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앳된 소리였다.어린아이지만 독하고 억지스러움이 담긴 목소리였다.그 소리에 놀란 김미정은 바로 몸을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김미정이 방금 지나온 옆문 쪽에서 신유리가 손을 허리에 올려놓은 채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김미정은 겁이 나 뒷걸음질 치다 마침 부소경과 부딫쳤다. 부소경은 김미정을 부축했다.아오...몸이 짜릿했다.김미정은 내내 부소경과의 스킨십을 꿈꿔왔다.2시간 전이 좋은 타이밍이었지만 술에 취한 부소경은 냄새가 난다며 김미정을 밀쳐냈다.하지만 지금, 김미정은 어린아이 신유리 때문에 놀라서 마침 부소경 품에 안겼다.부소경의 철뚝같은 팔에 안긴 김미정은 마음이 약해졌다.그러고는 도발의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봤다.그것도 모자라 김미정은 일부러 부소경의 품속으로 머리를 묻었다. “아, 귀신...귀신이야...대표님,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모르시겠지만...대표님 공주님이 그제...사람 가면을 쓰고 다녀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몰라요...저 물또랑에 빠졌어요.”“김미정, 이 나쁜 여자야! 우리 아빠 몸에서 떨어져! 빨리 가! 안 가면 나 집에 아줌마들 다 불러서 너 때리라고 할거야! 흥!” 신유리가 손을 허리에 올려놓고 화나 나서 소리 질렀다.신유리는 소리치며 욕을 했다. “구린 똥구덩이에서 기어 나온 악마!”“너야 말로 귀신이지! 말해봐, 너 똥구덩이에서 기어 나온 거 맞지?”“빨리 말해!”“네 몸에서 나는 구린 내 맡아봐봐! 코 막혀 죽겠네! 빨라 가라고!”김미정은 너무 화가 나 눈물을 떨궜다.뒤에 서있던 부소경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화가 나서 소리쳤다. “신유리! 너 요즘 너무 제멋대로야! 이틀 동안 어디 간 거야? 설마 네가 김미정을 똥구덩이에 밀어 넣은 거야? ”“맞아!” 신유리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승인했다.“아줌마한테 사과해!” 부소경이 명령했다.“흥!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 차에서 김미정이 우리 엄마 대신 아빠랑 결혼하겠대! 이런 여자를 내가 똥구덩이에만 처넣은 게 어디야!”“너
신유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 엄마는 죽은 게 아니고 납치당한 거야. 엄마 구할 생각은 안 하고 여기서 여자랑 노는 거야?”“내가 혼을 내줘야지!”부소경은 김미정을 밀쳐 버리고 신유리를 향해 걸어갔다.신유리는 꼼짝하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부소경이 신유리 앞에 다가가 아이를 혼내주려 손을 들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화난 목소리로소리쳤다. “부소경 씨, 당신 지금 여자 하나 때문에 딸을 때리려는거예예요? 세희 씨가 곁에 없다고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닙니까?”“유리가 기댈 곳 없는 아이 같아 보입니까?”“부소경 씨! 다른 사람은 당신이 두려울지 몰라도 난 그렇지 않아요! 유리 몸에 손댔다가는 내가 가만히 안 둘 겁니다!”언제부터였는지 민정아가 신유리 앞에 와서 서 있었다.허리에 손을 올려놓고 눈을 부릅뜬 민정아는 화가 난 호랑이 같았다.하지만 사실 민정아는 다리가 떨릴 만큼 잔뜩 겁을 먹었다.부소경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도시에서 민정아보다 더 부소경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부소경 앞에서 가장 긴장해 하는 사람이 민정아였다. 부소경을 만나면 겁이 나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상황의 진실성을 높이기 위해 민정아가 큰맘을 먹은 것이다. 마음속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민정아는 일부러 더 크게 소리쳤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더 호랑이 같았다.김미정을 욕하며 민정아는 속으로 외쳤다. ‘엄선희 이 죽일 놈의 계집애, 빨리 와. 빨라 와서 나 잡아주지 않으면 다리에 마비가 올 거 같으니까.’민정아가 속으로 수도 없이 엄선희를 불러 짖을 때 엄선희가 민정아 곁으로 다가왔다.엄선희는 민정아 옆에 서서 민정아와 똑같이 손을 허리에 올려놓고 부소경과 김미정을 노려봤다. “부소경 씨! 유리에겐 이모가 있다고요! 엄마는 곁에 없지만 이모들이 지켜줄 거거든요!”“당신들...누구세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김미정은 이미 그들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최여진이 말해줬었다.최여진은 민정아
