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인사부 경리는 당황했고, 눈이 휘둥그레진 그는 최용길을 바라보았다.다른 이들도 놀란 눈으로 최용길의 반응을 주시했다.제일 당혹스러웠던 이는 바로 염선의였다. 그녀도 다른사람과 같이 최용길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이내 실소를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그는 최영희의 아버지였고 대표님이었으니 딸의 편을 든다는 것도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염선의는 자신이 너무 처량해 보였다.이렇게까지 애를 쓰며 어떻게든 잘해보려 하고 있는데, 결국 해냈는데 세상은 여전히 그녀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에 힘이 풀렸다.고작 최영희가 대표의 딸이란 이유 때문이란 말인가?그래서 그녀가 한 모든 것은 이제 헛수고란 말인가?염선의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체 무엇 때문인가요?”염선희는 최영희를 바라보다 여인걸에게 시선을 돌렸다.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최영희를 그저 한번 힐끔 바라보고 여인걸을 뚫어지게 보았다.이 모든 것은 여인걸이 시작했다.“내가 묻잖아요! 도대체 왜요!”여인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염선의는 끊임없이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고개를 든 여인걸이 비웃으며 말했다.“왜냐고요? 그건 당신이 제 주제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고 사람을 너무 역겹게 만드는 기질이 있기 때문이에요. 왜 그렇게 눈치가 없죠? 그때 우리가 안 좋게 헤어지고 당신이 더럽게 질척거려서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이면서까지 난리를 피운 덕에 당신은 우리 가족의 악몽 그 자체였어요. 오로지 나의 악몽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악몽이기도 했다고요. 그런 당신을 내가 다시 보고 싶겠어요?”“보고 싶지 않겠죠.”염선의가 대답했다.“그렇게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이 왜 아직도 회사를 나가지 않는 거죠?”여인걸은 씩씩거리며 버럭버럭 화를 내며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이 회사와 협력하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잖아요? 조금이라도 수치심을 느꼈다면,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었다면! 당신은 구석에 쭈그리고 있었겠죠. 하지만 낯이 두꺼
나도 알아요. 근데 당신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니 이번 기회에 내가 그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게요. 매번 내가 언질를 줄 때마다 그것이 통화를 할 때든 직접 만나서 말할 때든 모두 녹음해 놨어요. 좋은 마음으로 격려하며 스스로 사퇴하라고 눈치를 줬던 기록이 다 남아있다고요.”염선의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녹음? 그럼, 어디 한번 들어봐도 될까요?”“당신이 이렇게나 원하는데 내가 못 할 것도 없죠.”여인걸은 멸시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그의 눈빛은 마치 자신은 아주 신사답게 충분한 배려를 베풀며 경고했는데 염선의가 그를 무시했으니, 그녀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듯했다.그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녹음 파일을 틀었다.그리고, 그의 말대로 적어도 세 번의 경고하는 대화가 담겨있었다.모두 그가 염선의에게 말하는 것이었다.“당신을 생각해서 말하는 건데 사퇴하는 것이 나을 거예요. 만약 사퇴하지 않는다면 후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예요.”3번, 모두 이와 같은 내용이었다.“그래요. 당신은 확실히 몇 번 경고했었죠. 경고가 효과가 없어서 이렇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거군요.”염선의는 평온하게 여인걸을 바라보았다.여인걸은 당당하게 말했다.“난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처음에 난 당신에게 아량을 베풀었는데 당신이 아랑곳하지 않아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든 거예요. 상황을 이렇게 키웠으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표가 직접 자르는 거잖아요. 일찍 스스로 걸어 나갔다면 이런 창피는 당하지 않았잖아요? F그룹의 직원이니 회사의 규정에 대해 잘 알 거예요. F 그룹은 직원을 쉽게 자르지 않죠. 하지만 일단 자른다면 남성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죠. 그것은 다른 회사도 F그룹에서 잘린 사람을 요구하지 않을 테니깐요. 이걸 돌을 들어 자기 발등을 찧는 경우라고 말하는 거예요.”“그래서요?”염선의가 같잖다는 듯 웃었다.“사직서를 내지도 않고, 회사에서도 잘리
