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부소경을 올려다보았다.부소경의 손에 쥐어진 것은 정말 그녀의 임신 검사 목록이었고, 그것은 그녀의 첫 임신 검사 때의 결과였다.그녀가 가방에 넣고 있었고 후에 임서아에게 납치된 날, 임서아가 그녀의 가방에서 이 검사지를 꺼냈던 것이다.그리고 나중에 부소경에 의해 구출됐고, 그녀는 이 검사지를 잃어버린 줄 알고 있었지, 설마 부소경의 손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당신이......어떻게 내 임신 검사지를 가지고 있는 거죠?”가장 사적인 비밀을 들킨 굴욕감에 신세희의 뺨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그녀는 오늘 부소경 앞에서 충분히 굴욕적이었다, 대낮에 강제로 그에게 키스를 당했으니. 지금 또 그녀의 임신 검사지를 들고 그녀 앞에서 흔들고 있으니, 신세희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부소경의 표정은 매우 차가웠고, 신세희는 그런 그를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신세희는 그가 자신을 납치한 건달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기에, 부소경이 조금은 두려웠다. "제......임신 검사지, 도......돌려주세요.”신세희는 눈을 쉴 틈 없이 깜박거리며 그녀의 두려움을 감추었다. "누구야!" 부소경이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그게……부소경 씨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그날 밤의 치욕과 무력감은 그녀에게 평생토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고, 뱃속의 아이는 그 치욕의 연속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외로웠기에, 뱃속의 아이를 지키는 선택을 했다. 뱃속의 아기만이 그녀의 유일한 동반자였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미혼 여자를 세상에 임신했다고 알리라고?이것은 그녀의 사생활이다!"하!" 부소경이 차갑게 웃었다.“나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신세희는 억지로 변명을 하며 대답했다."애초부터 알고 있던 사실 아닌가요? 저는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고, 대학교 2학년 때 감옥생활을 했어요. 제가 행실이 바르지 않고 아이를 갖
"네 뱃속에 누구의 자식을 품고 있는지 난 관심 없어! 네가 여기에 올 배짱이 있었다면 넌 그에 대한 결과도 감수해야 할 거야. 여기서 내 아들을 네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공개해서 부 씨네 가족들이 널 받아들이게 하고 싶어? 어림도 없지!”말을 마치자 부소경은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신세희는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2년 전 옥살이를 하기 전 구형인 그녀의 휴대폰은 액정이 깨진 지 오래였고,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자 그녀는 특별히 카메라를 빌렸었다. 하지만 그 카메라를 찾지 못했고, 부소경에게 임신한 사실까지 들키게 되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경을 안고 신세희는 전화를 받았다."신세희, 어디야? 다들 일을 하려고 온 건데 혼자 어디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거야,손님이 다 왔으니까 빨리 와. 술잔이랑 과일 접시를 쉴 틈 없이 날라야 된다고!”급사장이 그녀를 불렀다."곧 가겠습니다.”신세희는 곧장 눈물을 닦아내고 연회장으로 돌아갔다.오늘 부 씨 집안이 초대한 주요 인물들은 모두 운성과 서울 두 지역의 이름난 규수들이었고, 부소경의 신붓감을 뽑기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여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아름다움을 뽐내었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부소경은 와인 한 잔을 들고 3층 난간에 홀로 서서 아래 메인 홀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부소경은 이런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여자들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다.그는 정략결혼에 반대했고, 어르신이 그를 위해 신붓감을 선택해 주는 것도 내키지 않아 했다. 그는 단지 어르신이 간곡히 부탁했기에 그의 체면을 깎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홀의 여자들은 속으로는 서로를 질투하면서도 겉으로는 인사를 나눴고, 이따금 귓속말을 했다."부소경 도련님이 대낮부터 어떤 여종업원을 모욕했다면서요?”“그냥 바로 안아서 키스를 했어요."“그 여종업원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무슨 소리! 그 여종업원이 부소경 도련
3층 난간 위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부소경의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그는 술잔을 들고 돌아섰다.그러나 여자의 발은 신세희의 손을 밟지 않았고, 다른 양복 차림의 남자에게 제지당했다.남자는 여자를 향해 꾸짖으며 말했다. "경연아, 너무 제멋대로인 거 아니니! 어떻게 부 씨 집안 모임에서 종업원의 손을 밟으려 할 수가 있지?""사촌 오빠! 이 빌어먹을 종업원이 날 헛걸음하게 만들었다고! 이 여자가 일부러 부소경 도련님한테 접근해서 사람들 앞에서 키스했어. 방금 일어난 일인데 만약 내가 다시 도련님한테 말을 걸면 내 체면이 서지 않잖아. 이 여자한테 당한 거라고!”민정연이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남자는 퉁명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부소경 도련님이 이 여자한테 키스를 했다는 건 도련님의 눈에 들었다는 건데, 네가 이 여자를 화나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사촌 오빠!”"오늘은 오지 말았어야 했네,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부 씨네 며느리가 되려고 머리를 비집고 있는데, 네가 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니?"남자가 되물었다.민정연은 발을 동동 굴렀고, 화가 나서 몸을 돌려 떠났다.남자는 손을 뻗어 신세희를 부축했다.“죄송합니다, 제 사촌 여동생이 너무 심했네요. 사과드립니다.”"괜찮아요." 신세희는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이미 부소경이 그녀에게 키스를 한 의도를 파악했다.부소경은 이 여자들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사람들 앞에서 키스를 하자 그녀는 이곳의 모든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볼품 없는 종업원인 그녀가 이런 능력 있는 미녀들 사이에서는 정말 처참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상관없다, 그녀는 참을 수 있었다. 예전에 감옥에서 당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신세희는 남자가 누구인지 보지 않고 반쯤 눈을 내리깔고 접시를 나르려 했다. "잠시만요!”남자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또 다른 용건이 있으신가요?”신세희가 쌀쌀맞게 물었다."그쪽이 저
