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석주는 바닥에 철퍼덕 쓰러져 피를 내뿜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겨우 일어나 소리쳤다.“너, 딱 기다려!”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미친 듯이 포효했다.“모두 이리로 와! 당장 오란 말이야!”고함을 지른 후 그는 음침한 눈길로 서준영을 째려봤다.“야 이 새끼야, 넌 이젠 끝장이야!”10분도 채 안 돼서 십여 대의 승합차가 부리나케 달려왔다.차에서 곤봉과 칼을 든 건달들이 하나둘씩 내려와 기석주의 뒤에 섰다!수백 명의 부하가 모이자 기석주도 자신감을 되찾고 사악한 미소를 날리며 으름장을 놓았다.“자식! 무릎 꿇어! 안 꿇으면 아작을 낼 거야!”서준영이 싸늘하게 웃으며 막 공격하려 했는데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을 보니 유지오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준영 씨 지금 어디세요? 저 별장 입구에 도착했어요.”유지오가 공손한 말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나 여기 산길에서 습격당했어. 이것들이 날 죽이겠대.”서준영이 차갑게 말했다.“네? 누가 감히 준영 씨를 죽여요? 대체 누구예요? 어디서 겁도 없이 준영 씨한테 덤벼들어요?!”유지오가 발끈했다.“그게, 이름이 기석주라고 하데.”서준영은 상대를 싸늘하게 흘겨보며 대답했다.그의 말을 들은 유지오는 분노가 왈칵 치밀었다.“기석주요? 젠장! 그 녀석 고작 주 사장이 키우는 개인데 어딜 감히 준영 씨 목숨을 노려요?! 제가 바로 갈게요!”“주 사장 쪽 사람이야? 알았어.”서준영은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드디어 기석주가 누군지 떠올랐다.한편 기석주는 허리를 감싸고 험상궂은 얼굴로 서준영을 노려봤다.“뭐야? 조력자가 있었어?”서준영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응.”“하하! 그럼 어디 한번 볼까? 네 조력자가 어떤 사람인지, 널 구할 수나 있을지 말이야!”기석주는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서준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이따가 보면 너 아마 깜짝 놀라서 무릎 꿇게 될 거야.”“웃기고 있네! 이 하늘 아래 나 기석주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어. 누가 와도 절대
“주 사장을 봐서 오늘 밤에 너 살려주는 거니까 당장 꺼져!!”서준영이 차갑게 말했다.기석주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하들을 거느리고 줄행랑을 쳤다.유지오는 또다시 허리 숙여 그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준영 씨. 이번 일은 제가 깔끔하게 해결하겠습니다.”서준영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가볍게 웃었다.“괜찮아, 지오야. 무슨 일로 날 찾아왔어?”유지오는 그제야 머리를 탁 치고 옷 주머니에서 평안 부적을 꺼내며 감격스럽게 말했다.“준영 씨가 준 평안 부적이 너무 신기해요. 방금 차를 몰고 공사장을 지나가다가 이 평안 부적을 떨어트려서 브레이크를 밟고 주웠는데 그사이에 타워크레인이 갑자기 떨어지는 거예요!”지금 생각해도 유지오는 등골이 오싹했다.서준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유지오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인중의 검은 기운이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다.이게 바로 유지오의 액운이었다.“지오야, 넌 이미 액땜을 했어. 앞으로 두 날 동안 푹 쉬기만 하면 돼.”서준영은 웃으며 말했다.유지오는 얼른 고마움을 표하다가 난감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준영 씨, 그래서 말인데 이 평안 부적을 몇 개 더 줄 수 있어요? 방금 회장님 차를 운전하는 기사와 비서에게 말했더니 다들 갖고 싶어 하더라고요. 걱정 말아요. 우린 돈 주고 사는 거니 절대 준영 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요.”서준영이 웃으며 품 안에 있는 세 장의 평안 부적을 어루만졌다.그런데 이건 하연우에게 주려고 준비한 거라 유지오에게 줄 수 없었다.그는 웃으며 대답했다.“나중에 시간 내서 몇 장 더 그리지 뭐. 다 그리면 너한테 알릴게.”“네, 고마워요, 준영 씨.”유지오는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아 참, 지오야, 진강오가 누군지 알아?”서준영이 물었다.유지오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용진 8대 가문 중의 진씨 일가 도련님일 거예요. 준영 씨 그 사람과 갈등을 빚었어요? 되도록 그 사람 찾지 마세요. 진강오 씨는 전형적인 플레이보이이고 줄곧 하씨 일가의 따님에게 대시하는 거
