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금희의 반전 섞인 말에 미루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곧바로 생각 정리를 마쳤다.나금희가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하지만 나와 내 남편 모두 이 두 아이를 예뻐해 줄 수 있어. 너만 원한다면 우리가 이 두 아이를 데려가 줄 수도 있어. 우리가 너 대신 아이들을 키워줄게."나금희는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이는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 방안이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미루나와 아이들을 인정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도 미루나는 엄선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엄선희가 아직 살아있는데 미루나를 인정했다가는 엄선희만 불쌍한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때문에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마워요, 너무 고맙습니다. 이미 충분해요."미루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두 분이 저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아이들이 제 곁에 있는 게 좋거든요."미루나는 그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던 노부부를 바라보았다.어르신은 이미 장을 보고 돌아온 상태였다. 같은 시각 그는 나금희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겠다는 말을 듣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하지만 미루나가 아이들을 그들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얘기를 듣고 또다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금방 사 온 채소들을 거실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두 사람의 유일한 낙인 아이를 잃었거든요. 그동안 미루나가 없었다면 우린 이미 죽고 없었을 거예요. 미루나, 그리고 이 두 아이가 우리한테 살아갈 희망을 안겨준 거예요. 두 아이는 우리들의 보배란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두 늙은이가 꼭 두 아이를 잘 보살펴줄게요...""이렇게 하죠."그때, 서준명이 두 어르신의 말을 딱 잘랐다."제가 두 분을 우리 집에서 지내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럼 아이들을 돌볼 수도 있고 아이들도 미루나 씨와 가까이 지낼 수 있잖아요. 어떠세요?"어르신은 노부인을 바라보았다.노부인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한참 지나자 노부인이 입을
"더 이상 서씨 가문에 발을 들여 재벌 집 안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을 거예요. 난 그저 아이들이 뛰놀면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살고 싶어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그럼 앞으로 계속 배우 활동은 할 거예요?"신세희가 물었다."네."미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래도 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제가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못난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리는 게 뿌듯하거든요. 그게 바로 제가 이룬 성과예요."신세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좋아요. 저와 민정아 씨, 엄선욱 씨, 그리고 염선의 씨까지 앞으로 자주 보러 올게요. 루나 씨... 힘내요.""네, 꼭 힘낼게요!"미루나는 신세희의 말속에 담긴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비록 속상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신세희를 탓하지 않았다."제 새 드라마가 방영되면 보러 오실 거죠?"몇 초 머뭇거리다가 미루나가 또 신세희에게 물었다.그녀가 살면서 사귄 친구 중에 가장 좋은 친구가 바로 신세희였기에 그녀는 늘 본능적으로 신세희의 인정과 축복을 받고 싶어 했다."당연하죠."신세희는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꼭 보러 갈게요."신세희도 자신이 미루나에 대한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녀는 줄곧 미루나가 바로 엄선희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항상 자기도 모르게 미루나와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미루나가 혹여 엄선희가 아니라면 구석에 숨어서 지내는 진짜 엄선희는 얼마나 속상하겠는가?엄선희는 이대로 이 세상에서 버려질 존재란 말인가?아니!신세희는 눈앞에 서 있는 미루나를 지나치게 살갑게 대할 수 없었다."그럼... 힘내요."신세희는 그녀에게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저는 들어가지 않을게요. 아이들 데리러 가봐야 해서요. 게다가 오늘 종일 업무로 바빴던 터라, 먼저 가볼게요."미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오후, 집으로
16살 소녀가 어른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재벌이면 만능이야? 눈에 보이는 곳에서 날아오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쏘는 화살은 막아내기 어려워, 어떤 건 피할 수 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엄선희 이모를 봐, 결혼하기 전에는 우리 엄마랑 완전히 다른 집안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잖아. 우리 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늘 힘들게 살아왔지만 엄선희 이모는 아니잖아. 엄선희 이모는 집안의 공주님이었어. 하지만 시집간 다음에는? 비록 서준명 삼촌이 이모를 아끼는 건 알겠지만 결국 당한 건 사실이잖아."신유리의 말투는 소름 돋을 정도로 침착하고 논리정연했다.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딸을 쳐다보며 말했다."하하. 우리 딸 다 컸네!""아빠!"신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난 곧 17살이 될 사람이에요. 1년만 지나면 18살 성인이라고요. 그럼 나도 어른이에요."그렇다.부소경은 자신의 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16살의 신유리는 더 이상 어릴 적 그 아이가 아니었다.아이는 클수록 성격이 점점 엄마를 닮아갔다.아무래도 그녀의 엄마 영향을 많이 받는 듯싶었다.