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에 모두 고개를 돌렸다.거기에는 백발이 드리운 어르신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인파로 걸어오고 있었다.겉모습으로 보아 90은 되어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고 사람들로 하여금 겁에 질리게 했다.그들은 뒷걸음질 치며 그에게 통로를 만들어드렸다.그중에 눈치 빠른 이가 한 명 있었다.“서씨 집안 어르신?”그랬다. 여기로 걸어오고 있는 그는 서진희의 아버지이자 신세희의 외할아버지였다.서씨 집안 어르신이란 말에 경찰들도 고개를 돌렸다.그중의 두 명은 급히 달려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았다.“여기에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어르신, 몸도 불편하신데 심려를 끼쳐서 죄송해요. 저한테 어느 분이 따님인지 알려주시겠어요?”늙은이는 온화한 표정으로 서진희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서진희는 고개를 떨구고 그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미 몇 년 전처럼 아버지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다.아버지란 존재가 제일 필요했던 때에 사랑으로 보듬어 주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엄격한 잣대로 엄하게 몰아붙였다. 어렸던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 친구들이 부러웠다.그녀는 자비감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이런 부정적인 정서는 그녀의 일생을 좌우지했다.그렇게 이후의 그녀 인생에도 영향을 주었다. 자비감 때문이 아니었더라면 임지강과 같은 사람과 결혼하지도 않았다.그랬더라면 자신과 딸도 견디기 어려운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아버지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버지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아버지와 깊은 감정을 나누려 하지도 않았다.아버지와 오빠가 몇 번이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더 극진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도우미들도 있으니 아주 편할 거라면서 말이다.그녀의 취미활동에도 지장이 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그녀만을 위한 피아노까지 있어서 그녀의 예술 활동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녀가 아직 어렸을 때 오빠란 자식은 손찌
신세희도 서준명과 같은 마음이었다.신세희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만큼 서준명도 고모를 관심했다. 신세희가 회사에서 나와 한창 운전하고 있을 때 서준명은 회사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회의까지 제쳐두고 고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그리고 마침 할아버지가 전화한 것이다.전화 저편에서 노쇠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할아버지는 요즘 너의 고모가 보고 싶구나. 주말에 시간 되면 나랑 무용단에 다녀오자꾸나. 너의 고모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거야.”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서준명이 지금 당장 고모에게 가자고 했다.둘은 신세희보다 더 일찍 여기에 도착했다.다만 할아버지의 요구대로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차를 세워뒀다. 하지만 내리지 않았다.그는 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딸이 자신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매번 딸이 보고 싶을 때면 가만히 먼 곳에서 힐끔거리기만 했다.어차피 고모가 돌아오지 않아서 서준명도 그대로 차 안에 있었다.얼마 안 되어 신세희가 도착했다. 그리고 장바구니를 든 서진희의 모습이 보이더니 동희남이란 그 남자가 장미꽃을 손에 들고 쫓아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때 서준명은 차에서 뛰쳐나가 그 남자의 다리를 분질러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고모가 너무 가여웠던 서준명은 이 남자가 고모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고모를 전적으로 응원했고 고모만 행복하다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여 서준명은 할아버지를 겨우 진정시켰다.그리고 반씨가문의 세 자매가 나타났다.서준명과 늙은이는 그녀들이 막무가내로 생트집을 잡는 모든 과정을 보았다.할아버지와 손자는 세 자매가 도대체 무슨 꿍꿍인지 궁금했다.이미 경찰에 신고했기에 급한 것도 없었다.그리고 반영이와 반유이가 구석에서 민정아의 두 아이를 데려가 갑부에게 환심을 사려는 계획까지 서준명이는 똑똑히 들었다.그들은 너무 웃겼다.그들은 지금까지 경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 순간이 오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끝내 모습을 나타냈다.세 자매가 그에게 말을
