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심한 말이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엄선우의 말을 듣고 진짜 생을 마감하려 했을 것이다.엄선우도 자신이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그는 바로 이런 효과를 원했다.애초에 사람을 궁지로 몰았는데 한 사람을 철저하게 짓밟으려고 했으니 죽어도 마땅하다.“우리 회사에서 난동 부리지 말고 나가 죽든지 돌아가서 고소장을 기다리든지 하세요. 그리고 가는 길에 배상금도 준비하고요.”엄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임형준을 보았다.임형준, “엄 대표님...”“인사부, 손님이 가는 길을 모시세요.”엄선우는 매몰찼다.임형준은 급히 테이블을 잡으며 애원했다.“아니, 염, 염, 그, 사모님.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우리의 오랜 관계를 봐서... 제가 한때 당신의 상사였던 시절을 봐서라도 한... 한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요? 이렇게 빌게요. 제발.”연선의는 담담하게 임형준을 바라보았다.“전 한 번도 당신에게 부탁한 적 없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절망에 빠졌을때에도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서 받았던 부당한 대우를 보상해달라고 찾아간 적도 없죠. 그런데 당신은 저를 찾아내서 지금의 회사까지 찾아오며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저의 잘못이 아니고 회사를 기만하지도 않았어요. 업무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수많은 회사사람들이 저를 대신해 증언할 수 있고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저를 놓아주지 않네요. 내가 죽으면 그만둘 건가요? 목숨까진 아니어도 그저 저를 내버려두라고 부탁하면 들어줄 건가요?”임형준,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왜 회사의 그 수많은 일들을 제쳐놓으면서까지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났냐는 말이에요. 제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 거죠?”염선의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만약 임선우가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또 어떤 모욕을 당할지 모른다.인간은 참,사악하기 그지없는 것 같다.무서울 정도로 험악하게 굴더니
여인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는 고개를 들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감히 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걸!”엄선우가 언성을 높였다.“고개 들어요. 당장!”여인걸은 고개를 돌려 최영희를 바라보다 다시 가만히 최용길의 눈치를 살폈다.“감히 우리 회사에서 난동을 피우다니, 그럼, 모든 걸 감당해야지 않겠어요?”엄선우가 여인걸을 쏘아보았다.“내 와이프는 참고 넘어갔을지 몰라도 난 아니에요. 일개 작은 회사가 구걸해야 할 상대를 몰라보고 되려 위협을 가하려 하다니요. 사리 분별이 안 되나 보죠? 납작 엎드려야 할 상대를 감히 이렇게 대한다고요?”여인걸, “...”“고개 들어요!”엄선우가 다시 명령했다.그제야 고개를 든 여인걸이 엄선우와 염선의의 눈치를 살폈다.그때 모두가 그의 빨가른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그 얼굴은 그렇게 못 날 수가 없었다.너무 구차해 보였다.“엄, 엄대표님... 저... 저는 아무것도...”말하려던 그는 갑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똑같은 해명을 최영희도 했었고 임형준도 했었다.그가 세 번째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그것은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것과 같은 행동이였다.“남편이 생겼다는 걸 몰랐나요? 아니면 그사람이 당신한테 말해주지 않던가요?”엄선우는 그를 비꼬았다.여인걸, “....”사실 염선의는 여인걸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강조하며 더 이상 그에게 아무 미련도 남지 않았다며 곧 결혼한다고 했었다.하지만 그가 믿지 않았다.여인걸은 자신에게 흠뻑 취해 있었다.그는 자신이 제일 우수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연봉이 몇십억에 여자 친구는 운성의 명문가 출신이라 전국에서 자신과 같이 잘난 남자를 찾기 힘들다고 여겼다.염선의와 사귀던 시절에는 자신이 훨씬 아까웠고 헤어진 후에도 염선의가 자신보다 더 멋있는 남자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여인걸보다 나은 사람은 제쳐두고 그와 엇비슷한 사람, 심지어 그보다 조금 떨어지는 사람에게도 염선희는 감히 어울리는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자신
