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아는 갑자기 겁에 질려 몸을 떨더니 조민숙을 소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아, 아주머니…”그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순간 성유미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본 그녀는 발끈한 나머지 현명하고 지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예비 시어머니가 자신을 이렇게 꾸짖는 것을 들은 민정아는 휴대폰을 손에 떨어뜨릴 뻔했다.그녀는 전화를 끊은 뒤 어쩔 줄 몰라 하며 예배 시어머니를 바라보았고, 너무 겁이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구서준이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구서준은 이곳에 없으니,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이지? 이때, 서시언이 차를 타고 병원으로 왔고, 차에서 내려 서둘러 민정아와 성유미에게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여보, 무슨 일이야?"성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서시언은 민정아에게 다시 물었습니다.“정아야, 무슨 일인데? 여보, 왜 우는 거야?” 민정아는 즉시 당황하며 말했다.“시언 오빠, 유미 씨를 잘 돌봐주세요. 저는... 아주머니와 함께 먼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게요. 전… 이만 가볼게요.” 서시언은 민정아에게서 당혹감, 혼란, 초조함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즉시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아야, 무슨 일이야? 도움이 필요해?” 서시언은 그의 아내에 대해 극도로 걱정했지만, 그의 마음씨로는 민정아를 무시할 수 없었다. 민정아는 어색하게 고개를 저으며 예비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서시언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여성이 낯익은 모습임을 확인하고 몇 초 동안 생각한 후 구서준의 어머니임을 기억했고, 즉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서시언의 예의 바름과 착한 성격은 조민숙의 마음에 쏙 들었다. 민정아가 그런 남자와 친구인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고 표정도 부드러워졌다.그녀는 한숨을 쉬며 민정아를 꾸짖으려던 참에 서시언의 품에 안겨 있던 성유미가 순간 기절하는 걸 발견했다. "여보! 여보!”
민정아는 최대한 공손한 말투로 말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말솜씨로 시어머니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을 정도였다. 이에 민정아는 그녀의 예비 시어머니를 쳐다보았지만 시어머니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민정아의 심장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그녀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해서 혼란스러운 상태였지만, 지금은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었다. 성유미의 문제를 먼저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성유미는 2시간 후에 일어났고 의사는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휴식과 영양 보충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서시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시언의 부름을 받고 왔다. 그의 어머니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사실만 말하고 있어. 성유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난 정말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악의적인 건 아니었어. 10년 후에, 만약 내 아들이 더 이상 성유미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손해를 보는 건 역시 성유미가 아닐까?” 하지만 서시언은 단호했다."나는 이번 생에 절대 재혼을 없을 거예요. 유미가 설령 흰머리라도 난 그녀를 원해요. 아시겠어요? 내가 가장 방황하고, 나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몇 년 동안 난 자살까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난 유미를 만났고, 그녀는 내 외로움과 절망을 가장 잘 이해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고요! 그녀는 내 평생의 동반자이고, 내가 가장 아끼는 내 연인이에요! 어머니! 전 유미가 없으면 행복하지 않아요!”그러자 그의 어머니도 눈물을 흘렸다.“아들, 엄마는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네가 유미가 좋다면, 엄마는 앞으로 며느리를 잘 대해줄게. 그러니 걱정하지 마, 유미에게도 사과를 하마.” 그의 어머니는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이었고, 그녀는 즉시 성유미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유미야, 미안하구나. 날 용서하고 기회를 주지 않겠니?” 그러자 성유미는 즉시 대답했다.“네, 어머니!” 한차례 폭풍은 이렇게 지나갔고, 서 씨 집안
그러자 민정아는 즉시 기뻐하며 말했다."이모, 제 둘째 삼촌이 모든 경제권을 이모에게 물려주었을 뿐 아니라 지금은 이모를 위해 경호원까지 붙여주셨잖아요. 제 생각에는 둘째 삼촌이 이모를 보호하기 위해 경호원을 붙인 게 아니라 사실은 다른 남자가 이모를 채갈까 봐 걱정돼서 경호원을 구한 것 같은데요. 이모는 갈수록 예뻐지는 것 같아요.” 민정아는 항상 거침없이 말했다. 그녀의 낮은 자존감과 무력감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나타났다.하지만 이모에 대해 민정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매우 거침없이 말을 했다. 고윤희는 민정아에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계집애야! 너도 몇몇 잘 아는 사람들 앞에서만 그렇게 억척을 부릴 수 있잖아!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어?!” “헤헤, 이모… 그럼 경호원은 도대체 누군데요?”민정아가 묻자, 고윤희는 차에서 물건을 옮기는 여성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지영주.”반대편에 있던 지영주는 트렁크에 실려있던 캐리어를 꺼내 끌고 오며 부드럽게 소리쳤다. “윤희 언니.” 고윤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주야, 소개할게. 여긴 내 조카 민정아. 우린 모두 정아라고 불러.” 그러자 지영주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민정아를 바라보고 말했다."안녕하세요, 정아 씨.” 그녀는 예의 발랐고, 얼굴에는 어색함이 묻어나 있었다. 민정아는 지영주가 약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민정아는 즉시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을 찾은 것 같은 친근함을 느끼며 말을 꺼냈다."그, 그쪽이 지영주에요?” 지영주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아 씨.” "안녕하세요!" 민정아는 즉시 활발해졌다. "그… 저를 정아 씨라고 부를 필요 없어요. 다들 저를 그냥 정아라고 부르는걸요. 가끔은 절 말괄량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전 마음씨 하나는 좋아요. 하지만… 영주 씨 앞에서는 침착해 질게요, 헤헤. 제 활력은 최여진 같은 사람만 감당할 수 있거든요.”그 둘을 비교했을
