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고함에 민정연은 움찔하며 뒤쪽을 돌아보았다.신세희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간절한 표정으로 민정연 등 뒤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기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얼굴에 흉한 상처가 있는 남자가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출근할 때 지나가다가 본 사람 같은데….’회사에 출근할 때부터 이미 저들은 그녀를 미행하고 있었던 걸까?깊은 절망감이 몰려왔다.민정연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정신 사납게 소리는 왜 질러요? 그쪽이 나 때문에 번 돈이 얼마인데! 왜 아직도 내 앞에서 상사인 척하고 있어요? 보기 싫으면 밖에 나가버려요! 나는 오늘 이 년을 죽여버려야겠으니까! 아니, 죽이는 게 아니라 칼로 얼굴을 도려낼 거예요! 얼굴에 칼집이 잔뜩 난 얼굴로 돌아가면 부소경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안 가네요!”민정연의 짜증에도 남자는 인내심 있게 그녀를 설득했다.“민정연 씨, 저희는 당연히 민정연 씨의 말을 따르죠. 하지만 이 여자한테 민정연 씨가 겪었던 고통을 돌려주고 싶지 않으세요? 4일 전 그날 밤 잊으셨어요?”남자의 말에 민정연은 그제야 뭔가 떠오른 듯, 잔인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노려보았다.“신세희!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 나를 자극해서 빨리 죽고 싶었던 거지? 하지만 너를 이렇게 쉽게 죽일 수는 없어. 그래도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데 죽기 전에 이벤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어? 너도 선물이 꽤 마음에 들 거야.”신세희는 얼굴에서 전해지는 얼얼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거울이 없어서 지금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주 못생겨졌다는 것은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거울이라면 필요 없어요. 내가 지금 볼품없는 모습이라는 건 나도 아니까.”“하!”민정연이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알면 됐어.”“이런 볼품없는 꼴을 한 나한테 이벤트를 해준다고 남자 백여 명을 준비했나 봐요.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네요. 내 예상이 맞죠? 정연 씨, 참 통이 큰 사람이었네요. 어떻
“왜 그런 줄 알아요? 그들 중에서 내 편을 세 명 정도만 만들어도, 아니 열 명도 가능하려나? 그 사람들이 나를 구해서 밖으로 내보낼 거거든요. 그 과정에서 민정연 씨를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니죠.”민정연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항상 말수가 적고 얌전하던 신세희였다.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그녀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그녀가 이렇게 언변에 뛰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신세희의 말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민정연은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입술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다시 신세희를 향해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죽어 마땅한 년!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처지인지 알아?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재벌 집 규수는 나였어! 나한테도 부소경 대표랑 결혼할 기회가 있었어! 못해도 조의찬 씨와 결혼할 수 있었다고! 내 사촌오빠는 항상 나를 예뻐해 주었어. 그런데 네가 그들을 전부 빼앗아 간 거야! 다 너 때문이야! 뻔뻔한 년이 입만 살아서! 오늘 네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면 무슨 수로 남자를 유혹하는지 지켜보겠어!”신세희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승리가 코앞이었다.민정연이 얼굴을 망가뜨리면 남자들은 그녀에게서 흥미를 잃을 것이다.얼굴이 망가지는 것 정도는 괜찮았다. 살아서 남편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남편에게 가성섬에서 내륙에 잠입해 들어왔다고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목숨만 붙어 있으면 자신의 아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그것으로도 충분했다.‘민정연, 어서 나를 망가뜨려 봐!’민정연의 손길을 점점 더 거칠어졌다.신세희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민정연을 바라보았다.창고 구석진 곳의 작은 창문가. 하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망원경을 들고 이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정말 아름답군. 캐주얼한 옷에 아무 액세서리도 걸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라니. 순수
