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아는 동그란 의자에 앉아 부소경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부소경은 팔 한쪽을 소파에 올려다 놓은 상태로 긴 다리를 꼬고 있었다. 불이 반짝이는 담배를 손에 낀 그의 모습은 차갑고 매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놓인 탁자에는 예쁘고 정교한 디저트가 놓여있었다.마카롱, 초코칩, 수플레… 전부 한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디저트였다.하지만 모두 한 입당 만 원이 넘은 가격의 음식이었다.특히 저 황도 푸딩, 황도 푸딩은 임서아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였다.신세희는 이런 정교하고 이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뭐가 뭔지 전부 알고 있었다.예전에 임씨 저택에서 살았을 때 임서아가 먹는 모습을 자주 봤었다.임서아는 어릴 때부터 우아한 삶을 살았다. 갖고 싶은 거라면 뭐든 임지강과 허영이 그녀를 만족시켜주었다. 그리고 지금,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 부소경이 그녀의 옆에 있었다. 부소경은 그녀에게 아낌없이 퍼주었다.신세희는 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녀는 배가 고팠다.침을 삼키는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아니면 그녀가 임서아를 너무 오래 쳐다봐서인지, 임서아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현관에 어색하게 서 있는 신세희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임서아의 눈빛에는 허세와 도발이 가득했다.오늘, 임서아네 세 식구는 놀라 쓰러질 뻔했다.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서 부소경을 훔쳐보았다. 부소경이 신세희의 체온을 내려주려 직접 응급실로 들어간 사실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다.세 식구는 차 안에서 내내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막 계획을 모략하고 있던 그때 전화를 치며 병실에서 걸어 나오는 부소경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치료비는 내줄 수 있어. 대신 다른 비용은 혼자 해결하라고 해!”그 말이 임서아 가족의 마음을 안심시켰다.그러니까, 부소경이 신세희를 살린 이유가 다 자기 엄마 때문이라는 거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고.그날 오후,
신세희는 임서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부소경을 쳐다볼 뿐이었다. “방에 짐만 놓고 바로 나올게요. 세, 네시간 뒤에 돌아올 테니까… 하던 거… 계속하세요.”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말에서 거리감과 냉정함, 결연함과 처량함을 느꼈다.그 느낌이 부소경의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그녀가 이미 자신의 의도를 밝혔음에도, 그녀가 자신을 어머니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배 속에 있는 아이로 자신을 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부소경은 여전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안 그래도 별로였던 남자의 얼굴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있는 것만 같았다.신세희는 짐을 방에 두고는 얼마 남지 않는 자신의 돈을 세어보았다. 그녀는 그중에서 천원을 꺼내더니 밖으로 걸어 나왔다.이번에 그녀는 부소경과 임서아를 쳐다보지 않았다.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혀 버렸다.임서아가 투덜대며 그에게 말했다. “세희 쟤 또 남자랑 뒹굴러 갔나 봐요. 쟤 자주 저러거든요...”“꺼져!”놀랐는지 임서아가 펄쩍 뛰었다. “소경 오빠, 방금 뭐라 그랬어요?”불과 반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직접 차를 몰아 그녀에게 디저트를 사줬는데.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사주고 그랬는데.지금은 나보고 꺼지라고?“집으로 꺼져!”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임서아는 부소경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씨 집안 전체를 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에 그에게 말했다. “소경 오빠, 그… 닭곰탕 잊지 말고 꼭 먹어요. 바로 갈게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에야 임서아는 감히 숨을 들이켤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악랄하고 변덕스러울수록 부소경에 대한 임서아의 미련은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천천히 어둠에 적응했다. 그녀는 부소경이 혼자 소파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발견했다. 그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지 않았고 그저 손을 무릎에 기댄 채 눈썹을 찡그리며 깊은 눈동자로 신세희를 쳐다보고 있었다.“당신…”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왜 아직도 안 자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임서아의 행방에 대해서도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물어보지 않았다.부소경의 표정이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리 와!” 부소경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신세희가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그 순간, 신세희는 자신이 부소경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첩처럼 느껴졌다. 또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았다.그녀는 부소경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를 악물며 부소경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말투는 담담하고 평온했다.부소경은 마음속으로 냉소하며 그녀를 경멸했다.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그는 임서아를 내쫓아버렸다.비록 임서아와 하룻밤을 보냈었지만, 그는 임서아의 몸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임서아가 몇 번이고 그에게 어필했을 때도 오히려 그의 반감만 살 뿐이었다.그날 밤, 임서아가 자신의 몸으로 그를 살려 복수를 도와주지만 않았어도… 아마 벌써 임서아의 갈비뼈를 부숴버렸을 것이다.하지만 부소경은 그럴 수 없었다.그는 임서아랑 결혼할 수 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 다 쓰지 못할 돈을 주며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 수 있다. 그는 그녀를 아껴줄 수도 있다.하지만 부소경은 임서아에게 티끌만 한 마음도 없었다.특히 임서아가 그에게 애교를 부릴 때, 신세희의 면전에서 신세희의 각종 과거를 나불거릴 때. 임서아를 발로 차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하지만 그는 참아냈다.그는 단지 임서아를 집에서 쫓아내기만 할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임서아가 집을 나서자마자 부소경은 신세희를 찾으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그는 신세희가 바닥에 앉아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있다
