내시면 안 되는데...”강지한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하고 얼른 자.”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강지한을 올려다봤다.“정말 여기서 나랑 같이 있어 줄 거야?”“그래. 자라.”...다음 날 아침.심미연이 눈을 뜨자마자 신하린의 얼굴이 먼저 보였다. 하린은 잔뜩 화가 난 듯 입술을 깨물고 서 있었다.“아침부터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심미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자, 신하린은 휴대폰을 내밀며 씩씩댔다.“온지유 그 뻔뻔한 게 자작극을 벌이고 실시간 검색에 올랐어! 이번엔 완전 자극적이야.”심미연은 하린이 내민 휴대폰 화면을 흘긋 보았다.[충격 폭로! 유명 무용가, 임신설?! 약혼남과 함께 병원 방문 포착]기사 내용을 확인하자 초음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화

    강지한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깊은 눈빛으로 신하린을 바라보았다.“심미연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어젯밤 심미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떠올랐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며 심미연이 들어왔다.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문을 닫고 들어온 그녀를 본 온지유의 눈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스쳤다. 그러나 그 살기는 이내 감쪽같이 사라졌다.온지유는 침대에서 급히 몸을 일으키며 걱정스러운 척 다가와 말했다.“교통사고가 났다고 들었어. 어디 다친 데 없어? 괜찮은 거 맞아?”그녀의 태도는 마치 심미연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보였다.강지한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마음속에 의심이 피어올랐다.‘심미연이 친구와 짜고 나를 속이려 한 건가?’심미연은 침착하게 신하린을 뒤로 밀었다.“하린아, 너 먼저 가. 여기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신하린은 급히 말했다.“내가 한 거 아니야. 저 여자가 스스로...”심미연은 그녀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알겠어. 그러니까 먼저 가.”지금 강지한의 태도가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신하린이 계속 머물러 있는 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신하린은 입술을 깨물며 눈가가 붉어진 채 병실을 나섰다.성무진도 강지한을 한 번 바라본 뒤 병실을 빠져나갔다.병실에는 강지한, 온지유, 그리고 심미연, 세 사람만 남았다.심미연은 침대 옆으로 걸어가 온지유를 내려다보았다.“때렸다면서? 많이 다쳤어? 진단은 받았어?”온지유의 얼굴에는 희미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진단이 필요할 만큼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으로 심미연을 쳐다보았다.“보이는 데는 안 때렸어. 그래서 진단도 못 받아. 믿기 싫으면 안 믿어도 돼!”심미연이 무언가 대답하기 전에 강지한이 목소리를 높였다.“바보야? 맞았으면 그 자리에서 다 말해야지. 만약 큰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거야?”온지유의 눈가가 금세 붉어지더니 억울함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참았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화

    심미연은 한동안 강지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날 희생해서 그 여자를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절대 안 돼.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강지한, 난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었어. 언제 시간이 되는지 말해. 법원에 다녀오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까.”그녀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떠올랐으나 마음 깊은 곳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강지한이 온지유를 편애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일 줄은 몰랐다.‘온지유가 나를 딛고 올라가게 놔둘 생각이라면, 꿈 깨!’강지한은 화가 난 듯 단호히 말했다.“이혼하고 싶으면 먼저 온지유 실검 사건부터 해결해. 그러면 너를 놓아줄게. 하지만 내가 나서게 된다면, 단순히 해명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그는 망설임 없이 그렇게 말했다.강지한은 심미연의 이혼 이야기를 그저 관심을 끌려는 또 다른 수작으로 여겼다. 그녀가 진심으로 이혼하려 한다고는 전혀 믿지 않았다. 결혼 전 그녀가 그와 결혼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했는지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늘 자신을 낮추고 강지한을 정성껏 보살피는 모습을 보여왔었다.‘남편을 위해 그렇게 헌신하던 여자가 그렇게 쉽게 떠날 리가 없지.’심미연은 정떨어지는 강지한이 모습에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지한 씨가 원하는 대로 할게. 지한 씨도 방금 했던 말을 꼭 기억해. 하린이 일도 이걸로 끝내.”어차피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 테니, 차라리 주도권을 쥐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강지한은 그녀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빛을 마주하며 잠시 불안감을 느꼈지만, 곧 자연스러운 태도로 돌아갔다.‘심미연이 지금은 이렇게 강하게 나오더라도 곧 다시 굽히고 들어오겠지.’“그럼 네 소식을 기다릴게.”는 그렇게 말하고 병실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심미연은 그 강렬한 압박감이 사라지자, 온몸에 힘이 풀리며 벽에 손을 짚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화

