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7화

작가: 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06 19:00:00
정은은 문을 열고 나가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큰 오빠?”

남자는 고개를 돌리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은아?”

‘정말 인훈 오빠였어!’

소진우와 박나영의 외아들 소인훈.

인훈은 우산을 챙기지 않아 티셔츠는 이미 반쯤 젖었고, 머리에서도 물이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은은 재빨리 휴지를 꺼내 건네주었다.

“좀 닦아, 여름이지만 머리카락이 젖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워.”

“고마워.”

인훈은 닦으면서 감탄했다.

“넌 여전히 어렸을 때와 똑같구나. 세심하고 다정하고.”

서점과 옆의 백화점은 연결되어 있었다. 기왕 만난 이상, 밖에 비가 내리고 있으니 남매는 같이 밥을 먹으려 했다.

정은은 이미숙에게 전화로 오늘 점심에 돌아가서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숙은 몇 마디 물었지만 뭐라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레스토랑 안.

경쾌한 음악은 흐리고 궂은 날씨를 밝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창가에 자리를 잡았고, 커다란 유리는 빗소리를 차단하며 오직 빗방울이 떨어지는 풍경만 남겼다.

정은은 종업원의 추천으로 몇 가지 간판 요리를 골랐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행인이 매우 적었지만 차가 엄청 많았다.

눈빛을 돌리자, 뜻밖에도 인훈과 눈을 마주쳤다. 정은은 멈칫하더니 수줍게 웃었다.

사실 어렸을 때 그녀는 인훈과 사이가 아주 좋았다. 두 사람은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자주 함께 놀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남매는 자주 연락했다.

인훈은 매번 정은을 찾아올 때마다 맛있는 것을 가져다주었다.

정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때로는 과일빵, 때로는 과자, 때로는 아이스크림.

그것은 무미건조한 시간들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정은은 학업과 연애 때문에 바쁘기 시작했고, 인훈은 일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쳤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자, 정은은 도겸 만을 바라보면서 그와 함께 고생하고 회사를 차리며, 그의 일상을 돌보았다. 그리고 인훈은 회사에서 나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올라왔다.밥을 먹는 동안, 인훈의 전화는 거의 끊어지지 않았으며, 모두 회사 일이었다.가까스로 잠잠해질 때에야 그는 미안해하며 정은을 바라보았다.“어제 할머니 생신잔치에서 너무 바빠서 너와 인사도 못 했어.”“괜찮아.”인훈은 소씨 가문의 장손이며 또래의 유일한 남자아이이기에 자연히 접대를 면할 수 없었다.“지금 서비대학교 대학원생이라며? 나도 마침 J에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락해. 핸드폰 번호는 여전히 그대로야. 너 아직 저장하고 있지?”“응, 그럼.” 정은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오빠.”“왜 이렇게 사양을 하는 거야.”정은은 반박했다.“이건 예의야.”인훈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오빠, J시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인훈은 채소를 먹었다.“친구와 함께 스마트 홈웨어 회사를 하나 차렸어. 전부 지능적인 홈웨어를 사용하는 거야. 그냥 현대 하이테크로 집을 인테리어 한다고 생각하면 돼. 예를 들면 로봇으로 지령을 내린다거나, 집 온도를 조절하는 거지...”최근 인공지능이 흥기하면서 인테리어 업계도 서서히 재편되기 시작했다.다만 현재로서는 전통적인 인테리어가 여전히 절대적인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사람들은 여전히 스마트 홈웨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인훈은 대학에 컴퓨터 AI지능을 배웠는데, 스마트 홈웨어를 하는 것도 전공이 들어맞는 셈이었다.정은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 인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정은도 전문적인 것을 묻지 않고 단지 그에게 장사가 어떠냐고 물었다.인훈은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홈웨어를 하기 시작한 후에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게 되었어. 게다가 지능 홈웨어는 새로운 트렌드라서 지금은 좀 어려워.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어. 그냥 대충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셈이야.”그는 똑똑히 말하지 않았기에, 정은은 인훈의 회사가 확실히 비교적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그러나 화장실에서 돌아와 테라스를 지날 때,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9화