최여진은 자기가 뭐라도 된 듯 문 앞에서 부성웅과 진문옥 곁을 지켰다. 최여진은 팔에 “효” 자를 차고 문상 온 사람들을 맞이했다.최여진은 마치 진짜 부씨 집안의 손녀라도 된것 처럼 행동했다.김미정의 문자를 받은 최여진은 기분이 언짢았다.질투도 나고 김미정을 깔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게 뭐가 있겠어!보나 마나 부소경이 자기 믿어준 거겠지!보긴 뭘 봐!최여진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답장했다. [그럴 시간 없어!]문자를 받은 김미정이 바로 답장했다. [너를 때렸던 그 두 여자 있잖아. 부소경이 지금 걔네 혼내주고 있는데, 안 볼거야? 그리고 그 죽을 놈의 꼬마도 다시 돌아왔어!아직 살아있다고! 그런데 부소경이 애한테 막 화를 내네!]핸드폰에 뜬 문자를 보자 최여진은 한동안 멍해졌다.그리고는 진문옥에게 귓속말로 뭔가 한참 동안 얘기했다.진문옥은 생각지 못했다는 듯 놀라운 기색을 보이더니 바로 얼굴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이야?” 부성웅이 물었다.진문옥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당신을 그렇게 싫어하는 그 말썽꾸러기 손녀가 돌아왔다네! 참 재주도 좋지, 대여섯 살 먹은 애가 다시 집으로 찾아오다니! 만만한 애가 아니야!”그 말을 들은 부성웅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충격적이라는 듯 물었다. “돌아왔다고? 어떻게 들어왔길래 우리...우리는 왜 애가 들어오는 것도 못 봤지?”진문옥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말했었잖아, 당신 친손녀랑 신세희, 둘 다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당신이 계속 마음 약해져서 봐주니까 이런 일도 생기지.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대여섯 살 난 애가 자기 발로 찾아오질 않나, 언제 들어왔는지 눈치채지도 못했어.그것도 모자라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도 둘이나 데리고 왔다네.민가네 그 무지막지한 딸, 민정아!그리고 또 한 사람은 신세희 직장 동료인가 봐.간도 크지! 본가까지 쳐들어와서 난리를 치다니!”그 말을 들은 부성웅은 화가 나서 치를 떨었다. “가자, 가서 보자! 내가 이번엔 절대로 가만히 안 둬!”신유리를 가엽게
‘당신, 세희 씨 좋아한 적 없죠?”부소경이 냉랭하게 민정아를 보면서 말했다. “나가세요!”곁에 서 있던 엄선희가 말했다. “잊지 마세요! 여기 부씨 집안 본가예요. 여기 노부인도 살고 있고 아저씨, 아줌마도 계시는데 우리를 쫓아낸다 해도 그쪽은 아니지요!”“부소경 씨,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 난 서준명의 약혼녀란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세희 씨랑 나랑 친척이고요! 게다가 우리 완전 친합니다! 세희 씨 지금 남성에 없어요, 납치당했다고요! 납치를 당했는데 당신은 여기서 빈소를 지키네요!지금 빈소를 지키는 건가요?말해봐요, 빈소를 지키는거에요?옆방에서 여우 같은 년이랑 데이트하는 거지요!퉤!부소경, 당신 정말 인간도 아닙니다!신유리, 당신 하나밖에 없는 딸이 아닙니까?당신이 지켜주지 않으면 우리가 지킬 겁니다!나 엄선희, 누구도 우리 유리 다치게 못 할 겁니다!”그렇게 말을 한 엄선희는 바로 노여움 가득한 눈빛으로 김미정을 쏘아보며 말했다. “김여우! 이리 와봐!” 민정아도 도발적인 말투로 소리쳤다. “쌍년아! 이리 와, 내가 너 죽여줄게!”겁이 난 김미정은 부소경 뒤에 숨어서 말했다. “대표님...”부소경 얼굴에는 천 년 동안 얼어붙은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부소경이 화도 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지만 김미정은 부소경의 살기 가득한 기운을 눈치챘다.부소경은 더 이상 민정아와 엄선희랑 다투지 않았다.다만 음침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리! 잘못한 게 있으면 반드시 사과해야 하는 거야! 네가 먼저 미정 이모를 밀친거지? 네가 미정 이모를 똥구덩이로 밀은거지?” 신유리는 점점 겁이 났다. “아빠, 정말 나 때릴 거야?”“부! 르! 지! 마!”부소경이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 신유리는 두려워 몸이 떨렸다.“부소경! 당신 사람도 아니에요!” 민정아가 신유리를 품에 안았다.엄선희도 너무 화가 나 울면서 말했다. “어떻게 아빠란 사람이 이래요? 아무리 싫어도 유리 당신 딸이에요! 어떻게 자기 딸한테
