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바뀌어도 유전자는 변하지 않아요. 그러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안 될까요? 부탁드려요.”"너... 뭐라고 했어?" 울다 기절할 뻔한 나금희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유전자…검사를 해주세요…”미루나가 겁에 질려 말했다.나금희, 엄위민, 서준명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 중 누구도 미루나가 유전자 검사를 요청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처음에 미루나가 그들의 딸이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그녀가 막무가내이고 밑도 끝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루나가 하고 싶은 일은 유전자 검사였다. 세 사람은 멍하니 미루나를 바라만 보았고, 근처에 있던 구경꾼들도 모두 화들짝 놀랐다.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전개란 말이지? 미루나가…그들의 친딸인 건가? 정말 서준명의 아내인 엄선희라고?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이지? 고인이 된 서준명의 아내는 매우 아름답고 세련되었으며, 또한 사랑스럽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그들 앞에 있는 이 여성이 어떻게 엄선희일 수 있다는 거지? 만약 그녀가 정말 엄선희라면 그녀의 부모님이 정말 딸을 못 알아봤을까?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루나는 여전히 목이 쉰 채로 말을 꺼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는 걸 좋아해서 학업 성적도 별로 좋지 않았고, 대학도 열심히 다니지 않아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건설회사에서 사무직으로만 일할 수 있었어요. 이 사무직도…제 오빠가 소개해 준 거죠. 제 오빠는 친 오빠가 아니라, 사촌 오빠이고, 이름은 엄선우예요.” “너……”나금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넋을 잃었고, 엄위민도 놀란 눈치였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늘 게으른 편이었어요. 그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엄마가 항상 저를 잘 챙겨 주셔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죠. 그래서 일을 시작했을 때 월급을 한 번도 부모님께 드리지 않았지만 매달 쓰기에 항상 부족했어요. 제 가정 형편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평범한 가정이었기 때문에 매우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살았지만 특별히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화들짝 놀라며 입구를 바라보았다. 문 앞에 서 있는 중년 여성은 매우 낯선 얼굴이었다. 미루나는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워서 눈물을 닦고 문 앞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죄송합니다만, 누구세요?”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당신들이 우는 걸 듣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당신들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이 집안의 딸이랑 전혀 닮지도 않았고, 부모님과 직접 만나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딸이라고 할 수 있나요?” 중년 여성은 매우 정중한 어조로 말했고, 미루나의 눈빛이 많이 주눅 들어 보였다. 중년 여성의 말이 맞지 않는가? 미루나가 남성에 돌아온 지 이미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친부모와 서준명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고, 이번 생에 그녀의 부모님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다른 소원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이 소원이 이루어졌다.미루나는 그녀의 부모님과 서준명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 서준명과 그녀의 오빠도 결코 그녀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에 그녀는 매우 행복했고, 또 매우 만족했다. 그녀는 이 생에서 자신이 살아있는 한 서준명과 그녀의 부모, 그리고 그녀의 오빠, 큰아버지 큰어머니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자비를 구하는 개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기꺼이 하기를 원했고, 무조건 해야 했다. 수년 전, 그녀가 아직 엄선희였을 때, 그녀는 한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보도에서는 매우 높은 교육 수준과 좋은 직업, 좋은 남편, 그리고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여성 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녀는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매우 행복한 중산층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 박사는 불치병 진단을 받고 수명이 길어야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일이 너무 바빠서 자신의 자녀와 노인, 그리고 남편과 함께 보낼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이 병에 걸렸다는 진단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까마귀처럼 거칠고, 얼굴은 엄선희에 비해 훨씬 덜 아름다웠다.심지어 표정은 대부분 굳어있었는데, 그녀가 악역을 맡은 이유는 얼굴이 상대적으로 사나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녀가 부모를 만났다고 해도 부모마저 자신을 낯선 사람으로 대하는데, 어떻게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미루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해왔다.그래서 그녀는 부모님과 서준명을 다시 마주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단지 그들의 곁에서 지켜보며 차를 대접하는 것이 현재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 그 순간, 미루나는 이 중년 여성의 말에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고 부모님을 바라보며 미안한 듯이 말했다. "저는…저는 단지 제안을 했을 뿐이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어요. 아…안 하셔도 돼요, 제가 죄송합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이맘때가 되자 서준명과 엄선희의 부모도 정신을 차렸다. 