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먹자. 잘 먹고 든든해야 일도 열심히 하지!”밥을 다 먹은 뒤, 세 사람은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녀들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마자 회사 맞은 편 도로에 멈춰 있던 차에서 여자 두 명이 내렸다.최여진은 구자현에게 말했다. “자현아, 이 건축 회사가 조카 구서준이랑 남성 재벌 도련님이 같이 경영하는 회사야?”구자현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 “구서준이 예전에 그 여자를 엄청 좋아했거든. 그 여자한테 다들 현혹됐었어. 서준이가 나중엔 그 여자가 부소경의 아내인 걸 알고, 또 그 여자 친구를 좋아하게 됐지.”“그럼, 그 여자가 결혼 파트너까지 결정해줬단 말이야?” 최여진은 경멸하며 물었다.“너도 다 봤잖아.”구자현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 “걔가 상대를 찾아주다 못해 네 남자인 구경민한테까지 찾아 줬잖아. 너 그래서 내가 돌아오라고 계속 말했었지. 돌아오라는데 넌 계속 말도 안 듣고, 네 남자 구경민은 하마터면 신세희 친구 고윤희한테 뺏길 뻔했어.”최여진은 차갑게 웃었다. “오빠는 내 거야. 16살 때 날 좋아하게 됐을 때부터 내 거였어. 이번 생에는 절대 그 어떤 여자도 내 곁에서 뺏어갈 수 없어. 그 여자? 뺏어 가고 싶어도 어디 능력되나 봐야지!”최여진의 머릿속엔 아침에 있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그녀와 구경민이 안방에 가서 사랑을 나누려 했으나, 그녀는 구경민이 집중하지 못 하는 걸 보았고, 그녀와 백년만년 잘 지낼 것 같은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마침 이때, 구경민은 또 부소경의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끊은 뒤, 구경민은 밖으로 나갔다.“오빠 어디가?” 최여진이 물었다.구경민의 말투는 급해 보였다. “소경이가 이틀동안 급한 일이 있었어서, 우선 가봐야 해.”최여진은 구경민의 팔을 잡았다. “같이 가.”“안돼! 나랑 중요하게 상의해야 할 일이 있어, 엄청 급해!” 구경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럼 나 데리고 나가서 시내에 내려줘. 가서 쇼핑도 좀 할래. 10년동안 남성에 안 왔었잖아.”“그래.”그리고 그는 최여진에게 카드를 건넸다
부소경을 한번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최여진은 이제 구경민의 정식 여자친구이고, 이번 생에 유일한 아내였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꼭 얼굴을 알려야 했다. 당연히 제일 먼저 인정을 받고싶은 사람은 부소경이었다. 최여진은 예전부터 구경민에게 부소경 얘기를 들었었지만, 그때는 부소경이 해외에 있어서 만날 기회가 없었었다. 그녀는 그저 부소경이 구경민의 엄청 친한 친구인 것만 알았다. 나중에 최여진이 해외로 갔고, 더욱 부소경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고윤희라는 대체품에겐 기회가 되었다. 들은 바로는 고윤희는 종종 구경민과 함께 친구들의 식사자리에 참여하곤 했다고 했었다. 지금 마침 본처가 돌아왔으니, 제일 먼저 만나야 하는 사람은 당연히 부소경이었다. 그녀는 절친의 아내가 될 사람으로서 부소경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구자현과 헤어진 후, 최여진은 바로 F그룹으로 향했다. 마침 구경민이 F그룹에서 나왔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어떻게 상대할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이 다음 어떤 수단으로 신세희를 괴롭힐지, 구경민과 부소경은 상의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많은 일들은, 부소경이 직접 나서기 힘들었다. 부소경이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두려워해서도, 서 씨 집안 어르신의 체면 때문도 아니었다. 부소경은 상대방이 미리 대비해 놓는 게 싫기 때문이었다. 서 씨 집안 어르신에게 막 대할 수는 없으니 무조건 머리로 싸워서 이겨야 했다. 그래서 부소경은 직접 나서지 않고, 구경민이 이 일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구경민의 차가 떠난지 몇 분 후, 최여진은 F그룹 프론트에 왔다. “아가씨, 어떤 분 찾으러 오셨나요?” 프론트는 거만하고 세상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 이 여자를 보고 감히 무시할 수 없었다. 최여진은 직원을 쳐다도 안 보고 말했다. “부소경 나오라고 하세요.” 직원은 놀랐다. 남성에서 거의 아무도 이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없었다. 당연히 부 씨 가문 사모님은 예외였다. 가끔은, 신유리
