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명의 말이 나오자마자 최여진은 갑자기 용기라도 얻은 듯 일어나더니 포위를 뚫고 서준명 가까이 달려갔다."준명 씨, 내가 누군지 어서 말해!"최여진이 말을 하자마자 입에서 악취가 풍겼다. 서준명은 즉시 코를 막았다. 평소 성격이 부드러운 서준명도 이 순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 나한테서 떨어져, 냄새 때문에 질식할 것 같아!""하하…."엄선희는 우스워 쓰러질 지경이였다."…."최여진은 질게 뻔하지 않았더라면 바로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더는 맞고 싶지 않았다. 서준명이 불쾌해하는 것을 보고, 최여진은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맞아… 지금 내 모습이 좀 구리긴 하지, 모두 저 나쁜 년들이 한 짓이야, 나쁜 년들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빨리 말해, 내가 누군지!""…."그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어떻게 준명이랑 같이 온 거야?"부소경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최여진은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부소경을 보더니 그에게 다가가 말을 나누려 했지만, 부소경의 차가운 표정에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부소경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고윤희가 경민이 곁에 있을 때 넌 어디에 있었어?""….""말해!""외, 외국에... ""혼인 신고는?""아... 아직... ""고윤희가 구경민 곁에 있기 시작할 때 넌 이미 구경민이랑 헤어졌고, 법적 관계도 아닌 사이라 이거지? 그럼 고윤희가 너한테 영향을 주거나 잘못한게 전혀 없고 제삼자는 더더욱 아니라는거잖아?" "부…부소경,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남자 여러명을 찾아 산꼭대기에서 고윤희를 거의 때려죽이려고 했었지? 그것도 두번이나. 경민이 곁에 너 같은 못된 여자가 있으면 그야말로 불행이지!""너…너…너…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최여진은 부소경한테 손가락질 하며 물었다."저리 비
그녀는 뼛속까지 두려워 났다. 몇 년 동안 국내에 있지는 않았지만 부소경에 대한 소문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부소경은 남성의 왕이라 불리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영향력 있는 존재이다. 부소경과 구경민 두 사람은 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이다. 굳이 누가 더 강한지를 꼽자면 그래도 부소경이라고 할 수 있다. 구경민은 권력 쪽에만 손을 뻗고 있지만 부소경은 실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상업 왕국도 두 번째라면 서운할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부소경은 결단력도 구경민보다 한 수 위이다. 그는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성격으로 인정사정 봐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죽어도 묻힐 곳이 없게 된다는 말도 절대 농담이 아니다. 최여진은 놀라 멍해져서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부소경이 다시 말을 이었다."경민이는 너에게 손을 댈 수 없겠지만 난 할 수 있어! 경민이는 나와 생사를 함께 한 형제이니 경민이 대신 너 하나쯤 치우는 것은 일도 아니야.""…."몇 초 후에야 그녀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당장 꺼질게요!"말을 마친 최여진은 허둥지둥 도망쳤다. 올 때는 서준명의 차를 타고 왔었는데 돌아갈 땐 두 발로 걸어가야 했다. 이래서 어느 세월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게다가 온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최여진은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서준명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게 이렇게 처참한 결과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성이 머리 끝까지 치밀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악취가 나는 몸을 이끌고 홀로 걸어갔다.한편, 신세희 일행은 어머니의 전원주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길을 가던 신세희는 갑자기 밭에서 일하던 두 젊은 소년이 생각나서 물었다."무슨 일로 온 거예요?"그중 어린 소년이 웃으며 신세희에게 말했다."누나, 우리는 농업 대학 학생인데 생활 체험하러 왔어요. 여기 아줌마께서 어찌나 친절하신지...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이렇게 구덩이를 파면 안 돼요."
