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영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고선 무심하게 하얀 단약 한 알을 집어던지며 말했다.“먹으라고 해요. 이번 일은 없었던 거로 하죠.”임장덕은 하얀 단약을 잠깐 살펴보고는 서둘러 몸을 숙여 임천의 입에 쑤셔 넣었다.잠시 후 다리를 회복하고 기력을 되찾은 임천은 또다시 화를 내며 돌진하려고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곧이어 임장덕이 그의 뺨을 때리며 호통쳤다.“소란 피우지 말고 물러서!”“할아버지!”원망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할아버지의 위압에 못 이겨 마지못해 뒤로 물러섰다.임장덕은 아부하는 듯한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모아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준영 씨, 혹시 방금 주신 단약 더 있나요? 파신다면 저희 임씨 가문에서 전부 다 사겠습니다!”서준영은 싸늘하게 말했다.“남은 건 제가 사용하려고 보관한 두 개뿐입니다. 그거 말고 방금 300개의 원기단을 정제했는데 원하신다면 한 알... 6000만 원에 팔게요. 어때요?”“원기단? 개당 6000만 원이요? 저 사람들이 방금 2000만 원이라고 했는데요?”부르는 게 값인 상황에 임장덕은 어리둥절했다.“솔직히 원기단이 어떤 약효가 있는지 아직 모르니 선뜻 살 수 없습니다.”요상단이 기적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니 분명 이번에도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 있다.서준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원기단 하나를 꺼내 임장덕에게 건네줬다.“하나 드셔보아도 됩니다.”임장덕은 녹두처럼 생긴 초록색의 약을 건네받았다.‘이게 원기단이라고?’조심스럽게 향을 맡자 상쾌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곧바로 입으로 가져갔으나 바로 그때 뒤에 있던 임천이 다급하게 외쳤다.“할아버지! 안 돼요, 독이 들어있을 수도 있어요!”임장덕은 개의치 않은 듯 곧바로 약을 삼켰고 순간 온몸에 퍼지는 영적인 힘이 느껴졌다.마치 열 살은 어려진 듯 기운이 넘쳤고 눈과 귀가 밝아지면서 가슴이 답답하던 느낌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원기단... 정말 굉장하다!“사겠습니다! 준영 씨, 원기단 300개 저희 임씨 가문에서 전부 다 사겠
마당에 있던 임현우는 이해가 안 되는 듯 물었다.“준영 씨, 왜 안 팔았어요? 개당 6000만 원이면 200억이잖아요!”서준영은 임현우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처음부터 임씨 의가에 팔 생각 없었어, 난 나만의 계획이 있으니까. 게다가 이런 저급판 원기단은 6000만 원에 팔 만큼의 가치가 없어.”임현우는 여전히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꾹 참았다.서준영은 바닥에 놓인 원기단은 훑어보더니 임현우를 보며 말했다.“일단 원기단 11개를 꺼내서 그중 하나는 네가 직접 주 사장에게 주면서 맛보게 해. 나머지 10개도 주 사장에게 주되 누가 먹든 무조건 무료로 홍보해 준다는 전제하에 넘겨줘. 그리고 남은 300개의 원기단으로 소규모의 제약회사를 설립하고 가게 임대를 한 다음 기다리고 있으면 돼.”그의 계획을 들은 임현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서준영도 오래 머물지 않고 간단한 지시만 하고 자리를 떴다.그는 하씨 가문 자회사에 가서 노아 제약공장에 대한 일을 하연우에게 알리고, 방금 정제한 12개의 구기단을 이용하여 내공이 가장 큰 상태인 연기 5단계를 돌파할 계획이었다.하지만 그가 회사에 왔을 때 사무실 홀은 이미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한 무리의 직원들이 주진우를 둘러싸고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이렇게 쉽게 노아 제약공장을 손에 넣다니 역시 주 이사님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회사는 60억을 절약했습니다!”“맞아요. 소문에 의하면 대표님이 지금 이사님의 연봉 인상과 승진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이사님, 오늘 저녁 한 턱 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존경받는 느낌이 좋은지 주진우는 입이 귀에 걸렸다.“오늘 퇴근 후 제가 쏘겠습니다.”“대박! 역시 우리 이사님 최고!”“이사님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전 어때요?”“이사님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홀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노아 제약공장은 분명 그가 해결한 일인데 마치 주진우가 모든 걸 해결한 듯 흘러
