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언은 다급히 신유리를 제지했다.“신유리! 이상한 얘기하지 마!”그러자 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난 헛소리하지 않았어! 난 내 안목을 믿어! 저분이 내 미래의 숙모야! 난 최가희 같은 여자를 숙모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최가희도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유미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성유미! 당신 정말 뻔뻔하다! 나랑 시언 오빠를 반대했던 이유가 날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시언 오빠를 꼬시려고 했던 거야? 게다가 유리까지 포섭했어? 성유미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바닥에 널부러진 성유미는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임했다.“난….”사실 그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고 유리는 물론이고 서시언도 누군지 몰랐다. 그녀는 그저 겉보기에 서시언이 딸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서 딸이 혹시라도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해서 말렸던 것뿐이다.“또 모르는 척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어?”“비켜!”최가희가 바닥에 널부러진 여자를 공격하자 신유리는 달려가서 최가희를 밀쳤다.구경꾼들이 몰려들면서 순식간에 본사 건물 입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하지만 서시언 대표와 신유리가 같이 있었기에 아무도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잠시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부소경이 회사에서 나왔다.엄선우가 급하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 신유리를 타이를 사람도 없었고 삼촌인 서시언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빠를 조금 어려워했다.“어떻게 된 거야?”부소경이 담담하게 입을 열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최가희는 목소리를 떨며 그에게 사과했다.“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잘못해서 유리가 화난 것 같아요.”“아빠!”신유리는 울먹이며 아빠를 불렀다. 지금 보면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것 같았다.부소경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울지 마!”신유리는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선우 삼촌 차에 가 있어!”부소경은 차갑게 말했다.“알았어.”부소경은 막 발길을 돌리던
“엄 비서.”부소경이 그를 불렀다.“유리랑 저 분을 차에 태워.”“네, 대표님.”엄선우는 이미 조금 전에 상황을 부소경에게 전달한 뒤였다. 사실 그 역시 서시언처럼 최가희가 밀쳐서 쓰러뜨린 여자가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도 최가희 모녀 사이에 얼마나 깊은 갈등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었다.부소경은 사실 딸의 여린 마음에 감명받았다.아빠로서 딸이 왜 그랬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신유리는 엄마, 삼촌과 함께 6년이나 방랑 생활을 했다. 그 시간 속에 신세희도 지금 이 여자처럼 초라했고 심지어 어떨 때는 이 여자보다도 더 허름한 행색을 하고 다녔다.그래서 신유리는 저 여자에게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아이는 과거의 엄마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호감을 표현하고 손을 내밀었다.신유리와 이것에 대해 대화한 적은 없지만 부소경은 딸의 마음을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엄선우에게 성유미를 부축해서 차에 태우라고 지시했다.아니나 다를까 신유리는 곧장 기분을 풀고 진지한 표정으로 최가희에게 사과했다.“미안해. 조금 전에 내가 좀 심했어. 사과할게!”사실 최가희가 원하는 건 사과가 아니었다.부소경이 왜 성유미 저 여자를 차에 태우는지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대표님.,,,”최가희는 다급히 부소경을 불렀다.“저 여자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부소경은 최가희를 힐끗 보고는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대꾸했다.“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그건 최가희 씨가 판단할 게 아니야.”사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정말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그는 앞으로는 누구한테도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부소경은 신유리를 안아서 차에 태운 뒤, 고개를 돌리고 엄선우를 노려보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앞으로 여자친구는 알아서 찾아. 나 신경 쓰게 하지 말고!”엄선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상사를 바라보았다.‘내가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옆에서 듣고 있던 서시언은 그 말을 듣고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원래 최홍민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상대가 계속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어딘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왜죠?”“그냥… 바쁘신 분 귀찮게 그럴 필요 없기도 하고….”최홍민은 대충 얼버무렸다.서시언은 최홍민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가희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긴 일이예요. 지금은 가희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가희는 계속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법정에서 이런 사건을 받아들여 줄 리도 없고 소경이 형이 직접 대화를 들어보고 오해를 풀어준다고 나섰는데 혹시 얘기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나요?”최가희도 아빠를 설득했다.“아빠, 대표님이 나서주신다고 했으니 철저히 해결해 주실 거예요. 그런데 왜 반대하는 거예요?