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의 말투는 오히려 담담해졌다. “맞아요. 당신 막내아들이자 제 쌍둥이 동생. 3일 전에 지영명이 쏜 총에 맞아서 죽었어요.”“…” 부성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곧이어 그는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그는 그대로 뒤쪽에 있는 의자 앉아버렸다.만약 그 의자가 아니었다면 부성웅은 지금쯤 머리가 깨졌을 것이다.“호영이… 호영이 지영명이랑 손잡은 거 아니었어? 호영이… 걔가 왜 죽어? 우리… 우리 막내아들이… 막내아들도… 죽었다고?”비록 막내아들과 그리 많은 접촉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혈육은 혈육이었다.지금 이 순간, 부성웅이 느끼는 슬픔과 절망감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었다.부소경은 그런 아버지를 부축해 주지도 않았다.그는 단지 처량하게 말할 뿐이었다. “반호영이 죽기 전에 무슨 말 했는지 알아요?”부성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성웅은 여전히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 막내아들이… 죽었다고?”동시에 그의 얼굴에는 흐릿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호영이 평생 다른 소원이라고는 없었어요! 단지 집을 원했을 뿐이에요! 그냥 집을 원했다고요! 집 하나!” 부소경은 갑자기 아버지의 앞에 다가오더니 단번에 그의 어깨를 낚아챘다.60이 넘은 부성웅은 평소에 이렇게까지 늙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부소경의 힘이 너무 센 것 때문인지 부성웅은 어지러움에 토할 것만 같았다.부소경은 아버지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는 여전히 미친 것처럼 아버지를 흔들고 있었다. “왜! 부성웅!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요! 당신은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쳤어요! 당신은 그 여자가 평생 다른 아들을 만나지도 못하게 했어요! 당신은 그 아들을 해외에서 30년 동안 떠돌게 했어요! 그 아이는 자기 엄마의 죽어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어요! 반호영이 얼마나 엄마를 보고 싶어 했는지 당신은 모르죠!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했어요! 당신은 모를 거예요! 반호영이 얼마나 가정을 원했는지!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난 치욕을 참아가며, 내 행복을 희생하며, 당신보고 그 가성섬의 공주랑 연애하게 했어! 내가 뭐 때문에 그랬는데! 부성웅!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내가 뭘 위해서 그랬는지! 그때 그거 말고 당신한테 다른 선택이 있기나 했어? 내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내가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F 그룹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 당신과 그 여자의 감정을 받아들였어. 하지만 당신은 그 여자를 임신시켰지! 당신이 그 여자를 임신시킨 거야!”말을 이어 나가던 진문옥은 조금 힘들어졌다.그녀의 목소리는 많이 허스키해졌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느린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마치 모든 힘을 소진한 듯한 말투였다. “부성웅! 만약 내가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당신은 목숨도 부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야! F 그룹은 더 말할 것도 없지! 하지만 난 그 한 발을 내디뎠어! 난 내 남편을 다른 여자랑 공유했을 뿐만 아니라, 내 아들들도 하늘로 보냈어! 부성웅! 나 진문옥의 삶이 얼마나 더 처참해야 하는데? 이게 내 잘못이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 청춘, 내 세월, 내가 쏟은 모든 노력은 다 F 그룹을 위한 것이었어. 하지만 결국 우리 아들은 좋은 끝을 맺지 못했지. 부성웅, 넌 내가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 있어?”“…”지금 이 순간, 그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진문옥이 한 모든 것들은 진짜 부성웅을 위한 것들이었다.부부는 부부였다.그는 차마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진문옥은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차분해졌다. “나도 이제 일흔이 다 되어가. 난 원래 내 남편이랑 조용히 요양이나 하면서 지낼 생각이었어. 하지만 유리의 모습을 봐. 날 받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잖아? 날 받아줄 생각이 없으면, 둘이 같이 끝장을 보는 수밖에 없지. 다른 건 몰라도, 죽은 내 아들만 생각하면 숨이 안 넘어가! 난 부소경과 반호영 두 형제가 화목하게 F 그룹을 책임지는 꼴을 죽어도 못 보겠어! F 그룹