최여진은 죽어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부소경 집에서, 빈소 앞에서 민정아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최여진이 아직 어리둥절해져 있을 때 민정아는 이미 손을 들었다. 민정아는 원래부터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무지막지하고 사나운 여자다.민정아는 손이 말보다 훨씬 빨랐다.최여진이 아직 무슨 상황인지 알아내려 할 때 민정아는 이미 병아리를 잡는 독수리처럼 달려들었다.눈 깜빡할 사이 최여진은 민정아 몸 아래 깔려있었다.민정아는 최여진이 꼼짝 못 하게 누르고는 목을 조여들었다. 진짜 죽이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최여진 고생 좀 시키고 싶었다.최여진은 옴짝달짝 못하고 손만 흔들었다.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민정아는 최여진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는 걸 보고서야 손을 놓았다. 최여진은 바로 손으로 목을 붙들고 거치게 기침을 했다.기침도 제대로 못 했는데 민정아가 바로 최여진의 머리를 당겼다.아야!무지막지한 여자라더니 소문 그대로였다.서툴고 기교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간 쌓아온 경험이 있어 효과적인 방법으로만 사람을 패니 한두 번 당겼는데도 머리카락이 두 움큼이나 뽑혔다.최여진은 너무 아파 기침도 하고 고함도 지르며 몸부림쳤다. 곁에서 지켜보던 부소경도 경악했다.웃기기도 했고 동시에 감탄했다.민정아다웠다.역시 사람을 다루는 고수였다.아무 욕망도 없어 보이고 말수도 적은 신세희, 심지어 겉보기엔 약한 사람이지만 남편과 친구는 강하고 싸움 잘하는 사람으로만 골랐다.웃음을 참는 부소경 옆에 있던 김미정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좋은 구경하라고 최여진을 부른 건데 온 지 30초 만에 이렇게까지 얻어맞아?눈 깜빡할 사이, 최여진은 머리카락이 뜯겨 여기저기 두피가 드러났다.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넘쳤다.김미정은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부소경 품속으로 숨고만 싶었다. 그런 생각이었고, 몸도 그렇게 움직였다. 하지만 김미정이 부소경 품속에 몸을 맡기려고 발길을 옮기려던 참에 갑자기 고양이처럼 잽
신유리가 일어섰다. 그리고 지위 높은 여왕님처럼 김미정을 내려다봤다. “멍청한 것, 난 그냥 너를 속이려고 그렇게 말한 것뿐이야. 너를 똥구덩이 쪽으로 데려가려고!내가 어린애라고 정말 길을 잃을 줄 알았어? 내가 길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너 완전 기분 좋았나 보지?당신이 모르는 게 있는데!난 선희 이모랑 정아 이모가 있거든! 우리 미리 길도 다 봐뒀다고!멍청한 내연녀 주제에!돼지보다도 멍청한 것!너 돼지처럼 머리가 나빠! 우리 아빠한테는 우리 엄마가 있다고, 설사 우리 엄마가 없다고 해도 우리 아빠는 절대 널 좋아해 주지 않아! 알아들어? 이 돼지야!”돼지라고 욕을 먹으니 김미정은 너무 치욕스러웠다.서울 으뜸가는 귀족 집안의 딸로 태어났는데 이런 대접을 받다니!김미정은 잔뜩 화가 나서 신유리를 노려봤다.“노려보긴 뭘 노려봐? 한 번만 더 노려보면 내가 밟아 죽일 거야!” 신유리가 발을 내딛으려 했다.“그만해! 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셋 다 제멋대로구나! 여기 빈소라고! 여기 빈소야!” 누군가 뒤에서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나이 든 사람의 목소리였다.신유리는 한쪽 발을 들고 있었다.뒤들 돌아보니 부성웅이었었다.부성웅은 너무 화가 나 눈이 빨개졌다.그곳은 부성웅 아버지의 빈소다.세상을 떠난 어른에 대한 존중도 없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다니. 그것도 아까까지만 해도 가엽다고 생각한 6살 난 손녀가 제일 날뛰고 있었다.부성웅이 당연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그 순간, 부성웅은 눈앞의 어린애를 당장이라고 죽이고 싶었다.“못돼먹은 자식! 참 꼴도 보기 좋다!” 곁에 있던 진문옥이 욕을 퍼부었다.몸 아래 깔린, 머리가 다 뜯긴 최여진과, 얻어맞아 뺨이 풍선처럼 부어오른 김미정을 본 진문옥은 화가 치밀었다.부소경이 친아들인지 아닌지도 따지지 않고 진문옥이 소리쳤다. “소경아! 아무리 본가에 감정이 없다고 해도 이 집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 남이 아니고 네 조상이다! 조상이 없으면 너도 없는 거 아니니? 이 세 사람 너무