엄선우는 바로 칭찬했다. “잘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엄선우는 최여진을 보았다. “어디서 오신 분이죠?” 최여진은 엄선우를 보지 않고 바로 부소경을 보았다. 그녀는 십몇 년동안 부소경을 보지 못 했다. 그마저도 부소경과 구경민이 같이 있는 사진이었다. 그때 최여진은 이 남자의 이목구비가 자신의 남자친구 보다 더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 풋풋했던 남자 아이는 어느새 이 지역의 왕 같은 존재의 남자가 되어 있었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고, 귀찮은 듯 최여진을 보았다. 그리고 차갑게 프론트 직원과 엄선우에게 말했다. “이상한 사람은 들여보내지마.” 최여진은 소리쳤다. “부소경 씨, 저한테 예의를 갖추셔야죠!” 프론트 직원과 엄선우는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부소경 마저도 벙쪄서 최여진을 보았다. 이 여자는 누구지? 그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이 여자가 날뛰는 모습을 보고 그는 역겨웠고, 게다가 그는 이틀동안 신세희를 위해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어떻게 맞설지 고민하느라 이미 충분히 바쁘고 머리가 아팠다. 지금 상황에서 시비를 걸어오는 여자를 보며 그는 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밟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신세희가 아직 서 씨 집안 어르신의 계략 속에 있는 지금, 그는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화를 참아야했다. 그는 차갑게 물었다. “당신 누구야?” “당신 형수님이에요!” “이름.” 최여진은 정말 화가 났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저 경민 오빠 약혼녀예요! 당신 형수가 될 최여진이라고요!” 최여진? 부소경은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들었는데 까먹은 건가? 그는 불쾌한 눈빛으로 최여진을 훑어봤다. “경민이 여자친구 라고?” “약혼녀요!” 최여진이 정정했다. 부소경은 차갑게 말했다. “경민이한테 여자는 하나야, 고윤희라고. 당신은 누구야?” 부소경은 다시 프론트 직원을 보았다. “경찰 불러서 이 여자 당장 쫓아내! 앞으로도 회
고윤희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여전히 배달왔을때의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엔 여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 앞에 여자는 선천적으로 여우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고윤희를 보는 그 눈빛에다가 그녀의 독기를 더하면, 정말 악독해 보였다. 고윤희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담담하고 온화하게 말했다. “경민이 약혼녀 맞죠?” 최여진은 한 발짝 다가가서 고윤희의 뺨을 때렸다. “내 남편을 6-7년 동안 차지하다니! 나이도 먹을대로 먹은 년이 감히 내 남편을 건드려? 내 남편이 왜 널 버렸는지 알아?” 고윤희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막무가내인 여자를 보았다. 구경민 곁에 머무른 이후로, 고윤희는 어딜가나 존중을 받았고, 그 누구도 무시하지 않았었다. 길에서 뺨을 맞는 일은 당연히 없었고, 고윤희도 누구에게 손지검을 하거나 욕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맞은 얼굴을 부여잡고 멍한 채 제자리에 서있었다. 고윤희는 7-8년 전 자신의 시동생에게 폭력을 당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두려움이 온 몸을 덮치고 고윤희는 사방을 둘러보며 두려움에 소리쳤다. “경… 경민아…” “감히 네가 내 남편 이름을 불러?” 최여진은 한 대 더 때리려고 했다. 고윤희는 그걸 보고 뒤돌아 도망쳤다. 그녀는 한없이 뛰었고 최여진을 피하기 위해 작은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거긴 사람도 없는 위험한 골목이었다. 뒤를 돌자 고윤희는 자신에게 가까이 오고 있는 남자 두 명을 보았다. “살려주…” 그녀는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무언가에 맞고 쓰러졌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고윤희는 해가진 걸 발견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난 뒤 어둠에 적응이 되었고, 그제서야 이곳이 산 꼭대기인 걸 발견했다. 앞에는 차 한 대가 멈춰있었고, 차에 앉아 있던 최여진은 라이트가 켜지자 더는 몸을 숨길 수 없었다. “때려! 근데 죽이진 마, 숨은 붙어