부소경은 이 모든 말을 대충 뱉어냈다.하지만 진문옥은 마치 큰일이라도 닥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가 줄곧 가지고 있던 부잣집 사모님의 오만방자함과, 존귀함, 응당함과 고고함은 다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그녀는 갑자기 마치 생사를 넘나드는 노인이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연약하게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투는 더 연약했다. “소경… 소… 소경아… 아니 아니… 도… 도련님… 내 모습을 좀 봐… 내가 얼마나 늙었는데…”그녀는 말을 더듬거렸다.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불쌍했다. “나도 이제 일흔이야.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이제 얼마 못 살아. 내가 네 아버지 정실부인인 걸 봐서, 제… 제발 나 좀 봐주면 안 될까? 나… 네가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게. 너네 집에서 가사도우미라도 하라고 하면 그거도 할게. 앞으로 이 저택 안에서 네가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 지금 당장 네 아버지랑 이혼하라고 하면, 바로 이혼 수속 밟으러 갈게. 나… 죽어서도 네 아버지랑 같은 곳에 묻히지 않을게. 부 씨 집안의 묘지에도 들어가지 않을게. 응? 그래도 안 될까?”이 말을 뱉어내고 있을 때, 진문옥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지금 무척이나 굴욕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부 씨 집안을 위해 쏟아부었다. 마지막에는 친아들까지 전부 죽어버렸고, 평생을 함께한 늙은 동반자와 이혼까지 해야 한다. 게다가 부 씨 집안의 묘지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니. 이 얼마나 굴욕스럽고 억울한 일인가?”하지만 아무리 굴욕스럽고 억울해도, 지금은 목숨을 부지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그녀는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였다.진문옥은 무척이나 건강했고, 90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는 몸이었다.지금부터 30년은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아니!그녀는 정신병원에 들어가 환자들한테 둘러싸이고 싶지 않았다. 정신병원 의사들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건 정말 죽는 것보다 더 무서웠다.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진
“내가 진짜 양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진짜 악랄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네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그렇게 잘 해줬겠어?”진문옥의 말에 부소경은 연신 냉소를 내뿜었다. 냉소를 내뿜던 그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 “양심 얘기를 꺼내시니까, 당신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래요! 우리 사이의 원한이 저번 세대부터 이어오던 것이라고 쳐요! 그럼 제 딸은요! 유리 이제 고작 6살이에요! 유리랑 당신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데요! 나 부소경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날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진문옥씨! 제 딸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울 것 같아요? 진문옥 씨! 당신이 옛날에 우리 어머니한테 무슨 짓을 했든 간에, 그 일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기로 했어요. 어쨌든 당신 아들들이 다 황천길을 건넜으니까요. 저도 제 아버지 옆에 동반자가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F 그룹을 이어받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당신을 건드리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자꾸 일을 만들잖아요. 당신은 제 쌍둥이 동생만 해친 게 아니라, 제 6살 딸아이도 가만두지 않았어요. 제가 당신을 살려줄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해요?”그의 말을 들은 진문옥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았다.부소경은 다 알고 있었다.모든 걸 알고 있었다.사실 진문옥이 뒤에서 몰래 저지른 계략을 부소경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알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매일 기쁨에 빠져있었다니… 정말이지 광대가 따로 없다.지금 이런 상황이 되자, 진문옥은 자신의 처지를 불쌍해하지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도 못했다. 더 이상 모른 척 연기할 수도 없었다.그녀는 흐린 눈동자로 자신의 남편을 쳐다보았다.하지만 부성웅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부부는 같은 숲에 사는 새지만, 고난에 부딪히면 각자 날아간다는 말이 있다.그 말이 맞다.진문옥은 처량한 미소를 짓더니, 울다 웃으며 미친년처럼 행동했다.정신병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그녀는 엄선우가 데리고 온 보디가드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갔고, 제대