그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남자의 뒤에서 그를 말리는 소리도 들렸다.“도련님, 얼굴을 보이시면 안 됩니다. 부소경의 여자가 도련님 얼굴을 보면 위험해요. 도련님….”도련님이라.또 어느 집 재벌 도련님일까?신세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민정연에게 맞아서 눈앞이 흐릿해진 상태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흰 바지에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누군가가 서 있었다.“도련님?”민정연도 고개를 돌렸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홀린 듯이 남자를 바라보았다.창고 입구에 180이 넘을 듯한 장신의 남자가 서 있었다. 조의찬이나 구서준보다도 키가 큰 것 같았다. 하얀색 정장은 그의 부드럽고 순수한 이미지를 더 강조하고 있었다.큰 키에 비해 남자는 몸이 꽤 마른 편이었다. 바람만 불면 날아갈 것처럼 위태로웠다.하지만 얼굴은 웬만한 여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남성에서 가장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부소경이었다.하지만 부소경은 남성적인 기질이 강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다.눈앞의 남자는 부소경과는 다른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이목구비는 부드러웠고 부소경처럼 남성미 넘치는 인상이 아닌 고전적이면서도 선이 고운 인상이었다.그리고 남자의 뒤로 스무 명이 넘는 부하가 따르고 있었다.모두가 남자를 공손히 대하고 있다.그들 중에는 맨 처음에 민정연을 찾아와서 협력을 제안했던 남자도 있었다.바보가 아닌 이상 눈앞의 이 남자가 그가 모시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말했던 공자님이 이 사람이 분명했다.민정연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여인숙에서 하룻밤 유린당하던 날, 다른 건 몰라도 남자를 다루는 기술은 수없이 익혔다.물론 그 남자들은 거칠고 형편없었지만.거칠게 유린당하는 과정에서 즐거움도 배웠다. 하룻밤에 백 명이 넘는 남자를 상대한 그녀였다. 남자를 다루는 것에는 자신 있었다.게다가 요즘은 기분도 좋아서 피부도 매끄러워졌다. 맞아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신세희와 비교하
“네.”민정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사실 말씀드릴 게 있어요. 이 향수는요… 은밀한 곳까지 향기롭게 하는 향수거든요. 그래서 말인데요….”“그러니까 향수랑 더러운 냄새가 합쳐져서 풍기는 냄새군.”“꽤 달콤하지 않아요?”민정연이 딴에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반호영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든 신세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이 여자한테서는 무슨 냄새가 날까?”순간 민정연은 가소롭다는 듯이 신세희를 째려보며 말했다.“아이고, 우리 공자님. 저 못난이는 왜 보고 있어요. 얼마나 못생겼어요? 맞아서 눈도 제대로 못 뜨네. 공자님 손님이란 건 다들 아니까 여기 있는 부하들도 목숨을 끊어놓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와이프 곁을 오래 떠나 있은 분들이잖아요. 남자 손 좀 탄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부하들 욕구나 풀게 던져주는 게 어때요?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이 여자 생각보다 목숨이 질기거든요. 글쎄 감방에서도 살아남은 여자라니까요? 임서아한테 그렇게 오랜 시간 추격당하고도 살아 있잖아요. 애 데리고 어찌나 잘 숨어 다니는지. 얼마 전에 구씨 가문 구자현 씨한테 된통 당하고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걸레 같은 몸, 남자들 좀 상대한다고 죽지는 않아요. 재미를 다 본 뒤에 가성섬에 데려가도 늦지 않잖아요.”민정연은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반호영이 흡족해할 줄 알았다.어차피 맞아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망가진 얼굴, 허드렛일을 하는 부하들이나 탐내지 모든 걸 다 가진 남자가 이 여자한테 눈길을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부소경이 와도 신세희의 지금 얼굴을 보면 고개를 돌릴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아! 상쾌해!’“말이 너무 많군!”반호영이 민정연을 쏘아보며 말했다.“입 냄새도 심하고. 역겨워서 들어줄 수가 없네.”민정연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었다.남자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닥에 쓰러진 신세희를 보며 물었다.“그쪽은 어떻게 생각해?”신세희