    강지한은 심미연을 품에 안은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마치 홀린 듯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하지만 심미연의 머릿속에는 병실에서 그가 온지유와 키스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며 손으로 강지한을 밀쳐내고 입을 막은 채 헛구역질을 했다. 그 소리를 들은 강지한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심미연, 지금 뭐 하는 거야? 무슨 뜻이야?”‘내가 널 키스했는데 구역질한다고?’심미연은 급히 티슈를 꺼내 입을 닦고 고개를 들어 눈가가 붉어진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린 곧 이혼할 사이야. 이런 스킨십은 적절하지 않잖아.”강지한은 그녀의 턱을 붙잡아 들어 올리며 강제로 눈을 맞추게 했다.“네가 약속한 일을 아직 끝내지도 않았잖아. 지금 이혼 얘길 할 단계가 아니야.”심미연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내일 해 뜨기 전까지 다 해결할 거야. 걱정하지 마.”그는 온지유를 위해 실검 사건을 서둘러 해결하려고 했다.온지유는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심미연은 아무리 경성에서 유명한 이혼전문변호사로 불려도, 그의 눈에는 그저 밥벌이를 위한 일일 뿐이었다.그녀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부닥치든, 강지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네가 했던 말 반드시 지켜.”강지한은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왔지만, 표정을 차갑게 유지하며 말했다.“난 당연히 지킬 거야. 안 그러면 당신이 직접 나설 텐데... 그땐 내가 살 길이 있을까?”심미연은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서글픔을 느끼며 더욱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헌신은 단 한 번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이렇게 차갑고 잔인했다.“그렇게만 알아둬. 내 앞에서 쓸데없는 잔머리는 굴리지 마.”강지한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어디 감히 대표님 앞에서 잔머리를 굴리겠어.”심미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화

    성무진은 김종욱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심미연이 차 문을 열고 내려선 상태였다.집사가 한 말을 듣고 심미연은 이미 상황을 대충 짐작했다.‘온지유의 등장은 할아버지가 기절한 원인일 거야... 아까 경고했었는데도 강지한은 믿지 않았지. 이제 할아버지가 쓰러졌으니, 강지한은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네? 지한 씨는 온지유 말고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집사는 심미연을 보자 더욱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빨리 따라오세요!”심미연은 빠른 걸음으로 집사를 따라가며 물었다.“주치의 선생님께 연락했나요?”“연락드렸습니다. 오시는 데 20분쯤 걸린다고 하네요.”“창문은 열어뒀어요?”“모두 열었습니다.”심미연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더 재촉했다.현관에 들어서자, 온지유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김 집사님, 큰사모님을 방으로 모셔서 쉬게 해주세요. 할아버지에게 방해되지 않게요.”강준형이 쓰러진 것도 결국 온지유 때문인데, 그녀가 그 자리에서 눈물 흘리며 동정을 사려는 모습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알겠습니다. 바로 그렇게 하겠습니다!”김 집사는 서둘러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심미연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는 김 집사가 온지유 앞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큰사모님, 피곤하실 테니 방으로 가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사실 김 집사는 온지유를 좋아하지 않았다. 늘 애교 섞인 목소리와 울먹이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온지유는 문가로 들어서는 심미연을 힐끗 보았다. 고요히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강지한에게 돌렸고, 그가 심미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속이 쓰려왔다.온지유가 입술을 꽉 깨물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할아버지를 화나게 해서 이렇게 되신 거예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입으로는 가겠다고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8화

