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엄위민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일주일 안에 나랑 결혼해."강미라가 말을 반복했다.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처럼 농촌 산굴에서 올라온 거지 청년을 대도시 재벌 집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하다니, 게다가 그와 결혼하기 위해 이런 짓까지?"그게 가능해?"한참 지나자, 엄위민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당신들 게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내 동생이 당신들 손으로 넘어간 이상 내 목숨을 갖다 바쳐서라도 구해낼 거야. 강미라, 나랑 장난치지 마!""장난친 거 아니야!"강미라가 말했다.그녀는 소유욕 넘친 표정으로 엄위민을 바라보았다."난 오래전부터 널 눈여겨봐 왔어. 넌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한 데다 다방면으로 재능이 넘치잖아, 가난한 것 제외하고는! 그래서 우리가 가장 어울릴 거란 얘기야. 알겠어? 너와 네 동생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할 수 있지만 둘 다 거지잖아. 그럼, 평생 거지로 살 수밖에 없어."엄위민이 말했다."미안하지만 강미라. 우리가 가난한 건 우리 일이야. 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재벌들이 사는 세상에 익숙지 않아. 난 그저 금희랑 함께이고 싶을 뿐이야.""그럼, 그냥 금희가 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말을 마친 강미라는 단번에 흉악한 눈빛을 드러내 보였다.엄위민은 할 말을 잃었다."...""네 동생 목소리 더 듣고 싶지 않아?"강미라가 물었다.엄위민은 두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 순간 그는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나금희가 그들의 손에 있기 때문이었다.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 지나가고 있었고 엄위민은 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마치 지옥에 다녀온 사람처럼 결국 창백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알겠어. 결혼해 줄게.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 동생 풀어줘. 내 동생이 무사히 돌아온 걸 확인하면 곧바로 결혼해 줄게. 만약 내 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오빠."엄위민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그는 나금희를 바로 앉힌 뒤 처량한 말투로 말했다."금희야, 사실 우리는 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 윤리, 도덕에 대해 잘 모르잖아. 대학 오니까 이젠 알리지 않아? 친구들이 다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잖아. 우리는 남매니까 결혼하면 안 돼."나금희는 당황스러움에 어안이 벙벙했다.이윽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오빠! 우리가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인 건 맞아! 하지만 난 문맹이 아니야,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야! 우리의 부모는 서로 다른 사람이야, 피 섞인 사이가 아니라고. 게다가 우리는 한 등본에 있는 사람도 아니잖아. 난 그냥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뿐이지 오빠가 진짜 내 오빠인 건 아니잖아! 오빠는 내 애인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 우린 남매가 아니야! 애인이라고!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엄위민!"그녀는 엄위민을 더 이상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다짜고짜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엄위민은 단번에 나금희를 밀어내며 말했다."난 네 애인이 아니야. 난 네 오빠야, 오빠라고! 앞으로 나한테 들러붙지 마. 난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러니까 알아서 잘 살아!"말을 마친 엄위민은 곧바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등 뒤에 서 있던 나금희는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엄위민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달려가 그를 덥석 잡았다."엄위민, 말해. 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말해, 내가 고칠게, 응?"눈물을 흘리는 동생을 지켜보는 엄위민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는 나금희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좋은 남자친구를 찾아 졸업한 뒤 행복하게 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하지만 나금희가 그를 잃어 무너질 생각에 도무지 입을 열 수 없었다.결국 그는 마음을 굳히고 나금희에게 말했다."맞아! 네가 잘못한 거야! 비록 나한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이제 네가 싫어! 오래전부터 싫었어. 네가 대학에 어떻게 붙었는
엄위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나금희를 보며 말했다."금희야, 나 내일 강미라랑 결혼해."나금희는 손에 든 책들을 속절없이 바닥에 떨구었다.그녀는 원래 다시는 엄위민을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젠 서로 어른이고 대학에도 붙었으니, 마음은 괴로워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기에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니 반드시 굳건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아프고 쓰라려도 버티면 밝은 날이 올 거라 여긴 것이다.그 때문에 그녀는 엄위민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이 순간 엄위민의 말을 듣자마자 나금희는 그의 손을 잡고 다급히 물었다."오빠,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여자 좋은 여자 아니야. 우리보다 네댓 살도 많은 사람이 우리랑 같은 반이라는 것부터 이상해. 4, 5년 동안 뭐했을까? 복학? 그럴 리 없어. 오빠, 지금 속고 있는 거야! 오빠! 그리고 큰오빠도 이 사실 알아? 이렇게 빨리 결혼하는데 큰오빠가 모를 리 없겠지. 그리고 학교는, 학교에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엄위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강미라가 모두 해결해 준댔어. 1년 휴학하면 돼. 