말하며 분노의 감정이 격해진 한소현은 곧바로 얼굴을 돌렸다.마침 그녀를 발견한 주진우는 서둘러 달려와 아부를 떨며 말했다.“한 비서님, 무슨 일 있어요?”주진우의 눈은 한소현의 몸에서 떠날 줄 몰랐다.한소현은 검은 스타킹에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단추 두 개가 풀린 흰 셔츠 사이로 우유처럼 뽀얀 그녀의 살결이 고스란히 드러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사님, 노아 제약회사를 따낸 걸 축하드립니다. 대표님이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주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별말씀을요, 운이 좋았던 것뿐이에요. 아참, 제가 오늘 저녁에 한 턱 쏠 생각인데 한 비서님도 시간 괜찮으시면 올래요?”“좋아요.”한소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웃으며 흔쾌히 답했다.그러던 중 옆에 있던 서준영을 발견한 그는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준영 씨도 오세요. 비록 지금은 대변인 신분일 뿐이지만 어쨌든 회사의 일원이기도 하잖아요.”어제 회의에서 만난 탓에 주진우는 그가 회사에서 투자한 대변인임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현재로선 대변인의 신분은 겉치레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었다.하여 그는 운 좋게 하연우의 총애를 받아 빌붙어 사는 존재라며 회사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서준영의 이전 신분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그가 오씨 가문에 빌붙어 살다가 오민경이 바람피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찌질하게 집안에서 쫓겨났다는 걸 알고 있다.서준영은 주진우의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으나 그가 말하기도 전에 한소현이 비꼬듯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사님, 됐어요. 방금 준영 씨가 노아 제약공장을 따낸 건 이사님이 아니라 본인이라며 큰소리치더라고요. 이런 사람한테 식사 대접할 필요는 없잖아요.”한소현은 홀에 있던 모든 직원이 들을 수 있게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고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뭐라고? 진짜 너무 뻔뻔하네!”“그러니까 이사님이 협상을 통해서 따낸 게 아니라 저 찌질이가 한 거라고? 말도 안 돼.
주진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서준영의 손에 있는 합의서를 단번에 빼앗아 확인하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말로 합의서다!‘노아 제약공장과의 계약이 정말 서준영 때문에 성사된 거야? 내가 직접 다섯 번이나 협상했는데 그럴 리가? 서준영이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난처한 듯한 주진우의 모습에 한소현은 피식 웃더니 비꼬듯이 말했다.“준영 씨, 치밀하게 처음부터 준비했네요. 합의서가 위조된 게 아니라면 정말 믿을뻔했어요.”그녀의 말에 주진우는 멈칫하더니 곧이어 웃으며 말을 이었다.“한 비서님 말이 맞아요. 이 합의서는 위조됐어요! 오용철 씨가 왜 이런 얼토당토않은 합의서에 사인하겠어요?”말하면서 주진우는 합의서를 다른 직원들에게 보여줬고 그들은 어이없는 듯 코웃음을 쳤다.“이렇게 계획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네. 처음부터 아주 작정했구먼.”“저런 행동이 사람들을 더 역겹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을까?”많은 사람의 비웃음과 불신에 직면한 서준영의 얼굴은 점점 더 추악해지고 싸늘했다.사실이 버젓이 눈앞에 놓여 있는데도 여전히 믿지 않는 걸 보니 색안경을 끼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서준영은 진지하게 말했다.“이 합의서는 진짜입니다.”돌고 돌아 합의서는 결국 주진우의 손에 들어갔고 그는 망설임 없이 찢더니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런 다음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로 서준영을 가리키며 매우 거만하게 말했다.“대표님의 관심을 받는다고 이런 잔꾀를 부려도 된다고 착각하지 마요. 이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준영 씨를 무시할 거예요. 이 합의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죠? 이제 회사를 그만둬야 하지 않겠어요?”그러자 직원들이 맞장구를 쳤다.“당장 회사에서 나가!”“꺼져! 재수 없어!”많은 사람의 외침에 서준영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속으로 화를 삼켰다.같은 시각 멀지 않은 사무실의 블라인드 너머로 정인호가 커피를 마시며 홀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강문아, 밖에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시끄럽