신세희에게는 주위의 환경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부소경이 그녀를 장난감 취급하고 있었으니까.그녀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돈도, 기댈 곳도. 그녀는 이미 지쳐버린 상태였다.그녀는 더 이상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또 한 번 침범을 당한다면 그녀는 바로 죽어버릴 것이다.배 속의 애랑 같이 엄마 만나러 가는 일도 마냥 나쁜 일은 아니지.고분고분한 신세희의 모습에 남자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신세희를 내려다보는 부소경의 눈빛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나 부소경이 침대에 눕히고 싶은 여자 중에 반항하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어! 넌 자격이 없어!”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 “잘 들어! 나랑 계약한 시간 동안은 아내의 본분을 잘 지키는 게 좋을 거야. 다른 남자 건드릴 생각하지 마! 마지막 경고야!”말을 끝낸 후,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내가 다른 남자를 건드려?그녀는 임산부다. 돈 한 푼 없는 데다가 매일 밥도 배불리 못 먹는데. 이런 내가 누굴 건드려?그녀는 지금 그와의 계약을 잘 이행할 생각뿐이었다. 두 달 뒤, 돈만 받으면 그녀는 자기와 자신의 아이를 책임질 수 있게 된다.“난 그냥 살고 싶어. 그냥 내 애랑 같이 살고 싶어. 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거야.” 신세희는 거실에서 혼자 중얼거렸다.다음날.신세희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평소와 똑같이 길에서 음식을 산 후 버스를 타고 하씨 아주머니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하씨 아주머니와 잠시 시간을 보낸 후 회사로 출근했다.어제 무단결근을 해버린 바람에 디자인 디렉터에게 보고해야 했다.“디렉터님, 죄송해요. 어제 한 결근 때문에…”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근한 지 한달도 안됐는데 이미 결근을 두 번이나 해버렸다.“됐어요. 어제 출근한 거로 해줄게요. 어제 공사장에서 일했잖아요.” 디자인 디렉터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조의찬이 미리 디렉터에게 언질을 줬다는 사실을.그녀는 바로 디렉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
조의찬의 차 안에는 다른 남자도 타고 있었다.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고마워요, 그렇지만 버스 타고 가면 돼요.""내가 뭐 잡아먹나? 이쪽은 내 절친, 서시언이요. 타요!"조의찬은 제안이 아니라 명령하고 있었다."오늘 온종일 엄청 정신 없었죠? 신입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한다더라고요.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예요. 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신세희는 입술을 깨물며 차에 탔다.서시언이라 불리는 남자는 매너 있고 부드러웠다. 그는 신세희를 존중해 주었다."사모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신세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앞자리에 앉은 이들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한 번도 이런 사람들과 가까이 한 적 없었던 그녀는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도 몰랐고 비위를 맞춰줄 줄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사촌 형네 집에 가는 거예요?"조의찬이 물었다.신세희가 입을 열려는 찰나 벨 소리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여보세요?"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 고객님이신가요? 코닥 렌트입니다..."남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세희는 급히 그의 말을 끊고 횡설수설했다."저... 동 사장님, 죄송해요. 카메라를 좀 더 사용하고 싶은데, 사용기간은..."반쯤 말한 신세희는 수화기를 틀어막은 채 조의찬에게 질문했다."죄송한데요, 우리 회사 급여일이 언제죠?""매달 15일이요. 다음 달 급여일까지 17일 남았네요."계산을 마친 조의찬이 알려주었다."어, 동 사장님, 제가 카메라를 17일 동안 더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임대료는 일별로 계속 계산해주시고요, 임대료를 더 올리셔도 돼요. 아무튼 17일 뒤에 카메라를 돌려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동 사장님."신세희는 행여나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라도 했는지 동 사장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앞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왜요, 빌린 카메라를 잃어버리기라도 했어요?"조의찬이 물었다."네."옆에 있던 서시언