    강준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강지한은 사업가로서 뛰어난 두뇌와 수완을 가진 인물로 유명했는데, 온지유와 관련된 일만 나오면 마치 머리를 두고 나오는 사람처럼 보였다.심미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강준형에게 국을 떠서 내밀며 조용히 말했다.“할아버지, 국 좀 드세요.”강준형은 국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마음속의 화를 조금이나마 진정시켰다.그러고는 다시 강지한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한마디 할게. 미연이는 매번 본가에 올 때마다 직접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서 나한테 대접해. 생선을 먹을 때는 뼈를 발라서 내주고, 정말 정성껏 날 챙긴다. 그런데 그 아이는 늘 소파에 앉아서 큰사모님인 척하며 도우미들에게 명령만 하지. 집안 도우미들이 그 아이 주변만 맴도니, 정작 날 챙길 사람마저 없잖아!”강준형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둘 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인데, 어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네!’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집에 요리사가 있는데 굳이 직접 요리할 필요가 있나요? 그리고 도우미는 원래 주인을 돌보는 의무가 있잖아요? 지유는 어릴 때부터 도우미들의 보살핌을 받았고 나약한 아이라 당연히 필요할 거예요.”그는 말하면서 힐끗 심미연을 보았다.‘이 여자는 출근할 때 정장, 퇴근 후에도 단정한 정장을 입고, 늘 사모님답게 단아한 모습만 보여주지. 심지어 침대 위에서도 고지식하고 재미가 없고... 함께 있으면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는 이 여자를 좋아하네... 생각해 보면 3년 전에도 할아버지 뜻에 따라 이 재미없는 결혼을 했지...’심미연은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국을 마셨다.숟가락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강지한에게 내가 한 모든 건 무의미하구나. 내가 일하는 건 단지 밥벌이일 뿐이고, 내가 요리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 여기는구나. 그런데도 3년 동안 내가 해준 음식을 먹었으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야.’강준형은 화가 나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9화

    강지한은 그녀의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 끌어안으며, 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속에 집어넣고 싶다는 듯 힘껏 품었다.“심미연, 너도 날 원하지? 한 번 ‘여보’라고 불러봐.”결혼 생활 3년 동안 두 사람은 거의 이틀에 한 번씩 함께 밤을 보냈다. 강지한은 어떻게 하면 심미연이 흥분하고, 어떻게 하면 그녀가 가장 행복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항상 짧은 시간 안에 그녀를 무너뜨릴 수 있었고, 그녀로 하여금 그를 간절히 부르게 만들었다.이미 이틀 동안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으니, 지금 그녀가 이렇게 부드럽게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런 야외에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강렬한 욕망이 치밀어 올랐다.심미연은 이를 악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운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겉보기에는 차갑고 도도한 강지한이었지만, 침대 위에서는 종종 그녀를 놀리며 애칭을 부르게 하는 것을 즐겼다.그러나 지금은 본가의 정원이었다. 도우미들이 없다고는 하지만, 혹시라도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어쩌나 싶었다.‘도대체 무슨 창피를 당하려고!’강지한은 그녀가 발버둥 치는 모습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천천히 자극하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착하지, 여보라고 한 번만 불러. 한 번만 들어보자.”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유혹적이어서 그녀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었다.강지한의 손길과 목소리에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심미연은 결국 조그맣게 중얼거렸다.“여... 여보...”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한 즐거움과 부끄러움이 섞인 음색이었다.그 순간, 강지한의 눈동자는 더 깊은 욕망으로 물들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두 사람이 다음에 벌어질 일을 서로 알아차렸을 때, 심미연은 얼굴이 새빨개지며 그의 품에 파묻혔다.그녀는 그의 가슴에 코끝을 비비며 생각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0화