그녀의 말 한마디에 서준영은 마음이 따뜻해졌고 억울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하연우의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다면 노아 제약공장의 일을 해결한 사람이 누구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기 위해 서준영은 재빨리 답해다.“내가 한 게 아니야.”“쯧쯧쯧, 그럼 그렇지 당신 같은 찌질이가 이런 큰일을 해결했을 리가! 그 와중에 주 이사님의 공을 가로채려고 하다니 정말 뻔뻔스럽네요.”한소현이 불만에 찬 욕설을 퍼붓자 하연우는 순식간에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그만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준영이를 욕하는 거지? 한마디만 더 하는 순간 용진으로 돌려보낼 거야.”한소현은 억울함에 입을 꾹 닫은 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서준영을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아가씨,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진으로 돌려보내지 마세요...”하연우는 싸늘하게 그녀를 힐끗 보고선 서준영을 보며 말했다.“따라와.”곧이어 서준영은 하연우를 따라 사무실 홀을 떠났다.자리에 서 있던 주진우의 얼굴에는 음침함이 가득했고 원망스러운 눈길로 멀어져가는 서준영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욕하며 저주했다.‘빌어먹을 서준영! 왜 대표님은 너한테만 잘해주냐고! 왜!’...서준영은 하연우를 따라 대표이사실로 들어왔고, 그녀는 작은 손을 뒤로한 채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어떻게 갚을 거야?”미처 반응하지 못한 서준영은 그대로 하연우와 부딪혔다.“아!”중심을 잃은 하연우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연우야!”당황함에 눈이 휘둥그레진 서준영은 서둘러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 품에 안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서준영은 그녀의 완벽한 외모에 압도되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물끄러미 바라봤다.예쁘다. 특히나 허리의 촉감도 너무 부드럽다.하연우는 오늘 펀칭이 들어간 블랙 롱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며 시선을 사로잡았고 서준영은 그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허리의 살결
서준영이 급하게 대답했다.“원해, 당연히 원하지!”“하하하, 그래야 맞지, 우리 준영이, 착하지~”하연우가 웃으며 서준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아, 맞다. 저녁에 주진우 쪽이랑 같이 식사해.”“나?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서준영이 사양했다.“괜찮아. 내가 가라고 한 거라고 해.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데 동료들이랑 친해져야지.”“그래... 그렇게 할게.”서준영이 대답했다.**저녁 일곱 여덟 시쯤,주진우가 사람들을 이끌고 원앤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이 레스토랑은 이 부근에서 제일 핫한 레스토랑이라 식사 한 끼가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 곳이다.주진우는 이번 식사에 크게 공을 들인 것으로 보였다.문 앞에 도착하자 주진우가 사람들 뒤로 따라오는 서준영을 차갑게 흘기더니 일부러 비꼬며 말했다.“서준영 씨는 이런데 한 번도 못 와봤죠?”주진우의 말에 사원들이 같이 비웃기 시작했다.“주 이사님, 당연하죠. 기둥서방이니까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죠.”“하하하! 유미 씨, 말 잘했어요. 살림하는 남자라, 웃겨 죽겠네.”서준영이 가볍게 웃어넘겼다. 이 사람들과 입씨름하기 귀찮았다.이미 서준영은 식사만 하고 바로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돌아가 수련하여 기를 5단계까지 단련할 계획이었다.한소현이 눈썹을 올리더니 앞으로 팔짱을 끼고 하찮다는 표정으로 서준영을 보며 중얼거렸다.“진짜 잘 참는다니까.”주진우는 서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더 말할 흥미를 잃고는 문 앞으로 마중 나온 레스토랑 매니저한테 우쭐대며 말했다.“2층 D룸으로 안내하시죠.”“와, 주 이사님 대박! D룸이라니, 룸 예약 비용만 해도 60만 원 아니에요?”“오늘 저녁 땡잡은 거지! 이제부터 주 이사님 잘 모십시다!”사람들이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주진우도 의기양양해서 말했다.“별거 아니니까 들어갑시다!”말을 마치고 사람들은 복작거리며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서준영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따라 들어갔다.이때 까만색 벤츠