신세희가 비명을 질렀다.“이거 놔! 안 그러면….”“물어 죽이려고?”반호영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사람을 홀릴 것 같은 매력적인 눈동자, 그리고 선이 고운 이목구비까지… 목소리가 굵지 않았으면 여자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신세희마저 잠시 넋을 잃고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반호영이 말을 이었다.“나랑 함께하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야.”신세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아, 나 그쪽보다 두 살 어려. 아직 여자친구 한번 사귀어본 적 없고. 하지만 그쪽은 다르잖아. 결혼도 해봤고 여섯 살 애까지 있다면서? 그러니 나 같은 연하남이랑 만나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지.”신세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당신….”참 어이없는 계산법이었다.그녀의 의견은 전혀 묻지도 않는 일방적인 선언.‘내 의중은 중요하지도 않은 거야?’힘만 있었으면 당장이라도 이 기고만장한 남자의 아랫도리를 걷어차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민정연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기에 그의 품을 벗어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이거 놔! 반호영 이 개 같은 자식아! 그래도 가성섬 군주의 넷째 동생이잖아! 사람 구실 좀 하라고!”신세희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럴수록 반호영은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신세희, 계속 반항하면 그 입을 확 덮쳐버릴 수도 있어!”신세희는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침착해. 반항할수록 나만 손해야. 이 남자는 도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남자가 과분한 스킨십을 시도한다면 따르는 척하다가 자결할 생각이었다.신세희가 조용해지자 반호영은 그녀를 안고 차에 태우고는 출발을 명령했다.신세희는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반호영이 그녀에게 안대를 씌웠다.“갑갑해도 참아. 당신 남편이랑 나, 사이가 최악이거든. 지금부터 전쟁 시작이야. 그놈이 죽든가 내가 죽든가 어쨌든 둘 중 하나는 죽을 거라고. 그러니 그놈 지역에서는 조심해야지.”차는 두 시간이나 달리더니 한곳에서 멈춰 섰
“너무 똑똑하다! 신세희, 너 너무 똑똑해!” 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 “그래서, 나는 아마 못 돌아가는 거겠지? 왜냐면 내가 네 탈출 터널을 알아냈으니, 넌 분명 나를 죽일 거 아니야, 맞지?” 반호영은 더 말을 하지 않았고, 신세희를 안은 채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별장 내부는 매우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다. 별장 안은 반호영이 말했던 것처럼, 개인 의사가 있었고, 의사는 반호영이 얼굴이 호빵처럼 부은 여자를 안고 들어온 걸 보았다. 여자의 입가엔 핏줄이 보였으며, 머리도 헝클어져 있는 걸 보고 의사가 물었다. “도련님, 이게…” “얼음팩 가져와서 얼굴에 찜질 좀 해주세요. 그리고 몸 안에 상처 입은 거 있나 검사 좀 해주시고, 피부나 머리쪽에 입은 상처도 최대한 좋은 약으로 치료해주세요.” 반호영은 가정의사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 가정의사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 “넵, 도련님!” 반호영은 신세희를 소파 위에 올려뒀고, 의사는 바쁘게 일을 시작했다. 우선은 얼음팩으로 찜질을 했다. 차가운 얼음팩 두 개가 신세희 얼굴 위로 올라왔을 때, 순간적으로 얼굴이 훨씬 편안해졌고, 머리까지 확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의사는 또 붓기를 빼주는 차가운 약을 그녀의 얼굴 위에 발랐다. 모든 걸 다 처리하고 나니 이미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반호영은 바로 신세희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올려준 뒤 말했다. “오늘 저녁은 푹 쉬어, 나중에 상처 다 나으면 그때 얘기하자.” 그녀를 향한 대우가 너무 좋은 거 아닌가? 그녀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건가? 신경쓰지 말자! 우선 잠자고 내일 생각하고, 자고 일어나야 도망갈 정신도 있을 테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날이 밝아 있었고, 일어난 신세희는 자신의 얼굴 붓기가 이미 가라 앉음을 느꼈다. 그녀는 안방에 인테리어를 볼 새도 없이, 일어나서 거울 앞으로 가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손자국이 조금 남은 것 말고는 얼굴에 붓기는 사라져 있었고, 머리가 매우