서준명은 단도직입적으로 돈을 빌리려는 그녀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그는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 말을 꺼냈다. "현금을 안 가져와서 그런데 전화번호 좀 남겨주시겠어요? 모임이 끝나면 가져다 줄게요.”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그러고는 방금 만나서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넸다."준명!"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서준명을 부르고 있었고,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조의찬이 있었다.그는 술잔을 들고 조의찬에게 다가갔다.“조의찬 도련님, 요즘 뭐가 그렇게 바빠요?”조의찬은 서준명을 툭 치며 대답했다. "서 도련님, 이건 저희 외할아버지가 제 사촌 형님의 약혼녀를 뽑는 자리예요.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운성과 서울의 명문 규수들인데, 이 기회를 틈타서 한 명이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어요?”서준명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저었고, 조의찬도 다시 웃으며 말했다.“서 도련님의 사촌동생인 민정연도 저희 사촌 형님에게 관심이 있죠?”서준명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부소경 도련님께서 F 그룹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후로부터 운성 전체에서 몇 명의 여자가 부소경 도련님에게 시집가길 원하는지 아시잖습니까?”조의찬은 웃으며 말했다.“잘 알죠.”두 사람은 술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고, 홀의 가장자리에 가서 앉을 곳을 찾았다.조의찬은 일부러 부주의한 척을 하며 신세희의 그림자를 찾았지만, 손님들 사이에는 신세희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각, 신세희는 세 명의 명문 규수에 의해 화장실 안에 갇혀 있었다. 세 사람은 화장실 문을 닫았고, 그중 한 여자는 신세희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다른 두 여자는 신세희의 코를 찌르며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감히 부소경 도련님에게 먼저 말을 걸 생각을 하다니!”"대낮에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고 해서 부 씨 집안 며느리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 같아? 꿈도 꾸지 마!”"얼굴 하나 믿고 부잣집에 시집이나 갈 생각을 하다니, 지금 당장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의찬이 그녀에게 처음 접근했을 때, 그녀 눈에는 조의찬이 돈 많은 도련님이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놀잇감을 찾는 거라고 보였다. 신세희는 그와 놀아줄 수 없었지만, 그에게 반항할 수도 없었다.그녀는 조의찬에게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차에 타요!"조의찬은 차창에 한쪽 팔을 한가로이 걸치고 웃으며 말했다."안 잡아먹으니까 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을지언정 그 짓을 할 배짱은 없으니까. 허튼짓이라도 하면 소경 형님이 절 잘게 썰어서 장조림으로 만들어 버릴걸요.”신세희는 조의찬을 흘긋 보았고, 그는 차를 세우고 내린 뒤 문을 잡아당겼다."이렇게 밤이 깊었는데 걸어서 가면 나보다 더 나쁜 남자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하려고요?”신세희는 머뭇거린 뒤, 곧이어 차에 올랐다. 조의찬은 문을 닫고 갑자기 악셀을 밟고 출발을 했다가, 또 갑자기 급커브를 틀었고, 신세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조의찬의 몸 쪽으로 넘어졌다. 그러자 조의찬은 팔을 들어 그녀를 감싸 안았다."의찬 씨, 저 내릴게요!"신세희는 순간 필사적으로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조의찬은 그녀를 한 번 껴안았을 뿐, 그녀를 꼭 껴안고 다시 풀어주었다.그의 팔뚝은 매우 굵었고, 신세희는 약간의 따듯함을 느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안전벨트 매고 잘 앉아 있어요.”신세희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고마워요.”"말만 안 하면 되게 말 잘 듣는 시골 촌녀 같은데, 당신이 이렇게 큰 야심을 가지고 감히 내 사촌 형님의 며느릿감을 고르는 모임에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설마 정말 부 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싶은 건 아니겠죠?”조의찬이 운전을 하며 흥미로운 듯 신세희에게 물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대답하든 모두 쓸데없는 설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와 조의찬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고, 그녀가 어떠한 목적으로 모임에
조의찬은 신세희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대신 계산할게요. 대신 월급 받으면 두 배로 갚아요.”사실 신세희는 배가 무척 고팠다.그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잠시 빚 좀 질게요. 월급 받으면 꼭 두 배로 돌려줄게요.”조의찬은 그녀를 작은 가게 한군데로 데리고 간 후, 가성비 좋은 음식 몇 가지와 닭국수 두 그릇을 시켰다,음식이 식탁 위로 서빙되자 신세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국수를 절반이나 해치웠는데도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배가 거의 찼는지 그녀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그에 반해 조의찬은 젓가락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조의찬씨는… 왜 안 먹어요?” 신세희가 그에게 물었다.조의찬의 태도는 무척이나 나빴다. “젠장! 내일 당장 이 가게 없애버릴 거예요!”“주문할 때 분명히 말했는데, 나 단 거 좋아한다고 음식이 좀 달았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그렇게 해준다고 했으면서 이게 뭐예요! 하나도 안 달잖아요! 맵고 시기만 하고! 기분 나빠서 못 먹겠어요!”“왜요? 신세희씨는 음식이 입에 맞아요? 그럼 많이 먹어요. 잘됐네요.”신세희는 그가 이미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조의찬은 그냥 그녀가 밥을 먹었으면 했다.