    온지유는 속에서 불길이 치밀어 올랐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심미연이 부르잖아. 얼른 가. 난 신경 쓰지 말고!”강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기사님이 병원까지 데려다줄 거야. 금방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그는 온지유를 차로 데리고 가 조심히 태웠다.“안정 좀 취하고 있어. 곧 병원에 도착할 거야.”그 후 그는 운전기사에게 차를 출발시키라고 지시한 뒤, 집 안으로 돌아갔다.온지유는 차창 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강지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을 꽉 쥐었다.‘저 늙은이! 언젠가 내 앞에서 죽어가는 걸 꼭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거야!’강지한이 본가로 들어섰을 때, 거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심미연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김 집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둘 사이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해 보였다.강지한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심미연은 본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왜 온지유한테는 그렇게 날을 세우는 거지?’그가 들어오는 소리에 심미연이 과일을 입에 넣으며 그를 힐끗 보더니 2층을 가리켰다.“할아버지는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셔.”그녀는 강준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담담했다.김 집사는 미소를 거두고 강지한에게 다가왔다.“둘째 도련님, 저를 따라오세요.”김 집사는 속으로 생각했다.‘사모님은 이렇게 온화하고 선한 분인데, 둘째 도련님은 어찌 저리 냉정하고 무심할까. 사모님이 언젠가 참다못해 이혼이라도 요구하면 어르신은... 어휴,난리 나시겠네.’강지한은 짧게 대답한 뒤 계단을 오르며 김 집사에게 물었다.“김 집사님, 왜 지유한테는 큰사모님이라고 부르면서 미연이한테는 그냥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난 둘째 도련님이니, 미연이가 둘째 사모님이어야 맞지 않나요?”김 집사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예전에 말씀하시길, 자신이 인정하는 손주며느리는 사모님 한 분뿐이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호칭은 사모님께만 해당합니다.”강지한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그럼

최신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9화

    수화기 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지고서야 할아버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 내가 너를 도울 수 없어.”설사 다시 그를 도와 심미연에게 돌아오라고 사정한다고 하더라도 심미연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무엇보다 강지한이 한마음 한뜻으로 심미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심미연에게 자신의 삶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낫다.“미연이는 할아버지의 말을 가장 잘 듣잖아요? 할아버지가 얘기하면 틀림없이 들을 거예요. 3년 전에 할아버지가 나에게 미연이와 결혼하라고 강요했듯이 이번에 할아버지가 미연이에게 나와 결혼하라고 강요할 수 있잖아요.”강지한의 말투는 마치 어린아이가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면 되는 일인 것 같았다.“미연이는 너와 3년이 지냈는데 만약 이미 단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혼을 제기할 수 있었겠어?”할아버지는 냉담하게 중얼거렸다.“어렵게 이혼했으니 미연이는 틀림없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강지한은 원래 할아버지에게서 위로를 구하려고 했는데 결국 할아버지의 의기소침한 말에 난처해졌다.“심미연이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네가 정말 포기할 수 없다면 스스로 쫓아가서 자신의 실력으로 되돌려.”할아버지는 심미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강지한 앞에서 항상 다소곳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것은 강지한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녀가 강지한에 대한 사랑을 내려놓으면 절대 남에게 좌지우지될 그런 사람이 아니다.강지한은 심미연을 몰라서 더는 말하기 귀찮았다.“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만 끊어요.”강지한은 할아버지가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는 이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이번 주 안에 온지유의 일은 반드시 나에게 처리 결과를 주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을 쓸 거야!”할아버지는 강지한이 온지유를 감싸주느라 사람을 보내 조사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나중에 묻는다면 아무렇게나 핑계를 대고 얼버무리기 때문에 그에게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알아요.”강지한의 머릿속에는 방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8화