고윤희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반호영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신세희와 부소경이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또한 부소경이 쌍둥이 형제를 잃은 줄 알고 오랫동안 슬퍼하고 있던 것도 직접 보았다. 그러나 고윤희는 지영주가 반호영을 그렇게 그리워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지영주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고, 지영주는 눈물을 흘리며 모든 얘기를 말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 고통은 진작에 나아졌어요. 그리고 저희 오빠, 저는 오빠가 사실은 계속 살고 싶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단지 절 귀국시키고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겠죠. 우리에게 가족은 서로뿐이었어요. 저도 오빠가 조만간 목숨을 내걸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전 평생 연애를 해본 적은 없지만, 반호영을 사랑했어요. 윤희 언니… 언니는 이런 사랑의 맛을 아세요? 저는 그 사람을 위해서 아이를 낳고 싶고, 그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어요. 그 사람과 함께라면 앞으로 어떤 비바람을 겪어도 두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반호영은 죽었어요… 반호영이 죽었다고요. 윤희 언니, 이런 제가 혼자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지영주의 말을 들은 고윤희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그 감정을 이해했다, 지영주는 희망을 볼 수 없었지만 반호영은 그녀의 모든 희망이자 아름다움이며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반호영은 죽었다. 고윤희는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하지만 사람이 살아있지 않은데 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지영주를 껴안고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영주야, 나에게도 애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 눈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었어. 그때 언니도 너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앞으로 너에게 더 좋은 사람이 찾아올 수도 있는 거야. 그러니 그런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나를 친언니로, 형민이를 작은 조카로 대해줘. 그리고 세희. 세희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
민정아는 고윤희를 쳐다보았고, 두 사람의 눈은 빛났다. 지영주는 친구가 없었고, 그녀가 이 세상에서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 고윤희에게는 확실히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민정아도 지영주를 좋아했다.그녀는 처음 지영주를 보았지만 이미 신세희로부터 지영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지영주 역시 민정아처럼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고 어릴 때부터 고생을 했기에 민정아는 지영주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가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어. 남성은 내가 잘 아니까 오랜 친구를 만나고 싶은 거면 내가 데려다줄게!” "그래, 영주야. 정아가 데려다줄 거야.” "아 참, 나한테 엄선희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애는 엄청 열정적이고 말이 많아. 우리 둘이 널 데리고 가서 네 친구를 찾으면 넷이서 같이 놀 수 있겠다.” 민정아는 엄선희가 매우 수다쟁이라는 말을 하면서 자신도 말을 매우 많이 했다.“내가 뭐 하나 알려주자면, 난 이제 윤희 이모랑 세희랑 얘기를 할 수 없게 됐어. 왜 그런지 알아?”그녀는 매우 들뜬 채로 말했다. 그녀는 오늘 고윤희를 기다린 목적이 고윤희에게 시어머니를 대하는 방법을 묻는 것임을 완전히 잊고 있었고, 지영주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그녀는 심지어 누구를 만나고 싶은 건지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지영주에게 열정적으로 하소연할 뿐이었다."지금 윤희 이모랑 세희는 둘 다 아기를 출산했어. 윤희 이모는 한 달 됐고, 세희는 열 달이 됐네. 두 사람은 매일같이 아기 기저귀는 뭘 쓰는지, 분유는 얼마나 먹여야 하는 등 이런 얘기밖에 안 한다니까. 정말 말이 하나도 안 통해. 게다가 난 두 사람이 대화할 때 끼어들 수도 없어. 아기를 내가 안아주고 있어야 하거든! 엄선희랑 얘기를 다 해놨어. 이제는 윤희 이모랑 세희에게 확실히 선을 긋자고 말이야!” “……”지영주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계집애가 얼마나 수다쟁이인지 드디어 깨달았고, 지영주 자신도
