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나금희에게 예쁜 옷을 선물했다.게다가 그녀를 데리고 고급 유흥업소에 드나들기까지 했다.그렇게 학교에서는 서서히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나금희는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는 시골 소녀인데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기는커녕 종일 먹고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고 소문이 나버린 것이다.나금희가 소비하는 돈은 분명 그녀의 집안에서 내어줄 수 없는 금액이었다.학교 친구들은 다들 수군거리느라 바빴다."분명 어느 재벌 남자에게 몸을 갖다 바친 게 분명해.""휴, 쟤 오빠도 참 불쌍해. 기껏 키워줬더니 이런 짓이나 하고 말이야.""전형적인 나쁜 여자가 되어 돈을 갖게 된 경우잖아. 얼굴은 예쁘장한데 단지 가난했던 것뿐이잖아. 어느 예쁜 여자가 평생 가난하게 살길 바라겠어.""보니까 계속 우리 반 재벌 여학생과 함께 어울려 놀던데, 그 정도 재력으로 강미라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여긴 건가? 그동안 부러워하고 질투하더니 결국 재벌 남자 품에 안긴 덕이잖아!""휴...""그만해, 왔어, 왔어."나금희가 혼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수군거림을 멈추었다.나금희가 급식을 뜨고 식탁에 앉자마자 엄위민이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금희야, 너 요즘 너무한 거 아니야! 나랑 연애하지 않아도 괜찮아, 강요하지 않을게. 난 그냥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하지만 이대로 타락하는 건 용납 못 해!"엄위민이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나금희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오빠, 날 키운 건 오빠랑 큰오빠잖아. 오빠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엄위민은 곧바로 마음이 약해졌다."난 그런 소문 안 믿어! 그럼, 나한테 얘기해 봐, 왜 강미라의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며 그런 고급 유흥업소를 드나든 건데? 우린 강미라랑 달라."나금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강미라가 얘기했어. 내가 강미라의 셔틀이 되어주면, 계속 뒤꽁무니를 따라다녀 주면, 강미라가 쇼핑할 때 대신 쇼핑백 들어주고, 강미라가 신발을 사면
강미라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하하! 엄위민, 아직도 네 동생이 순진한 여자인 것 같아? 네 동생은 걸레야, 알겠어? 지금 나금희가 죄를 지은 상대는 아주 큰 권력을 지닌 가문이야. 네 동생은 이제 인생 종쳤어. 내 추측이 맞는다면 아마 그 유부남 와이프는 떠돌이들을 수십 명 모아 네 여동생을...""내 동생 어디에 있어, 빨리 말해!"엄위민은 하마터면 휴대폰을 부러뜨릴 뻔했다."지금 여기로 와,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볼게."강미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알겠어, 알겠어, 지금 당장 갈게."엄위민은 학교에서 뛰쳐나와 택시를 잡아탄 뒤 곧바로 강미라가 말한 유흥업소로 향했다.같은 시각 강미라는 입에 담배를 문 채 태연하게 서 있었다."내 동생은!"엄위민이 다급하게 물었다."늦었어, 네 동생은 이미 잡혀갔어. 어때? 내가 도와줄까?"강미라는 미간을 치켜올리며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엄위민은 매서운 눈빛으로 강미라를 노려보며 말했다."당신 일부러 이러는 거 맞지! 처음부터 이러길 바랐던 거잖아! 당신이 놓은 덫에 왜 내 동생을 끌어들인 거야? 왜? 말해, 대체 왜 이러는 건데?"같은 시각 엄위민은 강미라가 인신매매 조직 멤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그렇다면 엄위민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동생을 구하고 싶었다.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강미라를 노려보았다.그 순간 그는 강미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강미라는 엄위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엄위민, 내가 언제부터 널 눈여겨봤는지 알아?"엄위민이 대답했다."내 동생은! 빨리 대답해, 내 동생 어디에 있어!""난 너와 네 동생이 배낭을 메고 학교에 들어설 때부터 지켜봐 왔어. 그때, 네 모습은 아주 초라했었지. 네 발가락은 신발을 뚫고 나왔고 네 동생 양말은 수십번 꿰맨 자국이 역력했어. 하하하하, 웃겨서 진짜. 그때는 세상에 너희들처럼 가난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의심했었어. 하지만 그 뒤 지내보니까 너와 네 동생은 반에서 공부를 가장
