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날 만났던 서준명.그들은 모두 신분이 높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그들을 기쁘게 해줄 가십거리.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열이 내리고 정신을 차렸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남은 길은 없다는 거.부소경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모든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감옥이 있을 때 임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보고 곧 죽을 남자랑 하룻밤만 보내라고 강박했다고. 그러다 임신을 해버렸고 그 남자는 죽어버렸다고.하지만, 부소경의 품에 안겨있는 임서아의 모습에 신세희 입은 그대로 막혀버렸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을 더 빨리 끝낼 뿐이었으니까.위쪽에서 아무런 온도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 차렸으면 이제 눈 떠. 물어볼 거 있으니까!”신세희는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녀는 심장을 얼려버릴 듯 차가운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고 그녀에 대한 혐오감도 섞여 있었다.요즘, 그녀를 대하는 부소경의 태도가 조금 좋아지긴 했다.먼저 그녀에게 천만 원도 빌려주고, 납치범의 손에서 직접 그녀를 구출하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약도 발라주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신세희는 금방 출소 했을 때의 부소경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의 태도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사실, 그의 태도는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똑같이 차갑고 무정한 눈빛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부소경씨, 우리 다시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태도가 부소경을 당황하게 했다.신세희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맞아요! 처음부터 작정하고 당신 어머니한테 접근한 거예요!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남은 삶 부귀영화 한번 누려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날 성에 안 차 할 것 같아서 먼저 임신부터 했어요! 때가 되면 공개해버리는 거죠. 그럼 내
”죽었어요.” 신세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녀의 대답에 부소경은 잠시 멍해졌다. 그녀가 이런 대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이내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먼저 씨부터 받고 그 후에 사람을 죽인 건가? 너 진짜 내 상상을 초월하는구나.”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그 어떤 말을 해도 비겁해 보이기만 할 것이다. 이럴 땐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더 낫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날 계속 옆에 두기로 한 거예요? 당신의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서?”“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지?” 부소경이 그녀에게 되물었다.“내 연극이 다 들통났잖아요. 난 당신이…”부소경의 냉소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이미 계약은 했어. 그러니까 넌 그냥 고분고분 우리 엄마나 제대로 모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네 연극? 한 번 두고 봐야 하지 않겠어? 네 연극이 나보다 더 대단한지 말이야!”“…”남자는 자리를 떠나려 발길을 돌렸고 신세희는 그런 그를 불러 세웠다. “당신… 잠깐만요.”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40만 원만 줘요.” 그녀가 말했다.“당신 애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말을 끝낸 후 남자는 자리를 떠나버렸다.신세희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혼자 침대에 앉아있었다.아무것도 없이 사는 삶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심지어 그날 파티에서 만난 서준명이 돈을 빌려주겠다며 전화하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오후, 신세희의 체온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의사는 또다시 그녀에게 한약 성분의 약을 주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퇴원하고 싶었다.비록 부소경이 대신 병원비를 내긴 했지만, 그녀는 일에 지장을 줄 수 없었다. 일자리마저 잃어버린다면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다.짐을 정리하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의 전화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소경이랑 나, 너무 힘든 길을 걸어왔어. 소경이 지키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소경이는 절대 모를 거야. 소경이도 똑같아. 나 지키겠다고 얼마나 고생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는지는 나도 상상할 수가 없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이지. 내가 부씨 저택에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 알기라도 하면 아마 물불 안 가리고 앞으로 달려들 거야. 난 걔가 나 때문에 모험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하숙민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아들에 대한 심려가 가득했다.신세희는 그녀가 얼마나 고독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하숙민은 평생동안 웨딩드레스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한평생 부씨 집안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부소경이 모든 것을 손에 쥔 지금 이 상황에도 하숙민은 겹겹이 쌓인 고민 때문에 자신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하숙민의 운명은 신세희랑 너무나도 닮아있었다.둘 다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부터 해버렸다.하숙민은 고독 속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인생을 마감할 것 같다.