"…."어르신께서는 평생을 세상을 주름잡는 데 익숙하셨고, 지난 20년 동안 비록 전역하시고 사업에 종사하셨지만 여전히 매서운 군인 기질을 가지고 계신다. 어르신을 10년 넘게 따라다닌 경호원은 어르신이 젊었을 때 자기 혈육에 대해 얼마나 애정이 깊은지 잘 알고 있다. 이는 뒤에 있는 30대 좌우의 젊은 경호원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늘 어르신의 곁을 따라다닌 경호원은 네 명이다. 그들은 십여 년 동안 어르신을 따라다녔기 때문에 어르신의 아첨을 싫어하는 강직함과 매정한 성격의 일부분을 물려받았다. 그중 한 명은 매우 놀기 좋아해서 종종 클럽에 가서 여자를 찾았다. 하지만 매번 그는 그 여자들과 단호하게 딱 잘라 말하곤 했다."내 아이를 갖겠다는 망상은 하지 마.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나는 인정하지 않을거야!"예전에 이 경호원은 이런 방법이 매우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었다. 이 방법도 어르신에게서 배운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르신이 후회하시는 걸 보고 경호원은 문뜩 뭔가를 깨달았다. 자기의 자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큰 죄를 짓는것임을... 어르신께서도 하마터면 병으로 세상을 떠날 뻔했는데, 지금 이렇게 조금 나아지니 친딸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여기로 찾아오신 거 아닌가? 밖에서 많이 논 만큼 자식이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물론 제 자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하늘이 벌을 내리진 않겠지만, 자기 마음속의 죄책감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경호원은 어르신이 지금 마음속으로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고통스럽다고 여길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죽기를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의 딸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어르신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눈물을 훔치고 나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다."이모부, 저 가령이에요, 며칠만 있으면 외국에서 돌아갈 거예요."어르신은 별로 반기지 않은 목소리로 "어…"하고 한마디만 했다. 오십
"어르신, 들어가 보시겠어요? 서 대표도 계시는데…."뒤에 있던 경호원이 말했다. 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진희는 반기지 않을 것이고 유리도 좋아하지 않을 거야."그리고는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유리 저 자식은 이제 겨우 여섯 살이지만 성질이 여왕처럼 사납다니까."어르신이 웃는 것을 보고 경호원들도 모두 따라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경호원들도 말없이 어르신이 멀리에서 홀로 상상에 빠져 즐기는 것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쪽의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달리 저쪽 정원에서는 웃음꽃이 피고 있었다. 모두 서준명을 비난하고 있었다."준명아, 나조차도 최여진 그 미친년을 피해 다녀야 한다는걸 알고 있는데, 넌 왜 모르고 있는 거니…."이 순간, 서준명은 억울해 났다."나는… 평소에 구경민 씨랑 거래가 많지 않아요... 정말 몰랐어요. 선희 씨도 말해주지 않았고요."서준명이 엄선희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난 준명 씨랑 헤어질 거예요!"엄선희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서준명은 온화한 목소리로 엄선희를 달래였다."방금 최여진을 때릴 땐 나랑 헤어지자는 모습이 아니었고, 오히려 최여진을 질투하고 있었잖아요.""흥, 내가 지금 그 말을 후회한다면 어떻게 할 건데요?"엄선희가 입을 삐죽거리며 억지를 부렸다."후회할 기회를 줄게요, 나랑 결혼하기 전까지 수없이 후회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난 어떻게든 다시 되찾을 거예요!"서준명의 참을성 있는 말을 듣고 그녀의 어조도 많이 누그러들었다. "서준명 씨는 요즘 할아버지를 돌보느라 집에만 있어서 잘 몰라요, 그 최여진이 얼마나 악독한지."서준명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구서준의 얼굴에 시선을 멈추고는 구서준이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둘째 삼촌이랑 최여진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건 맞아. 둘째 삼촌은 거의 최