특히나 서준명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이 여자와 엄선희가 닮은 구석이 하나라도 있나? 얼굴도, 피부도 닮지 않았고, 키 빼고는 엄선희와 전혀 닮은 점이 없었다! "당신.. 누구야? 도대체 당신이 바라는 게 뭡니까!” 서준명은 차가운 얼굴로 미루나를 바라보았다.미루나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아…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자 이때 엄선희의 어머니가 엄선희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손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저희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장난꾸러기였어요. 큰 늑대개를 쫓아다녔지만 그 늑대개보다 키가 작을 때였고, 그 개에게 손목을 물려서 깊은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었죠.”그렇게 말한 뒤 미루나의 소매를 걷어붙였다.하지만 나금희는 미루나의 팔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너… 넌 우리 딸이 아니야! 넌 아니라고! 널 믿는 게 아니였어! 넌 우리 딸이랑 전혀 닮지도 않았다고! 이 사기꾼 같으니라고.”나금희는 미친 듯이 울부짖었고, 미루나도 눈물을 흘렸다. “네
”세희 씨, 내 정체를 의심하지 않는 거예요?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루나는 신세희를 감동적인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변할 수 있지만 유전자는 변할 수 없어요. 혈액형은 변했지만 유전자는 변할 수 없다고 했죠, 저는 유전자를 믿어요.” "유전자 검사 결과 내가 엄선희고 세희 씨 친구라는 것이 밝혀지면 나를 받아주는 거예요?" 미루나가 물었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신세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미루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 이미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신세희는 미루나를 만날 때마다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이겠지? 신세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루나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게다가 얼굴에 바르는 것은 모두 불량 파운데이션인데 그 누가 그녀의 얼굴을 견딜 수 있겠는가? 어쨌든 신세희는 이 여자가 지금 서준명과 엄선희의 부모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세희와 민정아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민정아도 머뭇거렸다. 그들이 오랫동안 함께 놀았던 엄선희는 눈앞에 보이는 사람과는 달랐고,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엄선희의 모습은 매우 확고했다. 그들 앞에 있는 이 여자는 엄선희가 아니다.얼굴은 달라도 목소리라도 엄선희와 비슷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적어도 엄선희의 목소리가 가장 익숙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얼굴도 달랐을 뿐 아니라 목소리도 엄선희와 전혀 달랐다. 누가 그녀를 엄선희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신세희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미루나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당신들 마음속의 엄선희의 모습은 이미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죠. 얼굴과 목소리가 바뀌고, 피도 바뀌었으니 당연히 다른 사람이 되었죠. 나도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
”실제로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 아닌가요?”중년 여성은 마치 미루나의 속임수를 간파한 듯이 말했다. 미루나는 겁을 먹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이후 결과가 틀릴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유전자가 부모의 유전자와 똑같고, 더 이상 그녀를 딸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 와도 여전히 그녀를 거부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유전자가 그녀의 부모와 동일할 것임에 확신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미루나는 더욱 두려워졌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자신이 엄선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버린다면, 그녀는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게 될 것이다. 그저 자신이 상상한 꿈속에서 사는 것, 비천하게 머리를 움츠리고 사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괜찮았다. "보시다시피 이 여자는 감히 유전자 검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네요! 하하! 저 사람이 어떻게 엄씨 부부의 딸이겠습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정의를 주장하는 중년 여성은 더욱 비웃으며 말했고, 엄선희는 두려움에 떨며 참석한 모든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는 다시 서준명이 화나 있는 모습을 보았고, 부모님의 먹먹한 표정을 보았다. 미루나는 시선을 신세희와 민정아에게로 옮겼다. 민정아는 이미 그녀를 때려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미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이 미친 여자가! 당신이 방금 막 병원에서 나왔다고 해서 내가 못 때릴 것 같아? 난 내 낡은 신발로 당신 입을 아주 찢어버릴 정도로 때릴 수 있다고!” 미루나는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그래요…” 이 순간, 신세희만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녀의 어조에는 비난의 흔적이 없었고 그녀는 여전히 미루나를 침착하게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당신은 이제 피할 수 없어요. 선택은 하나뿐이니 저희를 따라 병원으로 가서 유전자 검사를 받으세요. 검사를 받고 나면 서로 안심할 수 있지 않겠어요?” 미루나는 신세희가 내뱉은 말을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고, 한 걸음