    강지한은 입술을 감빨고 나서 말했다.“그럼 내가 찾아볼게.”요즘 메일이 너무 많아서 그는 다 열어볼 수가 없었다.“또 무슨 일 있어요?”“넌 먼저 나가 있어. 내가 일이 있으면 다시 부를게.”강지한은 말하면서 메일을 찾았다.하지만 귀신이 들린 듯 그는 [중독]이라는 발신자의 메일을 눌렀다.아마 이 이름이 특별해서일 지도 모른다.그러나 강지한의 예상과는 달리 이 메일에는 온지유의 범행이 모두 적혀 있었다.메일을 지우고 난 강지한은 검색창을 껐다.‘[중독]이 누구지? 어떻게 온지유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 만약... 이 사람이 보낸 것들이 모두 진짜라면...’그럼 그가 3년 동안 심미연에게 했던 말들, 한 일들...강지한은 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숨을 깊게 들이쉬며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삭이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그의 생각을 끊었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인터넷 검색어 봤어?”그는 어르신의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억눌린 분노를 분명히 알아차렸다.“못 봤어요. 왜요? 무슨 일인데요?”강지한은 모르는 척했다.“실시간 검색은 이미 취소되었지만 내가 동영상을 저장했으니 바로 너에게 보낼게!”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이번에는 걔를 감싸주지 마. 반드시 처벌을 받게 해야 해!”강지한은 손을 뻗어 미간을 비볐다.“할아버지, 일단 흥분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하게 할 거예요. 진실을 밝힌 후 법정에 세울 거예요.”사실이라면...“조사할 필요 없어. 이 동영상이 진짜라는 것을 다 알고 있어!”할아버지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온지유처럼 악독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온지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억울하게 할 수는 없어요.”강지한은 감정을 억누르고 침울하게 말했다.“온지유를 향한 편견은 강지성과 결혼한 날부터 있었어요. 왜 그랬어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7화

    “뭐?”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은 이미 처리되었고 동영상은 제가 대표님에게 메일로 보냈어요.”성무진이 낮은 소리로 말하자 강지한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성무진은 하늘이 곧 무너질 만큼 큰일이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작은 일인 것처럼 말했다.“그럼 전 먼저 일하러 갈게요.”성무진은 강 대표님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도대체 기분이 안 좋은 걸까? 아니면 분노인 걸까?’기왕 알아맞힐 수 없다면 추측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IP 찾았어?”강지한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어젯밤에 성미연이 그와 온지유가 동거한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이런 실시간 검색이 떴으니 데 우연인지 누가 일부러 그런 건지 의심이 됐다.“해외 IP 예요.”성무진은 잠시 멈칫하다가 갑자기 중요한 일이 떠오른 듯 말했다.“강 대표님, 오늘 아침에 실시간 검색에 오른 건 [나쁜 대표님과 그의 여자들]이라는 만화가 하나 더 있어요. 어제 올리자마자 바로 인기를 끌었는데 작가는 하룻밤 사이에 50만 명의 팔로워를 올렸어요.”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만화가 흥행하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성무진이 너무 심심하지 않은 이상 그와 이런 가십을 떨리 없다.성무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 만화의 첫 편은 나쁜 대표님이 만나고 있는 애인이 배우자의 외할머니를 죽이는 거예요. 그래서 원래 배우자는 나쁜 남자와 그의 내연녀를 모두 고소했어요. 배우자는 나쁜 남자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나쁜 남자가 내연녀에게 이체한 돈을 강제로 돌려주었고 선물도 모두 절반을 회수했어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한은 말머리를 이어갔다.“이 만화가 나를 비추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지?”“저는 그런 말 안 했어요.”설령 그가 마음속으로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말할 수는 없었다.“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밤 CCTV 영상을 확인해 봐.”이 일에 대해 그는 줄곧 온지유를 믿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6화