    정은은 두 팔을 벌리고 소파에 누우며 편안한 소리를 냈다.“정말 좋네요, 이제야 우리 집 같아요.”“좋지 않을 리가 있겠어?” 소진헌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세 가정주가 위층 아래층을 꼬박 세 시간 동안 치웠잖아. 네 엄마가 직접 감독했는데, 모든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았다고.”“어? 엄마는요?” 정은은 누워서 두리번거렸다.“방금 전까지도 여기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사라진 거지?”이때 이미숙은 핸드폰을 들고 서재에서 뛰어나왔다.그녀의 볼은 흥분으로 인해 빨개졌고, 두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터졌어!”“응?”“뭐가 터졌어요?”부녀는 어리둥절해졌다.이미숙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가능한 한 감정을 가라앉혔다.“새 책! 내 새 책 말이야!”나석천은 동작이 빨랐다.지난번에 두 사람이 J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긴박하게 책을 출판하기 시작했다.전기 홍보는 ‘미스터리 퀸 이미숙의 복귀, 12년 만에 새 책으로 재등장! 『살기』, 『황량한 마을 학교』에 이어 또 하나의 스릴러 괴담과 함께 돌아오다.’홍보는 충분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이미숙은 이미 오랫동안 미스터리 작품을 창작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름은 여전히 유명하지만, 그것도 다 지나간 일이었다. 현재 신인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대부분 독자들은 이미숙이 복귀해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지금은 또 팬문화가 유행하고 있어서, 작가들도 아이돌이나 스타처럼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했다.이런 방식으로 독자를 축적한 다음, 이 독자들은 또 온라인 차트에서 돈을 내고,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며, 마케팅까지 더하면 점차 인기를 끌 것이다.이미숙은 그동안 공개된 SNS 계정조차 없었으니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팬이 어딨겠는가?그래서 새 책은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이미숙은 이 일을 알고 이틀 정도 낙담했다. 그러나 나석천은 강심장이라 압박을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그녀를 위로했다. 이런 마케팅도 잠시일 뿐, 독자들은 결국 내용을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0화

    나석천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6만 권이에요!]이미숙은 어리둥절해지더니 저도 모르게 물었다.“뭐가 6만 권이라는 거죠?”[일일 판매량이요! 어제 일일 판매량이 이미 6만 권을 돌파했어요! 그해 『살기』가 세운 판매 기록을 타파했단 말이에요! 최근 10년... 아니, 20년!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책은 한 권도 없었어요! 이 작가님.]나석천을 또박또박 말했다.[지금 새 책이 터졌어요! 인기가 터졌다고요!’대박이 아니라 터졌다니.처음에 나석천도 마음이 답답했다.새 책 출시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이렇게 참담할 줄은 몰랐다.그와 라이벌인 다른 한 편집장은 그와 불화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번에는 기회를 잡고 실컷 비웃었다. 나석천이 늙었다고, 안목도 없다고. 수천만 원을 보지도 않고 바로 썼지만 그 결과, 그는 여지없는 패배를 맞이했다.나석천은 상대방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생각했다.그는 이미숙의 모든 책을 전부 보았는데, 제재든 내용이든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고, 큰 인기를 끌 잠재력이 있었다.이번에 그들은 특별히 몇 권의 책 중 가장 좋은 책을 골라 먼저 출판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니.‘그럴 리가! 이 작가님 지금도 인기가 있는 작가님인데! 비록 확실히 10년 동안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살기』와 『황량한 마을 학교』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었다. 매달마다 판매량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적지 않았다.‘한물간 것도 아닌데!’나석천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느껴 아예 홍보팀을 끌고 회의를 열었다.내용도 문제 없고, 이미숙도 여전히 인기 작가였으니 그렇다면 홍보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밖에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나석천은 자세히 물어본 후에야 홍보팀이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이미숙의 독자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였다.‘어쩐지 인기가 없더라니, 독자들을 제대로 찾지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1화

    [정말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럼 나도 볼래요!][저만 믿어요, 이 소설 보고 나면, 앞으로 절대 두부를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왜요?][답은 모두 책 속에 있어요.]이틀 후, ‘뚱보 책읽기’는 또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번에 그는 아버지 대신 『7일담』의 표지만 올렸다.[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책만 본 것 같아.]은 이 일을 빌어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리고 젊은이들이 출격하기 시작했다.이주도 안 되는 시간에 ‘7일담 클럽’이라는 계정까지 나타났다.나이 먹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가 마침내 젊은이 사이들에서 유명해졌다고 느꼈다.그제서야 『7일담』의 독자들은 비로소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작가 선생님은?]책이 이렇게 터졌는데, 왜 작가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는 것일까?전에 판매량이 좀 좋았던 책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작가가 튀어나오며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을 홍보했다.『7일담』은 모두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작가님은 아주 조용했고 심지어 핸드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이미숙은 확실히 이 일을 몰랐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넷을 탈퇴했고, SNS 계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핸드폰조차도 스마트폰이 아니었다.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이미숙은 이런 느낌을 더욱 즐겼다. 마치 핸드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한가하게 책을 보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그녀는 인터넷 여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싶어 주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비방과 욕설이 있으면 자연히 박수와 칭찬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미숙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부 차단하고 싶었다....정은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책 제목을 검색했다.[7일 담.]‘헐,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구나.’네티즌들의 추천도 있었고, 유명한 독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바로 『7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화