“제가 이렇게 빌게요…”여인걸은 이렇게 애원하는 염선의를 보고 싶었다.하여 그는 점점 그녀를 압박했다. 하지만 염선의는 생각과 달리 아주 침착하게 대응했고 아무렇지 않게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심지어 여인걸의 회사와의 협력이 물거품이 되어도 상관 없다는 태도였다.이건 분명히 그를 혐오하고 있다는 증거였다.과거 먼지에 지나지 않던 이가 이제는 감히 그를 대놓고 꺼려하고 있다.그녀가 감히 그를 거절하고 있다.여인걸의 화는 이미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그는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었다.그는 오로지 염선의를 망가뜨리고 자신의 발 밑에 짓밟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억지로 F그룹과 협력하면서 염선의가 회사를 떠나도록 유도하고 바람을 넣는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염선의는 그를 아직 좋아하고 있기에 그를 놓아주지 않으려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녀가 몇번이고 남자친구의 존재를 강조해도 그는 결코 믿지 않았다.남자친구가 있다 해도, 작은 도시의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그런 사람이 어떻게 감히 여인걸과 비교할 수나 있을까?게다가 F그룹의 최대표와 여자친구 최영희란 든든한 뒷심이 있기에 염선의쯤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회사에서 내쫓을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작정 이였다.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염선의를 위한 대규모 직장사형을 연출하면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를 그녀를 자신에게 순종하게 만들고 싶었다.그가 그녀의 세상을 뒤흔들수 있는 존재라는것을 똑똑히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여인걸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그녀가 진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이었고 심지어 그보다도 더 잘 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염선의의 남자는 여인걸보다 기품이 넘쳤고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를 한순간에 무찌를 수 있는 그런 강한 남자였다.“왜 그러세요? 물음에 빨리 답하셔야죠? 이렇게 오래동안이나 생각해야 되나요?”엄선우는 여인걸을 봐줄 마음이 없었다.여인걸, “아니에요. 엄대표님. 그게 아니라 전
최영희와 여인걸은 새빨개진 얼굴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최영희, “선의 ....선의 씨, 아니... 사모님...”염선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의 남자친구에게 나같은 평범한 전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창피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이미 지나간 인연인데도 저를 보면 질투했었죠. 이미 지나간 과거지만 여전히 저를 귀찮게 했어요. 힘도 들이지 않고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상대라 전혀 개의치 않았겠죠. 당신은 그저 여인걸의 그 어떤 과거도 용납할 수 없었기에 제가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회사를 기만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했어요. 당신은 대표의 딸이기에, 아가씨라서 멋대로 굴어도 되나보죠? 타인의 삶을 마음대로 좌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아닌가요?”최영희: “...”“당신이 나에게 아무렇지않게 했던 행동들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걸 아니시는지요? 당신과 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그저 전 여자친구란 이유로 이렇게까지 사람을 벼랑으로 내밀어요? 도대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죠? 됐고, 미안한데 저의 고소장을 기다리세요. 그리고!”염선의는 최용길을 쏘아보았다.“최대표님, 저는 F그룹에 공헌을 한 사람이에요. 그런 저를 아무 이유도 없이 짜르는 것은 거액의 배상금을 준비하고 벌인 건가요? 그럼 뱉은 말을 지키시고 저는 이 회사에 계속 남을 거예요. 그것은 제가 사모님이고 제 남편은 이 회사의 지분을 20프로 갖고 있는 사람이고 그중에 반이 제 몫이기때문이죠. 누구도 절 막을 생각하지마세요. 제가 여태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요. 그것은 제가 이 도시에 도착한 날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F그룹의 진짜 주인의 부소경 대표님의 아내 신세희란 사실이에요.”듣고 있던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신세희!모두가 신세희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실물을 만난적 없었다.신세희는 물론 부소경을 만난 사람도 거의 없었다.하지만 염선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세희가 그녀를 픽업하러 공항에 갔다고 말하고 있다.진짜가 아니고서야 헛소리