이건 별로 문제 될 게 없어. 학교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돼. 그냥 이 얘기를 너한테 미리 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금희야. 난 네 축복이 필요해."그는 앞으로의 나날이 반드시 쓰라릴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그는 나금희의 거짓된 축복이라도 받고 싶었다. 그는 나금희가 그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길 바랐다."형한테는 새해에 강미라 데리고 본가에 내려갈 때 얘기해줄 거야. 형한테는 내가 결혼한다고 먼저 얘기하지 마."엄위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나금희를 바라보았다.나금희는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오빠, 그토록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었어?""당연하지!"엄위민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더 이상 못 버티겠어."나금희가 말했다."그럼 우리 절교해!"말을 마친 그녀는 책을 끌어안고 도망쳤다.도서관에 앉아있는 내내 머리에 아무것도
깊은 밤, 엄위민과 강미라는 함께 방에 앉아있었다.강미라가 얇디얇은 잠옷을 입고 나왔지만, 엄위민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난 당신과 함께 첫날밤을 보낼 생각 없어! 나랑 결혼한 것도 나랑 잠자리를 가지려고 한 건 아니잖아. 목적을 이뤘으면 이만 날 놓아줘!"엄위민은 단호한 태도로 강미라를 거절했다.강미라도 화를 내지 않았다.이 순간만큼은 아주 털털하게 받아들였다.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엄위민에게 말했다."엄위민, 사실 난 네가 아주 좋아."엄위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흥!""이 말 진심이야."강미라가 말했다.엄위민은 당장이라도 강미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뻔뻔하게 굴지 마! 목적을 이뤘으면 이제 서로 지킬 선은 지키자고!""위민아."강미라는 갑자기 엄위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엄위민은 깜짝 놀랐다."당신... 당신,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야?"강미라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위민아, 난 널 사랑해. 우리 행복하게 살면 안 될까? 절대 푸대접하지 않을게. 내가 잘할게. 난 이제 너밖에 없어. 너밖에 없단 말이야."엄위민은 강미라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손이 갈 곳을 잃었다."당신, 당신 연기하지 마!""진심이야, 위민아. 난 평생 너 말고 다른 사람은 없어. 오직 너뿐이야. 네가 날 필요 없다고 여기면 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가능하면 내일 길거리에 나앉을지도 몰라. 거짓말 아니야, 위민아."그녀는 콧물까지 흘려가며 말했다.그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엄위민은 결국 남자였기에 조금 전 분노와 역겨움으로 가득 찼던 표정을 거둬들이고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강미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위민아, 혹시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재벌 집 아가씨로 보여?""그럼, 아니야?"강미라는 고개를 저으며 엄위민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멋대로 계속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전에 내가 네 동생을 납치하고 네 동생이 한 늙은 남자를 꼬시다가 와이프한테 들켜서 죽기 직전이라고 했잖아. 사실
"맞아."강미라는 평온한 눈빛으로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이 고약한 여자 같으니! 배 속에 아이도 있는 사람이 왜 아이 아빠와 결혼하지 않고 나랑 결혼한 거야!"그 순간 엄위민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엄위민의 분노와 놀라움에 강미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난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미 와이프도 있고 아이도 있는 몸이니까. 게다가 그 사람은 70세 노인이야. 그의 가족이 나선다면 누구든 날 죽여버릴 거야. 그들에게는 나를 지켜볼 수십 쌍의 눈이 있어.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날 죽여버릴 거야. 난 그 사람들에게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은 목숨이야.""그럼, 아이를 지워버리면 되잖아!"엄위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나도 지워버리고 싶어! 난 그토록 대단한 여자가 아니야. 아이가 타이밍 잘못 맞춰 온 건 맞아. 나도 배 속의 아이를 원하지 않아, 게다가 아이의 아빠는 70세 노인이잖아! 하지만 난 더 이상 지울 수 없어. 17살 때부터 시작해서 이번만 이미 다섯 번째야.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대로 계속 아이를 지우다간 다시는 엄마로 살 수 없을 거라고 하셨어. 엄마도 못 할뿐더러 자궁을 통째로 제거해야 할지도 몰라. 그럼 난 빨리 늙겠지. 그렇게 초췌한 모습으로 죽어갈 거야. 난 이제 겨우 20대인데 이토록 빨리 죽을 수 없어.""그래서 나랑 결혼하는 방법을 선택한 거야? 이렇게 되면 당신 과거를 숨길 수도 있고 배 속에 든 아이도 내 아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서?"엄위민은 그제야 강미라가 그와 결혼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맞아."강미라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아직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아직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내가 너랑 가짜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들키게 되면 난 죽은 목숨이야."엄위민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버지도 이 도시에서 유명한 재벌인 데다 당신
