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신세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부소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 딱히 부소경에게 빚진 것도 없었으니까. 비록 그가 천만 원을 빌려주긴 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받는 돈으로 갚으면 그만이었다.비록 납치된 자기를 구해준 적도 있었지만 그건 모두 그의 어머니를 위한 일이었다. 그러니 빚진 게 없는 이상 그에게 고분고분 순종할 필요도 없었다. 신세희는 그저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하숙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뜻하게 배웅해주고 싶었다.밖에서는 비록 서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병실에서는 사랑하는 척해야 했다.병실 문 앞에서 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았다. 신세희도 그에게 한껏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하숙민의 방에 들어서자 그녀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소경아, 너희들도 얼른 아이를 가져야지 않겠니?"하숙민이 부소경에게 말했다.부소경이 입을 열기 전에 신세희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하숙민에게 말을 건넸다."어머니, 말씀 안 하셔도 저희도 다 알고 있어요. 저도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요. 지금 매일 아침 체온도 측정하고 배란기도 계산하고 있어요. 어쨌든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그렇지만 어머니도 알고 계시다시피 이건 하늘이 점지해줘야 가능한 일이잖아요."예쁜 말만 골라 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모습에 하숙민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좋아했다."소경 씨, 우리 아기가 어머니를 닮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하도 미인이셔서 너무 기대돼요."신세희는 부소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천진하게 말했다. 순간 부소경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그러자 하숙민이 웃으며 말했다."세희야, 저 바보 같은 녀석은 원래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었단다. 모든 걸 마음에만 담아두고 내색 한번 하지 않았지. 네가 그렇게 물어도 아무 소용 없어."그제야 부소경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세희야, 소경아, 오늘 기분이 너무 좋구나. 비록
임서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기 시작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수줍음과 두려움이 섞인 순종적인 표정을 지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오빠, 전 이미 오빠에게 몸을 내줬어요. 제 인생에서 유일한 남자는 오빠밖에 없어요. 제가 싫다고 해도 괜찮아요. 다른 뜻도 없고요. 전 그저 오빠를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요."부소경은 가까스로 구역질을 참았다.임서아는 현재 그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애원하고 있는 이가 본인을 희생해 자신을 구해준 임서하만 아니었더라면 발로 걷어차 버렸을 것이다."소경 오빠..."임서아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부소경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결혼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내가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겠어! 넌 앞으로 F그룹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되는 거야.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지금은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느라 네 감정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한 번만 더 성가시게 굴면 정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창백하게 질린 임서아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 알겠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꺼져!"부소경은 임서아를 확 뿌리치며 말했다.도망치듯 나온 임서아는 집으로 가는 내내 엉엉 울었다.저택에서는 임지강과 허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서아가 들어오자 허영이 잔뜩 기대하며 물었다."서아야, 어떻게 됐어? 이번에는 성공..."형편없는 임서아의 몰골을 본 허영은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임지강도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또... 또 쫓아낸 게야?""엄마, 아빠! 흑흑... 나 어떡해? 이러다가 우리 집안 다 망하는 거 아니야? 소경 오빠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모든 신경을 신세희한테 쏟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신세희는 오빠 아이도 가졌잖아, 만약 오빠가 이걸 알게 되면 우리 가족은 오빠 손에 죽을지도 몰라. 엄마, 아빠... 나 너무 무서워."임서아는 허영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임씨 집안으로써도 속수무책이었다.신세희는 그들
한편 신세희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런 소용돌이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히 임씨 집안에서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조의찬이 그녀에게 친절한 것도 가진 자의 베풂이라는 걸, 부소경이 자기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이곳에 머물게 하는 것도 어머니를 위해서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 바닥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가여운 여자일 뿐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부소경과 함께 살면서 그녀는 자신의 침실에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마찬가지였다.밤 11시, 부소경과 임서아가 거실에 없을 거라 생각한 신세희는 몸을 씻을 뜨거운 물을 받으러 방에서 나왔다. 그러나 부소경이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부소경 앞으로 다가간 신세희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소경 씨, 굳이 나 때문에 임서아를 이곳에 머물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난 될수록 나오지 않을 거고 당신들을 방해하지 않을 게요."