전화기 너머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안… 안녕하세요. 부 씨 집안 도련님 부소경 씨 전화 맞나요?”부소경은 단번에 전화 친 사람이 누군지 알아챘다.김은국이었다.김은국은 여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 부성웅보다 10살이나 더 많았다.김은국은 이미 20년 동안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는 남쪽에는 부 씨 집안이 있고, 북쪽에는 구 씨 집안이 있고, 밖에는 정 씨 집안과 장 씨 집안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는 김 씨 집안이 평생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부귀를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김 씨 집안 어르신은 평생 동안 이룬 게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도 겁쟁이였던 그는 그 어떤 일에도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평생 먹고 살 수 있고, 김 씨 가문의 체면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래서 20년 전, 그가 나이가 고작 50밖에 되지 않았을 때 이미 집을 나서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다만, 설사 그가 집을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그가 계집질을 하는 것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비록 김 씨 집안이 지금 권력도 세력도 없긴 하지만, 가문의 기세는 여전했다.김은국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자는 강을 건너는 물고기만큼 많고도 많았다.그리고 김미정의 모친은 그 물고기 중 한 마리였다.김미정의 모친은 김은국보다 12살이나 어렸다. 올해 고작 50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김미정은 김은국의 어린 연인이 낳은 막내딸이었다. 그래서 김은국은 이 딸은 유난히 더 아꼈다.20년 동안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 직접 나서서 자신의 딸을 살리려고 하다니.고고하게 잘난척하던 사람도 딸 하나 구하겠다고 이렇게 직접 나서서 부소경한테 직접 전화하며 사정을 봐달라고 해야 했다.그뿐만이 아니라, 김은국은 부소경이 자신의 체면을 세워줄지 줄곧 걱정하고 있었다. “도… 도련님… 집에만 박혀있는 이 늙은이가 이렇게 나서는 걸 봐서, 제
지금 부소경이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다.그가 어떤 심정으로 자기를 살려준 건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김미정의 다정함과 우아함을 느껴서일까, 그녀의 단순함과 선량함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귀티와 아름다움 때문일까?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겠지?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에게 따져 물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먼저 숨어야 했다.최대한 그에게서 멀리 숨어야 했다. 그가 마음속에 담겨있는 화를 다 뿜어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김미정은 마치 죽다 살아난 죄수처럼 기고 구르며 부 씨 저택을 빠져나갔다. 막 저택을 벗어난 그때, 차 한 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아가씨, 타세요.” 기사는 문 앞에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당신은…” 김미정이 대답했다.“엄 비서님이 부탁하셨어요. 공항까지 데려다주시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기사가 말했다.엄 비서?그 말에 김미정은 바로 엄선우를 떠올렸다.엄선우는 부소경의 비서였다. 엄선우가 기사한테 그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라고 했다니. 그건 엄선우의 명령이 부소경의 허락을 거쳤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부소경이 자기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라고 사람까지 동원했다는 말에 김미정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김미정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그녀가 부 씨 저택을 벗어나고 있을 때, 부소경은 서울 김은국의 전화를 또 한 번 받게 되었다.김은국의 말투는 여전히 비굴했다. “도련님,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 체력이 안 좋아서… 딸 데리고 오기 좀 불편한 상황인데…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부소경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요?”“우리 김 씨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 몇 가지 있어요. 그중, 조천후를 드릴게요. 제 딸을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걸 조건으로 걸고요. 