    알만한 사람들은 소정은이 강도겸을 미친 듯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랑은 자신의 생활도, 공간도 없이, 하루 24시간 강도겸을 중심으로 돌아갔다.매번 이별 후 사흘이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와 재회를 청했다. 누구나 이별이라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정은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도겸이 새로운 연인을 안고 들어올 때, 방안은 오묘한 정적이 5초간 흘렀다. 그러자 정은은 귤을 까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왜 다들 말이 없어? 나를 왜 봐?”“정은아.”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도겸은 아무렇지 않게 여자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 노골적이고도 태연했다.“생일 축하해, 선우야.”정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일인 선우를 생각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화장실 좀 다녀올게.”문을 닫을 때, 정은은 안에서 이미 대화가 시작된 것을 들었다.“형, 정은이 여기 있잖아요. 미리 얘기했는데 왜 여자를 데려왔어요?”“맞아! 도겸아, 이번에는 너무했어.”“신경 쓰지 마.” 도겸은 여자의 허리를 매만지며 담배를 피웠다. 흰 연기 속에서 미소 짓는 모습이 마치 세상을 게임처럼 여기는 방탕한 사람 같았다. 남은 대화는 문이 닫혀서 정은은 듣지 못했다. 정은은 침착하게 화장실에서 나와 화장을 고치며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정말 비참하군.”비참한 삶. 정은은 깊이 심호흡하며 결심했지만, 방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정은은 참을 수 없이 문손잡이를 꽉 쥐었다. 도겸은 여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었고, 타액이 두 사람 사이에서 티슈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주변 사람들은 웃으며 소란을 피웠다.“역시 도겸이네! 제대로 놀 줄 알아!”“분위기 끝내주네, 한 번 더!”정은의 문손잡이를 잡은 손이 떨렸다. 이 사람이 자신이 6년간 사랑한 남자라니. 지금, 이 순간 그저 헛웃음만이 났다.“야, 그만해.” 누군가가 작게 경고하며 문 쪽을 가리키자, 모두가 일제히 그쪽을 보았다.“정은, 돌아왔네? 이거 다 장난이야, 신경

    최신 업데이트 : 2024-08-2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2화

    식탁 쪽.“왜 죽이 없죠?”“보양식 죽 말이죠?”“보양식 죽?”“네, 정은 아가씨가 자주 끓여준, 찹쌀과 표고버섯, 황태, 대추를 함께 끓인 그 죽 말씀하시는 거죠?”“아이고, 그거 준비하려면 표고버섯, 황태랑 대추만이라 해도 전날에 준비를 해놔야 해요.”“그리고 불 조절이 특히 중요해요. 저는 정은 아가씨처럼 인내심이 없어서 계속 불을 볼 수 없어요. 제대로 끓여내지 못해요.”“그럼 고기 소스 좀 가져다줘요.”“그래요. 도련님.”“맛이 이상한데요?” 도겸은 병을 훑어보았다. “포장도 다르네요.”“도련님이 자주 먹던 그건 이미 다 먹어서 이제는 이거밖에 없어요.”“나중에 마트 가서 두 병 사다 놔요.”“못 구해요.”왕순자는 약간 난처하게 웃었다. “그것도 정은 아가씨가 직접 만든 거라서, 저는 못 해요.”쿵! 도겸은 깜짝 놀랐다.“음? 도련님, 식사 안 하세요?”“네.”왕순자는 도겸이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당황했다. ‘갑자기 왜 화를 내시는 거지?’...“게으름뱅이! 일어나!”정은은 몸을 뒤척이며 눈을 뜨지 않았다. “시끄러워, 조금만 더 잘래.”조수민은 화장을 마치고 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곧 8시야, 너 강도겸한테 아침 안 해줘도 돼?”예전에도 정은은 가끔 외박하곤 했지만, 새벽에는 돌아갔다. 도겸의 속을 위해 보양식 죽을 끓이기 위해서였다. 수민은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겸이 다친 것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배달을 시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정말 사람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쓸데없는 습관이었다.수민이 계속해서 부르자 정은은 잠결에 손을 흔들었다. “안 해줘도 돼, 헤어졌어.”“오, 이번에는 며칠 동안 헤어지려고?”수민의 말에 정은은 할 말을 잃었다.“그래, 그럼 더 자. 아침 식사는 탁자 위에 있어. 나는 일하러 간다. 그리고 나 저녁 약속이 있어서 저녁은 준비하지 마.”“됐다. 너 어차피 다시 돌아갈 거지? 그럼 나갈 때 베란다 창문 좀 닫아줘.”정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8-2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3화