그 목소리에 모두가 벙쪘다.낮게 깔린 목소리는 위압감이 있었다.회사에서 자주 듣기 힘든 목소리다. 회사에 큰 회의가 있거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에만 자리를 지키는 주인 때문에 일 년에 몇 날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목소리다. 목소리의 주인은 밖에서 그의 여동생을 찾고 있었다.모두가 얼어버린 그때,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대표님!”바로 인사부의 디렉터가 그를 부른 것이였다. 이어 총괄도 그에게 물었다.“대표님께서 여기엔 어쩐 일이세요?”“엄 대표님.”그리고 여인걸이 낮은 목소리로 읇조렸다.여인걸이 F그룹와 손잡게 된 것은 애초부터 엄선우덕분이었다. 엄선우가 여인걸이 거주해 있는 도시로 동생을 찾으러 갔을 때 우연히 이 큰 규모의 회사가 아주 실력 있고 질서정연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회사의 대표가 엄선우보다도 젊은 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엄선우는 한 회사의 대표가 젊은 사람이라면 열정이 넘쳐서 교류에도 장애가 없다고 느꼈다.부소경이 F그룹을 이끌고 있었을 당시 나이는 고작 30세였다.그러나 부소경이 F그룹에 몸 담고 있는 동안의 업무량은 부성웅 어르신이 재직 중이셨을 때보다 10배가량이나 늘어났다.엄선우는 젊은 피와 합작하는 것을 지향했다.그래서 해외에서 돌아오는 길로 회사의 패션부와 책임자들을 그 도시에 보내 공개 초빙을 주최하도록 했다. 만약 여인걸의 회사가 F그룹의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다면 엄선우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그들은 즉시 그 도시로 날아가 초빙을 진행했고 모두 엄선우의 예견 그대로 흘러가 여인걸의 회사는 그들과 협력하게 되었다.F그룹은 여인걸과 그의 회사를 아주 중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엄선우가 몰랐던 것은 여인걸과 F그룹이 오래전부터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여인걸이 최용길의 딸의 남자 친구란 사실이었다.여인걸이 전에 F그룹과 손잡지 못했던 것은 최용길이 때가 아니라고 그를 자중시켰기 때문이었다. 최용길은 부소경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부소경은 사리사욕
그는 염선의의 허리를 감쌌는데, 순간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서류에 시선이 갔다.옆에 앉은 최용길이 난감해하며 그를 불렀다.“선우야...”하지만 엄선우는 그를 무시하고 여전히 염선의의 허리를 감싸며 서류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아빠....”놀란 최영희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떨렸다.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엄선우.... 엄선우가 왜 염선의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거지?엄선우와 염선의는 도대체 무슨 사이인 거지?최영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최용길의 얼굴빛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의 ‘선우야’ 한마디는 사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 그는 엄선우와의 관계를 은근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담을 키우고 있기도 했다.그는 자신과 엄선우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계라고 자신에게 되뇌고 있었다.네 명의 대표는 모두 자신의 실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랐지만, 엄선우는 예외라는 것을 최용길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만약 회사를 직계와 간계로 나눈다면 엄선우는 유일한 직계였고 그들은 간계였다.엄선우는 그들 네 명의 대표만큼 뿌리가 깊지는 않지만, 실력 방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았다.부소경과 20년 동안 함께 했으니 부소경의 안목, 관계 처리, 그리고 그의 대범함과 추진력을 읽혔을 것이다. 이뿐인가? 엄선우는 부소경처럼 직원들에게 권력을 주어 그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에 능했다.엄선우는 아주 공정한 사람이었다.그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주 출중하게 회사를 이끌었다. 게다가 여동생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도 현지의 경제 상황과 발전 방향을 관찰하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고민했다. 이렇게 아주 확실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했으며 많은 현지 공급 업체를 발굴하는 것 까지도 기여했다.회사에서 자주 볼 수 없지만 F 그룹에 기여한 공헌은 다른 대표들에 뒤지지 않았고, 도리어 그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자주 자리를 비우는 엄선우때문에 네 명의 대