    온지유는 놀라서 얼른 손을 내저었다.“물론 아니야! 나는 줄곧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어!”그녀는 두 사람이 일찍 이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어떻게 그들이 잘 되기를 바라겠는가!“지난번에 진성에서 내 휴대폰을 건드린 적이 있어?”강지한은 평온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온지유는 강지한이 갑자기 이것을 물어볼 줄을 예상하지 못하고 몸을 바짝 조였다.강지한이 이 일을 조사할 것이라고 여태껏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지금 갑자기 물어보니 조금의 준비도 없었다.“왜 내 휴대폰을 건드려?”강지한의 표정은 조금 더 차가워졌다.심미연이 그의 합법적인 아내라고 해도 그는 그녀가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는 것을 허락한 적 없는데 하물며 온지유는 오죽하겠는가.온지유의 행동은 이미 그의 인내심을 도전했다.온지유는 마음이 잔뜩 긴장되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지한 씨, 내 설명을 좀 들어줘.”“말해!”강지한이 내뱉은 한 마디는 소름 끼치게 차가웠다.온지유의 심장은 두근두근 빨리 뛰며 그녀의 가슴을 힘차게 두드렸다. 주먹을 꽉 쥐어 그녀의 손가락은 하얗게 변했지만 눈빛은 강지한의 그 깊고 예측할 수 없는 눈동자에서 감히 떠나지 못했다.방 안의 공기는 굳은 것처럼 호흡이 유달리 무거워 보였다.한참 후 온지유는 이를 악물고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지한 씨, 나... 나 그때 부주의로 잘못 눌렀어.”이것은 이미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계였다.사실 이런 말로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온지유, 그 말이 나를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강지한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있었는데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공기를 가르고 온지유의 취약한 심리적 방어선도 무너뜨렸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는데 마치 당장이라도 모든 수수께끼를 해결할 것 같았다.온지유는 목이 말라 마른 침을 삼키며 탈출할 틈새를 찾으려 했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5화

    온지유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눈에서 계산이 스치더니 재빨리 따라갔다.계단을 내려갈 때 그녀는 일부러 발을 헛디디고 아래층으로 굴러떨어졌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안고 비명을 질렀다.“지한 씨, 나 좀 구해줘!”강지한은 몸을 돌려 굴러떨어지는 그녀를 보고 다리를 틀어 막았다.온지유의 몸이 멈추자 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지한 씨, 너무 아파!”온지유가 그의 다리를 안고 울음을 터뜨리자 강지한은 허리를 숙여 그녀를 안았다.온지유가 이마를 부딪쳐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본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강지한이 침묵하는 것을 본 온지유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감히 말할 수도 없었고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참고 있는 그 모습은 보기에 참 불쌍했다.강지한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조심해서 걷지 그랬어.”“난... 지한 씨를 빨리 따라가려다가 조심하지 않아 발을 헛디뎌 떨어졌어. 지한 씨, 걱정하지 마. 나 이미 안 아파. 정말이야.”그녀는 매우 급하게 말했는데 마치 강지한이 믿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내가 의사에게 와서 검사해 달라고 할게.”강지한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말했다.“아주머니, 전화해서 의사를 불러와요.”곧 임혜자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둘째 도련님,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저 아니에요.”강지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계단 입구에 나타나 고개를 들어 강지한이 온지유를 안고 있는 것을 본 임혜자는 멍해졌다.‘둘째 도련님과 사모님이 이렇게 다정하니.’“전화해서 의사 불러요!”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심미연이 떠나니 그가 말하는 것을 임혜자조차 알아듣지 못한다니.임혜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네, 제가 바로 전화할게요.”큰 사모님은 어제저녁에 오셨다. 다들 둘째 도련님이 집에 없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곧바로 둘째 도련님의 침실로 달려갔다.원래 그들은 그녀가 둘째 도련님의 침실을 보러 가서 둘째 도련님이 집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떠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4화