그녀는 온 몸이 아프지 않는 곳이 없었고 제대로 일어설수조차 없었다.고윤희는 힘겹게 바닥을 기며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그녀는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죽음 직전이라서 눈물이 흐르는 걸까?구경민은 단 한번도 둘 사이에 무언가를 약속한 적이 없었다.처음부터 그녀가 먼저 이 관계를 그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던가?구경민이 더 이상 고윤희를 필요하지 않게 되면 어떠한 집착도 미련도 없이 떠나주겠다고 한 것도 그녀였지 않는가?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눈물이 차오르는 걸까?고윤희!구경민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칠팔 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덕분에 사모님 대접을 받으며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은 것만으로도, 그 누구 못지 않는 부귀영화를 누린 것만으로도 넌 이미 많은 것을 받았어. 그런데 뭘 더 바래?넌 진작 죽었어야 했어.어렸을 적 부모가 너를 원치 않았을 때,형제 자매가 너를 배척할 때,넌 진작에 옥상에서 뛰어내렸어야 했어.죽었어야 했다고!넌 그들에게 필요 없는 존재였으니까.지금,구경민과 최여진 사이에 낀 너는 또 다시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어.넌 살 이유가 없어.하지만….갑자기 고윤희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신세희와 신유리의 모습.아이가 세상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임신을 기원하며 줬던 선물, 그리고 또 신세희와의 우정.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두 모녀가 부소경의 보호 아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었다.부유함을 떠나 그것이야말로 여자라면 응당 누려야 할 삶이 아닌가?고윤희도 그런 삶을 바랐다.‘죽고 싶지 않아.’그녀도 아이를 갖고 그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경민아… 나 좀… 살려줘.”“세희 씨… 세희 씨는 괜찮은 건가요? 열은 좀 내렸나요?저… 저 좀 데리러 와주면 안될까요?”인기척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산 정상, 결국 고윤희의 구조 요청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한편, 산중턱에 위치한 별장 안.방금 씻고 나온 구경민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경민아, 얼른 엎드려 봐
신세희는 왜 이런 악몽이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꿈에서 깬 그녀는 자신이 절벽에서 떨어진 것보다 고윤희의 걱정이 앞섰다.간절하게 자신을 부르던 고윤희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귓가를 맴돌았다.신세희는 꼭 무슨 사고가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마음이 뒤숭숭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부리나케 침대머리에서 휴대폰을 찾아 고윤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시간을 확인한 신세희는 실소를 터뜨렸다. 지금은 아침 여섯 시, 출근을 하지 않는 고윤희가 이 시간에 잠에서 깼을 리 없었다. 아마 지금쯤 달게 자고 있겠지.자는데 방해하지 말자.신세희는 자신이 최근 들어 너무 예민해서 악몽을 꾼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다.어차피 꿈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절벽에서 떨어진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고윤희였으니 고윤희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씻은 뒤, 거실로 나갔다. 부소경과 신유리는 같이 베란다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아빠, 이 화분은 유리 거야.”신유리가 말했다.“아빠, 이 화분은 유리 거야.”“그래!”남자가 다정하게 말했다.“여기 있는 화분들 다 유리 거야. 이 집도 유리 집이고 여기 있는 모든 게 다 유리 거야. 앞으로 F그룹도 유리 거가 될 거야. 유리가 우리 가문의 여왕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게 될 거야.”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가슴이 따뜻해졌다.“헤헤. 유리는 여왕이야.”잠시 머뭇거리던 아이가 말했다.“아빠, 모든 게 내 거라면 엄마는 어떡해?”그러자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유리는 언제나 엄마밖에 모르지?”그러자 신유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그럼, 당연하지!”“그룹도 유리 거고 유리가 우리 가문 여왕은 맞지만 너나 나나 다 네 엄마 거야. 네 엄마는 지존 같은 존재거든!”그제야 아이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응! 유리는 엄마가 제일 좋아!”아이는 고개를 들고 아빠를 바라보다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아빠, 요즘 SNS에 뭐가 유행