"아니, 아직이요."구경민의 목소리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어제 오후 신세희가 고윤희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를 받은 후 구경민은 위치추적을 하여 식사도 하지 않은 채 현지의 작은 현성으로 운전해 갔다. 그곳은 외떨어진 작은 산간 지역이었다. 밤새도록 차를 운전해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그가 보낸 사람들로 하여 물 샐틈없이 에워싸있었다. 특히 위치 추적된 병원은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갈 틈 없이 말이다. 구경민의 명령으로 아무도 감히 이 병원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했다."어제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개미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부하가 보고했다."그래, 수고했다."구경민은 말을 마치고는 병원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꼬박 두 시간을 찾아보았지만, 그는 고윤희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병력을 뒤져보다가 고윤희가 어제 먼저 내과에 다녀갔다가, 산부인과를 방문 한 것을 알게 되었다.산부인과!구경민은 머리가 뜨거워 났다. 고윤희가 산부인과에 다녀간 건 꼭 아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구경민은 내색하지 않고 고윤희를 진찰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었다."불쌍한 여자이기도 하죠. 나이도 적지 않은데, 임신을 이미 여러 번이나 했지만 정작 아이는 지키지 못했으니..."의사는 못내 아쉬워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의사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이미 아이를 여러 번 지웠기 때문에 몸이 쇠약해져서 더는 지우면 큰일나요. 또 한번 지웠다간 영영 임신을 못할수도 있어요.""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의사는 고개를 들어 다급하게 묻는 구경민을 바라보았다."제가 남편입니다!"구경민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말투는 성실했고 그의 표정도 사납지 않아서 의사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구경민이 남편이라는 말에 화를 냈다."당신이 남편이라고요? 정말 나쁘네요! 환자분이 건강이 좋지 않은 건 모두 당신 때문입니다. 아이를 원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임신시키고 또 지우게 한겁니까?""…."구
산지에는 감시카메라가 전혀 없는데, 어데 가서 찾지? 애를 가진 여인이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까?구경민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북쪽부터 동북, 서북쪽, 모든 마을을 샅샅이 찾아봐!”"네!"부하들이 일제히 대답하였다. 명령을 마친 구경민안 바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부소경은 장모님과 같이 있었는데, 신세희, 서준명,구서준, 민정아, 엄선우, 그리고 신유리까지 모두 서준명을 나무라는 중이었다. 그는 그 전화를 신세희가 받을 줄은 몰랐다. 신세희의 말투는 매우 다급했고 받자마자 고윤희를 찾았냐고 물었다. 구경민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론 고윤희가 신세희 같은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아니… 아니요, 한 발 늦었어요. 윤희는 이미 현성을 떠난 것 같아요."신세희를 실망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경민 씨, 못 찾으면 전화 할 필요 없어요. 전화하는 사이 언니가 더 멀리 도망갈 수도 있잖아요. "구경민은 신세희의 조급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희 씨, 내 말 잘 들어요. 당장은 윤희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소경이한테 전화한건 세희 씨한테 할 말이 있어서에요. 만약 윤희가 또 전화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이번에는 카드에 2억을 송금해 줘요. 아니, 20억을 송금해 줘요!""혹시 무슨 일 생겼어요?”신세희가 의아해서 물었다."윤희가…또 임신한 것 같아요.""…."신세희는 놀라서 그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부소경이 옆에서 바로 신세희를 부축하며 물었다."괜찮아?"신세희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윤희 언니가…또 임신했데요."부소경은 흠칫했고, 듣고 있던 민정아와 엄선희도 많이 놀랐다. 신세희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윤희 언니는 원래도 몸이 좋지 않은데, 임신한 몸으로 도망 다니다니… 언니는 예전의 나랑 같은 처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 난 겨우 20