    “자리 찾기 힘든가? 내가 나가서 도와줄까요? 음?”도겸의 어두운 표정을 눈치챈 선우는 뒤늦게 깨달았다. “어... 형, 누나... 아직 안 돌아왔어요?” 이미 3시간이 넘었고 도겸은 두 손을 펼치며 어깨를 으쓱했다. “뭘 돌아와? 이별이 장난이야?” 그 말을 마치고 도겸은 선우를 지나 소파에 앉았고, 선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헤어진 거야?’하지만 곧 선우는 머리를 흔들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겸이라면 이별을 말한 뒤 다시는 붙잡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정은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 모든 여자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어도, 정은은 그렇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도겸아, 왜 혼자야?” 고동건이 재미있는 듯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내기한 3시간은 이미 지났고, 하루가 다 갔어.”그러자 도겸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기에서 졌으니 벌칙을 받아야지. 벌칙은 뭐야?”진심으로 하는 말에 동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오늘은 다른 거 해보자. 술 마시는 거 말고.”“뭔데?”“정은이한테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를 하는 거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사랑해.’ 라고.”동건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고 선우는 도겸의 전화로 정은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차단된 건가?’ 도겸은 잠시 멍해졌다.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고 서로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선우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그... 아마도 진짜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걸 거예요. 정은 누나가 형을 차단할 리가 없잖아요.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선우는 말하며 자신도 민망해졌고 동건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어쩌면 정은이 이번에는 진짜일지도 몰라.”그러자 도겸은 코웃음을 쳤다. “이별이 진짜지 그럼 가짜야? 이별이 무슨 애들 장난이야? 이런 내기 다시는 하지 말자. 앞으로 누가 소정은에 대한 말을 꺼내면, 친구로 지낼 수 없을

    최신 업데이트 : 2024-08-2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화

    어젯밤엔 술을 꽤 많이 마셨다. 새벽이 되자 선우가 또 한잔하자고 했고, 강도겸은 운전기사가 이끌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침대에 쓰러져 바로 잠에 빠질 것 같았지만, 억지로 정신을 차려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며 그는 문득 중얼거렸다.‘이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구나.’몽롱한 상태에서 도겸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눈을 뜨자, 위에서 끊어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으으...” 도겸은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며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다.“속 쓰려! 소정은!”그 이름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도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정은은 참 대단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끈질기게 버텼던 그녀였다.‘좋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자. 근데… 약은 어디에 뒀지?’도겸은 거실로 나가 약을 찾기 시작했다. 모든 서랍을 뒤져보았지만, 약상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그는 왕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위장약을 찾으시는 건가요? 약상자에 넣어둔 걸로 알고 있어요.]도겸은 이마에 핏줄이 뛰는 것을 느끼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약상자가 어디에 있죠?”[옷장 서랍 안에 있어요. 정은 아가씨가 도련님이 술을 마신 후 아침이면 위가 아플 걸 알고 쉽게 찾을 수 있게 두었다고 하더라고요. 여보세요? 도련님? 아직 듣고 계시죠? 전화 끊으신 건 아니죠?]도겸은 옷장으로 가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자주 먹던 위장약이 다섯 통이나 들어 있었다. 약을 삼키고 나니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서랍을 닫으려는 순간, 도겸은 갑자기 멈춰 섰다. 서랍 속에 보석과 명품 가방은 여전히 있었지만, 정은의 모든 신분증, 여권, 학위증, 졸업증 등은 온데간데없었다. 게다가 구석에 쌓여 있던 캐리어 중 하나도 사라져 있었다.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좋아, 좋네, 좋아...”도겸은 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너무 자유롭게 둬도 안 돼. 자유를 줄수록 더 고집을 부리니까.’

