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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고가령 모녀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등 뒤에는 큰 키에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소정은 화들짝 놀랐고 고가령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고가령이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혹시… 성웅 오빠?”

오빠?

부성웅은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누구한테 오빠라고 불린 게 얼마만이지?

아마 40년은 넘은 것 같았다.

아내인 진문옥도 그를 이런 호칭으로 불러준 적 없었다.

“누구….”

부성웅은 한결 부드러운 말투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알던 사람.

사이도 아마 좋았을 것이다.

“나 가령이잖아. 오빠, 나 기억 안 나?”

50세 초반의 고가령은 어린애처럼 부성웅 앞에서 애교를 부렸다.

‘가령이?’

부성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있잖아….”

고가령은 손짓으로 양갈래 머리를 표현했다.

부성웅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 오빠를 만났을 때 오빠 열여덟 살이었는데… 난 그때 고작 여섯 살이었고. 이모부가 목마를 태워줘야 오빠랑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잖아. 오빠 예전에 나한테 사탕도 자주 사줬는데 정말 기억 안 나?”

부성웅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반가운 말투로 고가령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그때 그 꼬맹이?”

‘그 꼬맹이라고? 세월 참 빠르네’

부성웅이 기억하는 고가령은 공주님처럼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때는 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사이가 아주 좋을 때였다.

부씨 가문은 특히 아들이 많았다.

가문에서 유일한 여자는 부성웅의 아버지가 해외로 유학을 보냈다. 그래서 집에서 여자애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한 번은 부씨 가문에서 파티를 주최한 적 있었다.

금방 성인이 된 부성웅의 성인식을 기념하기 위한 파티였다.

남성에서 잘나간다는 집안의 여자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

그때 부성웅은 수줍은 소년이었지만 귀공자 같은 이미지와 타고난 카리스마는 여자들 눈에 제왕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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