문밖에, 스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두 소년은 여전히 작은 정원에 남아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방금 최여진을 쫓아낼 때도 이 두 소년이 많이 도와주었는데 들어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게 하지 않은게 미안한 신세희는 두 소년 곁으로 다가갔다."어린 친구들, 안녕?"말하면서 그녀의 마음도 아까보다 조금 상쾌해졌다."누난 우리보다 나이가 몇 살이나 많다고 그래요? 기껏해야 서너 살 정도?"그중 한 명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어린 소년이 이렇게 자신을 칭찬하자 신세희는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신세희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나도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구나. 칭찬에 이렇게 약하다니... 소년의 칭찬이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말 놓아도 되지? 내가 나이는 많지 않지만 벌써 애 엄마야. 이미 여섯 살 되는 애도 있어. 내 아이가 너희들을 오빠라고 부를 나이니 난 아줌마지. 내가 농사일은 너희들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은데, 어디 내가 구덩이 파는 걸 도와줄까?""누나, 정말 구덩이를 팔 줄 아는 거예요?"두 소년은 신세희를 존경의 눈길로 바라보았다."자세히 말해봐, 네들이 왜 우리 엄마 채소밭에 와서 일하고 있는지, 엄마가 너희들을 고용한 거니?" "아니에요, 누나, 우리 둘은 정말 농대 학생이에요. 대학 졸업한 후에 땅 수백 평을 도급 맡아 유기농 농사를 하고 싶어요.""우리만의 브랜드, 유기농 식품 브랜드를 만들어 보려고요."다른 한 소년이 신이 나서 덧붙였다."앞으로 우리의 유기농 식품 농장이 성공적으로 건설되면 우리는 그 농장에 우리만의 댄스 룸을 지어 핫한 춤을 출거에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한테 영향 주지 않을테고...."두 소년은 매우 흥분해서 말했다. 신세희는 그들의 얼굴에 가득 찬 희망, 갈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 물정에 어둡고 고생도 해보지 않은 두 아이이다. 그들은 세속에 물들지 않았고 권력의 힘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아까 최여진을 조롱할 때 그 정도로 멋지게 행동하지
"하지만 가뭄 때나 특별히 무덥고 폭염이 심한 날에는, 마른 모종에 물을 주지 말아야 해. 모종이 단번에 죽을 수도 있어."신세희는 구덩이를 파면서 두 소년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면서도 진지했다. 자랑이 아닌, 그냥 땅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사람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자세였다.두 소년은 또다시 신세희에게 감복하였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마음속으로 이런 여자야말로 진짜로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생각했다."누나, 어쩜 땅을 그렇게 잘 알아요? 마치… "소년은 흠모의 눈길로 바라보며 부끄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농사꾼같이?"신세희가 웃으며 물었다."누나가 어떻게 농사꾼일 수 있겠어요?"소년은 멋쩍게 웃었다."맞아, 농사꾼.""…….""난 어릴 때 산에서 태어났는데 아빠는 절름발이셨고 몸도 별로 안 좋으셔서 엄마 혼자서 농사일하셨어. 그래서 대여섯 살쯤 될 때부터 엄마 뒤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웠거든. 엄마가 구덩이를 파시면 나는 뒤에서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으며 말이야..."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열 살이 되서는 스스로 구덩이를 팔 수 있게 되었지. 난 낫을 쓸 줄도 알아. 그땐 낫으로 밀을 베었었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찐빵도 손수 만들어 먹었거든."두 소년은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그뿐 아니라 멀지 않은 곳 큰 나무 밑에 숨어 있는 서 씨 어르신도 마찬가지였다. 신세희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용한 이곳에선 아주 멀리까지 전해져갔다. 차 안에 앉아 있던 어르신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이렇게 오랫동안 난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왜 난 항상 이 아이를 상류사회의 종양이라고 생각하였던 걸까? 이렇게 본분을 잘 지고 너무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고 착실하게 사는 애를... 네댓살 살부터 엄마를 도와 농사일을 하고 열 살쯤부터는 스스로 밀을 베어 찐빵도 만들고 한 애를... 난 어찌하여 저 착한 애가 그렇게나 눈에 거슬려 여태껏 악담만 퍼부어왔는지... '신세희가 두 소년에게 열심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