서준영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네 사람의 기운이 너무 막강했다!연기 4단계의 실력을 지녔어도 이 네 명 앞에선 망망대해의 편주나 다름없었다!안호철 어르신은 역시 대단한 분이셨다!다만 서준영도 뒤질세라 자신의 기운을 바로 내뿜었다!안호철은 두 눈을 번쩍이며 얼굴에 경이로움과 회의로 가득 찼다!내공 소성을 이뤘으니 곧장 내공 대성을 돌파할 것이다!안호철은 서준영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물러가!”그는 곧이어 차갑게 쏘아붙였다.“네!”슉!순간 네 명의 실루엣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아예 나타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준영아, 놀란 건 아니지?”안호철이 웃으며 물었다.서준영은 숨을 길게 내쉬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안윤아가 턱을 치키고 뒷짐을 진 채 배시시 웃으며 그의 말을 가로챘다.“흥! 분명 놀라서 바지에 지렸을 거예요!”그녀는 일부러 서준영 옆으로 다가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빤히 쳐다보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어머? 안 지렸네?”서준영은 몹시 난감할 따름이었다. 안윤아는 그야말로 무모했다.안호철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윤아야, 버릇없이 굴지 마!”“네.”안윤아는 순순히 대답하고 도발하는 눈길로 서준영을 바라보며 본인의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안호철은 원기단을 손에 넣고 주의 깊게 살펴보았지만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마워, 준영아. 단약 잘 먹을게.”서준영이 두 손을 맞잡고 그에게 답했다.“어르신, 저한테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마침 어르신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어요.”“흥! 그럼 그렇지. 얍삽한 눈길로 좋은 마음을 품을 리가 있겠어! 이제 드디어 본모습을 드러내는 거야?”안윤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안호철이 힐긋 째려보자 그녀는 혀를 날름거리고는 뒷짐을 지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안윤아는 옆에 서서 커다란 눈망울로 서준영을 샅샅이 훑어보았다.할아버지 말씀대로 이 녀석의 실력이 확실히 강해졌다.게다가 전보다 더 잘생겨진 듯싶었다...“준영아,
안윤아는 낯뜨겁고 화가 나 그에게 호통쳤다.“야 이 변태야! 너 왜 이렇게 파렴치하고 저속해?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서준영은 가볍게 웃었다. 그는 단지 일부러 그녀를 놀리고 싶을 뿐이었다.그런데 안윤아는 이를 악물고 선뜻 대답했다.“좋아! 이불을 따뜻하게 해주고 밥 짓는 것뿐이잖아! 해줄게! 단 네가 만약 대가가 못 된다면 사람 찾아서 거세해버릴 거야! 평생 짜릿한 느낌을 못 받을 줄 알아!”“윤아야!”안호철이 옆에서 마른기침을 해댔다. 어린 손녀가 이토록 무모하고 저속한 말을 내뱉을 줄이야!서준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좋아, 약속 꼭 지켜.”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호철과 안윤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안윤아는 화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호철의 팔을 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대체 왜 저 녀석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저 녀석이 날 얼마나 괴롭히는지 똑똑히 보셨잖아요.”안호철은 그녀를 노려보며 이마를 살짝 찔렀다.“하여튼 넌, 네가 먼저 준영이랑 내기했잖아! 너 이제 어떻게 되나 보자.”“하면 했죠 뭐. 난 두려울 거 없어요. 저 변태는 이번 생에 절대 대가가 될 수 없어요!”안윤아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말을 내뱉었다.안호철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엔 네가 질 것 같구나.”“할아버지, 설마 저 녀석이 진짜 대가의 경지에 오를 거라고 믿으세요? 대가라고요, 대가!”안윤아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전체 강운시에 대가가 고작 몇 명이라고?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지경이다!안호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준영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야. 고작 3일 안에 내공 소성을 이뤘어. 먼 훗날 대가의 경지를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안윤아는 하산하여 멀어져가는 서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궁시렁댔다.“그래도 어차피 몇 년은 걸리잖아요. 그땐 아마 영감탱이가 되어있을걸요.”