주진우가 대뜸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나 주진우, 담판 다섯 번 만에 노아 제약공장 인수했어요. 그 정도면 술 받아먹을 자격 충분히 되지 않나?”서준영의 눈썹이 올라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주진우를 쳐다봤다.“진짜 주 이사님이 인수한 거 맞아요?”“젠장! 내가 아니면 서준영 네가 인수했어?”주우진이 극히 분노하며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서준영! 잘난 척이 아주 몸에 배었네! 전에 회사에서는 뭐라 안 했는데 아직도 그런 말이 나와? 왜? 오용철 데려와서 네 민낯을 까발려 줘야 마음이 편해?”“그러게요! 나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어요! 서준영 씨, 빨리 주 이사님한테 사과해요!”“젠장! 나였으면 바로 한 대 날리는 건데!”“주 이사님, 그냥 말씀대로 오용철 공장장님 데려오시는 게 어때요? 이 사람 끝장을 봐야 정신 차릴 것 같아요!”사원들이 격분하며 욕설을 퍼부었다.한소현도 실망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서준영을 쳐다보며 앞으로 팔짱을 낀 채 언성을 높였다.“서준영! 진짜 그만해! 됐어, 나도 이제 네 일에서 빠질래!”“쾅!”이때 누군가 룸의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차서 열었고 이어 고함이 들려왔다.“이런 젠장! 밥 먹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누가 자꾸 날 찾는 거야? 내가 그 오용철이다!”이 말과 함께 문 앞에 한쪽 팔에 깁스를 한 통통한 남자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성질을 내고 있었다.순간 룸 안의 모든 사람의 눈길이 문 앞에 서 있는 오용철에게로 향했다.오용철도 당연히 주진우를 발견했고 미간이 구겨졌다.‘뭐야, 이런 우연이 다 있어?’하지만 이내 점잖게 앉아있는 서준영을 보고는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이런 젠장! 이 재수탱이가 왜 여기 있는 거야!’주진우도 문 앞에 서 있는 오용철을 보고는 반가워하며 술기운에 우쭐대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기세등등해서 서준영을 가리키며 오용철에게 말했다.“오용철 공장장님, 저 새끼한테 말해주세요. 공장장님 공장, 저니까 계약서를 체결했다고, 그것도 40억
오용철이 듣더니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네! 그럼, 도사님만 믿겠습니다. 오늘 꼭 그 새끼 손 좀 봐주십시오.”오용철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바로 룸을 뛰쳐나갔다.한편, D룸 안.사원들이 아직도 수군거리고 있었다.노아 제약공장의 오용철이 이 찌질이 기둥서방 서준영한테 그렇게 극진하게 대하다니, 도무지 그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주진우의 안색도 말이 아니었다. 한쪽에 앉아 우울하게 술만 마셨다. 그러다 가끔 머리를 들어 원망의 눈빛으로 서준영을 쳐다봤다.‘쪽팔려! 너무 쪽팔려!’오늘 밤, 이 식사는 주진우에게 너무 억울한 식사였다.한소현도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 서준영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서준영 씨, 노아 제약공장 진짜 서준영 씨가 성사한 거예요? 어떻게 성공시킨 거죠?”서준영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이는 한소현을 굉장히 기분 나쁘게 했다. 한소현은 콧방귀를 끼더니 중얼거렸다.“잘난 척은, 그냥 뭐 쓰러져 가는 제약공장 인수한 거 아니에요? 우리 아가씨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어요!”이때 문이 다시 열리고 오용철이 문 앞에서 웃으며 가식적으로 아부를 떨었다.“서준영 씨, 저희 룸에 손님이 있는데 한번 만나 뵙고 싶어 해요. 와서 같이 술 한잔하실래요?”서준영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잠깐의 고민 끝에 대답했다.“그래요.”이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의심과 부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오용철과 같이 나가는 서준영을 쳐다봤다.서준영이 나가자, 사람들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수군거리며 토론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서준영은 이미 그런 수군거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D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서준영은 룸안의 분위기가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리에 점잖게 앉아있는 행오 도사를 보자 속으로 웃었다.‘여기서도 잘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행오 도사는 룸으로 들어오는 서준영을 보자마자 얼굴을 굳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였어? 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