    최신 업데이트 : 2024-08-27

최신 챕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1화

    [정말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럼 나도 볼래요!][저만 믿어요, 이 소설 보고 나면, 앞으로 절대 두부를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왜요?][답은 모두 책 속에 있어요.]이틀 후, ‘뚱보 책읽기’는 또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번에 그는 아버지 대신 『7일담』의 표지만 올렸다.[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책만 본 것 같아.]은 이 일을 빌어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리고 젊은이들이 출격하기 시작했다.이주도 안 되는 시간에 ‘7일담 클럽’이라는 계정까지 나타났다.나이 먹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가 마침내 젊은이 사이들에서 유명해졌다고 느꼈다.그제서야 『7일담』의 독자들은 비로소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작가 선생님은?]책이 이렇게 터졌는데, 왜 작가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는 것일까?전에 판매량이 좀 좋았던 책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작가가 튀어나오며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을 홍보했다.『7일담』은 모두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작가님은 아주 조용했고 심지어 핸드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이미숙은 확실히 이 일을 몰랐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넷을 탈퇴했고, SNS 계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핸드폰조차도 스마트폰이 아니었다.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이미숙은 이런 느낌을 더욱 즐겼다. 마치 핸드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한가하게 책을 보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그녀는 인터넷 여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싶어 주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비방과 욕설이 있으면 자연히 박수와 칭찬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미숙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부 차단하고 싶었다....정은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책 제목을 검색했다.[7일 담.]‘헐,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구나.’네티즌들의 추천도 있었고, 유명한 독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바로 『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0화

    나석천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6만 권이에요!]이미숙은 어리둥절해지더니 저도 모르게 물었다.“뭐가 6만 권이라는 거죠?”[일일 판매량이요! 어제 일일 판매량이 이미 6만 권을 돌파했어요! 그해 『살기』가 세운 판매 기록을 타파했단 말이에요! 최근 10년... 아니, 20년!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책은 한 권도 없었어요! 이 작가님.]나석천을 또박또박 말했다.[지금 새 책이 터졌어요! 인기가 터졌다고요!’대박이 아니라 터졌다니.처음에 나석천도 마음이 답답했다.새 책 출시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이렇게 참담할 줄은 몰랐다.그와 라이벌인 다른 한 편집장은 그와 불화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번에는 기회를 잡고 실컷 비웃었다. 나석천이 늙었다고, 안목도 없다고. 수천만 원을 보지도 않고 바로 썼지만 그 결과, 그는 여지없는 패배를 맞이했다.나석천은 상대방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생각했다.그는 이미숙의 모든 책을 전부 보았는데, 제재든 내용이든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고, 큰 인기를 끌 잠재력이 있었다.이번에 그들은 특별히 몇 권의 책 중 가장 좋은 책을 골라 먼저 출판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니.‘그럴 리가! 이 작가님 지금도 인기가 있는 작가님인데! 비록 확실히 10년 동안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살기』와 『황량한 마을 학교』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었다. 매달마다 판매량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적지 않았다.‘한물간 것도 아닌데!’나석천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느껴 아예 홍보팀을 끌고 회의를 열었다.내용도 문제 없고, 이미숙도 여전히 인기 작가였으니 그렇다면 홍보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밖에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나석천은 자세히 물어본 후에야 홍보팀이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이미숙의 독자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였다.‘어쩐지 인기가 없더라니, 독자들을 제대로 찾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9화