부소경은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신세희는 이미 대야를 들고 돌아서고 있었다.이날 밤, 신세희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임씨 집안의 인성으로 봐서는 임서아가 이곳에 머물지 못하는 걸 모두 그녀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컸다.다음 날, 잠을 설친 신세희는 좋지 않은 몸 상태로 회사에 출근했다. 어제와 같이 부서 내 다른 이들의 심부름을 하느라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점심쯤, 디자인 디렉터가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그때 제출했던 설계도 말인데요, 정말 신세희 씨가 직접 그린 거예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디렉터는 한쪽에 쌓인 자료들을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이건 위에서 내려온 새로운 시안이에요. 살펴보고 초안을 제출하세요. 이건 내가 처음으로 신세희 씨한테 단독으로 맡기는 업무예요. 그렇지만 신세희 씨는 신입이고 학력도 낮으니까... 만약 이렇게 빨리 단독 업무를 맡게 된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불만이 많을 겁니다. 그러니..."이 말만으로도
신세희는 민정연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서준명은 알고 있었다."비켜주시겠어요?"신세희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러나 여전히 서준명과 민정연이 길을 막고 있어 그녀는 옆으로 돌아갔다. 카운터에 도착한 그녀가 말했다."실례합니다, 동 사장님께서 제게 두세 차례 전화를 거셨거든요. 오늘,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습니다."직원은 바로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신세희입니다. 나흘 전에 30만 원짜리 디지털카메라를 빌렸어요. 오늘은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고요."신세희가 다시 한번 말했다."신세희 고객님!"카운터 직원의 낯빛이 밝아졌다."잠시만요, 안 그래도 사장님이 고객님을 찾고 계셨거든요."신세희는 입을 다물었다. 약속 기한보다 사흘이나 늦었으니 사장이 위약금을 물라고 할지도 몰랐다.그러나 괜찮았다. 수중에 60만 원이나 있으니 아마 돈은 넉넉할 터였다.그 돈을 떠올린 신세희는 다시 한번 속으로 조의찬에게 감사했다. 조의찬은 그저 한 뭉치를 대충 건네준 것이었는데 세어보니 60만 원이 조금 넘었다.그녀는 조용히 홀에 앉아 동 사장이 나오길 기다렸다. 앞쪽에서는 서준명과 민정연이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신세희는 서준명을 모른 척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다. 부 씨 저택에서 처음 만나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한시가 급했던 그녀가 그를 붙잡고 돈을 빌린 게 전부였다. 이러니 상대방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오히려 서로 모른 척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그러나 서준명은 생각이 달랐는지, 먼저 신세희 곁에 다가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신세희 씨, 혹시 절 못 알아보시겠어요?"신세희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서준명 씨, 그날은 죄송했습니다. 부 씨 저택 연회에서 제가 너무 무례했어요. 사과드립니다."서준명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카운터 안쪽에서 30대 남자가 나왔다. 신세희를 발견한 그가 다가오며 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아이고, 신세희 고객님, 드디어 오셨네요!"재빨리 몸을 돌린 신세희가
카메라를 잃어버린 게 아니니 조의찬의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그럼 저는... 배상할 필요 없는 거죠?"신세희가 반색하며 물었다."임대 비용도 내실 필요 없습니다."동 사장이 말했다."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전... 가봐도 될까요?"신세희는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했다."그럼요, 고객님."신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렌트 회사를 나섰다."신세희 씨, 잠시만요."뒤에서 따라오던 서준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서준명은 오늘에야 비로소 부씨 가문의 연회에서 신세희가 왜 그에게 40만 원을 빌리려고 했는지 알게 된 셈이었다.카메라를 잃어버렸으니 배상하려던 것이었다. 40만 원은 서준명에게 한 끼 식사 비용 정도밖에 안 되었다."무슨 일이시죠, 서준명 씨?"신세희가 물었다."혹시 돈 더 필요하세요?"서준명은 뭐라고 말을 꺼낼지 몰랐다."다 보고 계시지 않았나요? 난... 더는 필요하지 않아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날 신세희 씨가 돈을 빌리는 사기꾼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저께 전화하셨을 때 제가...""괜찮습니다, 준명 씨. 저희는 원래 몰랐던 사이이기도 하고, 제가 무례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서준명 씨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다짜고짜 돈 빌려달라고 하면 깜짝 놀랄 거예요. 괜찮아요. 사실 전화를 걸고도 후회했어요. 서준명 씨를 곤란하게 한 것 같았거든요. 연회에서 만나 그저 예의를 갖췄을 뿐인데 제가 너무 눈치가 없었어요. 앞으로... 만나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준명 씨."말을 마친 신세희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닮았어, 정말 닮았군."서준명이 혼자 중얼거렸다."오빠, 뭐가?"곁에 다가온 민정연이 물었다."아니야, 아무것도. 넌 먼저 돌아가."서준명은 민정연을 내버려 둔 채 차를 몰고 신세희가 탄 버스를 쫓아갔다.신세희는 사립 병원 문 앞에서 내렸다. 사실 바로 회사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60만 원이라는 빚이 사라지자 기분이 좋아 점심시간에 하숙민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 들고