엄선우는 놀라 어쩔 바를 몰랐다.그러더니 바로 부소경에게 빌기 시작했다. “대표님, 대표님...저...제가 대표님 곁에 10년도 넘게 있었어요. 제 충성을 봐서 제발...제가 선희 다리를 부러뜨릴게요...제발, 제발 제 동생 천한 목숨만, 제발 살게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대표님.”엄선우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더듬거렸다.전전긍긍하는 말투였다.그의 목소리에는 공포, 절망, 그리고 어떻게든 부소경 비위를 맞춰주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다들 그 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엄선희가 울면서 말했다. “오빠...”“주둥이 닥쳐!” 엄선우가 엄선희를 향해 소리쳤다.“민정아 그 미친년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말을 안 들어, 왜 말을 안 들어? 선희야, 이제 어쩜 좋아! 여기 대표님 할아버지 장례식이야! 얼마나 엄숙한 자린데 여기까지 와서 싸움질을 하니? 빨리 무릎 꿇어! 대표님께 사과하라고!”엄선우가 발로 엄선희 다리를 찼다.퉁, 엄선희는 아주 낭패하게 바닥에 꿇어앉았다.“무릎 꿇어도 소용없어!” 부소경이 가볍게 말했다.가볍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였다.그렇게 말을 한 다음 부소경은 다시는 엄선희, 민정아와 엄선우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심지어 신유리도 쳐다보지 않았다.그 순간,엄선희, 민정아, 신유리뿐만 아니라최여진, 김미정, 부성웅, 부태성도 모두 부소경의 잔인함을 알아봤다.김미정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여진은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하하, 너무 신나!”머리에서 피가 그치지 않는 것도 아픈 것도 다 잊고 있었다.엄선희가 바닥에 꿇어앉은 걸 보니 너무 통쾌했던 것이다.“엄선희! 민정아! 이 나쁜 년들아! 나를 때리는데 재미가 들린 거지! 아무도 너희를 어쩔 수 없는 줄로만 알았나 봐! 너희 꼴 봐봐! 참 보기 좋다!내가 오늘 너희가 어떻게 죽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어!나쁜 년, 죽일 놈들! 드디어 이제 너희들이 죽는구나!대표님이 너희 편 들어줄지 알았
진문옥이 한숨을 쉬는 사이 최여진은 손거울을 들고 얼굴을 비춰보았다.안 보면 그만이지만, 아주 잠깐 슬쩍 봤는데도 최여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소리쳤다. “귀신! 귀신이다! 거울 속에 이 대머리 요물, 피범벅인 얼굴,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져버린 이 늙은 요괴는 대체 누구야! 아...”최여진은 도저히 거울 속의 사람이 자기라는 걸 믿지 못했다.최여진은 민정아에게 머리카락이 뜯겨 거의 대머리가 되어버렸다. 여기저기 듬성듬성하게 머리카락이 남아있었다. 머리카락이 뜯긴 곳에는 두피가 드러났고 피가 흘렀다.그 모습은 정말 흉악했고 보고 있으려니 무서웠다.진문옥도 최여진의 모양이 말이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 “ 그럼 소경이가 왜 저 년들 손발을 자르라고 시켰겠어? 장례식에 와서 사람이나 치니까 그런 거지. 사람을 이 지경까지 패다니!저들한테 얻어맞은 사람은 바로 너, 최여진이고!” 진문옥은 최여진이 이 꼴이 된 게 한심한 말투로 말했다.최여진은 멍해있었다. “...”한참이 지나서 최여진이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니...아니야...나 대머리 되기 싫어, 싫다고...”그러면서 최여진은 민정아를 향해 달려갔다. “내가 너 죽여버릴거야...”민정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다리를 슬쩍 내밀어 최여진을 넘어뜨렸다.최여진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내 이빨...”걸려 넘어지면서 이가 부러진 것이다.“하하,하하하...웃겨 죽겠네! 최여진, 너 참 재수도 없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운수가 없니? 지금까지 구 씨 집안 며느리 할 생각만 하더니. 우스개가 됬지 뭐야. 못난이가 돼서도 구 씨 집안에 못 들어갔네!나랑 윤희 언니만 구 씨 집안에 시집을 왔지뭐야.한 명은 구경민 와이프고,한 명은 구서준 약혼녀가 됐지.최여진, 기분이 어때?나랑 싸우겠다고?죽고 싶었구나 너!”그 말을 하는 민정아는 마치 여왕님 같았다.민정아는 상태가 점점 좋아져 여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민정아는 손을 허리 위에 놓고 누구도 안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