    “여기까지만 말할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강지한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그는 이 정도만 말할 수 있을 뿐 다른 것은 이진영 자신이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그는 그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릴 수 없다.휴대폰을 내려놓자 그는 이미 잠기가 완전히 가셨다.방금 이진영이 한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심미연 이 여자, 내가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그는 고개를 저으며 심미연 모습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을 수록 그녀의 모습은 더 선명하게 변했다.괜히 마음이 초조해진 그는 아예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 외투를 걸치고 서재로 갔다.그동안 회사와 심미연의 관계가 어색해지며 그는 일의 효율이 낮아져 많은 일이 쌓여 있었다. 어차피 잠이 오지 않으니 그는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문을 밀고 서재에 들어서자 책상 위의 꽃병에 꽂힌 안개꽃이 한눈에 보였다.그의 생각은 단번에 이전으로 되돌아갔다.심미연이 그와 결혼해 미르 파크에 들어온 후부터 매일 집에 신선한 꽃이 있었다. 공기 중에는 떠다니는 꽃향기가 폐로 흡입돼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또 각양각색의 아침 식사가 있었는데 매일 반복하지도 않았다.그 외에도 그는 매일 옷차림도 여러 스타일로 바뀌었으며 옷과 바지가 영원히 검은색과 회색이어도 심미연은 생동감 있고 생기발랄한 셔츠로 매칭할 수 있었다.심미연과 결혼한 지 3년이 되니 이런 것들은 이미 그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지금 심미연이 사라졌어도 그의 생활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아무런 차이도 없지만 사실 그만이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변했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미간을 누르며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파일 처리를 시작했다.바쁜 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간다.곧 날이 밝아 따뜻한 아침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강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최근 그의 담배도 점점 잦아지고 있는데 매일 적지 않은 양을 피우고 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3화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화를 낼 것이다.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멀리해야 한다.“할 말 있으면 빨리해!”한밤중에 잠에서 깼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너 새 애인이랑 동거한다며?”이 말은 어차피 심미연이 한 말이고 그는 단지 그대로 뱉었을 뿐이다.“왜? 이씨 가문이 무너질 것 같아? 너 가십거리나 듣고 다닐 만큼 한가한 거야?”강지한이 차갑게 웃었다. 쌀쌀한 목소리는 이런 밤에 유난히 소름 끼치게 들렸다.“이 말은 네 전처가 알려준 건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정말 그가 말했더라면 강지한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심미연이 어떻게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두 사람 아주 잘 알아?”이혼하더니 누구든 남자면 모두 강지한의 눈에는 연적일 수 있었다.“미연 씨가 나를 훈계하자마자 너를 언급했어.”이진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허튼소리를 했다.어차피 강지한이 심미연에에 물어볼 수도 없을 테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자신만 알 것이다.“허, 이혼했는데도 나를 지켜보는 거야?”강지한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심미연이 아직 그를 잊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네가 새 애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야?”이진영은 사실 본인이 더 궁금했다.그의 인상 속에서 강지한은 그렇게 빈틈없이 여자를 곁에 두는 사람이 아니었다.“내 새 애인이 누군데?”강지한은 의아해하며 심미연 이 여자가 뒤에서 그의 명성을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네가 모르면 난 더 모르지.”이진영은 심미연이 일부러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했다.어쨌거나 그는 그때 그녀가 임신한 일을 강지한에게 알리겠다고 했으니 그녀는 그가 강지한에게 말하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나도 모르는 일을 전처가 잘 알고 있다니.”강지한은 실눈을 뜨고 생각하다가 마음속에 한 가지 의심이 스쳤다.오늘 저녁에 온지유가 미르 파크에 머무는데 집안의 아줌마가 심미연에게 말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그 여자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2화