그녀는 점잖고 이성적이며 똑똑하고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다.그뿐만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속에는 사랑까지 담겨있다.이 점은 그녀의 삼촌인 서시언의 영향이 크다.서시언은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 어릴 때부터 신유리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며 키웠다. 신유리는 5살이 되기 전 엄마와 삼촌 손에서 자랐는데, 엄마는 엄하게 교육하는 반면 삼촌은 그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이로 인해 아이는 부드러우면서도 사내다운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그 뒤 아빠 옆으로 돌아오면서 아빠의 단호하고 차가운 성격까지 이어받게 되었다.16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에게서 부소경은 F그룹 후계자의 그림자를 보아냈다.하지만 신유리는 눈치 빠른 똑똑한 아이였다."날 후계자로 삼을 생각 하지 마!"신유리는 부소경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가 널
부소경은 저금통을 한쪽에 놓고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왜 그래? 엄마,아빠가 준 돈으로는 부족해? 왜 저금통을 열려고 하는 거야? 저금통은 한번 열면 다시 닫을 수 없어."부소경의 기억대로라면 신유리의 저금통은 반명선이 해외 유학을 떠난 지 1년이 되어 돌아올 때 선물로 가져온 것이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신유리가 가장 존경하던 사람이 바로 반명선이었다.그녀가 어찌 반명선이 선물한 저금통을 감히 망가뜨리려고 하겠는가?신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 난 그냥 돈만 꺼내면 돼.""아빠한테 말해줘. 이 돈으로 뭐할건지."부소경이 물었다."우리 반 여자아이가 백혈병에 걸렸대. 그 아이 가족들은 이미 수술비에만 수천만의 돈을 들여서 이젠 돈이 없대.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어."신유리는 부소경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얼마나 보태고 싶은데?"부소경이 물었다."저금통 안에 있는 200만 원 전부."신유리는 곧바로 대답했다."바보야! 그걸 왜 저금통 안에 있는 돈을 써, 아빠가 대줄게, 400만 원 기부해도 돼. 네가 친구를 돕는 일이기에 아빠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신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빠, 나 이제 16살이야. 나도 이젠 돈 버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아. 우리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마찬가지야. 기부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능력껏 도와야지. 난 내 돈이 아닌 돈으로 기부하고 싶지 않아, 이건 옳지 않은 일이야."신유리의 말에 부소경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그는 줄곧 신유리를 철없는 아이로 생각해 왔기에 단 한 번도 16살짜리 아이가 이토록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단번에 딸을 품에 껴안으며 말했다."내 딸, 넌 아빠의 자랑이야! 자, 아빠가 지금 당장 저금통 열어줄게. 명선이 준 저금통을 열어버렸으니 주말에 명선을 불러 함께 밥 한 끼 먹자. 마침 명선도 오래 만나지 못했는데 잘됐네."부소경이 말했다."
미루나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짓더니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성형을 심하게 한 건 맞지만 다들 나를 이렇게 못 알아보다니, 나랑 제일 친하던 유리 공주님까지도 날 못 알아보네?""엄선희 이모, 엄선희 이모 맞지! 왜 이렇게 됐어? 아니! 당신은... 당신은 미루나 이모?"신유리는 아주 똑똑한 아이였다.그녀는 미루나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전에 부소경과 신세희가 미루나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었기에 미루나가 엄선희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토록 디테일하게 알고 있을 수 있겠는가?예를 들어 지금 미루나는 그녀를 유리 공주님이라고 부르고 있다.이는 신세희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는 신유리와 엄선희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아니, 나는 엄선희 씨가 아니라 미루나야."미루나가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당신이 바로 미루나 씨인가요?"반명선도 물었다.그녀도 신세희와 신유리에게서 미루나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러자 미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반명선이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비록 당신이 성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성형한 티가 너무 많이 나요, 게다가... 혹시 성형이 실패했나요?"미루나는 고개를 푹 떨군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바로 그때 신세희도 입구에 도착했다."미루나 씨, 오셨네요. 빨리 들어와요. 유리야, 명선아, 너희들 왜 이모를 입구에 세워놓고 들어오란 얘기도 안 해?"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되찾고 말했다."엄선희 이모... 아니, 미루나 이모, 빨리 들어와."그들이 미루나를 집에 들여보내자 미루나도 손에 든 선물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오늘은 신세희 씨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 거예요. 신세희 씨가 날 믿어주지 않았다면 저 지금쯤 맞아 죽었을걸요? 그것으로 모자라 사기범으로 경찰서에 끌려갔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 직접 인사드리러 온 거예요."신세희는 미루나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미루나 씨,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신유리는 화를 가라앉히고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세희 여사! 난 날 강요하고 싶지 않고, 난 날 억울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 왜냐하면 내 마음은 엄선희 이모라고 부르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불렀어. 엄선희 이모라고 부르는 게 불법인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신세희 여사, 내 일에 끼어들지 마!""