부소경의 눈에는 두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준명 도련님은..."엄선우는 의아했다."준명 도련님 집안은 가풍이 엄격하지 않습니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도련님들이 밖에서 여자들을 데리고 노는 걸 허락하지 않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준명 도련님도 굉장히 자기관리가 뛰어난 분이신데 왜..."부소경을 흘끔 쳐다본 엄선우는 입을 다물었다.사실 그는 신세희는 참 대단한 여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넷째 도련님과 얽혔을 뿐만 아니라, 의찬 도련님과도 어울렸고 이제는 또 바르기로 소문난 명문가 도련님과도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신세희는 보통이 아니듯 싶었다.그러나 엄선우는 차마 이런 생각들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곧 누구 하나 잡을 것 같은 부소경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한편, 신세희와 서준명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쳐다보는 부소경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신세희는 담담하고 냉정한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서준명 씨, 당장 떠나주세요."서준명이 다시 한번 그녀의 팔을 잡았다."세희 씨, 제가...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진심으로 세희 씨와 친해지고 싶었을 뿐입니다. 절대 교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세희 씨를 더 알고 싶어서 그래요. 그래서 우리 집에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정말 진심으로요."신세희가 반문했다."초대한다고요?""네, 초대요."서준명이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었다."부씨 집안 연회에서 망신당하고, 수중에 40만 원도 없어서 쩔쩔매는 가난한 여자를 당신네 대저택에 초대해서 같이 식사한다고요? 왜요? 이유를 알고 싶네요."서명준이 대답했다."사과하고 싶어서요.""죄송하지만, 필요 없어요. 서준명 씨도 앞으로는 저를 성가시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신세희는 다시 한번 거절하며 한 마디 더 보탰다."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쫓아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신세희는 포장한 음식을
매일 점심마다 그의 아들 부소경은 온갖 산해진미를 해다 바쳤다. 몸에 좋은 영양성분을 다 갖췄지만, 하숙민은 그런 음식들에 질린 참이었다. 그녀는 신세희가 가져온 음식처럼 늘 평범한 가정식을 먹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먹게 된 셈이었다."역시 우리 며느리밖에 없다니까."하숙민이 진심으로 말했다."어머니, 마음에 드시면 매일 사드릴게요. 돈을 벌었으니 두 사람이 점심을 먹기에는 충분해요!"신세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오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30만 원이라니, 정말 길에서 돈을 주운 것만 같았다."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사실 난 소경이가 주는 비싼 밥들이 싫어. 우리 세희가 가져다주는 음식은 어쩜 이리 맛있는지! 소경이 더러 갖고 오지 말라고 해야겠어, 앞으로는 세희가 가져다주려무나!"하숙민은 신세희 앞에서 아들의 흉을 보았다."좋아요!"신세희는 하숙민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 두 여인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아무도 부소경이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자 그가 낮게 헛기침했다. 그제야 신세희가 그를 돌아보았다."소경 씨, 왔어요?"신세희가 예쁘게 웃어 보였다."......"부소경은 침묵했다. 순수함 속에 장난기가 적당히 어우러진 맑은 미소는 전혀 어머니 앞에서 하는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오늘은 웬일로 시간이 여유로웠나 봐? 어머니를 찾아뵐 생각도 다 하고."부소경이 부드럽게 물었다."세희가 말하길, 오늘 3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벌었다는구나. 혹시 소경이 네가 준 용돈이니? 얘, 30만 원 갖고는 어림도 없어. 적어도 한 달에 300만 원은 돼야지."하숙민이 아들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그녀는 무심한 아들이 며느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겼다.그녀의 말을 들은 부소경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30만 원이라고? 어디서 난 거지? 서준명과 사이좋게 밀고 당기다가 얻어 가진 건가?'두 사람은 하숙민과 20분 정도 함께했다. 그야말로 사랑 가득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신세희는 가끔 부소경의 어깨에 기댄
"무슨 일이야!" 신세희의 말투는 차분하고 냉담했다.하지만 임서아의 말투는 난폭하기 그지없었고, 괴로움 또한 담겨 있었다.“넌 네가 무능한 걸 알아, 신세희? 내가 너를 납치해서 죽이려고 했고, 소경 오빠가 널 구했고 내가 널 납치한 것도 알아. 그런데도 나한테 아무런 벌도 내리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난 매우 멀쩡해. 정말 무능한 아내 같으니라고."“만약 네가 한 번만 더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면, 난 부소경의어머니에게 말할 거야. 다음번에 부소경의 어머니가 너와 네 엄마를 다시 찾을 때는 네 엄마가 네 얼굴을 붓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부숴버리게 할 줄 알아. 네 얼굴이 망가지고도 어떻게 부소경에게 시집갈 수 있을지 한 번 보고 싶네!”“너......”임서아는 신세희에 의해 말 문이 막혀 버렸다.한참만에야 그녀는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신세희,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거니까 기대해!”“무슨 뜻이야!”"안녕!" 임서아는 득의양양하게 전화를 끊었다. “......”좋은 구경거리라니?그녀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지?그녀는 이미 먼지 구덩이 속에서 살고 있고, 수중에는 조의찬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빌려준 60만 원밖에 없는데, 심지어 뱃속에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씨앗을 품고 부소경과 계약을 맺었는데, 부소경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꼴이라니. 또한 C그룹에서 일을 하며 조의찬은 틈만 나면 그녀를 도와주었고, 지금은 게다가 서준명 까지 있었다.그녀의 주변은 모두 부잣집 도련님밖에 없는 듯했다.하지만 그녀처럼 쥐뿔도 없고 밥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그녀에게는 나을 것이 별로 없었다.그녀는 여태껏 누구를 능가하려고 한 적이 없었고, 그저 묵묵히 살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한번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녀는 감격해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다.마치 조의찬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비록 신세희는 조의찬 같은 부잣집 도련님이 심심풀이로 거지녀를 놀잇감으로 삼으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매번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