“사실 얘는 아무 생각이 없어.”“그냥 바보거든.”민정아는 헤실헤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히히…”지영주도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그건 고윤희도 별로 본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지영주가 지금 웃고 있다.구형민을 안고 있는 고윤희와 부민희를 안고 있는 신세희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웃음을 지었다.그때, 차 안에서 작은 아이가 뛰쳐나왔다.유리의 손에는 커다란 유니콘 인형이 들려 있었다. 꽤 힘들었는지 유리가 투덜대며 걸어 나왔다. “아이참, 내가 유니콘 인형 안 들고나온다고 했지? 엄마가 기어코 들고나오라고 하더라니.”“정말!”“유리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거든!”“난 이딴 유니콘 전혀 놀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유리가 안고 있는 유니콘은 유리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유리는 줄곧 걸을 때 앞이 안 보이는 상태였다. 유리는 민정아와 지영주도 보지 못했다.고윤희는 야유가 조금 섞인 말투로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야, 이 유니콘 인형이 그렇게 싫은데 안고 있는 이유가 뭐야?”유리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이게 다 제 동생 때문이잖아요. 쟤가 이 유니콘만 보면 헤실헤실 웃으면서 엄청 기뻐하는 것 때문에 제가 이렇게 안고 온 거에요.”신세희는 고윤희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 누나가 동생을 아주 끔찍하게 아끼거든요. 둘째가 유니콘 인형만 보면 웃는다고 굳이 저걸 들고 오더라니까요. 정말 말리지도 못해요.”신세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품 안에 안겨있던 부민희 어린이가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민희는 어눌한 말투로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누… ㄴ… 누나… 누나…”9개월인 부민희는 이제 간단한 단어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누나’라고 부르는 부민희의 말소리에, 10개월 된 구형민도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누… 누나…”9개월, 10개월 된 아이들이 너 한마디, 나 한마디 누나라고 말하고 있었다.두 아이 모두 엄마의 품속에서 벗어나 유리를 찾으러 가고 싶어 했
반명선?그 이름에 모든 사람이 놀라고 말았다.다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었다. 지영주가 만나려던 사람이 반명선이라니.“너… 반면선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영주야?” 고윤희는 지영주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줄곧 반호영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지영주는 고개를 숙이더니 참담한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얼마 전에 해외에 잠깐 갔다 왔어요. 거기서 반호영 유물을 좀 가지고 왔는데, 반호영이 반명선을 위해서 해외 계좌에 돈을 좀 넣어놨더라고요.”“반명선이 대학 다닐 돈이라나, 뭐라나.”“그 사람은… 반명선이 다른 사람의 돈으로 학교 다니는 걸 원치 않아 해요.”고윤희와 신세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둘 다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지영주 이 사람, 겉으로는 독하고, 차갑고, 모질어 보이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더 부드러운 사람이었다.착하기도 하고.적어도 지영주는 돈만 보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고윤희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봐, 영주야. 앞으로 명선이랑 자주 연락하고 지내.”혹시,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 기대며 온기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지영주는 연인을 잃었고, 반명선은 가족을 잃었다.두 사람의 그리움은 한곳을 향해 있었다. 분명 서로에게 온기를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알았어요.” 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민정아도 바로 입을 열었다. “어렵지 않아! 명선이 지금 남성에서 대학 다니고 있어. 나랑 선희가 지금 당장 널 명선한테 데려다줄게. 엄청 착하고 참한 여자더라고. 만나면 너도 분명 좋아하게 될 거야.”그녀의 말에 지영주도 바로 웃음을 지었다. “좋아.”“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까?” 엄선희가 물었다.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다들… 다들 어디가? 나도! 나도 갈래!” 이제 막 밖에서 돌아온 삼인방 중 대장, 신유리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유리는 총총 뛰어오며 그들에게 물었다.세 남매는 어디서 구르고 다닌 건지, 돌아왔을 때 이미 몸이 흑투성이였다.유
“나 마음에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나 봐.”“왜?” 민정아가 물었다.“그게… 서경수 어르신 때문에.” 엄선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민정아는 그 말에 바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선희야, 설마 그 망할 영감탱이가 아직도 강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거야? 집안이나 따지고? 그 사람이 너랑 준명 오빠의 결혼은 방해하고 있는 거야?”엄선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어르신 이제 많이 너그러워지셨어. 몸도 많이 허약해진 것 같으시고. 이제는 아무 일도 묻지 않으셔.”“오히려 혼자 서진희 씨 보러 가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 몰래 훔쳐보시더라고.”“사실 매번 서씨 집안에 찾아갈 때마다 어르신이 나한테 물어. 세희는 잘 있냐고.”“유리는 잘 지내냐고.”“이제는 두 사람이 날 용서했냐고.”“그런 질문들 말이야.”“가끔은 나도 어르신이 좀 불쌍해.”“근데…”말을 이어 나가던 엄선희는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매번 생각해. 자기 친딸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굴고,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까지 자기 외손녀를 위험에 빠트리고, 하마터면 자기 외손녀를 죽이기까지 할뻔하고… 그래서 내가…”“정아야, 내가 어르신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매일 나한테 말해. 극복해야 한다고,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 씨 어르신을 볼 때마다 어르신이 옛날에 저질렀던 일들이 생각나. 여전히 무서워.”민정아는 엄선희를 가엽게 보았다. “네가 고생이 많다. 우리 아가…”엄선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난 기다리고 싶어…”“할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그때 서 씨 집안에 시집오려고?” 민정아는 직설적인 사람이었다.그녀의 말에 엄선희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딱히 어르신을 저주하는 건 아니야…”“풉… 네가 한 게 아니라, 내가 한 거야. 됐지!” 민정아도 웃으며 말했다.“하하…” 엄선희도 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얼마나 이득을 본 것처럼 말이다.뒷좌석에 앉은 지영주는 두 사람이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엄선희는 그런 지영주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