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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아무런 목적지도 없던 서진희는 큰 길을 걸으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배는 점점 아파왔고, 그녀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자신이 앞으로 더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뱃속의 아이도 낳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 순간, 서진희는 갑자기 엄마의 죽음을 앞뒀을 때의 고심이 이해가 됐다.

  엄마가 죽고, 자신이 이 세상에 혼자 남아서 살아가기엔 너무 고달펐다.

  그녀는 엄마가 당시에 자신을 낳으려고 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서진희는 엄마의 무덤 앞으로 가서 오후 내내 울었다.

   저녁이 거의 다 되어가자 그녀는 갑자기 배에 더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그 무덤에서 걸어나올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포복을 하던 그녀는 나약하게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먼저 그녀를 구하러 온 건, 한 절름발이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은 힘겹게 서진희를 리어카 위로 부축한 뒤, 리어카로 서진희를 끌고 산부인과에 데려다 주었다. 병원에 도착했지만, 장애인은 서진희를 위해 내줄 돈이 없었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서진희에게 물었다. “가족은요? 가족 없어요?”

  서진희는 고통스럽게 말했다. “저 가족 없어요…”

  한 몸 안에 두 생명이 있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은 어쩔 수 없이 무덤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하다고, 그의 월급을 먼저 땡겨 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묘지의 상사는 말했다. “퇴직할 거면 그렇게 해줄게! 저번 달 월급도 당장 줄 수 있고, 이번 달에 네가 일한 10일치 급여까지 같이 계산해서 보내줄 수 있어!”

  장애인은 바로 일을 그만 뒀다.

  한 달 반 어치의 월급은 받았는데도 겨우 4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서진희의 입원비로는 충분했다.

  서진희에게 입원비를 주고 나니 장애인에겐 남은 게 없었다. 그는 혼자 이렇게 큰 도시에서 지낼 곳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산부인과 복도에서 서진희가 출산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루 뒤, 서진희는 딸을 낳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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