그는 어쩔 수 없이 화를 참고 그녀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그의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내면 되었다.강미라의 표정은 일그러지더니 무겁고 씁쓸한 것으로 변했다."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집, 우리 아빠는 내 용돈도 마련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어. 그런데 강씨 가문이 무슨 수로 계속 얼굴을 쳐들고 다닌단 말이야? 이런 가문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는 말이야? 한번은 내가 직접 그 괘씸한 아빠가 엄마더러 그가 이용할 수 있는 남자를 꼬시라고 하는 걸 보게 되었어. 우리 엄마는 그걸 원치 않았지. 우리 엄마 말에 의하면 그 사람은 나이도 많고 대머리인 데다 술배가 불룩 튀어나온 사람이었어. 이미 탈모가 심할 대로 심해서 몇 가닥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했지. 엄마는 그 제안을 거절했어! 그런데 아빠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우리 엄마는 기생 굴에서 속환해 낸 걸레라고 했어! 그 남자한테 보내는 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라 하는 것인데 왜 순수한 척 연기하냐며 모욕했어! 엄마가 가지 않으면 날 대신 보내겠다고 했어! 어쩔 수 없이 그날 밤 엄마는 그 남자와 함께 잠자리를 가졌지. 나는 그날 밤 내내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어. 만약 엄마가 울면서 돌아오면 가서 안아주고 함께 도망치려고 했지. 하지만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를 죽일 듯이 팼어. 만약 나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강씨 가문에 시집왔을 일은 없었을 거라면서 말이야. 시집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자유로운 삶을 살았었다고 했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라고 했어. 엄마는 하이힐로 나를 걷어차며 꺼지라고 했어! 멀면 멀수록 좋다고 했어! 그날 밤 나는 가장 친한 친구 집으로 갔어. 그 친구도 재벌 집 자식이었지. 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내 엄마를 데리고 강씨 가문을 떠나겠다는 말과 내 집안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나를 집에서 내쫓았어. 거지와 상종하기 싫다는 의미였지. 그날 밤 나는 엄마한테 매 맞은 것으로도 모자라 친구 집에서 내쫓기기까지 했어. 그날
"뭐라고?"엄위민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일주일 안에 나랑 결혼해."강미라가 말을 반복했다.엄위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처럼 농촌 산굴에서 올라온 거지 청년을 대도시 재벌 집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하다니, 게다가 그와 결혼하기 위해 이런 짓까지?"그게 가능해?"한참 지나자, 엄위민이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당신들 게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내 동생이 당신들 손으로 넘어간 이상 내 목숨을 갖다 바쳐서라도 구해낼 거야. 강미라, 나랑 장난치지 마!""장난친 거 아니야!"강미라가 말했다.그녀는 소유욕 넘친 표정으로 엄위민을 바라보았다."난 오래전부터 널 눈여겨봐 왔어. 넌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한 데다 다방면으로 재능이 넘치잖아, 가난한 것 제외하고는! 그래서 우리가 가장 어울릴 거란 얘기야. 알겠어? 너와 네 동생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할 수 있지만 둘 다 거지잖아. 그럼, 평생 거지로 살 수밖에 없어."엄위민이 말했다."미안하지만 강미라. 우리가 가난한 건 우리 일이야. 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재벌들이 사는 세상에 익숙지 않아. 난 그저 금희랑 함께이고 싶을 뿐이야.""그럼, 그냥 금희가 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말을 마친 강미라는 단번에 흉악한 눈빛을 드러내 보였다.엄위민은 할 말을 잃었다."...""네 동생 목소리 더 듣고 싶지 않아?"강미라가 물었다.엄위민은 두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 순간 그는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나금희가 그들의 손에 있기 때문이었다.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 지나가고 있었고 엄위민은 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마치 지옥에 다녀온 사람처럼 결국 창백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알겠어. 결혼해 줄게.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 동생 풀어줘. 내 동생이 무사히 돌아온 걸 확인하면 곧바로 결혼해 줄게. 만약 내 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오빠."엄위민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그는 나금희를 바로 앉힌 뒤 처량한 말투로 말했다."금희야, 사실 우리는 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 윤리, 도덕에 대해 잘 모르잖아. 대학 오니까 이젠 알리지 않아? 친구들이 다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잖아. 