    정은은 두 팔을 벌리고 소파에 누우며 편안한 소리를 냈다.“정말 좋네요, 이제야 우리 집 같아요.”“좋지 않을 리가 있겠어?” 소진헌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세 가정주가 위층 아래층을 꼬박 세 시간 동안 치웠잖아. 네 엄마가 직접 감독했는데, 모든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았다고.”“어? 엄마는요?” 정은은 누워서 두리번거렸다.“방금 전까지도 여기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사라진 거지?”이때 이미숙은 핸드폰을 들고 서재에서 뛰어나왔다.그녀의 볼은 흥분으로 인해 빨개졌고, 두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터졌어!”“응?”“뭐가 터졌어요?”부녀는 어리둥절해졌다.이미숙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가능한 한 감정을 가라앉혔다.“새 책! 내 새 책 말이야!”나석천은 동작이 빨랐다.지난번에 두 사람이 J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긴박하게 책을 출판하기 시작했다.전기 홍보는 ‘미스터리 퀸 이미숙의 복귀, 12년 만에 새 책으로 재등장! 『살기』, 『황량한 마을 학교』에 이어 또 하나의 스릴러 괴담과 함께 돌아오다.’홍보는 충분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이미숙은 이미 오랫동안 미스터리 작품을 창작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름은 여전히 유명하지만, 그것도 다 지나간 일이었다. 현재 신인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대부분 독자들은 이미숙이 복귀해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지금은 또 팬문화가 유행하고 있어서, 작가들도 아이돌이나 스타처럼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했다.이런 방식으로 독자를 축적한 다음, 이 독자들은 또 온라인 차트에서 돈을 내고,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며, 마케팅까지 더하면 점차 인기를 끌 것이다.이미숙은 그동안 공개된 SNS 계정조차 없었으니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팬이 어딨겠는가?그래서 새 책은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이미숙은 이 일을 알고 이틀 정도 낙담했다. 그러나 나석천은 강심장이라 압박을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그녀를 위로했다. 이런 마케팅도 잠시일 뿐, 독자들은 결국 내용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올라왔다.밥을 먹는 동안, 인훈의 전화는 거의 끊어지지 않았으며, 모두 회사 일이었다.가까스로 잠잠해질 때에야 그는 미안해하며 정은을 바라보았다.“어제 할머니 생신잔치에서 너무 바빠서 너와 인사도 못 했어.”“괜찮아.”인훈은 소씨 가문의 장손이며 또래의 유일한 남자아이이기에 자연히 접대를 면할 수 없었다.“지금 서비대학교 대학원생이라며? 나도 마침 J에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락해. 핸드폰 번호는 여전히 그대로야. 너 아직 저장하고 있지?”“응, 그럼.” 정은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오빠.”“왜 이렇게 사양을 하는 거야.”정은은 반박했다.“이건 예의야.”인훈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오빠, J시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인훈은 채소를 먹었다.“친구와 함께 스마트 홈웨어 회사를 하나 차렸어. 전부 지능적인 홈웨어를 사용하는 거야. 그냥 현대 하이테크로 집을 인테리어 한다고 생각하면 돼. 예를 들면 로봇으로 지령을 내린다거나, 집 온도를 조절하는 거지...”최근 인공지능이 흥기하면서 인테리어 업계도 서서히 재편되기 시작했다.다만 현재로서는 전통적인 인테리어가 여전히 절대적인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사람들은 여전히 스마트 홈웨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인훈은 대학에 컴퓨터 AI지능을 배웠는데, 스마트 홈웨어를 하는 것도 전공이 들어맞는 셈이었다.정은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 인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정은도 전문적인 것을 묻지 않고 단지 그에게 장사가 어떠냐고 물었다.인훈은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홈웨어를 하기 시작한 후에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게 되었어. 게다가 지능 홈웨어는 새로운 트렌드라서 지금은 좀 어려워.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어. 그냥 대충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셈이야.”그는 똑똑히 말하지 않았기에, 정은은 인훈의 회사가 확실히 비교적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그러나 화장실에서 돌아와 테라스를 지날 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7화

    정은은 문을 열고 나가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큰 오빠?”남자는 고개를 돌리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은아?”‘정말 인훈 오빠였어!’소진우와 박나영의 외아들 소인훈.인훈은 우산을 챙기지 않아 티셔츠는 이미 반쯤 젖었고, 머리에서도 물이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정은은 재빨리 휴지를 꺼내 건네주었다.“좀 닦아, 여름이지만 머리카락이 젖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워.”“고마워.” 인훈은 닦으면서 감탄했다.“넌 여전히 어렸을 때와 똑같구나. 세심하고 다정하고.”서점과 옆의 백화점은 연결되어 있었다. 기왕 만난 이상, 밖에 비가 내리고 있으니 남매는 같이 밥을 먹으려 했다.정은은 이미숙에게 전화로 오늘 점심에 돌아가서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이미숙은 몇 마디 물었지만 뭐라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레스토랑 안.경쾌한 음악은 흐리고 궂은 날씨를 밝게 만들었다.두 사람은 창가에 자리를 잡았고, 커다란 유리는 빗소리를 차단하며 오직 빗방울이 떨어지는 풍경만 남겼다.정은은 종업원의 추천으로 몇 가지 간판 요리를 골랐다.음식을 기다리는 사이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행인이 매우 적었지만 차가 엄청 많았다.눈빛을 돌리자, 뜻밖에도 인훈과 눈을 마주쳤다. 정은은 멈칫하더니 수줍게 웃었다.사실 어렸을 때 그녀는 인훈과 사이가 아주 좋았다. 두 사람은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자주 함께 놀았다.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남매는 자주 연락했다.인훈은 매번 정은을 찾아올 때마다 맛있는 것을 가져다주었다.정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때로는 과일빵, 때로는 과자, 때로는 아이스크림.그것은 무미건조한 시간들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대학 다닐 때부터, 정은은 학업과 연애 때문에 바쁘기 시작했고, 인훈은 일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쳤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대학을 졸업하자, 정은은 도겸 만을 바라보면서 그와 함께 고생하고 회사를 차리며, 그의 일상을 돌보았다. 그리고 인훈은 회사에서 나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6화