반영이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녀는 재차 확인했다.“네? 뭐라고요?”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둔 어르신이 서진희를 보며 말했다.“”진희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아버지한테 말해 봐. 어떻게 저런 상스러운 소리를 듣고 신고까지 당했냐 말이다.”서진희가 대답하기 전에 경찰관들이 대신 입을 열었다. “어르신, 오해세요. 뭔가 오해가 생긴 모양이에요.”“오해라고?”어르신이 세 자매를 쏘아보았다.“내가 보기엔 누군가가 고의로 질서를 어지럽히고 공권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네?”세 자매: “...”“진희야, 말해 봐. 아버지가 해결해 줄게.”이건 딸과 화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가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그는 다정하게 서진희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서진희는 도리어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연세도 있으시고, 다리도 불편하시니 될수록 이런 걸음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무 일도 아니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제 나이가 이젠 50이 넘으니 더 이상 어린애도 아니에요. 제가 한 행동에 책임질 수 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완전 정을 떼려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느낌이었다.무표정에 새침한 그녀가 기품이 넘치는 어르신과 함께 있으니, 전에 느끼지 못했던 고귀함이 느껴졌다.반 씨 집안의 세 자매들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특히 막내 반유이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서진희를 보며 말을 더듬었다.“당신이 그, 그...”“뭐가?”서진희가 웃으며 덧붙였다.“사기꾼? 죽을죄라고? 작은 도시에서 온 당신이지만 법을 꿰뚫고 있어 속일 생각을 하지 말라고? 내가 당신들을 알아? 어디서 만난 적이라도 있었어? 왜 내 집 앞에서 난리들이야? 나를 뭐라는 건 그렇다고 쳐. 그런데 왜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냔 말이야! 오늘 합당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여기에서 못 빠져나갈 줄 알아!”그녀의 호통에 셋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그때 멀리에서 차 한 대가 들어왔다.멈춰 선 차에서 3명이 내렸다.그중에 앞선
반원명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한순간에는,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반원명은 넋이 나간 세 누나의 모습을 보며 이 상황을 무척이나 고소하게 생각했다. 그는 양부모님의 뒤를 따르며 자책이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죄송해요, 서 씨 아주머니. 제가 아주머니에게 폐를 끼쳤네요.”그 말에 서진희는 반원명에게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명아, 아줌마 이제야 알았어. 네가 예전에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 이제는 걱정하지 마. 남성에 차고 넘치는 게 네 가족들이야. 남성에 있는 가족들은 절대로 너에게 예전 같은 고난을 겪게 하지 않을 거야. 이제는 걱정하지 마, 원명아.”반원명의 마음은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제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이…”말을 이어 나가던 반원명은 갑자기 자기 양부모님과 세 누나를 쳐다보았다.그는 양부모님과 세 누나가 한 짓이 자기랑 아무 연관이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 만약 그들이 서 씨 아주머니를 다치게 했다면 경찰을 불러 이 일을 해결하자고 말하려고 했었다.이 일은 경찰이 책임지고 정의를 구현해야 했다.하지만 반원명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양아버지 반건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흉악했다.“내가 뭐, 너 무서워할 줄 알고! 네가 무슨 신이라도 돼? 미리 말하는데! 우리 아들 친구가 남성에서 제일 돈이 많고 권력이 엄청난 F 그룹 대표 부소경이야! 분명 부소경이 우리 뒤를 봐줄 거야! 부 대표님이 곧 이곳으로 찾아올걸!”“너희 남성 사람이잖아. 설마 F 그룹의 대표 부소경이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지?”“그래 너네 대단해!”“너네 엄청 대단해! 하지만 너희 중에 부 대표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있을까?”반건호는 입에 부 대표님이라는 말을 내내 달고 있었다.하지만 사실, 일흔이 넘어가는 반건호는 부소경이 누군지 전혀 알