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하숙민을 조금 더 불쌍해졌다.“어머니, 내일 뵈러 갈게요. 어머님이 제일 좋아하는 전복죽도 만들어서요. 아침에 저 꼭 기다리셔야 해요.” 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신세희는 가방에 넣어 놓은 서명준의 명함을 꺼내 위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쳤다.연결음이 한참 동안 울리고 난 후에야 전화가 받아졌다.예의 바른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누구세요?”“아… 저… 거기 서준명씨 핸드폰 아닌가요?” 신세희가 물었다.“네, 맞습니다. 서대표님 지금 회의 중이세요. 저는 서대표님 비서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비서가 그녀에게 물었다.“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신세희는 서준명이 자신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에게 명함을 주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물은 것… 도련님의 연극이었을 뿐이었다.게다가 초면에 돈을 빌려달라니…이런 첫인상을 남겼는데, 도망 안 가는 게 이상한 거지.전화를 끊은 후, 신세
임서아는 동그란 의자에 앉아 부소경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부소경은 팔 한쪽을 소파에 올려다 놓은 상태로 긴 다리를 꼬고 있었다. 불이 반짝이는 담배를 손에 낀 그의 모습은 차갑고 매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놓인 탁자에는 예쁘고 정교한 디저트가 놓여있었다.마카롱, 초코칩, 수플레… 전부 한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디저트였다.하지만 모두 한 입당 만 원이 넘은 가격의 음식이었다.특히 저 황도 푸딩, 황도 푸딩은 임서아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였다.신세희는 이런 정교하고 이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뭐가 뭔지 전부 알고 있었다.예전에 임씨 저택에서 살았을 때 임서아가 먹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임서아는 어릴 때부터 우아한 삶을 살았다. 갖고 싶은 거라면 뭐든 임지강과 허영이 그녀를 만족시켜주었다. 그리고 지금,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 부소경이 그녀의 옆에 있었다. 부소경은 그녀에게 아낌없이 퍼주었다.신세희는 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녀는 배가 고팠다.침을 삼키는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아니면 그녀가 임서아를 너무 오래 쳐다봐서인지, 임서아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현관에 어색하게 서 있는 신세희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임서아의 눈빛에는 허세와 도발이 가득했다.오늘, 임서아네 세 식구는 놀라 쓰러질 뻔했다.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서 부소경을 훔쳐보았다. 부소경이 신세희의 체온을 내려주려 직접 응급실로 들어간 사실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다.세 식구는 차 안에서 내내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막 계획을 모략하고 있던 그때 전화를 치며 병실에서 걸어 나오는 부소경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치료비는 내줄 수 있어. 대신 다른 비용은 혼자 해결하라고 해!”그 말이 임서아 가족의 마음을 안심시켰다.그러니까, 부소경이 신세희를 살린 이유가 다 자기 엄마 때문이라는 거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고.그날 오후,
신세희는 임서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부소경을 쳐다볼 뿐이었다. “방에 짐만 놓고 바로 나올게요. 세, 네시간 뒤에 돌아올 테니까… 하던 거… 계속하세요.”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말에서 거리감과 냉정함, 결연함과 처량함을 느꼈다.그 느낌이 부소경의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그녀가 이미 자신의 의도를 밝혔음에도, 그녀가 자신을 어머니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배 속에 있는 아이로 자신을 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부소경은 여전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안 그래도 별로였던 남자의 얼굴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있는 것만 같았다.신세희는 짐을 방에 두고는 얼마 남지 않는 자신의 돈을 세어보았다. 그녀는 그중에서 천원을 꺼내더니 밖으로 걸어 나왔다.이번에 그녀는 부소경과 임서아를 쳐다보지 않았다.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혀 버렸다.임서아가 투덜대며 그에게 말했다. “세희 쟤 또 남자랑 뒹굴러 갔나 봐요. 쟤 자주 저러거든요...”“꺼져!”놀랐는지 임서아가 펄쩍 뛰었다. “소경 오빠, 방금 뭐라 그랬어요?”불과 반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직접 차를 몰아 그녀에게 디저트를 사줬는데.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사주고 그랬는데.지금은 나보고 꺼지라고?“집으로 꺼져!”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임서아는 부소경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씨 집안 전체를 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에 그에게 말했다. “소경 오빠, 그… 닭곰탕 잊지 말고 꼭 먹어요. 바로 갈게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에야 임서아는 감히 숨을 들이켤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악랄하고 변덕스러울수록 부소경에 대한 임서아의 미련은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천천히 어둠에 적응했다. 그녀는 부소경이 혼자 소파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발견했다. 그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지 않았고 그저 손을 무릎에 기댄 채 눈썹을 찡그리며 깊은 눈동자로 신세희를 쳐다보고 있었다.“당신…”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왜 아직도 안 자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임서아의 행방에 대해서도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물어보지 않았다.부소경의 표정이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리 와!” 부소경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신세희가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그 순간, 신세희는 자신이 부소경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첩처럼 느껴졌다. 