    경쾌하면서도 깔끔한 소리였다.“집에 있을 때, 내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말을 잘 듣고,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어 안 했어? 넌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야?! 빨리 돌려주지 못해?! 넌 감옥에 가서 콩밥을 먹고 싶은 거야! 말 안 듣는 녀석...”소순자는 동작이 아주 빨라서 때리고 난 다음 바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아이는 어리둥절해졌고, 여자와 남자도 어안이 벙벙했다.정은조차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엉엉, 할머니가 나 때려요! 흑흑흑!”웅이는 반응한 다음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이번에는 진심으로 우는 것이었다.“나 안 훔쳤어요! 나도 그게 어디 있는지 몰라요!”“다시 한번 말해봐? 확 때려죽여버린다?!” 소순자는 화가 나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말하기 싫어요! 메롱!”“계속 말 안 들을 거야! 물건 가져오라고! 빨리 내놔!” 소순자는 정말 심하게 때렸는데, 아이의 엉덩이가 빨개졌다.이때 남자와 여자는 가서 소순자를 말리고 잡아당겼지만 아무 소용없었다.“할망구! 왜 날 때리는 거예요? 할망구나 가서 죽어요?!”소순자는 이 말을 듣고 하마터면 화가 나서 쓰러질 뻔했다.결국 경찰이 나서서야 겨우 손을 멈추었다.그러나 웅이도 실컷 얻어맞아 울먹이며 소파 밑에서 자료 한 뭉치를 꺼냈다.“학생, 한번 검사해 보지 그래?”정은은 그것이 자료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제 보고서가 맞아요.”“그럼 됐어.”정은은 서류를 받고 생각하다 웅이의 부모님을 바라보았다.“제 방은 문이 잠겨 있었어요. 웅이는 창문을 통해 들어왔고요. 2층이라고 해도 엄청 높지 않은 가요? 이렇게 어린 아이가 추락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두 분은 잘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그때 되면 자료가 아니라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남자와 여자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웅이는 가슴이 찔려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그날 밤, 소순자네 가족은 짐을 정리하고 시골로 돌아갔다.한밤중이라서 소진헌은 여기서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5화

    “정말 가져갔어도 뭐가 어때서? 쓸데없는 종이 같은 거 아냐? 때릴 거야 아니면 죽일 거야?! 돈도 많은 사람들이 몇 살짜리 애랑 뭘 따지는 거냐고?”“이것 좀 봐, 웅이를 이렇게 놀라게 하다니! 내 아들은 몸이 좋지 않단 말이야. 앞으로 대학에 갈 건데, 울어서 눈이 망가지면, 네가 배상할 거야?!”정은은 여자의 생쇼를 지켜보며 냉소를 지었다.“제가 언제 웅이가 종이를 가져갔다고 말했죠?”여자는 경직해졌다.그러나 소진헌과 이미숙은 다급해졌다.“정은이 방에 있는 그 물건들은 결코 쓸데없는 종이가 아니에요. 모두 매우 중요한 자료란 말이에요! 게다가 우리 정은은 여태껏 남을 모함한 적이 없어요. 지금 웅이가 가져갔다고 말했으니, 틀림없이 증거가 있을 거예요. 얼른 웅이더러 돌려주라고 해요. 그럼 이 일은 그냥 넘어갈게요.”여자는 전혀 듣지 않았다.“정은이가 무슨 왕이야? 하는 말 전부 다 믿게? 오늘 정말 속이 터져서 가만히 있고 싶지 않네! 우리 웅이가 그 물건을 가져갔든 안 가져갔든 절대 돌려주지 않을 거야. 날 어쩌겠어?”정은도 말을 하기 귀찮아 직접 그들의 면전에서 경찰에 신고했다.여자는 이 상황을 보고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내가 법을 모를 것 같아? 종이 몇 장일 뿐, 무슨 값어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경찰들이 신경 쓸 것 같아?’그러나 30분 후, 경찰들이 정말 찾아왔다.그것도 네 명이 왔다.“신고를 받았는데, 누가 물건을 훔쳤다고요? 그것도 중요한 서류를 잃어버렸다고. 소정은 씨가 누구시죠?”여자는 이 상황을 보자 먼저 입을 열었다.“그냥 아이가 소란을 피우다가 종이 몇 장을 잃어버렸을 뿐인데, 굳이 이렇게 찾아오실 필요가 어딨겠어요?”“제가 나중에 이 사람들 잘 교육시킬게요. 호들갑은 정말! 너희들 경찰의 귀중한 시간을 지체한 거 몰라...”“제가 신고했어요.”정은이 나서서 직접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건 제가 방금 방에 돌아가서 찾아낸 감시 카메라 화면이에요. 그 안에는 이 사람의 아이가 제 자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4화