울려 퍼지는 소리에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고개를 돌렸다.멀지 않은 곳에서,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 서서히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의 몸에는 기품이 흘러넘쳤고, 그런 그의 뒤를 따르는 수행원도 둘이나 있었다.수행원들은 모두 금테 안경을 끼고 있었고, 손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세 사람의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그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엄청난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반원명이 자기 동생이라고?구경꾼들은 모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 씨 세 자매도, 반원명의 양부모님도 의혹스러운 눈빛으로 느릿하게 걸어오는 남자를 쳐다보았다.둘째 반호이의 눈썰미가 제일 좋았다.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 “어라? 언니, 이 남자 며칠 전 주말에 원명이네 집에서 본 그 남자 아니야?”그녀의 말에 반영이가 바로 대답했다. “맞네. 그 남자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날보다 더 기세가 넘치는 것 같은데? 근데, 왜 우리 막냇동생 원명이를 자기 동생이라고 하는 거야? 정말 영문을 모르겠네!”반영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경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사님, 방금 전에 남성 F 그룹 대표 부소경이 동생분의 친구라고 하지 않으셨어요?”그 말에 반영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부 대표님이 우리 동생 친구예요. 부 대표님은 우리 동생의 친구일 뿐만 아니라 남성에서 제일 권력이 높은…”반영이의 말이 끝나지도 전에 경찰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러신 분이 왜 부 대표님을 알아보지 못하시는 거죠?”“네?”“지금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여사님이 방금 말씀하신 F 그룹의 최고 권위자이자 동생분의 친구이며 반 씨 집안의 친구이기도 한 부소경, 부대표님이에요!” 경찰의 말에는 조롱이 가득했다.경찰들은 사건의 자초지종이 어떤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세 자매의 오만한 태도를 통해 그들이 생트집을 잡는 사람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경찰은 그들이 생트집을 잡는 사
지금 남성의 최고 권위자를 인맥으로 만들게 된다면, 반 씨 세 자매는 출세한 것과 다름이 없는 게 아닌가?하!기회는 항상 반 씨 가문에게 찾아온다!이 모든 공로는 엄마, 아빠가 그해 고아 반원명을 입양한 것에 돌려야 한다.착한 사람에게는 당연하게도 좋은 일이 찾아온다!반 씨 집안 첫째, 반영이가 제일 먼저 부소경의 앞으로 달려갔다. 복스러운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부소경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부 대표님, 안녕하세요.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얼굴 볼 기회가 없었네요. 저희 부 대표님 정말 뵙고 싶었어요. 유감스럽게도 대표님이 너무 바쁜 바람에…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봐요.”역시나 반 씨 집안 첫째였다.그녀의 말은 수준이 넘쳤다.부소경은 평온하게 반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며칠 전 내 동생 집에서 난리를 피우던 그 사람이지?”그 말에 반영이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바로 반응했다. “아이고, 한 집안사람도 못 알아뵙고…”“맞아요! 저희가 바로 며칠 전에 원명이 집에서 난리 피우던 사람들이에요.”“하지만 우린 남이 아니에요.”“부 대표님이 그러셨잖아요. 원명이가 대표님 동생이라고. 대표님이 아실지는 모르겠는데, 원명이 저희 동생이에요. 저희 친동생이에요.”“원명이는 반씨에요. 우리도 반 씨고요.”“우리는 같은 부모님을 가지고 있어요.”말을 이어 나가던 반영이는 자신의 친부모님을 가리키며 그들을 부소경에게 소개해 주었다.소개가 끝난 후, 그녀는 계속해서 웃음을 지어내며 말을 이어냈다. “부 대표님, 병원에 있을 때 병원 원장님이 저희한테 알려줬어요. 대표님이 제 동생의 친구시라고. 대표님이 제 동생을 친형제처럼 대하신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였네요.”