"우리 엄마는 늘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나를 예쁘게 가꿔놓고 아빠를 만나러 가려고 했어. 아빠가 나를 조금이라도 봐주길 원했던 거지. 나한테 용돈이라도 챙겨주길 바랐던 거야. 하지만 엄위민, 우리 아빠가 날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엄위민은 듣는 내내 심장이 쫄깃했다.그는 세상에 짐승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그는 머뭇거리며 물었다."설마 당신 아빠도... 당신을?""그건 아니야."강미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저 엄마더러 나한테 매일 꼬박꼬박 우유를 챙겨 먹이라고 했어. 뽀얀 피부를 가진 상태로 크면 쓸모 있을 거라며, 내가 엄마를 닮아 피부도 하얗고 눈매도 예쁜 데다 몸매도 좋다고 했어. 그 사람이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거 알잖아. 그때 나는 마땅히 내어줄 것이 없었어. 그에게서 프로젝트를 손에 넣으려면 반드시 그의 요구를 만족시켜 줘야 했어. 그는 금도 부족하지 않고 부동산도 부족하지 않았으며 하나도 부족한 게 없었어. 옆을 지키는 여자는 많고도 많았지. 모자란 건 바로 결백한 아가씨였어. 그럼 그에게 가져다 바쳐야지. 그럼, 나는 강씨 가문에서 미래 10년 동안은 잘 먹고 잘살 수 있겠지."강미라의 말에 엄위민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빠가 당신을 그 노인한테 팔아넘긴 거야?""고등학교 새내기였던 나는 그해 17살밖에 되지 않았어."말을 마친 강미라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 순간 그는 누구보다 강미라를 동정하게 되었다.그는 가난한 사람이었다.그는 단 한 번도 재벌 집 삶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재벌들 사이에 이토록 더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 줄 몰랐다.친아빠가 친딸을 직접 불구덩이에 밀어 넣다니."하지만."강미라는 또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그 노인은 나를 아주 예뻐해 줬어. 나한테 예쁜 옷도 많이 사주고 돈도 주고 부동산까지 챙겨줬어. 덕분에 나는 많은 재벌 집 아가씨들 앞에서 진짜 아가씨
"당연히 안되지!"엄위민은 화가 치밀어올라 본분도 잊었다. 사실 이미 강미라와 금방 결혼식을 마친 상태다.그는 강미라의 황당한 사연을 듣고 나서 동정심이 피어나긴 했지만 이대로 바보가 되기도 싫었다.강미라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넌 이미 나랑 결혼했잖아."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네 본가가 어딘지, 네 형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네 동생의 나체사진까지 모두 내 손에 있어. 내가 그 사진을 학교 곳곳에 뿌리고 다니면 네 동생이 어떻게 될 지 한 번 지켜볼까?""당신!"한참 지나자, 엄위민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당신, 오래전부터 나를 점찍어뒀었지?"강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엄위민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넌 부모님도 없고 가족이라곤 형밖에 없잖아. 집안 사정도 깨끗할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불량습관도 없는 데다 잘생기기까지 했잖아. 어떤 면으로 보든 최상의 후보였어. 그래서 나는 반드시 너를 남편으로 삼기로 마음먹었지."엄위민은 어이가 없었다."..."그 순간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눈앞에 있는 여자를 두드려 패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나금희의 약점이 아직 이 여자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잘해줄게. 걱정하지 마. 난 사실 좋은 여자고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려줄게."강미라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엄위민은 한참 동안 아무 말없이 바라보았다.10분 정도 지나자, 그가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랑 함께 연기할 수 있어. 당신과 한 침대에 누워있어도 아무 일 없을 거야. 당신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그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때까지만이야. 때가 되면 내 동생 사진 넘겨. 그럼, 우리 공평하게 끝나는 거야.""알겠어, 알겠어, 그래, 고마워. 하지만 오늘 밤 연기는 리얼해야 할 거야."강미라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그날 밤 두 사람은 한 침대에 누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엄위민이 무슨 일을 하고
이미 멀리 나아간 엄위민은 강미라가 나금희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는 반드시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했다.반드시!그의 심장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그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미라야, 지금 임신 중이라 몸 상하면 안 돼. 가자.""알겠어, 여보."강미라는 곧바로 달콤한 말투로 대답했다.대답을 마친 뒤 그녀는 엄위민의 뒤로 쪼르르 달려가 그의 팔짱을 낀 뒤 고개를 돌려 나금희를 보며 씩 웃었다.그 순간 나금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그녀는 마음이 굳센 여자였다.그녀는 엄위민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배운 게 있고 고생을 버틸 줄도 아는 사람이었기에 앞으로 잘될 일만 남았다.나금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엄위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울지 마, 여보."강미라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엄위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녀는 진심으로 엄위민이 걱정되었다.그녀는 엄위민에게 새 옷을 사주고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단 한 번도 합방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외 그녀는 엄위민의 본가에 있는 형 엄승무와 그의 여자친구에게도 많은 선물들을 보냈다.그 뒤엔 아예 엄승무에게 새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까지 마련해주었다.엄위민은 점차 강미라에 대한 증오가 사그라들었고 두 사람 사이에 합방하는 일도 없었다. 강미라도 강요하지 않았다. 강미라는 늘 그의 앞에서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시간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강미라는 계속 불어나는 배 때문에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반면 엄위민과 나금희는 대학교 3학년생이 되었다.그동안 나금희는 엄위민과 아무 말도 섞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남자친구도 사귀었다.그녀와 남자친구는 줄곧 도서관을 함께 드나들며 함께 공부하고 함께 수업을 들었다. 비록 떨어지면 못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달콤한 연애였다.줄곧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위민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