“하하, 그렇지만 난 왠지 1년 안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 할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하고 있는데 이제 말 좀 들으면 안 되겠니? 이 일은 내가 사람을 보내 처리할 테니 그리 알아라. 내가 있는 이상 절대 네 멋대로 집안의 이익을 망치게 놔두지 않을 거다.”“그리고 진강오도 다녀갔다면서? 진강오랑 잘해봐 보아라. 우리 하씨 가문과 진씨 가문에서 혼인을 맺게 되면 용진에서 가장 큰 양대 가문이 될 수 있을 거야!”“이 일은 할아버지도 이미 묵인하셨다. 그런 줄 알아!”전화기 너머로 의심의 여지도 없이 쌀쌀하기만 한 목소리가 딱딱하게 전해졌다.가만히 듣고 있던 하연우는 마지막 말에 다급하게 외쳤다:“그럴 리가 없어요! 할아버지는 제 감정사에 관여하지 않으시겠다고 분명 저와 약속 하셨다고요! 전 진강오에게 관심 없습니다.”“너 그 서준영이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지? 연우야, 삼촌 말 좀 듣거라. 서준영은 그냥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인간이야. 지금은 그저 서준영이 가져다주는 새로움에 눈이 먼 것이지, 너도 나이를 먹고 나면 역시 대가문의 자제들이 너에게 적합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하연우는 그대로 넋을 잃었고 그 뒤로 계속하여 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지만 더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나 정말 서준영을 좋아하는 건가?하연우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서준영은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에게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아가씨, 어르신의 말씀이 꼭 틀린 말씀만은 아닐 겁니다. 지금 아가씨께서 그 서준영이라는 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저 신선함 그뿐일 수 있습니다.” 여비서가 하연우에게 낮게 속삭여왔다.하연우는 여비서를 슬쩍 노려보고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쪽이 참견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말을 마치자 하연우는 몸을 일으켜 베란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연우는 베란다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두 손을 난간 위에 얹고는 턱을 괴고 물끄러미 아래에 있는 수영장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없이 조용히
갑작스러운 고백에 하연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하연우도 서준영이 이리도 대담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서준영의 사랑 고백을 들은 하연우는 마치 온 세상의 해빛을 머금은 것처럼 찬란한 웃음을 띠며 뒷짐을 지고는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 맞춰주기 엄청 힘들 텐데.”서준영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괜찮아! 네가 아무리 까탈스럽고 어렵다고 해도 다 받아줄 자신 있어.”주위에서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듯 고요했다.하연우는 말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서준영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러고는 서준영의 눈앞에 멈춰서 고개를 들어 올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연우의 호수를 품고 있는 듯한 깊은 눈동자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너의 여자친구 되면 많은 시련이 들이닥칠 거야. 준비되었어?”“난 용진 하씨 가문의 아가씨이고 할아버지께서 가장 아끼시는 옥구슬과도 같은 존재야.”“용진에 나를 아내로 삼고 싶어 하는 가문의 도련님들이 널리고 널렸어. 그건 작디작은 강운시와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 네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건 그 세력들에게서 오는 압박과 시련뿐만이 아닐 거야. 우리 하씨 가문의 삼촌들, 그리고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아야 하겠지.”“이래도 내가 네 여자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어?”“당연하지! 앞으로 아무리 어렵고 위험하더라도 너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자신 있어, 그 어떤 시련이 들이닥치더라도 다 맞설 거야!”서준영은 진지하면서도 흥분한 목소리로 하연우에게 호언장담했다.하연우는 잠시간 침묵하더니 이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청순한 미소를 띠며 여전히 두 손을 등 뒤로 감춘 채 발꿈치를 살짝 들어 올리고는 서준영의 볼에 가볍게 촉 뽀뽀를 하였다.