    정은은 즉시 컴퓨터를 켰다.그녀의 방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바로 오늘의 영상 화면을 찾을 수 있었다.화면을 확대하자, 정은은 단번에 소순자의 귀염둥이 손자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정은은 즉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순자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웅이의 부모님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으면서 각자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웅이는 소진헌이 이미 맞춘 다른 한 퍼즐을 가져가려 했다.그녀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웅이가 퍼즐을 잡은 순간, 정은은 덥석 가져왔다.“너 내 방에 들어왔었지? 탁자 위의 자료는 어디로 가져간 거야? 지금 늦지 않았으니까 얼른 내 물건 돌려줘.”정은의 표정은 엄숙했고 목소리는 차가웠다.웅이는 여섯 살짜리 아이였기에 눈치를 살필 줄 알았다.정은이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자, 그는 일이 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눈알을 빙빙 굴리더니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어머! 멀쩡한 우리 웅이가 왜 우는 거야? 울지 마, 울지 마,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아빠도 있으니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핸드폰을 가지고 놀던 남녀는 울음소리를 듣고 얼른 다가왔다.하나는 애틋하게 아이를 품에 안았고, 다른 하나는 모자의 곁을 지키며 주먹을 불끈 쥐더니 수시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은 정은이 입을 열었을 때부터 이쪽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제때에 나서서 사건의 경과를 묻거나 자신의 아이를 훈계하지 않고 계속 핸드폰을 놀았다. 그리고 아이가 울고 나서야 이렇게 뛰쳐나왔다.“정은아, 촌수를 따지면 우리 웅이는 네 삼촌이야! 넌 웅이보다 나이도 많은데 어떻게 아이를 괴롭힐 수 있어?” 여자는 가슴 아파하며 정은을 보는 눈빛은 원망을 품고 있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은이 웅이를 어떻게 한 줄로 오해할 것이다.“그냥 내 물건을 돌려주라고 했을 뿐이에요.”정은은 평온하게 말했다.“만약 이게 괴롭힘이라면, 두 분 평소에도 남들을 적지 않게 괴롭혔겠죠?”“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3화

    주덕순은 먼저 별장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 웃으며 친척들의 안부를 물었다.그러고는 팔짱을 끼고 이미숙의 앞으로 다가갔다.“동서, 집이 너무 어지러운 것 같은데, 왜 치우지도 않는 거니?”이미숙은 전에 치웠지만, 매번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집이 전보다 더 더러워졌던 것이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동서가 게으름뱅이인 줄 알겠어. 이 바닥 좀 봐, 심지어 흙이 있네. 탁자 위의 그 쓰레기 더미에서 악취가 진동하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어머, 이 수건은 이렇게 까맣게 되었는데도 버리지 않는 거야? 왜, 변기라도 닦으려고?”이때 소순자가 다가와서 수건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내 얼굴 닦는 수건을 왜 가져간 거야?”주덕순은 소름이 돋았다.“어, 어차피 내일은 어머님 팔순잔치니까, 우리야 뭐 집안이 좀 어지럽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만약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면 창피를 당하는 사람은 동서야, 그러니까 신경 좀 써!”말하면서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이미숙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소진호는 주덕순의 옷을 잡아당기며 그만 좀 하라고 표시했다.주덕순은 불만스럽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왜 날 말리는 건데? 나 아직 말 다 안 했어!’이미숙은 갑자기 웃었다.“사람이 많으면 집안도 당연히 어지러워지겠죠? 그나저나, 형님은 저희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가 나서지 않았다면, 형님의 집이 이렇게 더럽고 어지러워졌을 테니까.”주덕순은 말문이 막혔다.이미숙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이득을 본 이상 조용히 있어요. 괜히 호들갑 떨지 말라고요.”“너...”“형님 만약 그렇게 할 일이 없으시면, 집안을 좀 치워주시는 건 어때요? 우리 소씨 가문을 망신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말을 마치자, 이미숙은 빗자루를 가지러 갔다.주덕순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나, 나 갑자기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갈게!”그러고는 소진호를 끌고 얼른 줄행랑을 쳤다....다행히 다음 날이 바로 팔순잔치였다.친척들은 호텔에서 식사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