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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알아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신세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부소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 딱히 부소경에게 빚진 것도 없었으니까. 비록 그가 천만 원을 빌려주긴 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받는 돈으로 갚으면 그만이었다.

비록 납치된 자기를 구해준 적도 있었지만 그건 모두 그의 어머니를 위한 일이었다. 그러니 빚진 게 없는 이상 그에게 고분고분 순종할 필요도 없었다. 신세희는 그저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하숙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따뜻하게 배웅해주고 싶었다.

밖에서는 비록 서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병실에서는 사랑하는 척해야 했다.

병실 문 앞에서 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았다. 신세희도 그에게 한껏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하숙민의 방에 들어서자 그녀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소경아, 너희들도 얼른 아이를 가져야지 않겠니?"

하숙민이 부소경에게 말했다.

부소경이 입을 열기 전에 신세희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하숙민에게 말을 건넸다.

"어머니, 말씀 안 하셔도 저희도 다 알고 있어요. 저도 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요. 지금 매일 아침 체온도 측정하고 배란기도 계산하고 있어요. 어쨌든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그렇지만 어머니도 알고 계시다시피 이건 하늘이 점지해줘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예쁜 말만 골라 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모습에 하숙민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좋아했다.

"소경 씨, 우리 아기가 어머니를 닮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하도 미인이셔서 너무 기대돼요."

신세희는 부소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천진하게 말했다. 순간 부소경은 잠시 멍해졌다. 그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러자 하숙민이 웃으며 말했다.

"세희야, 저 바보 같은 녀석은 원래 어려서부터 말수가 적었단다. 모든 걸 마음에만 담아두고 내색 한번 하지 않았지. 네가 그렇게 물어도 아무 소용 없어."

그제야 부소경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세희야, 소경아, 오늘 기분이 너무 좋구나. 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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