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가 살며시 웃었다.조금만 더 자극을 하면, 지영명이 홧김에 칼로 자기를 찔러 죽일 것 같았다.그렇게 되면, 부소경이 더이상 무서워하는 게 없고 한방에 이 절도범을 없애버릴 수가 있다. 그래야, 부소경도 유리도 무사히 살아갈 수 있다."지영명, 내가 당신 무시하는게 아니라 당신 날 못 죽이잖아. 나 사랑한다며? 나는 똑똑히 잘 봤어. 당신이 만났던 여자들은 다 쓰레기야. 당신도 쓰레기하고만 어울렸겠지. 당신은 원래 더러운 쓰레기 그 자체이니까…." "신세희, 그만해!" 지영명이 신세희에게 확 다가가 칼을 목에 가져다 댔다.신세희가 눈을 감았다.‘잘 지내요, 사랑하는 소경 씨.난 당신을 많이 사랑했어요. 내가 해줄 게 이것밖에 없어요.잘지내, 사랑하는 유리야.엄마가 유리를 보호하지 못해서 미안해. 유리 꼭 씩씩하게 잘 자라야 돼, 울지 마. 아빠가 항상 옆에 있어 주실거야.소경 씨, 유리야, 나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마요. 나한테는 아기가 있어요.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게요.소경 씨, 우리 엄마를 꼭 잘 보살펴 줘요. 평생 고생만 했던 분이니까.유리야, 할머니 곁에서 잘 모셔드려야 해.잘 지내야돼, 사랑하는 엄마, 딸이 많이 미안해.안녕 모두들….’신세희가 마음속으로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칼이 목을 베는 순간, 하늘나라로 가는 길에 어쩌면 남편, 아이, 엄마를 볼 수도 있겠다는 허망한 기대도 품었다.그러나 기다렸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그 칼이, 신세희가 바라는 대로 대동맥을 긋지 않았다.그 남자는 눈빛을 번득이며 신세희를 노려보았다. "지영명…." 눈을 뜬 신세희가 뒤로 물러섰다. "당신, 왜 날 안 죽여? 언제까지 기다릴 거야!"지영명은 오히려 웃었다. "속을뻔했네. 신세희, 내가 홧김에 당신 죽이길 바랬지?"신세희가 욕했다. "나쁜 놈!"지영명이 말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실컷 욕해.""이 나쁜 자식아!"그러나 신세희가 사람을 욕한 적은 다섯 번에 불과했다. 어떻게 욕을 해야 할지 정말로 생각이
자기의 이름을 들은 신세희가 걸음을 멈췄다."신세희, 나 신세희 만나야겠어. 지영명 이 자식아, 신세희만 풀어주면 난 당신 손에서 죽어도 돼. 지영명, 당신이 남자라면 신세희를 어서 풀어! 여자를 괴롭히지 말고, 나를 죽여! 내 재산, 내 땅을 다 가져가도 상관없어. 당신 마음대로 해! 나한테 신세희말고 다 필요없어! " 반호영의 목소리였다.신세희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반호영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남자 눈속의 슬픔을 봤다.그 사람은 독해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우울해 보였다. 신세희는 반호영이 돈, 세력에 대한 욕심이 일도 없는 남자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가성섬에 있었을 때, 자신의 형들보다 능력이 있고, 더 많은 존경을 받았는데도 반호영은 형들의 자리를 빼앗지 않았다. 반호영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반호영은 그저 세력과 돈에 관심이 없는거다. 그럼 반호영은 도대체 무엇을 갖고 싶은걸까…그 우울한 눈빛 뒤에 숨겨진 진심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어쩌면 신세희는 조금 알것도 같기도했다.그래서 이 순간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신세희는 소리 나는 방향으로 갔다. 지영명은 말리지 않았다. 지금 말리면 오히려 신세희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지영명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앞으로 매일 매일, 지영명은 최선을 다해 신세희를 감동시키기로 결심했다.지영명은 신세희를 소리없이 따라갔다.다가가보니 사람 키의 반 정도 높이의 우리에 갇힌 반호영을 봤다. 그리고 그의 손발은 쇠줄에 묶여 있었다.우리 밖에는 지영명을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가 총을 들고 반호영을 감시하고 있었다.이런 모습의 반호영을 보고, 신세희는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 흘러나왔다. 이 모든 것이 반호영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지만, 신세희는 반호영을 많이 미워하지 않는듯했다.이 우울한 남자에게 미움보다 연민이 더 많은 것 같았다.그 사람이 신세희 남편의 쌍둥이 동생이라서?그 사람이 유리를 늘 예뻐해서?아니면 우리에 갇힌 저 남자가, 하숙민 어머니의 또다른 아들이