우리는 남매니까 결혼하면 안 돼."나금희는 당황스러움에 어안이 벙벙했다.이윽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오빠! 우리가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인 건 맞아! 하지만 난 문맹이 아니야,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야! 우리의 부모는 서로 다른 사람이야, 피 섞인 사이가 아니라고. 게다가 우리는 한 등본에 있는 사람도 아니잖아. 난 그냥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뿐이지 오빠가 진짜 내 오빠인 건 아니잖아! 오빠는 내 애인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 우린 남매가 아니야! 애인이라고!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엄위민!"그녀는 엄위민을 더 이상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다짜고짜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엄위민은 단번에 나금희를 밀어내며 말했다."난 네 애인이 아니야. 난 네 오빠야, 오빠라고! 앞으로 나한테 들러붙지 마. 난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러니까 알아서 잘 살아!"말을 마친 엄위민은 곧바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등 뒤에 서 있던 나금희는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엄위민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달려가 그를 덥석 잡았다."엄위민, 말해. 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말해, 내가 고칠게, 응?"눈물을 흘리는 동생을 지켜보는 엄위민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는 나금희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좋은 남자친구를 찾아 졸업한 뒤 행복하게 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하지만 나금희가 그를 잃어 무너질 생각에 도무지 입을 열 수 없었다.결국 그는 마음을 굳히고 나금희에게 말했다."맞아! 네가 잘못한 거야! 비록 나한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이제 네가 싫어! 오래전부터 싫었어. 네가 대학에 어떻게 붙었는
엄위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나금희를 보며 말했다."금희야, 나 내일 강미라랑 결혼해."나금희는 손에 든 책들을 속절없이 바닥에 떨구었다.그녀는 원래 다시는 엄위민을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젠 서로 어른이고 대학에도 붙었으니, 마음은 괴로워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기에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니 반드시 굳건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아프고 쓰라려도 버티면 밝은 날이 올 거라 여긴 것이다.그 때문에 그녀는 엄위민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이 순간 엄위민의 말을 듣자마자 나금희는 그의 손을 잡고 다급히 물었다."오빠,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여자 좋은 여자 아니야. 우리보다 네댓 살도 많은 사람이 우리랑 같은 반이라는 것부터 이상해. 4, 5년 동안 뭐했을까? 복학? 그럴 리 없어. 오빠, 지금 속고 있는 거야! 오빠! 그리고 큰오빠도 이 사실 알아? 이렇게 빨리 결혼하는데 큰오빠가 모를 리 없겠지. 그리고 학교는, 학교에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엄위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강미라가 모두 해결해 준댔어. 1년 휴학하면 돼. 이건 별로 문제 될 게 없어. 학교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돼. 그냥 이 얘기를 너한테 미리 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금희야. 난 네 축복이 필요해."그는 앞으로의 나날이 반드시 쓰라릴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그는 나금희의 거짓된 축복이라도 받고 싶었다. 그는 나금희가 그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길 바랐다."형한테는 새해에 강미라 데리고 본가에 내려갈 때 얘기해줄 거야. 형한테는 내가 결혼한다고 먼저 얘기하지 마."엄위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나금희를 바라보았다.나금희는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오빠, 그토록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었어?""당연하지!"엄위민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더 이상 못 버티겠어."나금희가 말했다."그럼 우리 절교해!"말을 마친 그녀는 책을 끌어안고 도망쳤다.도서관에 앉아있는 내내 머리에 아무것도