최영희의 다리는 떨리고 있었고, 입술엔 핏기가 없었다.그렇다고 엄선우의 물음을 회피할 수는 없었다.“엄, 엄 대표님, 그게... 엄 대표님, 선의 씨가 어떻게 대표님의 와이프인가요? 그녀는... 거짓말쟁이입니다. 그녀는 회사를 기만했고, 중졸입니다. 그리고 저의 남자 친구를 힘들게 했고 남자 친구 가족에게 사기를 쳤고요. 예전에 다녔던 회사의 내부 자료를 빼돌렸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녀...”“헛소리 집어치우세요.”갑자기 엄선우는 테이블을 내리쳤다.깜짝 놀란 최영희는 눈물이 고였지만 감히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최영희: “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대표님, 전... 그녀가 대표님의 와이프 이시다는 것은 전혀 몰랐어요. 대체 언제 결혼 하신... 거죠?”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염선의가 엄선우의 와이프라는 사실을 최영희는 물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믿을 수 없었다. F그룹의 대표 중의 한 명인, 엄선우의 결혼이 도시를 흔들 만큼 큰일은 아니라지만 F그룹이 들썩일 만한 일인 것은 분명했다.하지만 왜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을까?엄선우가 아무리 결혼한 사실을 숨겼다고 해도 그의 여자는 응당 남성의 유명인이어야 하지 않는가? 부소경이 그에게 좋은 짝을 맺어주려 하지 않겠는가?근데 어떻게 고작 중졸인 외부인이란 말인가?엄선우가 그의 물음에 있는 그대로 답했다.“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곧 할 거예요. 아주 좋은 날씨를 골라 그녀에게 보상해 줄 거예요. 등기는 이미 한 상태고 반년이 넘어서 그녀는 이미 명의상 나의 와이프죠. 내가 알기론 F그룹에 대표의 와이프가 회사에서 일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확실히 그런 규정은 없었기에 엄선우의 이 말에 모두 할 말이 없어졌다.특히 최용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F그룹을 위해 많은 힘을 썼고 회사에 중요한 기둥이긴 했다.그는 평소에 인맥을 이용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부소경이 존재가 아무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
이것은 친딸을 위해 최 씨 어르신이 처음으로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법을 어긴 일이기도 하다.그는 회사가 보통 여직원을 자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저 손만 까딱하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엄선우의 와이프라는 것을 어찌 알 수 있었을까?둘은 이미 등기를 마친 상태였다.그 순간 최 씨 어르신은 완전히 벙쪄버리고 말았다.놀라 벌어진 그의 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최 씨 어르신도 그 연세에 쉽게 느끼지 못할 공포에 휩싸이고 있었다.그는 부소경의 성격을 너무 알고 있었다.평생 법만은 어기지 않았던 부소경은 그의 아랫사람이 법을 어기는 일을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엄선우를 건드린 것은 부소경을 건드린 것과 같았다.그러면 최씨 가문이 F그룹에서의 위치도 위태로워진다.애써 만회하려 설명하려던 어르신은 공포에 질린 눈을 하다가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것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저... 저기... 엄 대표, 그게 아니라...”“그 일은 후에 다시 말하는 걸로 해요.”엄선우는 단칼에 그의 말을 잘랐다.아주 명확한 거절의 태도였다.난감해진 최 씨 어르신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그래요...”엄선우는 이미 놀라 벙진 임형준을 예리한 눈빛으로 보았다.임형준: “엄 대표님, 알지 못한 자 죄가 없다고 말하지 않나요? 저는... 선의 씨가 대표님의... 와이프란것을 전혀 몰랐어요. 알았더라면 감히 그럴 담도 없다는 걸 대표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이것은 그가 아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한 말이었다.염선의가 엄선우의 와이프란 것을 알았더라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소경의 안전을 책임졌던 특급 보디가드 출신인 엄선우는 사람을 때리기도 한다던데 오늘 여기에서 살아 돌아가기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엄선우가 냉소를 지었다.“우리 잘나가는 F그룹도 색안경을 끼고 직원들