당신의 회사를 버릴 지언정 저를 남게 하려는 거예요! 아시겠어요?”여인걸: “...”좀 전에는 임형준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면 지금은 여인걸차례였다. 뻘겋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았다.염선의는 눈빛을 피하지 않고 그를 직시했다.“당신과 함꼐 했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막대하고 강요하고 귀찮게 구는 행동이 예전에 당신에게 매달렸던 저와 무슨 차이가 있죠? 제가 매달린 것은 미련이 남아 그런 것이지만 당신은요? 너무 지독하게 악랄하단 생각이 들지 않나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나요? 여대표님!”“충분해요!”여인걸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시퍼렇게 질린 얼굴과 달리 표정은 진지했다.“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당신을 마음대로 할수 있다고 막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당신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반기를 들면 내키지 않아서 당신을 힘들게 한 거에요. 나도 당신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어요. 난... 사실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요. 한번은 나도 모르게 최영희의 앞에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서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을 의심하게 된 거기에 그녀를 탓하지 말아요. 엉겹결에 당신을 부른 내가 놀라웠어요. 당신을 다시 좋아하게 된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못 난 내가 한심하고 그럴수록 당신이 미웠어요. 나의 모든 것을 흔들어놓은 당신이 죽도록 미웠어요. 그래서 당신을 내 마음속에서 지워보려고 했어요. 내가 당신을 괴롭힌 이유이기도 해요. 임형준도 내가 끌어들인 거예요. 그를 통해 당신을 까발리고 당신이 여전히 후지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를 이용해 당신을 상대하게 하여 내가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게 하려던 거였어요. 그런데 지금에야 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이란 걸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는 이미 헤여진 사이이고 상관없는 남남이라 내가 그렇게 당신을 대하면 안 되었던 거예요. 그렇게 당신을 궁지로 몰지 말았어야 했어요.”여인걸은 실소를 터뜨렸다.“그러고 보니 당신을
염선의도 여인걸이 이렇게 진지하게 급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염선의는 어찌 할 바를 몰라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엄선우는 최영희와 최용길 보았다.그때 최용길이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흠... 이 늙은이가 이래뵈도 여태 부끄럼없이 떳떳하게 살아왔는데 딸이 부탁하니 그만 실수를 했네요. 나이를 먹다보니 다른 바램은 없고 그저 딸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다 보니 일개 직원 한명 짜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무책임한 결정이 보통사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겨주게 될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죠. 여인걸은 잘못했어요. 하지만 나 늙은 노인네가 더 잘못했어요. 무심결에 한 실수와 사회초년생들의 잘못은 하늘이 용서하지만 나 같이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이 잘못하고 분명 그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면 용서받지 못하죠. 난 용서받을 자격이 없어요. 오늘부로 나도 F그룹의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나도...”최용길은 염선의를 바라보았다.“아가씬 착한 사람이에요. 업무능력도 뛰어나고요. 회사에 들어와서부터 오늘까지의 성과를 오래동안 지켜봤어요. 이 늙은이가 너무 이기적이여서 미안해요.”그도 그녀에게 허를 굽혀 사죄했다. 염선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어르신... 저기, 대표님...”“아가씨가 더 높이 올라가기를 응원할게요. 아가씨는 절대 남편의 덕을 보려는 사람이 아니고 권력을 이용해 타인을 해할 사람이 아닌 정직한 사람이란 것을 알기에 한 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엄대표가 좋은 짝을 만나서 더이상 걱정할 것이 없네요. 우리 F그룹의 사원들도 모두 아가씨와 같은 우수한 사람들이었음해요. 당신은 우리 회사의 자랑이에요. 고마워요.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오늘부터는... 본가로 돌아가 노년생활을 누려야 겠어요.”허심하게 참회하는 그의 모습과 떨리는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후회가 담겨있었다. 진심으로 모든 걸 인정하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그는 말을 마치고 뒤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나의 행복을 위해 뭐든지 해주는 대표님과 같은 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표님이 이해돼요. 