깊은 밤, 엄위민과 강미라는 함께 방에 앉아있었다.강미라가 얇디얇은 잠옷을 입고 나왔지만, 엄위민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난 당신과 함께 첫날밤을 보낼 생각 없어! 나랑 결혼한 것도 나랑 잠자리를 가지려고 한 건 아니잖아. 목적을 이뤘으면 이만 날 놓아줘!"엄위민은 단호한 태도로 강미라를 거절했다.강미라도 화를 내지 않았다.이 순간만큼은 아주 털털하게 받아들였다.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엄위민에게 말했다."엄위민, 사실 난 네가 아주 좋아."엄위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흥!""이 말 진심이야."강미라가 말했다.엄위민은 당장이라도 강미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뻔뻔하게 굴지 마! 목적을 이뤘으면 이제 서로 지킬 선은 지키자고!""위민아."강미라는 갑자기 엄위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엄위민은 깜짝 놀랐다."당신... 당신,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야?"강미라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위민아, 난 널 사랑해. 우리 행복하게 살면 안 될까? 절대 푸대접하지 않을게. 내가 잘할게. 난 이제 너밖에 없어. 너밖에 없단 말이야."엄위민은 강미라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손이 갈 곳을 잃었다."당신, 당신 연기하지 마!""진심이야, 위민아. 난 평생 너 말고 다른 사람은 없어. 오직 너뿐이야. 네가 날 필요 없다고 여기면 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가능하면 내일 길거리에 나앉을지도 몰라. 거짓말 아니야, 위민아."그녀는 콧물까지 흘려가며 말했다.그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엄위민은 결국 남자였기에 조금 전 분노와 역겨움으로 가득 찼던 표정을 거둬들이고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강미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위민아, 혹시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재벌 집 아가씨로 보여?""그럼, 아니야?"강미라는 고개를 저으며 엄위민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멋대로 계속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전에 내가 네 동생을 납치하고 네 동생이 한 늙은 남자를 꼬시다가 와이프한테 들켜서 죽기 직전이라고 했잖아. 사실
"맞아."강미라는 평온한 눈빛으로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이 고약한 여자 같으니! 배 속에 아이도 있는 사람이 왜 아이 아빠와 결혼하지 않고 나랑 결혼한 거야!"그 순간 엄위민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엄위민의 분노와 놀라움에 강미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난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미 와이프도 있고 아이도 있는 몸이니까. 게다가 그 사람은 70세 노인이야. 그의 가족이 나선다면 누구든 날 죽여버릴 거야. 그들에게는 나를 지켜볼 수십 쌍의 눈이 있어.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날 죽여버릴 거야. 난 그 사람들에게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은 목숨이야.""그럼, 아이를 지워버리면 되잖아!"엄위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나도 지워버리고 싶어! 난 그토록 대단한 여자가 아니야. 아이가 타이밍 잘못 맞춰 온 건 맞아. 나도 배 속의 아이를 원하지 않아, 게다가 아이의 아빠는 70세 노인이잖아! 하지만 난 더 이상 지울 수 없어. 17살 때부터 시작해서 이번만 이미 다섯 번째야.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대로 계속 아이를 지우다간 다시는 엄마로 살 수 없을 거라고 하셨어. 엄마도 못 할뿐더러 자궁을 통째로 제거해야 할지도 몰라. 그럼 난 빨리 늙겠지. 그렇게 초췌한 모습으로 죽어갈 거야. 난 이제 겨우 20대인데 이토록 빨리 죽을 수 없어.""그래서 나랑 결혼하는 방법을 선택한 거야? 이렇게 되면 당신 과거를 숨길 수도 있고 배 속에 든 아이도 내 아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서?"엄위민은 그제야 강미라가 그와 결혼한 목적을 알게 되었다."맞아."강미라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아직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아직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내가 너랑 가짜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들키게 되면 난 죽은 목숨이야."엄위민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강미라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버지도 이 도시에서 유명한 재벌인 데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