너 이 자식, 감히 대들어?! 이젠 다 컸다 이거야?"신세희는 손을 들어 신유리의 이마를 튕기며 말했다."너 계속 마음 가는 대로 부르다가 진짜 엄선희 이모가 돌아와서 알게 되면 얼마나 속상하겠어?""그럴 리 없어!""너 재수 없는 소리 그만해! 지금 엄선희 이모가 못 돌아올 거라 저주하는 거야?""아니야!"신유리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신세희에게 해명했다."내 뜻은, 두 번째 엄선희 이모가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야. 왜냐하면 엄선희 이모가 이미 돌아왔잖아, 지금 내 눈앞에!""그렇게 확신한다고?"신세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맹세해!"신유리는 아주 굳건한 말투로 말했다.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사실 그녀도 마음속으로는 미루나가 바로 엄선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한 추측을 사실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유리야, 넌 이제 고등학생이야. 너도 유전자라는 게 변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알고 있지? 미루나 이모 유전자는 엄씨 할아버지, 엄씨 할머니의 유전자와 달라..."신유리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유전자가 잘못했네!"신세희가 물었다."뭐라고?"신유리는 짜증 난 듯 신세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난 엄선희 이모랑 놀러 갈게! 점심에 엄선희 이모가 좋아하는 음식들로..."신유리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미루나에게 물었다."아, 엄선희 이모, 뭐 좋아하더라?"미루나는 흠칫 놀랐다.신유리는 그녀를 다독이며 물었다."우리 한 번 동시에 얘기할까?"미루나와 신유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안동찜닭... 닭탕에 절인 알밤."안동찜닭.신세
그러자 반명선이 말했다."아, 루나 언니, 어쩌다가... 그런 일이.."반면 미루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명선 씨, 이 얘기는 그만하고 의학 공부한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어요? 가성섬에서 금방 왔을 때만 해도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 성적이 좋지 않아 남성으로 올라와 복학했잖아요."반명선은 깜짝 놀라 물었다."내가... 반명선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신유리도 따라서 깜짝 놀랐다."엄선희 이모, 엄선희 이모 맞잖아!"게다가 옆에 있던 신세희와 부소경도 덩달아 깜짝 놀랐다.그러자 미루나는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아... 미... 미안해요. 난... 난 그게... 가끔 서준명 씨랑 얘기 나누다가 서준명 씨 친구들에 대해... 좀 관심이 많아서요. 조의찬 씨가 서준명 씨 친구인 것도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조의찬 씨 여자 친구라는 사실도 알고요. 난... 서준명 씨랑 조금이라도 친해지기 위해 모두... 모두 알게 됐어요."미루나는 비록 목소리가 허스키했지만 단 한 번도 말을 더듬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갑자기 말을 심각하게 더듬고 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미루나는 애써 변명하려고 했다."저기, 신세희 씨... 미... 미안해요, 오늘 집에 손님이 있는 줄 모르고 찾아왔네요. 그럼...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볼게요. 얘기 나누세요. 먼저 갈게요.""우리가 한 가족인 건 어떻게 알았어?"신유리가 눈시울이 붉어져서 물었다."그... 그게... 내가... 내가 알아봤으니까, 명선 씨... 명선 씨는 네 넷째 삼촌 큰형의 딸이고 네 넷째 삼촌과 네 아빠를 모두 넷째 삼촌이라고 하잖아. 그리고... 네 아빠도 반명선 씨를 친딸처럼 생각하고, 내... 내가 다 알아봤다니까."미루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말하는 동시에 밖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그녀는 이미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이 세상에 살면서 매일 부모님과 서준명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아이들이 서준명의 집에 머무를 수
반면 집에 남아있는 신세희는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엄마, 이젠 좀 알겠지? 미루나 이모가 바로 엄선희 이모야. 얼굴이랑 목소리는 많이 바뀌었지만 많은 디테일들이 엄선희 이모랑 완전 똑같아. 엄선희 이모는 어른이고 나는 아이지만 엄선희 이모는 예전부터 나한테 애교 부리는 걸 가장 좋아했고 내 간식도 자주 빼앗아 먹었었어. 내 간식을 먹고 싶거나 이모 대신 내가 일해주길 바랄 때마다 날 유리 공주님이라고 불렀었어. 이런 디테일들은 다 본능적으로 나오게 되어있단 말이야. 엄선희 이모가 아닌 다른 사람 이런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이처럼 자연스러울 수 없어."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엄마도 알아. 엄마도 봤어."그녀는 시선을 반명선에게 돌렸다."명선 씨, 어떤 경우에 한 사람의 혈액형과 유전자가 바뀔 수 있어요?"반명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숙모, 의학 전공에 의학 박사 졸업 출신인 제가 책임지고 얘기해 드릴 수 있는데 한 사람의 유전자는 뒤바뀔 수 없어요. 만약 미루나 씨가 정말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의 자식이라면 분명 그들과 유전자가 똑같을 거예요!""혈액형은요?"신세희가 또 물었다.그녀의 인식범위 내에서 유전자는 물론 혈액형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혈액형은 가능해요."반명선이 말했다."만약 한 사람이 큰 병을 앓게 되어 조혈 기능을 잃었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죠. 즉 골수이식과 마찬가지죠.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아 형성된 혈액은 기증자의 혈액형과 똑같게 돼요. 하지만 숙모,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무리 골수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일지라도 유전자는 절대 뒤바뀔 수 없어요!"신세희는 혼란에 빠졌다.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여보? 오늘 미루나 씨가 하는 행동들도 봤잖아요. 유리가 익숙해하는 정도, 명선 씨와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툭 던진 말들, 게다가 명선 씨의 가족관계까지 죄다 알고 있잖아요. 미루나 씨가 바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