저에 대해 조사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F 그룹에 오기 전 저는 아주 열심히 살았어요.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실 거예요.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동안 어르신이 F 그룹에서 얼마나 정직하게 달려왔는지 알고 있어요. 이번 일이 유일한 오점이고 딸을 위했던 마음에서 한순간 판단이 흐려진 거기에 용서하는 거예요.”염선의는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듣고 있던 최용길도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낯 뜨거워진 그가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와이프 잘 얻었어요. 너무 우수한 사람이라 소중히 아껴야 할 것 같아요.”“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니 회사에 남도록 하세요.”염선의가 용서한다면 엄선우도 그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을 것이었다.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료로서 최용길은 엄선우를 많이 배려했었다.몇 년 동안 자리를 비운 엄선우는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했고 그런 그에게 그 어떤 안 좋은 얘기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을 엄선우도 알고 있었다.“아니!”최용길은 단칼에 거절했다.“난 이제 늙어서 사퇴할 때도 됐어요. 내가 여기에 남아있으면 젊은이들의 성장에 방해만 돼요. 그러다 정신이 똑똑하지 못하는 날엔 일을 또 그르칠 수도 있고요. 그러니 엄대표는 나를 설득하려 들지 말아요. 물러나기로 했고 나의 회사지분 20프로를 대신 관리해 줘요.”엄선우: “최 대표, 이건...”최용길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엄 대표,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들어줄 건가요?”“말씀하세요.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면 어떻게든 만족시켜 드릴게요.”엄선우는 흔쾌히 대답했다.“그게...”최용길은 최영희를 바라보았다.“내 딸을 이 아가씨처럼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해줘요. 그렇게 차근차근 자신의 힘으로 해내고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가능할까요?”그는 다시 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아버지의 결정을
결혼?너무 갑작스러웠다.쥐구멍을 찾아 헤매던 여인걸과 임형준도 고개를 들어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결혼도 발표했으니, 진짜다.여인걸과 임형준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그들은 사람을 멋대로 판단한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고 있었다.그들은 이미 잘못을 뉘우친 사람을 물고 놔주지 않았다.결국에는 상대를 무너뜨리기는커녕 자신들이 인생을 망친 꼴이 되었다.환호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슬며시 밖으로 빠져나온 여인걸과 임형준은 대판 싸웠다.서로의 얼굴은 긁히고 부었고 머리는 산발이 되었다.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고 차에 앉아있던 신세희와 부소경이 이 광경을 보았다.신세희가 눈살을 찡그리며 말했다.“여자들의 싸움이 서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었는데 남자들도 왜 똑같네요? 나이가 많은 임형준이 여인걸을 당할 수 없다지만 여인걸의 얼굴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놨네요. 혹시 우리가 너무 심했던 건 아니겠죠?”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임형준을 여인걸의 시야에 잡히게 하고 임형준이 염선의의 전 대표라는 정보를 무심하게 흘린 것도 부소경이 사람을 시켜 설계한 것이었다.부소경은 독했다.그와 신세희 그리고 엄선우는 평생 염선의를 도울 수 없었다.염선의가 마음을 고쳐먹게 하려면 어중간한 방법으론 해결이 되지 않았다.만약 이번 기회에 잘 견디고 이겨낸다면 이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부소경이 이렇게까지 그녀를 돕는 데에는 그녀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였다.아주 명석한 두뇌와 전체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심리소질이 조금 약했을 뿐이고 자비감과 지나친 겸손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기에 조금 길을 터주면 높이 날 수 있었다.부소경은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 상태였다. 임형준이 오면 몇 가지 결과 일 거라고 예견했다.하나는 염선의가 그를 보고 움츠러들어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였다. 이것이 제일 최악의 상황이다.부소경이 상상한 제일 이상적인 결과는 임형준과 염선의가 만난 후 서로 잠시 당황해하지만, 한 회사의 대표이고 어른인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