그 순간, 서준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고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듯한 핑크빛 설렘을 느꼈다.서준영은 너무나도 흥분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말을 마치고 유지오는 서준영에게 따라온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이분은 이화 그룹 회장님 운전기사이자 개인 비서 왕비서.”“그리고 이분은 시장관리국 유과장 운전기사이고 저랑 같은 유 씨입니다.”“아, 이 분하면 또 대단하시죠. 우리 강운시 경찰서 본부 소 부국장님 개인 비서 및 운전 기사십니다. 성이 진인지라 모두 진비서라고 부릅니다. 참 충실하시고 성실하며, 빈말은 절대 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말수가 적으시지만 무조건 좋은 사람임을 제가 장담합니다.”“...”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지오의 소개와 함께 한 명 한 명 인사를 끝마쳤다. 그러고는 손에 쥐어진 부적들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말했다. “지오야,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진작 말했어야지. 나 겨우 열 장밖에 안 그렸단 말이야. 부족할 것 같은데….”유지오는 다급하게 부적을 건네받고 답했다. “괜찮아요, 시간 날 때 준영 씨가 몇 장 더 그려주시면 되죠.”말을 이어가며 유지오는 자신의 몫을 한 장 챙기고는 뒤 돌아 가장 앞자리에 서 있던 몇 명에게 정중하게 부적을 건넸다. “말씀드렸던 대로 부적 한 장에 60만 원이고요 지금 바로 계좌이체 하시면 됩니다. 열 장밖에 없으니 아직 못 받으신 분들은 이틀 뒤에 다시 오시면 됩니다.”“유비서, 걱정하지 마시죠. 돈은 이미 다 갖고 왔습니다.”“이게 그 평안 부적입니까? 생각보다 평범하네요.”“그게 무슨 상관이야, 효과만 있으면 되는 거지. 우리 유비서만 믿으라고. 얘가 원래 얼마나 이런 미신을 반대하는데 지금 봐, 결국은 믿잖아.”모두 한마디씩 거들더니 부적을 손에 넣은 사람들 모두 휴대폰이나 현금을 꺼내 유지오에게 전해주었다.그리고 아직 부적을 받지 못한 이들은 비록 조금 실망한 기색을 내보였지만 유지오의 장담을 받았는지라 더는 신경을 쓰지는 않는 듯 싶었다.부적을 손에 쥔 이화 그룹 회장 운전기사 왕비서와 시장관리국의 유비서, 그리고 강운시 경찰서 소 부국장님 신변의 진비서도 모두 얼굴에 활짝 웃음꽃을 피우고는 연신 유지오에게 감
“이한수?”서준영은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알아보고는 눈살을 더더욱 찌푸렸다.이한수는 예전에 오민경을 좋아하던 사람 중 한 명이자 오민경의 대학교 동창으로서 전에 본 적이 있었다.“서준영, 정말 너였다니. 와, 세상 너무 좁은 거 아니야? 이런 곳에서도 너 따위 멍청이를 만나다니.” 이한수는 경멸하는듯한 기색으로 계속하여 냉랭하게 시비를 걸었다.서준영, 그는 당시 이름난 바보였다.이한수가 전에 오민경을 따라다닐 적 서준영을 걸고넘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준영은 맞든 욕을 먹든 감히 말대꾸도 하지 못했었다.“아, 맞다. 너 오민경이랑 이혼했다며? 혹시 그렇게나 사랑꾼 행세를 하던 오민경에게 배신당하고 재산도 다 뺏긴 건 아냐? 으하하하! 아 진짜 웃겨 죽을 것 같네.“이한수는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하여 비웃어댔다.이한수 품에 안겨있던 의문의 여자도 그를 따라 서준영을 비웃어댔다. 그러고는 서준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쓱 훑더니 이한수에게 말했다. “오빠, 이 사람이 오빠가 말하던 그 서준영이야? 정말 너무 멍청이 같아.”서준영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상대해줄 가치가 없음을 느낀 서준영은 그들을 무시해버리는 방법을 선택했고 고개를 돌리고는 그 자리를 떠나려 발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이한수는 다급하게 서준영의 앞을 가로막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니 근데 너 따위 바보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곳을 찾아와?”모처럼 서준영 같은 멍청한 놈을 만났는데 그를 쉽게 보내줄 리가 없었다. 이한수는 모처럼 만난 서준영을 조금 더 굴려 자신의 자존감을 채울 생각이었다.왜냐하면,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인간을 즈려밟는 것은 너무나도 짜릿한 느낌이기 때문이다.계속하여 시비를 걸어오는 이한수에 서준영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한쪽 눈썹을 치켜들고 반박했다. “내가 어디에서 밥을 먹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이제 좀 비켜줄래?”“와, 너 따위 멍청이가 이제 주제도 모르고 나한테 기어올라?”이한수는 서준영의 반격에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