    순간 심미연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난 강지한이랑 이미 이혼했어요.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는 내가 결정해요. 게다가 강지한은 지금 이미 새 애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꼭 알고 싶을 것 같지 않아요.”“네? 강지한이 새 애인과 함께 산다고요? 누군데요?”이진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강지한은 그런 사람 아니지만 강지한의 이 전처는 독한 사람인 것 같았다. 아이에게 강지한을 인정하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진영 씨가 알고 싶으면 강지한에게 물어봐도 돼요. 강지한은 당사자니 나보다 더 잘 알겠죠. 다 물었으면 이제 미연이를 위층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요?”겨울이 되어 밤 온도는 매우 낮았다. 심미연도 조금 쌀쌀하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외투를 꼭 잡았다.이진영은 눈빛을 그녀의 외투로 향하더니 눈썹을 실룩이며 두 사람이 이 정도로 사이가 좋다는 걸 강지한이 알면 미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진영 도련님?”심미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몇 데시벨 높였다.이진영은 정신을 차리고 인사하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심미연과 박유진 사이는 강지한이 고민할 문제지 아무 상관 없는 그가 많은 걱정을 할 필요 없다.신하린을 안고 차에서 내린 이진영은 박유진이 차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심미연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그의 눈 밑에 비치는 사랑은 숨길 수 없었다.이진영은 강지한 대신 자기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었다.이대로 가면 강지한은 아웃될 것이 확실하다.“진영 도련님, 가요.”심미연의 목소리에 이진영은 비로소 생각을 접고 발걸음을 내디뎠다.박유진은 줄곧 제자리에 서서 심미연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후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뱃를 한 모금 들이켜니 머릿속이 온통 심미연의 모습으로 가득하였다.휴대폰 벨 소리가 그를 생각에서 끌어냈다.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한 그는 연결 버튼을 눌렀다.“기한성이 내일 비행기로 경성에 도착해.”박유진은 무덤덤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1화

    “언제 검사하러 가? 내가 같이 갈게.”박유진은 화제를 바꾸어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가자!”심미연이 거절하려고 할 때 박유진이 입을 열었다.“내가 줄 서는 거나 비용을 내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너 임산부인데 이리저리 뛰어다니려면 너무 피곤할 거야.”심미연은 자기도 모르게 침묵했다.예전에 이진영과 신하린이 사귈 때 이런 우대를 받아도 괜찮으나 이제 이진영은 결혼 상대도 있고 신하린과의 관계도 유지할 수 없으니 그녀는 더는 뻔뻔스럽게 다른 사람이 주는 우대를 받을 수 없다.하지만 검사를 받으려면 줄을 서야 하고 또 위층과 아래층을 오르내려서 심미연 혼자서는 확실히 매우 피곤하긴 했다.박유진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그녀가 다시 거절하는 것이 오히려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았다.“그럼 다음번 검사 때 부를게.”박유진은 그녀의 대답에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전에 넥타이에 넣었다고 했던 카드를 가져왔어?”심미연은 갑자기 그 일이 떠올랐다.“차에 있어.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네 차는 내가 비서에게 가져가라고 할게.”박유진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유난히 부드럽게 들려 마치 여자를 달래는 것 같았다.심미연이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1시가 되였다. 이렇게 늦게 혼자 차를 몰고 집에 돌아가는 것은 확실히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유진을 따라 차에 올랐다.“넌 임산부야. 앞으로 이렇게 늦게 다니지 마.”박유진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말했다.“너 먼저 좀 자. 도착하면 내가 깨울게.”그는 잔소리하고 있었지만 심미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강지한과 결혼한 3년 동안 할아버지는 가끔 그녀의 귓가에 몇 마디 했다.지금 그녀가 이혼했으니 그녀가 할아버지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어 잔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이미 졸음이 밀려온 심미연은 차가 시동을 건 지 얼마 가지 않아 잠이 들었다.여자의 얕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유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랑이 넘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일부러 차의 속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