“호영...” 신세희가 조용히 반호영의 이름을 불렀다.“세희야...”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신세희를 섬으로 데려와 그에게 가장 평온한 삶을 살게 하고 싶었다. 매일 같이 꽃도 심으면서 천국 같은 날들을 보내고 싶었다. 반호영은 일이 이 지경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세희야, 나 죽여줘!” 반호영이 처량한 말투로 말했다.신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호영아, 너 그거 알아? 네 형이, 그러니까 내 남편이 부씨가문 절반을 너한테 주겠다는 문서 준비해놨어.”반호영“......”“그리고 섬 밖에 그 큰 배, 형이 널 어쩌려고 무기 같은 거 준비해 둔 게 아니야. 배 위에 생활용품밖에 없어, 이제 알겠어?”반호영 “......”잘 알고 있었다. 왜 모르겠는가?배에 올라가자마자 지영명이 다 알려줬다.“넌 너의 불우한 운명을 탓하고 있겠지만 넌 엄마였던 적이 없어. 가장 약해져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엄마는 마음이 얼마나 아픈 줄 알아?남편도 없는 여자가 아이를 둘이나 낳았어, 그런데 아이들 아빠의 본처가 아이들을 죽이려고 해.말해봐, 만약 네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죽어도 아이를 버리진 않았을 거라고 말하겠지.하지만 넌 엄마가 아니잖아.반호영! 넌 엄마가 아니라고!엄마가 목숨 걸고 낳은 아이야. 그 아이들, 아직 아무것도 못 해 본 아이들한테서 모든 걸 다 뺏어갈 수 있겠어? 아무리 엄마라도 그럴 권리는 없어!넌 형보다 작게 태어났어. 네 엄마는 네가 너무 불쌍했던 거야. 널 살리려고 너를 반씨 가문에 맡긴 거라고.그때 상황에선 엄마랑 같이 있는 게 더 위험하니까.약한 네가 가여워서 살아남을 기회를 어린 너에게 준 거야. 그게 그렇게도 잘못한 거야?”반호영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후회일까?엄마가 가여워진 걸까?아니면 쌍둥이 형이 불쌍한 걸까?다 아닌 것 같다.반호영은 엄마를 본 적 없다. 흔한 사진 한 장도 없어 엄마에 대
신세희가 뒤돌아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총을 메고 있던 지영주가 발을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지영명이 바로 다가가 지영주를 부축했다. “영주야, 또 발 아픈 거야? 왜 그래?”지영주는 고통스럽게 말했다. “오빠, 발이 갑자기 너무 아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뼛속까지 아파.”“좀 보게 앉아봐.”지영명이 말했다.지영주가 바닥에 주저앉자, 지영명은 재빨리 지영주의 신발을 벗겼다. 그제야 지영주의 발바닥에서 고름이 흘러나오는 걸 보게 됐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 갑지기 왜 그래?” 지영명이 의아해하며 지영주를 바라봤다.지영주는 바닥을 쳐다봤다.반호영을 지키는 데만 신경을 쓴 지영주가 날카로운 돌멩이를 밟았는데 마침 종기가 생긴 곳이었다.그래서 고름이 생긴 종기가 터져버렸다. 종기에서는 검붉은 고름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지영주는 극심한 아픔에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했다.발을 내디딜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가자, 오빠랑 의사 선생님 찾으러 가자.” 그런상황에서 지영명은 신세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동생을 데려가 발 치료해 줄 생각뿐이였다.“오빠!” 지영주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지영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내가 오빠한테 폐만 끼쳤어. 오빠는 할 만큼 했어. 외국에 있을 때도 의사 선생님 찾아줬잖아. 매년 이맘때면 도지는 병이야. 아예 이 발을 잘라버리는 게 좋겠어!”“뭔 말을 그렇게 해!” 지영명은 화를 내며 말했다. “네 발이야. 아무리 매년 종기가 생긴다 해도 발이 없는 것 보단 낫잖아! 반호영이 데려온 남성 최고의 의사가 이 배에 있잖아. 가서 봐달라고 하자!”지영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잖아, 내 발 치료는 못 해줘.”지영명 “......”화가 잔뜩 난 지영명은 손을 휘둘러 지영주의 발을 다치게 한 그 돌멩이를 쳤다. 삽시간에 지영명의 손등은 돌멩이에 베어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오빠!” 지영주가 눈물을 흘렸다.“영주야, 오