그녀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고마워요.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어디로 데려다줄까요? 형한테 갈 수는 있기나 해요?” 조의찬의 말투에는 장난기와 흥미가 가득했다.신세희의 눈살이 찌푸려지더니 얼굴에 어려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씨 아주머니 병원에 데려다줘요. 먼저 병원에 갈래요. 아주머니랑 같이 있어 드리게요.”하숙민이 부탁한 사진을 찍지 못한 그녀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오늘 밤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다. 몸을 쉴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병원에 가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참을성이 넘치는 조의찬은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는 차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병원에는 밤에 환자를 간호하지 못하게 한
“신세희! 신세희! 정신 좀 차려봐!” 부소경은 손을 들어 신세희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그녀의 이마는 무척이나 뜨거웠다.남자는 신세희를 끌어안더니 빠르게 차로 걸어갔다. 그는 신세희를 안으로 내려놓고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어 자리를 떠났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였다.임서아는 그 뒤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소경 오빠…”하지만, 부소경의 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임서아는 건물 밖에 있는 화단에 주먹질을 해댔다. 그녀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어버렸고 밀려오는 아픔에 임서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힘이 다 빠진 그녀는 그제야 집으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임지강과 허영은 거실에서 임서아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고 마음속으로는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임서아의 이상한 상태를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착한 우리 딸, 왜 그래? 부소경이 널…” 허영은 임서아에게 조금은 부끄러울 수도 있는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임지강에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오히려 임지강이 조급해하며 임서아에게 물었다. “빨리 아빠한테 말해봐. 어제 부소경이랑 같이 밤을 보낸 거야? 얼른 서둘러야 해. 그리고 웬만하면 빠른 시일 내에 부소경의 애까지 가져버려. 그러면 부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떼놓은 당상이 될 테니까.”허영이 임지강을 때리며 말했다. “당신, 우리 딸 부끄러운 건 생각 안 해? 못 하는 말이 없어!”그때 임서아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난 신세희가 죽었으면 좋겠어! 나 꼭 걔 죽일 거야! 흑흑흑…”그들은 그제야 임서아의 눈이 빨갛게 부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우리 딸 왜 그래? 신세희 그년이 또 너 괴롭히기라도 했어? 빨리 엄마한테 말해봐.” 허영은 마음이 아팠는지 임서아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나 꼭 신세희 죽일 거야! 꼭 죽게 만들 거야! 부소경, 신세희 배 속에 남의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먼 곳에 숨어있던 세 식구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한편, 부소경은 의사를 따라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 안쪽, 정신은 잃은 신세희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그녀는 눈썹은 찌푸리고 있었고, 기다랗고 예쁜 속눈썹에는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속눈썹은 무척이나 예뻤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속눈썹은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었다.주먹만 한 그녀의 얼굴이 열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다가갔다. 신세희는 아직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가야, 계속 엄마 옆에 있어 주면 안 될까… 떠나지 말아줘… 엄마한테는 더 이상 남은 가족이 없어. 엄마… 너무 외로워… 엄마는 동반자가 필요해… 그래야 살아갈수 있어…”그녀의 말투는 처량하고 불쌍했다. 주위에 있던 의사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부소경은 차가운 얼굴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다량의 해열제 먹이는 거 말고 방법이 그거밖에 없어?”“네.”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직접 하지!” 부소경의 말에 의사들은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직접의 사람의 체온을 내려주는 것, 옛날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의사들이 부소경과 함께 추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그들은 신세희를 온도가 낮은 방으로 옮긴 뒤, 모든 남자 의사를 밖으로 내보냈다. 방에 남은 남자라고는 부소경밖에 없었다. 여자 의사들만 방안에 남아있었다.의사들은 나가라는 뜻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부소경은 오히려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저 사람, 내 여자야!”“…”의사들이 입을 열기도 전, 부소경은 이미 신세희의 옷을 벗겨버렸다. 누군가는 젖은 수건을, 또 누군가는 알코올 솜을 손에 들며 신세희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내기 시작했다.한 시간 뒤, 신세희의 열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의사는 그제야 그녀에게 약을 처방해주었다. 태아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약 성분의 약을 말이다. 또 한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신세희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자리를 옮겼다.점심쯤, 신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