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최홍민은 여전히 우물쭈물하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기죽은 말투로 말했다.“네 엄마가 불륜을 저질렀잖아. 이 세상에 그 일을 공개하고 싶은 남자가 어디 있겠어?”서시언은 그 말을 듣고 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3일 전에 그가 여기 왔을 때도 최홍민은 일을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성유미가 실형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부소경이 친히 나선다고 하니까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정말 아내의 불륜 사실이 공개되는 게 싫은 걸까?아니면 그냥 부소경이 두려운 걸까?서시언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최홍민을 구석진 곳으로 따로 불렀다.“설마 과거 우리 가족한테 저지른 그 사건 때문에 두려운 거예요? 그 사건이면 걱정하지 마세요.”“말했잖아요. 가희를 위해 이 일은 평생 숨기기로요. 다시 제가 그 일을 언급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당신이 진심으로 가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게 보이고 좋은 아빠라고 생각하니까요. 가희가 더 이상 상처받는 것도 싫어요.”“비록 죽이려고 우릴 찾아왔지만 결국에는 칼을 내려놓으셨으니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중에 다시 안 그러면 되죠.”최홍민은 연
“왜 그래?”서시언은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달랬다.“가희 왜 울어?”“오빠, 혹시 오빠도 오늘 내가 그 여자한테 좀 심했다고 생각해요?”최가희가 물었다.서시언은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솔직히 그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다.서시언이 말이 없자 최가희는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거 알아요. 어떻게 딸이 엄마한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하냐고요? 하지만 내가 힘든 건 누가 이해해 줄까요?”“난 어릴 때부터 엄마 사랑을 못 받고 자랐어요. 다른 애들은 막 엄마 품에 안 기는데 난 거기서 그냥 보고만 있었어요.”“정말 무수히 많은 밤을 울며 잠들었어요. 나한테도 엄마가 필요했다고요.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그런데 그 여자는 어땠죠? 한 번도 나에게 사랑을 준 적 없어요! 오히려 나와 내 아빠에게 모멸감만 줬어요!”“이제 엄마는 필요 없거든요? 그런데 자꾸 나타나서 내 생활에 혼란을 주잖아요! 누가 참을 수 있겠어요! 아무도 못 참아요!”서시언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귀찮게 전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두 달 사이에 수십 번 전화했어요!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연락하고 찾아와요! 이해할 수 없어요!”“내가 어릴 때는 엄마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면서 왜 자기 생각을 나한테 강요하는 거죠? 왜요?”최가희는 말할수록 감정이 격앙되더니 끝내는 울음을 터뜨렸다.“시언 오빠, 난 진심으로 그 여자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고요! 정말 너무 밉고 평생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요!”잠자코 듣고 있던 서시언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가희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난 너를 이해해. 하지만 그래도 널 낳아주신 어머니잖아. 그러니까 진정하고 잘 해결해 보자. 앞으로는 다시 널 귀찮게 하시 못하게 할게.”“고마워요, 시언 오빠. 그거 알아요? 오빠는 내 정신적 지주예요. 오빠 없이는… 정말 자신 없어요. 사랑해요, 오빠….”“그때 유리랑 신세희 씨랑 6년이나 동고동락하면서 보
서시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사람은 성유미였다.최가희의 어머니라고 주장했던 사람.“계속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성유미는 여전히 말투가 곱지 않았다. 그는 서시언 앞에서는 전혀 기죽지 않고 부탁하는 태도도 아니었다.비록 옷차림은 남루해도 정신은 멀쩡해 보였고 서시언을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서시언 씨, 엄마의 힘을 무시하지 마. 내가 살아 있는 한, 절대 당신 같은 사람이 내 딸을 망치게 가만두지 않아. 못 믿겠으면 두고 봐!”“감히 내 딸을 망치는 놈은 똑같이 망가뜨려 줄 거야!”이곳은 부소경의 집이었다.그렇다는 건 신세희와 신유리도 여기 있다는 얘기였다.서시언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니!“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서시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남의 딸 인생 망치지 말라고 했어!”서시언은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말을 마친 그는 씩씩거리며 집 안에 대고 소리쳤다.“유리야! 세희야! 정말 이럴 거야? 소경이 형! 보고만 있을 거예요?”이때 신유리가 아장아장 달려오더니 서시언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삼촌, 이분은 유리 친구야. 내 친구한테 예의 있게 대해줘.”서시언은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부모님과 여자가 있는 앞에서 친구라고 들먹이다니!서시언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신유리를 흘기고는 성유미에게 말했다.“여사님, 이것 하나만 확실하게 하고 넘어갈게요. 당신 딸은 이제 성인이고 스스로 선택권이 있어요. 아무리 엄마라도 딸의 선택을 강요하거나 간섭할 수는 없다고요!”“저와 가희는 서로 사랑해서 만나는 중입니다. 순수한 사랑이고 절대 가희한테 상처줄 마음 없어요!”성유미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난 내 딸도 나처럼 늙은 남자한테 속아 애를 낳고 사기까지 당하고 나중에 그 딸한테 엄마라고 인정도 못 받는 그런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 그때가 돼서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고!”“방금… 뭐라고 하셨