“세균감염에 알레르기, 그리고 너 원래 전염병도 있어!” 신세희가 말했다. 지영주가 냉랭하게 말했다. “다 알고 있는 걸 굳이 또 말해야겠어?”신세희는 지영주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질산 접촉한 적 있나?”지영주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얼떨떨해져서 신세희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신세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병, 나도 걸려봤어.”지영주“...”잠시 머뭇거리다가 지영주는 격동되어서 물었다. “치료할 수 있겠어?”신세희는 철장과 그 안에 갇힌 사람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저 사람 풀어줘, 배불리 먹이고 물도 주고. 더 이상 철장 속에서 고생하지 않게 풀어줘. 그리고 다리도 빨리 치료해 주고.” “나랑 거래하자는 거야?”“동생 발이 잘려도 괜찮은 거야?” 신세희가 물었다.지영명이 웃으며 말했다. “신세희, 너 의사도 아니잖아! 어떻게 널 믿어?”신세희도 웃으며 “의사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해! 나도 같은 병 걸려봤다고! 네 동생, 병 들기 전에 틀림없이 통조림 공장에서 일했었어! 그런 공장은 다들 질산으로 과일 껍질을 벗겨. 벗겨진 껍질이 썩어가는데 질산의 작용이 더해지면 부식성이 아주 강해진다고! ”“네 동생, 발이 완전 망가지기도 했을 걸!”지영명“...”신세희 말이 다 맞았다.“흔한 병이 아니여서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렵지. 하지만 우연은 있는 거니까. 무좀 처럼 말이야. 걸리는 사람도 많고 치료가 어려운 것도 많이들 알지만 치료해서 다 나아진 사람도 있지.”“나도 같은 병에 걸렸었다고. 그런데 내 발은 괜찮아졌어.”지영명이 재빨리 말했다. “난 널 믿어. 너도 6년 동안이나 도망 다녔잖아. 어떻게 치료하는지만 알려줘...”“그 사람 풀어줘.” 신세희가 반호영을 가리켰다.지영명 “그 사람 네 딸을 납치했어! 그 사람 아니었으면 너 왜 여기까지 왔겠어? 너랑 네 딸을 납치하려던 사람을 풀어주겠다고?”신세희는 고통스럽게 코웃음을 지으며 “나도 그 사람이 미워. 죽이고 싶을
자신의 발을 치료해 주기 위해 반호영을 풀어주는 오빠를 지켜보던 지영주가 소리쳤다. “오빠! 반호영 풀어주면 오빠가 죽어!”지영명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멍충아, 철장만 나오게 한 거야. 완전히 풀어준 거 아니고. 반호영 절대 도망 못 가, 그러니까 나도 안 죽어.”지영주가 머리를 저으며 울먹였다. “오빠 반호영이랑 싸워도 못 이기잖아. 반호영 너무 흉악한 사람이고 싸움도 오빠보다 잘해. 단둘이 붙으면 오빠 반호영 못 이겨. 그러니까 항상 조심해.”지영명은 웃으며 동생을 안심시켰다. “괜찮아. 반호영 지금 다리 다쳐서 힘도 못 써.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이겨.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나랑 싸워서 이긴다고 해도 이 섬에 사람 다 내 사람이야. 정말 이 섬에서 벗어나기라도 하겠어?”“오빠, 나 무서워...”“무서울 거 없어. 오빠 자신 있으니까.” 지영명이 말했다.남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세희는 이상한 착각에 빠졌다.마치 땅을 빼앗고 사람들을 진압하러 온 강도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고난 속의 남매라는 느낌이 들었다.순간 신세희는 지영명 지영주 남매를 동정하게 됐다.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 지영명은 분명히 절도에 강도까지 갖은 악을 저지르고 다니는 악인이다. 동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동정한다 해도 지영주만 동정해야 마땅하다.지영주는 죄가 없으니까.그렇게 생각을 고쳐먹은 신세희는 다시 그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빨리 움직여!”지영명의 부하가 곧바로 반호영을 풀어줬다.지영명의 말이 맞았다. 반호영은 다리가 부러진 데다 하루 종일 철창 속에 갇혀 있어서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 남은 거라곤 부글거리는 분노밖에 없는 반호영은 철장을 나서자마자 지영명에게 주먹을 휘둘렀다.지영명은 쉽게 그의 주먹을 피했다.지영명이 발로 반호영의 배를 걷어차자 반호영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몸을 움츠린 채 거치게 기침을 했다.지영명은 코웃음을 지으며 부하들한테 “가둬놔!”라고 말했다.반호영은 빠르게 끌려 나갔다.“이제 내 동생 발