"준명아,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 엄위민은 재빨리 서준명에게 물어보며 이미 서준명에게 다가갔다.그 직후 엄선우, 엄선희, 신세희와 민정아도 서준명 곁으로 왔고, 오직 미루나만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얼굴의 낫빛은 몹시 어두워졌다.지금 이 순간은 마치 의사가 종양 조직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알리는 것과도 같았다. 삶인가 죽음인가?그것은 모두 의사의 결과 발표에 달려있다. "결과가 나왔는데, 아니라고 하네요!" 서준명이 비웃었다.동시에 엄위민, 엄선우와 염선의, 신세희와 민정아가 모두 테스트 결과를 보았다.미루나의 유전자는 엄위민과 나금희의 유전자와 달랐다! 99% 유사성은 말할 것도 없었고, 5%의 유사성도 없었다.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미루나를 바라보았고, 서준명은 더욱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 "당신! 더 할 말이 남아 있어? 이 사기꾼!” "왜 아직도 나가 죽지 않는 거야! 당장 나가서 죽어버려!”나금희는 이미 병원 복도에서 울부짖기 시작했다."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이게 어떻게 가능해요?! 나... 내가 어떻게 내 부모님의 딸이 아닐 수 있단 말이예요…?” 미루나는 자신의 유전자가 부모의 유전자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부모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슬픔에 잠길 것이었지만, 그녀는 테스트 결과가 불일치로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아니요! 이럴 리 없어요, 어딘가에 실수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요!" 미루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그녀는 어머니 옆에 무릎을 꿇고 거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저는 엄마 딸이에요, 엄마 딸 엄선희 라고요! 저는 산호 초등학교를 나왔고, 처음 등교하던 날 엄마 아빠가 같이 저를 배웅했잖아요. 난 맨 앞줄에 섰고, 우리 반의 작은 깃발을 들고 서 있었어요. 엄마 아빠는 바로 옆에 서 있었고, 내가 교실에 들어갈 때까지 발길을 떼지 못했어요. 그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마음은 쓰라렸다. 사실 그것은 모두 그녀의 얼굴이 바뀌고, 피가 바뀌고, 목소리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조금이라도 차이가 난다면 부모님은 당연히 의심을 하기 마련이기에 정확하게 해야했다. 얼굴이 변하지 않았으면, 변하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면 부모님은 검사를 할 필요도 없이 그녀를 집으로 바로 데려갔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전자 검사는 양날의 검이다.테스트 결과가 일치하다고 나와도 상처를 입을 것이고, 불일치로 나오면 더욱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이기에 신은 왜 이렇게 그녀에게 벌을 내리는 걸까? 부모와 함께 있을 권리와, 애인을 빼앗기고, 모든 우월한 삶을 빼앗아도 괜찮은데, 어떻게 유전자결과까지 이렇게 처참할 수 있단 말이지!미루나는 몸을 돌려 필사적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세희 씨, 분명 유전자는 틀리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왜 결과가 틀린 거죠? 나를 인정하기 싫으면 나한테 직접 말하면 되잖아, 난 당신들을 만날 생각이 없었어요. 그저 당신들 곁에서 당신들을 바라보고 싶을 뿐이었다고요! 당신들을 방해하지도 않았고, 위협한 적도 없어요. 난 그저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하는 개처럼 당신들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엄마 아빠도 마주 보고 싶지 않았고, 그저 물을 따라주고, 매일 아침밥을 사주고 싶을 뿐이었다고요! 진짜 이게 다예요!그리고 난 준명 씨와 결혼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사람이 너무 외롭지 않게 단지 그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싶을 뿐이었는데, 내 요구는 이게 다예요. 난 누구에도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왜 나에게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죠? 왜!”그녀는 목은 너무 쉬어서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그녀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절망적이었고, 신세희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을 느꼈다.신세희 또한 많은 일을 겪었고, 오해를 받고, 남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은 적도 있
경찰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계속해서 질문을 건넸다.“아이가 두 명 있다고 들었는데, 나머지 아이는 어디에 있죠?” 미루나는 고개를 저으며 경찰을 보지 않고 신세희만을 바라보았다. "세희 씨, 아마도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을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말을 해야겠어요.”신세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면 뭐든 하셔도 됩니다.” 미루나는 슬프게 웃었다."여전희 같은 말이에요, 난 이 생에서 다시는 부모님을 마주할 생각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분명 큰 소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 부모님은 더 이상 어떤 풍파도 견디지 못하세요. 그리고 준명 씨. 준명 씨는 결백해요, 그 사람은 나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사람은 아직 너무 어려요. 그리고 나, 내 얼굴과 피는 더 이상 엄선희가 아니에요. 준명 씨는커녕 우리 부모님도 날 받아들일 수 없을 텐데, 준명 씨는 오죽하겠어요? 내가 이걸 말하는 이유는 세희 씨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세희 씨가 더 이해심이 있고 관대하기 때문이 이 말을 하는 거고요.” 신세희는 미루나가 진심을 다해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미루나 씨, 당신 말을 이해했어요.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바로 하세요, 제 말을 믿는다면요.”신세희는 미루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고, 미루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여기까지 하죠, 저는 더 이상 부모님을 모실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준명 씨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더 이상 이런 걸 바라지 않아요. 저는 이제 아무것도 설명을 할 수 없어요. 지금은 그저 제가 덤벼든 걸 후회하고 있는 중이예요,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겠죠? 한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세희 씨…부탁을 해도 될까요? 제 두 아이를 돌봐주시겠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고, 난 당신 외에는 내 아이를 어디에도 맡길 수 없어요. 그러니까 제 아이를 돌봐 주시겠어요?”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