안 될까요? 도련님?”“…”조천후는 김 씨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었다.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김은국의 마음속에서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부소경의 말을 듣자, 부성웅의 마음에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기 시작했다.“너, 네 동생이…”“죽었죠.” 부소경의 말은 무척이나 깔끔했다.그는 아직도 반호영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죽었다. 그는 반호영과 함께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먹지 못했고, 얘기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고, 그에게 어머니의 생전 사진도 보여주지 못했다.이렇게 반호영은 죽었다.지영명의 총에 맞아 죽어버렸다.그는 무척이나 처참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반호영의 가슴에는 구멍이 났다.그의 시체는 보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세희가 출산한 다음 날, 부소경은 반호영의 시체를 화장해 버렸고 그날 바로 그를 어머니의 무덤 옆에 묻었다.이것이 반호영의 유언이었다.그는 한편으로 엄마를 무척이나 미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의 품을 무척이나 갈망하고 있었다.그는 자기가 엄마의 품속에서 오랫동안 잠들 수 있기만을 바랐다.이런 아픔은 부소경처럼 살면서 눈물을 흘려본 적 없는 사람까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전 먼저 진문옥을 처리해야만 했어요. 그래야만 어머니와 동생을 찾아가서 그들을 위로할 수 있거든요.” 말을 끝낸 후, 부소경은 발걸음을 돌렸다.그는 부성웅과 함께 어머니의 무덤에 찾아갈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부성웅의 늙은 몸이 자꾸 그의 뒤를 쫓았고, 늙고 느린 발걸음 때문에 부소경을 따라잡지 못하자, 부성웅은 뜀박질까지 했다.열심히 뛰는 부성웅의 모습은 먼 곳에 서 있는 엄선우의 마음마저 아프게 했다.부소경은 차 안에 앉아 엄선우를 불렀다. “왜 아직까지 차도 안 몰고 그러고 있어?”엄선우는 그의 말에 대답했다. “도련님, 아버님이…”그의 말에 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쳐다보았다.부성웅은 이미 차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소경아, 나도 네 엄마랑 호영이… 보러 가고 싶은데…”부소경은 아버지의 처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는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타세요.”차는 도로를 질주했다.한 시간 반 뒤. 그
갑자기 신세희 생각이 났나 보지?부소경은 처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낳았어요. 아들로요.”“지… 진짜야?”“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이 아이는 부 씨 성을 따라야 해요!” 부소경은 차갑게 냉소했다. 무척이나 풍자적이었다.그는 웃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저, 그 아이 성 부 씨라고 안 지으면 안 될까요? 네?”부소경도 부 씨 성으로 평생을 살았다.그가 지금 맡고 있는 회사도 F 그룹이었다.그가 지금 아버지라고 부르는 남자, 그가 평생 증오하던 남자도 성이 부 씨였다.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아니, 아니, 아니, 소경아, 안된다! 네 아이고, 우리 부 씨 집안의 아이야. 부 씨 성을 따르지 않으면 누구의 성을 따른다는 말이냐? 꼭 부 씨 성을 따라야 한다.”지금 이 순간, 부성웅은 당장이라도 일면식도 없는 자신의 손주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하지만 부소경은 눈을 부라리며 아버지를 쳐다보더니 냉소를 뿜어냈다. “신 씨, 하 씨, 정 안되면 서 씨도 상관은 없죠. 꼭 부 씨 성을 따라야 하나요?”부성웅은 이제야 알았다. 자신을 향한 아들의 증오가 얼마나 깊고 진한지.그는 메인 목을 가다듬더니 조금은 급박한 표정을 지었다. “나 데리고, 나 좀… 우리 손주한테 데려다주면 안 될까? 성이 뭐든 간에 부성웅의 친손자는 맞을 거잖아.”부성웅은 눈을 깜빡거리며 아들을 쳐다보았다.그는 방금 아내를 잃었고, 며칠 전에는 막내아들까지 잃었다.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의 아버지는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고 아직도 발인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요즘 부성웅의 가정의 조금씩 쓰러져 가고 있었다.보름 사이에, 커다란 저택에는 부성웅과 연로한 그의 어머니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처량함과 씁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지금, 부 씨 집안에 드디어 어린 손주가 생겼다. 부성웅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부성웅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는 무척이나 기대감이 섞인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나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