어머니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반호영은 어머니와 닮은 구석이 꽤 많았다. 습관도 그렇고 디자인에 소질도 있었다.그래서 반호영에 대한 신세희의 원망도 조금은 줄어들었다.신세희는 밖에서 방 안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들었다.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방에 갇힌 반호영이 소란을 피울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밖으로 조용했다.신세희는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그녀는 지영주더러 소파에 누우라고 하고 그 앞에 작은 의자를 옮겨다 앉았다. 지영주의 다리를 자기의 다리 위에 놓자 지영주가 재빨리 발을 뺐다.신세희가 의아해하며 지영주를 바라봤다 “왜?”지영주가 냉랭하게 말했다. “너 임산부잖아. 앉아있기도 힘든데 내가...다리까지 얹어놓으면 내가 뭐가 돼?”신세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뭐야! 인제 와서 날 관심이라도 하겠다는 거야?”그녀는 잠시 멈췄다 다시 말을 이었다. “하긴 네 오빠는 강도에 절도범이지만 너는 아니잖아. 너는 착한 사람이지. 괜찮아! 발 냄새도 괜찮고. 나 다 괜찮으니까 걱정 마.”말이 끝나자마자 신세희는 지영주의 다리를 끌어다 다시 자기의 다리 위에 올려놨다.지영주의 상처는 꽤 심각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걸었을까? 신세희가 소금물을 가져왔다. 그녀는 소금물로 천을 적시고 지영주 발 위로 소금물을 짰다. “아플 거야. 좀 참아 봐.”“윽...” 지영주는 아픔에 몸부림쳤다.“참아야 해!” 신세희가 말했다. “이게 다 세균 때문인데 상처도 깊어. 앞으로 매일 이렇게 상처를 씻어낼 거야. 그리고 가능한 누워있어. 신발도 양말도 신지 말고. 발을 너무 꽁꽁 싸매고 있어서 더 나빠진 거야.”신세희는 손으로 지영주의 발을 누르며 소금물로 상처를 여러 번 씻어냈다.상처에서 흘러나온 혼탁한 액체와 소금물은 거의 대야 절반을 채웠다.지영주는 아파서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상처를 씻으니 예전처럼 가렵지는 않았다. 여전히 아프긴 했지만 시원했다.신세희가 말했다. “다 마르고 조금 좋아지면 알콜이랑 소독약으로 표면에 있는 이물질과
신세희가 고개를 돌려 지영주를 바라봤다.예전의 차갑고 지독한 눈빛은 사라지고 지영주는 수줍음 많은 사람으로 변해있었다.수줍음 속으로 그녀의 고마움도 느껴졌다. 신세희는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절도범의 동생이 고마움도 표현할 줄 아네?”그 말을 들은 지영주는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나 건드리지 마! 발 치료해 줬다고 내가 널 놔줄 것 알아? 제대로 못 걸으니 내가 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 너, 임산부라는 것도 잊지 말고. 너 같은 건 얼마든지 죽여줄 수 있으니까!”신세희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내가 생각을 잘 못했네. 남매라서 비슷한 사람일 거라고 착각했어. 절도범은 네 오빠지 네가 아닌데. 미안해.”“우리 오빠도 절도범으로 태어난 게 아니야! 앞으로는 맘대로 내 오빠 얘기하지마. 아니면 다시는 치료 안 받을 거야!”지영주는 턱을 올리고 강경하게 말했다.신세희는 믿기 어렵다는 듯 지영주를 바라봤다. “머리에 문제라고 생긴 거니?” “내 발이 잘리고 내가 장애인이 된다고 해도 다시는 너한테 치료 안 받을 거야! 다시 한번만 오빠를 절도범이라고 부르면!”“너...”“너,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다친 게 발이 아니라 머리구만!”“지금은 내가 널 치료해 주는 거야. 네 오빠가 나한테 너 치료해달라고 부탁한 거라고. 내가 좋아서 치료해주는 줄 알아? 네 몸에 난 상처니까, 치료하든 말든 네 맘대로 해. 장애인도 네가 되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 신세희는 비웃는 말투도 말했다.“다시는 치료 안 받을 거야! 죽으면 어때? 다시는 도와달라고 구걸 안 해. 잘난 척하면서 네가 베푸는 은혜 같은 거. 난 존엄도 없이 그걸 받기 싫다고! 알아들어? 너 같은 부잣집 사모님이 우리 처지를 어떻게 이해하겠어? 도망 다니는 마음이 어떤지,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심정이 어떤지 어떻게 알아?”“나랑 오빠 다 죽어 마땅한 절도범이라고 생각하잖아. 아니야?”“그런데 왜 내 발은 치료해 주는데?”“나한테 은혜 베푸는 거야?”“내가 불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