신세희는 돈이 아주 궁한 상태였다.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조의찬이 껄렁거리며 말했다."이거 60만 원도 안 돼요. 왜요? 내가 60만 원에 신세희 씨의 하룻밤을 사기라도 할까 봐요? 제발 걱정하지 마요. 당신 내 스타일 아니거든요? 난 그냥 우리 촌녀가 하도 궁상맞아서 자선사업 하는 거라고요. 정 마음에 걸리면 월급 받아서 제때 할부로 갚든가요."신세희는 돈뭉치를 움켜쥐며 붉게 물든 얼굴로 인사했다."감사합니다.""그리고 하나 더! 나도 굉장히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거든요. 앞으로 내가 데려다주겠다고 했을 때 우물쭈물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백미러로 얼굴이 빨개진 신세희를 바라보던 조의찬이 삐딱하게 말했다.신세희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린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사실 그녀는 벅찬 마음을 진정시키는 중이었다.출소한 이후 그녀는 온갖 시련을 다 겪고 있었다. 임씨 집안에서는 그녀를 음해했고, 부소경은 그녀를 핍박했으며, 명함을 건네며 도와주겠다고 했던 서준명도 결국엔 그저 얼버무리고 말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조의찬은 달랐다. 그는 매우 껄렁하고 말을 함부로 했다. 심지어 매번 그녀와 대화하며 별명을 붙였다. 자기를 촌녀라 부를 땐 가끔 치욕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직장을 지켜준 것도 조의찬이었다.부 씨 저택의 산 중턱에서 시가지까지 차로 실어다 준 것도 조의찬이다. 지금은 또 몇십 만 원을 내놓으며 카메라를 배상하라고까지 했다.문득 말을 못되게 하는 조의찬이 실은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뒤늦게 조의찬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조의찬은 부소경의 저택으로 가는 중이었지만 그녀는 사실 하숙민이 머무는 병원으로 가려던 계획이었다."저기... 의찬 씨."갑자기 목소리를 높인 신세희가 조의찬을 향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사실은... 병원에 가야 해요.""외숙모를
부소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의찬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뒤에 서 있던 엄선우가 말했다."도련님, 저건... 의찬 도련님의 차 같습니다. 사모님을 뵈러 온 걸까요?"엄선우는 방금 주차하느라 조의찬의 차에서 내린 신세희가 그를 향해 웃어 보인 것도 몰랐다.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의찬은 내 어머니를 외숙모로 여기지 않아. 그렇게 부르는 건 내가 두려워서겠지."말을 마친 그는 혼자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최근 하숙민의 상태는 1개월 시한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주 좋았다. 그는 이 모든 게 매일 하숙민을 보살펴주는 신세희 덕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기쁘니, 안색도 좋아지는 것이다.신세희가 제법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기 앞에서는 차갑고 도도한 척, 마치 평생 그에게 볼일이 없을 것처럼 굴더니 어머니 앞에선 그렇게 이해심이 넓고 친절할 수가 없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어머니를 감동하게 했고 그녀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게 했다.조의찬 앞에서는 또 어떤가. 순종하는 척 고분고분한 얼굴로 비위를 맞춰주고 있지 않았던가.조의찬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세희와 그런 그녀를 차 안에서 한쪽 팔을 괸 채 거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조의찬을 떠올리자 부소경은 짜증이 확 치밀었다. 눈빛도 덩달아 싸늘해졌다.그렇게 서늘한 기운을 풀풀 풍기며 어머니 병실로 간 부소경은 그녀가 신세희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세희야, 두 달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한 달밖에 남지 않았구나. 네가 보살펴준 한 달 동안 나는 너무 기뻤단다. 그러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더구나. 자꾸 손주를 안아보고 싶은 욕심이 나."하숙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신세희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신세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확실히 그녀의 배 속에는 아이가 있었지만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그녀조차도 몰랐다."세희야, 말해보렴. 최근 생리는 언제쯤 왔니? 혹시 요즘 막 속이 메슥거리거나 하진 않고? 너희가 결혼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
"알아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신세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부소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 딱히 부소경에게 빚진 것도 없었으니까. 비록 그가 천만 원을 빌려주긴 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받는 돈으로 갚으면 그만이었다.비록 납치된 자기를 구해준 적도 있었지만 그건 모두 그의 어머니를 위한 일이었다. 그러니 빚진 게 없는 이상 그에게 고분고분 순종할 필요도 없었다. 신세희는 그저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하숙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뜻하게 배웅해주고 싶었다.밖에서는 비록 서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병실에서는 사랑하는 척해야 했다.병실 문 앞에서 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았다. 신세희도 그에게 한껏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하숙민의 방에 들어서자 그녀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소경아, 너희들도 얼른 아이를 가져야지 않겠니?"하숙민이 부소경에게 말했다.부소경이 입을 열기 전에 신세희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하숙민에게 말을 건넸다."어머니, 말씀 안 하셔도 저희도 다 알고 있어요. 저도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요. 지금 매일 아침 체온도 측정하고 배란기도 계산하고 있어요. 어쨌든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그렇지만 어머니도 알고 계시다시피 이건 하늘이 점지해줘야 가능한 일이잖아요."예쁜 말만 골라 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모습에 하숙민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좋아했다."소경 씨, 우리 아기가 어머니를 닮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하도 미인이셔서 너무 기대돼요."신세희는 부소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천진하게 말했다. 순간 부소경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그러자 하숙민이 웃으며 말했다."세희야, 저 바보 같은 녀석은 원래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었단다. 모든 걸 마음에만 담아두고 내색 한번 하지 않았지. 네가 그렇게 물어도 아무 소용 없어."그제야 부소경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세희야, 소경아, 오늘 기분이 너무 좋구나. 비록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