엄선우는 임형준에게 눈길 조차도 주지 않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부 경리에게 말했다.“가서 회사의 법무부 사람들을 불러와 임형준 회사에 경고장을 보내세요. 만약 우리가 정한 기한보다 3날 늦으면 배상금을 20억으로 올리고 5날 늦으면 40억으로 올리세요. 같은 방법으로 일주일 늦게 되면 80억으로, 보름을 넘기면 100억을 요구하세요.”엄선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임 대표가 거절한다면, 우리는 법정에서 보도록 하죠. 우리 F그룹이면 당신과 같은 소규모 회사를 상대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거고.. 한 3년이면 충분할 것 같네요. 제 생각에는 F그룹이 3년이란 시간 동안 당신들의 피를 말릴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고소인인 우리는 한 개 부문의 인력으로도 충분히 당신들을 상대할 수 있죠. 그러니 당신 회사는 3년 동안 생존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스스로 파산하세요. 그러면 우리도 이미 파산한 회사와 아동다옹 속 좁게 다투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엄선우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진지했다.이건 부소경에게서 배운 상대가 더 이상 날뛰지 못하게 한꺼번에 무찌르는 방법이다.이 말을 들은 임형준은 놀라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한 회사의 대표이고 어느 정도 사회적지위도 있는 사람의 처지가 말이 아니었다.불과 3시간 전에 F그룹에 발을 들여놓을 때에도 위풍당당하니 기품이 넘치고 유독 염선의 앞에서는 한껏 거만하던 그가 지금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추한 몰골을 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흑흑... 그건...”임형준은 코를 쓱 닦으며 구차한 변명만을 늘어놓았다.“엄 대표님, 전... 정말 선의 씨가 대표님 와이프란 걸 몰랐어요. 진짜 몰랐어요. 절대 고의가 아니었어요. 그걸 알고 어떻게 이런 짓을 했겠어요?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봐주세요. 저도 몰랐던 일이라 죄가 없잖아요. 이렇게 빌게요.”사람은 모두 같은 병을 앓고 있다. 그것은 급하면 수의도 찾아갈 정도로 무모하다는 것이다.임형준은 조금 전
이건 너무 심한 말이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엄선우의 말을 듣고 진짜 생을 마감하려 했을 것이다.엄선우도 자신이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그는 바로 이런 효과를 원했다.애초에 사람을 궁지로 몰았는데 한 사람을 철저하게 짓밟으려고 했으니 죽어도 마땅하다.“우리 회사에서 난동 부리지 말고 나가 죽든지 돌아가서 고소장을 기다리든지 하세요. 그리고 가는 길에 배상금도 준비하고요.”엄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임형준을 보았다.임형준, “엄 대표님...”“인사부, 손님이 가는 길을 모시세요.”엄선우는 매몰찼다.임형준은 급히 테이블을 잡으며 애원했다.“아니, 염, 염, 그, 사모님.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우리의 오랜 관계를 봐서... 제가 한때 당신의 상사였던 시절을 봐서라도 한... 한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요? 이렇게 빌게요. 제발.”연선의는 담담하게 임형준을 바라보았다.“전 한 번도 당신에게 부탁한 적 없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절망에 빠졌을때에도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서 받았던 부당한 대우를 보상해달라고 찾아간 적도 없죠. 그런데 당신은 저를 찾아내서 지금의 회사까지 찾아오며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저의 잘못이 아니고 회사를 기만하지도 않았어요. 업무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수많은 회사사람들이 저를 대신해 증언할 수 있고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저를 놓아주지 않네요. 내가 죽으면 그만둘 건가요? 목숨까진 아니어도 그저 저를 내버려두라고 부탁하면 들어줄 건가요?”임형준,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왜 회사의 그 수많은 일들을 제쳐놓으면서까지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났냐는 말이에요. 제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 거죠?”염선의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만약 임선우가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또 어떤 모욕을 당할지 모른다.인간은 참,사악하기 그지없는 것 같다.무서울 정도로 험악하게 굴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