아무리 그래도 엄마인데 여자가 그렇게 엄마를 때리고 욕하는 건 어딘가 이상했다.게다가 성유미랑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렇게 게으르고 앞날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같지도 않았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서시언은 신세희의 말을 믿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내가 잘 해결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 곧 출산인데 네 몸에만 집중해.”신세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배고프지? 밥 먹자.”말을 마친 그녀는 성유미를 부르러 거실로 나갔다.그런데 성유미는 이미 돌아가고 없었다.“저기… 최가희 씨 어머님은요?”신세희는 소파에 있는 부소경에게 물었다.부소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가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어쩔 수 없었어.”신유리도 눈시울을 붉히며 아쉬움을 표현했다.“유미 이모 가셔서 너무 속상해….”부소경은 신유리에게 물었다.“그 아줌마가 그렇게 좋아?”“예쁘잖아! 엄마만큼 예뻐!”부소경은 순간 황당한 표정으로 딸을 노려보았다.팔이 바깥 쪽으로 굽는 경우가 어디 있어?네 엄마가 훨씬 예쁘거든?부소경은 고개를 들고 서시언과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랑은 친분도 없어서 여기 남아서 식사는 불편하다고 했어. 여기서 기다렸던 이유가 시언이한테 경고하려고 남았던 거야.”서시언과 신세희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오빠, 가희 씨 아버님이 그 여자가 딸도 제대로 보살피지 않고 무책임했다고 하셨다면서?”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확실히 그런 말씀을 하셨지.”“그런데 성유미 씨는 정반대의 얘기를 하셨어.”서시언이 당황하며 물었다.“뭐라고 하셨는데?”자신의 딸을 그만 만나라고 경고하려고 여기서 기다렸을 줄 알았는데 신세희한테 자세한 내막까지 털어놓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신세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많이 힘드셨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혼을 하셨는데 그 뒤로 많이 변하셨나 봐. 재혼하신 분과 아이가 태어나면서 성유미
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거야.”그는 신유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유리야! 네가 삼촌한테 소개하고 싶다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야! 나이가 많은 건 그렇다고 쳐도… 인성이 안 좋은 사람이라고.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업소에 나갔다고 쳐. 그런데 나중에는 어떻게 했지?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 그렇게 소중한 가족들과 열심히 살 생각을 안 하고 바람을 피웠잖아.”“그 아줌마 딸은 어릴 때부터 사랑도 못 받고 자랐는데 안 밉겠어? 너 이거 삼촌을 위하는 게 아니야. 사람 보는 안목을 좀 키워.”신유리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삼촌을 쏘아보며 말했다.“두고 봐!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아이의 확신은 아마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서시언도 굳이 어린 유리한테 사과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아이가 상처받기를 바라지 않았다.“그래, 알았어. 어쨌든 네가 그 아줌마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내면 다시 고민해 볼게. 어때?”서시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삼촌한테 와. 반찬 챙겨줄게.”서시언이 말했다.신유리는 자기 수저를 들고 삼촌한테 쪼르르 달려갔다.부모님을 제외하면 아이가 가장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은 서시언이었다.서시언은 밥만 먹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부소경과 신세희는 딸을 따로 불러 좋은 말로 아이를 훈육했다.“유리야, 엄마 말 들어. 넌 아직 어려서 억지로 삼촌한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일은 하면 안돼.”신유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물었다.“왜 그러면 안 돼?”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고작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에게 남녀간의 사랑을 설명해 주기에는 난감했다.그녀는 말을 바꿔 이렇게 질문했다.“유리야, 너도 삼촌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지?”신유리는 주저없이 대답했다.“당연하지! 아빠랑 엄마를 제외하면 유
아이는 그날 초라한 여인이 유기견을 안고 우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여인은 그 강아지를 안고 구슬피 중얼거리고 있었다.“아가, 엄마는 어디 있어? 엄마를 잃어버렸어? 야윈 것 좀 봐. 걷지도 못하네. 자, 이건 내가 먹으려고 산 빵인데 이거 먹고 꼭 엄마를 찾아가렴.”“불쌍하게 엄마랑 떨어졌구나. 네 엄마도 널 잃어버려서 애타게 찾고 있을 거야. 이거 먹고 힘 내서 엄마를 찾아가.”말을 마친 성유미는 조금씩 빵을 뜯어 강아지의 입에 넣어주었다.차에서 내린 신유리는 그 장면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엄마, 그 이모… 유기견한테도 그렇게 애틋하게 잘해주는데 자기 딸을 버렸을 리가 없어. 유리는 처음 본 순간에 그 이모에게 반해 버렸어. 엄마의 예전 모습을 너무 많이 닮았으니까. 그때 엄마도 헌 옷을 입고 몸에 먼지를 잔뜩 묻히고 다녔지만… 그래도 난 삼촌이랑 엄마를 기다리는 게 좋았어. 삼촌도 엄마 돌아올 때면 기분이 엄청 좋아보였어.”“그래서 유리는… 삼촌이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유리는 항상 삼촌에게 미안했거든. 유리랑 엄마는 아빠의 곁으로 돌아왔지만 삼촌은 혼자가 되었잖아. 그래서 삼촌에게 가족을 찾아주고 싶었어.”아이의 생각은 너무나도 단순했다.삼촌을 향한 애틋함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신세희는 순간 눈물을 흘리며 딸을 끌어안았다.“유리야, 네 말이 맞아. 넌 틀리지 않았어.”신유리는 시무룩한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삼촌은 그 이모를 싫어하는 것 같아.”신세희는 부드럽게 딸을 위로했다.“그런 생각하지 마. 유리도 삼촌을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신유리가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신세희가 말했다.“삼촌도 네가 그런 마음으로 그랬다는 걸 알면 분명 행복해하실 거야.”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세희는 부드러운 어투로 계속해서 말했다.“삼촌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어야 행복한 거야. 이건 알아야 해. 알겠지?”신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엄마. 다시는 삼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