신세희는 웃었다. 그녀는 웃을 때 머리를 갸우뚱했고, 아무리 봐도 눈 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 우습다고 생각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그쪽을 아나요?”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 신세희는 직설적으로 반호영에게 물었다. “넌 내가 반호영인 거 알잖아.” “왜냐면 내 남편 때문이잖아!내 남편 때문이라고, 알아 들었어? 내 남편이 너네 가성섬 전체를 다 공격하려 했고, 그래서 내 남편이 너네 가성섬 주인이랑 그 주인의 가족들, 너희 반씨 가문에 대해서 다 알고 있지. 그래서 네 나이랑, 네 겉모습만 보고도 네가 반호영인 걸 알 수 있었어.” 신세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너 똑똑하다고 한 거야.” 반호영은 신세희를 보며 인내심을 가졌고, 그는 그렇게 소파에 앉아 신세희를 직시하고 있었다. 신세희는 그의 눈빛에서 간절함을 느꼈다. 맞다. 반호영은 간절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보고 있었다. 신세희는 몸에 닭살이 돋았고, 그녀는 말문이 막혀서 한참동안 말을 하지 못 했다. “…” 반호영은 오히려 평온했다. “신세희, 네가 우리 반씨 가문을 알고 있음과 동시에 나도 너를 알고 있어, 내 얘기도 좀 들어볼래?” “말해봐!” 신세희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어렸을 때부터 불행했지. 12살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도 네가 감옥생활 할 때 실종되셨잖아.” 반호영이 말했다. “임지강이 알려준 거지?” “그래서, 난 네가 감옥 살이 했던 거 알고, 결혼하기 전에 임신했던 것도 알고, 네가 부소경한테 6년 동안 쫓겼던 것도 알고, 너랑 네 오빠가 네 딸을 데리고 도망다닌 것도 알아.” “그건 임지강네 가족이 날 죽이려고 했던 거였어! 내 남편이 그런 게 아니야!” 신세희는 화가 나서 웃었다. “근데 너도 그때는 남편이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했었잖아, 아니야?” 반호영이 되물었다. 신세희:“......” “네가 왜 부소경이 널 죽일 거라고 생각했냐고?” 반호영은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했
너무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큰 형이 임씨 가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사람을 파견해서 몰래 남성에 잠복할 때, 그도 따라왔다. 그는 신세희라는 여자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처음 신세희를 봤을 땐, 신세희가 회사 밖에 있었을 때였고, 그러니까 어제 아침이었다. 그때 신세희는 막 뛰어다니면서 전체적으로 생기가 가득했고, 헐렁한 하얀색 맨투맨을 입고 있었어서 그녀가 전혀 27살의 성숙한 여성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 속세를 모르는 여고생 같았다. 그녀의 때 타지 않은 모습은, 가성섬 전체에 있는 여자들을 모두 억누를 수 있었다. 반호영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번에 여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온 걸 알았기에, 그는 모습을 드러낼 수없었고,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아무리 신세희의 청순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외모에 매료되었어도, 반호영은 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는 똑같이 계획대로 일을 처리하고, 자신의 부하와 민정연을 시켜서 이 일을 처리해야 했다. 반호영이 신세희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됐을 때는, 그 허름한 창고에서 민정연이 신세희를 때렸을 때였다. 신세희의 굴복하지 않는 모습과 냉정함, 신세희는 이미 저렇게 맞아서 죄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 나오는 그 담담함과 거만함은, 여전히 민정연을 짓누를 수 있었다. 민정연이 위에서 신세희의 얼굴을 발로 밟고 있었어도, 반호영은 민정연의 실패와 초조함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세희는 달랐다. 신세희는 늘 침착했다. 아무리 그녀의 얼굴이 부어서 터질 것 같았어도, 그녀는 똑같이 침착했다. 그 순간, 반호영은 신세희를 사랑하게 됐다. 그는 위풍당당하고, 세상에 무서울 게 없고, 인맥과 권력이 남성에서 서울 그리고 해외까지 멀리 뻗어 나가 있는 부소경이, 왜 할아버지가 지지하는 임서아를 포기하고, 고집을 피우면서까지 2년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6년동안 도망 다닌 신세희와 결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