“원장님이 그러셨어요. 대표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실 거라고.”“저희는… 하하.”“저희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대표님이 이렇게 빨리 찾아오실 줄은 몰랐어요.”“대표님이 이렇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부소경의 몸에 쏠려졌다.부소경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반 씨 집안사람들을 쳐다보았다.세 자매는 놀라서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지금, 이 순간 이 사실을 가장 못 믿는 사람은 바로 반 씨 집안의 가장 반건호였다. "당신, 당신 지금 뭐라 그랬어? 원명이는 내 아들이야. 내가 어렸을 때부터 키운 내 아들이라고. 그런 내 아들이 왜 당신 가족이 된 건데?""아빠! 이 사람 F 그룹의 대표야!" 반영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나무라고 있었다.아무리 몰랐던 사실이고, 뒤늦게 안 사실이라고 해도 반영이는 알 수 있었다. F 그룹의 대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나무란 후 동생 반원명을 쳐다보며 말했다. "원명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병원 원장님이 그러셨어. F 그룹 대표님이 네 친구라고. 네가 이런 친구를 사귀게 된 걸 온 가족이 기뻐했어. 근데 지금 네 친구가, 부 대표님이 지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원명아, 부 대표님한테 네가 우리 가족이라는 거 말 안 했어?""이분들이 네 친부모님이야.""우리가 네 친누나들이고."반영이는 성격이 급했다. 그녀는 동생 반원명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부 대표님. 저, 대표님 만난 적 있어요. 며칠 전 주말에 제 동생 집에 있었던 남자가 바로 대표님이셨어요. 저도 알아요. 분명 제 동생의 의술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제 동생이랑 형제까지 맺으신 거겠죠.""제 동생이 원래 그래요. 항상 사람들의 호감을 샀죠.""옛날부터 그랬어요.""부 대표님, 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그날 대표님이 제 동생 집에서 만난 사람들 전부 범죄자예요.""부 대표님, 일단 무슨 일인지 먼저 상황을 알아보셔야 하지 않을까요?"반영이 이 말은 뒤에 서 있던 신세희까지 웃게 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반영이 씨는 참 자신감도 넘치고 담도 커." 신세희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영이는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그래도 친딸은 친딸이었다. 반건호는 벌벌 떨리는 몸을 이끌며 반원명 앞으로 다가왔다. "원명아, 너… 너 무슨 말이라도 해봐. 다 네 친 누나들이잖아.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부 대표님이랑 친구라며. 대표님한테 사정 좀 봐달라고 해줘.""네 누나들이 뭐 일부러 그랬겠니?""다 네가 걱정돼서, 네 처지가 걱정돼서… 그래서 부 대표님 아내분을 범죄자로 생각한 게 아니겠어?""그리고, 부 대표님 아내분이 속은 걸 수도 있잖아.""남은 사람들이 다 범죄자 일수도 있잖아.""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부 대표님의 아내분을 살린 거야."역시 나이는 허투루 먹는 게 아니었다.위급한 상황에서도 반건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말은 무척이나 논리적이었다."어르신 말이 맞아요. 제가 속은 걸 수도 있죠.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그 말에 반건호는 바로 웃음을 지었다. "사모님, 참으로 아량이 넓…""하지만!"신세희는 바로 반건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녀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뱉어냈다. "반 씨 세 자매가 말하는 범죄자가 바로 저희 엄마예요. 제 친엄마요. 그러니까 부 대표님의 장모님이 되는 거죠."신세희는 엄마를 가리키더니 반씨 집안사람들을 쳐다보며 웃기 시작했다.그녀의 말에 주위 사람들도 피식피식 웃어댔다.“아이고, 세 자매가 진짜 괜히 트집을 잡았던 거네. 증거도 없이 사람을 신고하다니. 자기 발등을 찍었어!”“쌤통이야! 방금 전까지 건방지게 나대던 모습 좀 봐!”“난 왜 저 자매들이 더 범죄자처럼 느껴지지? 오히려 적반하장 아니야?”“마침 잘됐네! 경찰도 여기 있겠다. 조금 이따 그냥 경찰서로 끌고 가버리지 뭐!”“퉤! 길바닥에서 대놓고 사람들을 무시하기까지 하다니! 감옥에 가고도 남지!”“경찰 선생님! 저 사람들 제대로 처벌해 주세요!”주위 사람들의 질책에 반 씨 집안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버렸다.여긴 남성이었다. 그들이 살던 동네가 아니었다.이 넓은 곳에 그들의 유일한 가족이라곤 동생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