부소경의 냉랭한 말투에 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신유리 모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린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숟가락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마치 또 누가 엄마를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태세였다.신세희가 물었다.“누군데 그래요?”부소경은 신유리를 힐끗 보고는 신세희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애 할아버지.”신세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부성웅은 아마 서 씨 어르신을 대신해 부소경을 설득하려고 전화했을 것이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그들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이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빤데 말투가 그게 뭐야? 너 신세희 그 여자랑 결혼한 뒤로 점점 매정해지는 거 알아? 서 씨 어르신 말이 맞아. 그 여자는 요물이야!”부소경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차가워졌다.“용건을 얘기하세요!”“용건 없으면 너한테 전화도 못하니? 넌 이 아비를 기억이나 하고 있었어? 너 우리 집안 핏줄 맞아? 이제 네 눈에는 신세희밖에 안 보이지?”부소경은 화를 내는 대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제가 좀 바빠서요! 바쁜 일 마무리하면 아버지가 찾지 않아도 제가 찾아뵐 생각이었어요!”“본가로 갈 필요 없다! 네가 바쁘니 내가 와야지!”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문 열어!”부성웅이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문을 열자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부성웅과 그의 큰어머니.신세희는 아침부터 들었던 불안한 예감이 사실이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서 씨 어르신을 대신해서 그들을 설득하러 온 것이라면 신세희는 벼랑끝에 몰린 기분이었다.안으로 들어온 부성웅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예전에 임서아가 세희 동생이라는 걸 몰랐을 때는 그러려니 했어. 이제 자매라는 걸 알았는데 어떻게 동생이 죽는다는데 모른 척할 수 있어!”잠시 숨을 고른 부성웅은 신세희를 돌아보며 명령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가 임서아 살려. 사람 목숨이 달린 일
신세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말을 좀 심하게 하기는 했지만 부성웅이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걸 바라지는 않았다.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부성웅을 부축했다.“아버지….”줄곧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진문옥이 눈물을 글썽이며 부성웅을 불렀다.“여보,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여보! 빨리 정신 좀 차려봐요!”하지만 부성웅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부소경은 곧장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10분 안에 당장 구급차 보내세요!”10분도 채 되지 않아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다급히 부성웅을 구급차에 실었다.신세희와 신유리, 부소경도 구급차에 올랐다.신세희는 부소경의 팔을 붙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소경 씨, 미안해요….”부소경은 그녀를 품에 앉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당신 잘못한 거 없어. 우리가 서 씨 어르신한테 진 빚, 그거 다 아버지가 잘못해서 생긴 빚이야! 그런데 우리한테 그 빚을 갚으라니 말도 안 돼! 죽어도 마땅해!”그의 말투에서 부성웅을 향한 증오를 느낄 수 있었다.“당신은 유리 데리고 올라가. 나는 병원까지 따라가야겠어. 엄선우가 유리 데리러 올 거야. 유리 유치원은 보내야지.”부소경은 부드럽게 신세희를 달랬다.신세희도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리 유치원 보내고 나도 병원으로 바로 갈게요.”아무리 사이가 소원하고 시아버지가 싫어도 그는 부소경의 아버지였다.병원에 안 갈 수는 없었다.구급차가 떠나자 엄선우가 도착했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신세희에게 물었다.“사모님, 무슨 일 생겼어요? 대표님은요?”신세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요즘은 사고가 끊이지 않네요. 소경 씨 아버님이 오셔서 저한테 신장을 기증하라고 강요하시기에 제가 몇 마디 반박했거든요. 그러다가….”엄선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피를 토하며 쓰러지셨어요.”“그럴 리 없어요! 그분 아주 건강하세요. 젊으셨을 때 운동도 하셔서 아주 건강해요. 젊으셨을 때는 몸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