또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았다.그녀는 부소경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를 악물며 부소경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말투는 담담하고 평온했다.부소경은 마음속으로 냉소하며 그녀를 경멸했다.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그는 임서아를 내쫓아버렸다.비록 임서아와 하룻밤을 보냈었지만, 그는 임서아의 몸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임서아가 몇 번이고 그에게 어필했을 때도 오히려 그의 반감만 살 뿐이었다.그날 밤, 임서아가 자신의 몸으로 그를 살려 복수를 도와주지만 않았어도… 아마 벌써 임서아의 갈비뼈를 부숴버렸을 것이다.하지만 부소경은 그럴 수 없었다.그는 임서아랑 결혼할 수 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 다 쓰지 못할 돈을 주며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 수 있다. 그는 그녀를 아껴줄 수도 있다.하지만 부소경은 임서아에게 티끌만 한 마음도 없었다.특히 임서아가 그에게 애교를 부릴 때, 신세희의 면전에서 신세희의 각종 과거를 나불거릴 때. 임서아를 발로 차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하지만 그는 참아냈다.그는 단지 임서아를 집에서 쫓아내기만 할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임서아가 집을 나서자마자 부소경은 신세희를 찾으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그는 신세희가 바닥에 앉아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있다
신세희에게는 주위의 환경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부소경이 그녀를 장난감 취급하고 있었으니까.그녀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돈도, 기댈 곳도. 그녀는 이미 지쳐버린 상태였다.그녀는 더 이상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또 한 번 침범을 당한다면 그녀는 바로 죽어버릴 것이다.배 속의 애랑 같이 엄마 만나러 가는 일도 마냥 나쁜 일은 아니지.고분고분한 신세희의 모습에 남자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신세희를 내려다보는 부소경의 눈빛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나 부소경이 침대에 눕히고 싶은 여자 중에 반항하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어! 넌 자격이 없어!”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 “잘 들어! 나랑 계약한 시간 동안은 아내의 본분을 잘 지키는 게 좋을 거야. 다른 남자 건드릴 생각하지 마! 마지막 경고야!”말을 끝낸 후,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내가 다른 남자를 건드려?그녀는 임산부다. 돈 한 푼 없는 데다가 매일 밥도 배불리 못 먹는데. 이런 내가 누굴 건드려?그녀는 지금 그와의 계약을 잘 이행할 생각뿐이었다. 두 달 뒤, 돈만 받으면 그녀는 자기와 자신의 아이를 책임질 수 있게 된다.“난 그냥 살고 싶어. 그냥 내 애랑 같이 살고 싶어. 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거야.” 신세희는 거실에서 혼자 중얼거렸다.다음날.신세희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평소와 똑같이 길에서 음식을 산 후 버스를 타고 하씨 아주머니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하씨 아주머니와 잠시 시간을 보낸 후 회사로 출근했다.어제 무단결근을 해버린 바람에 디자인 디렉터에게 보고해야 했다.“디렉터님, 죄송해요. 어제 한 결근 때문에…”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근한 지 한달도 안됐는데 이미 결근을 두 번이나 해버렸다.“됐어요. 어제 출근한 거로 해줄게요. 어제 공사장에서 일했잖아요.” 디자인 디렉터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조의찬이 미리 디렉터에게 언질을 줬다는 사실을.그녀는 바로 디렉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
조의찬의 차 안에는 다른 남자도 타고 있었다.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고마워요, 그렇지만 버스 타고 가면 돼요.""내가 뭐 잡아먹나? 이쪽은 내 절친, 서시언이요. 타요!"조의찬은 제안이 아니라 명령하고 있었다."오늘 온종일 엄청 정신 없었죠? 신입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한다더라고요.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예요. 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신세희는 입술을 깨물며 차에 탔다.서시언이라 불리는 남자는 매너 있고 부드러웠다. 그는 신세희를 존중해 주었다."사모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신세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앞자리에 앉은 이들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한 번도 이런 사람들과 가까이 한 적 없었던 그녀는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도 몰랐고 비위를 맞춰줄 줄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사촌 형네 집에 가는 거예요?"조의찬이 물었다.신세희가 입을 열려는 찰나 벨 소리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여보세요?"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 고객님이신가요? 코닥 렌트입니다..."남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는 급히 그의 말을 끊고 횡설수설했다."저... 동 사장님, 죄송해요. 카메라를 좀 더 사용하고 싶은데, 사용기간은..."반쯤 말한 신세희는 수화기를 틀어막은 채 조의찬에게 질문했다."죄송한데요, 우리 회사 급여일이 언제죠?""매달 15일이요. 다음 달 급여일까지 17일 남았네요."계산을 마친 조의찬이 알려주었다."어, 동 사장님, 제가 카메라를 17일 동안 더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임대료는 일별로 계속 계산해주시고요, 임대료를 더 올리셔도 돼요. 아무튼 17일 뒤에 카메라를 돌려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동 사장님."신세희는 행여나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라도 했는지 동 사장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앞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왜요, 빌린 카메라를 잃어버리기라도 했어요?"조의찬이 물었다."네."옆에 있던 서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