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민정연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서준명은 알고 있었다."비켜주시겠어요?"신세희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러나 여전히 서준명과 민정연이 길을 막고 있어 그녀는 옆으로 돌아갔다. 카운터에 도착한 그녀가 말했다."실례합니다, 동 사장님께서 제게 두세 차례 전화를 거셨거든요. 오늘,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습니다."직원은 바로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신세희입니다. 나흘 전에 30만 원짜리 디지털카메라를 빌렸어요. 오늘은 카메라, 비용을 지불하러 왔고요."신세희가 다시 한번 말했다."신세희 고객님!"카운터 직원의 낯빛이 밝아졌다."잠시만요, 안 그래도 사장님이 고객님을 찾고 계셨거든요."신세희는 입을 다물었다. 약속 기한보다 사흘이나 늦었으니 사장이 위약금을 물라고 할지도 몰랐다.그러나 괜찮았다. 수중에 60만 원이나 있으니 아마 돈은 넉넉할 터였다.그 돈을 떠올린 신세희는 다시 한번 속으로 조의찬에게 감사했다. 조의찬은 그저 한 뭉치를 대충 건네준 것이었는데 세어보니 60만 원이 조금 넘었다.그녀는 조용히 홀에 앉아 동 사장이 나오길 기다렸다. 앞쪽에서는 서준명과 민정연이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신세희는 서준명을 모른 척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다. 부 씨 저택에서 처음 만나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한시가 급했던 그녀가 그를 붙잡고 돈을 빌린 게 전부였다. 이러니 상대방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오히려 서로 모른 척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그러나 서준명은 생각이 달랐는지, 먼저 신세희 곁에 다가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신세희 씨, 혹시 절 못 알아보시겠어요?"신세희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서준명 씨, 그날은 죄송했습니다. 부 씨 저택 연회에서 제가 너무 무례했어요. 사과드립니다."서준명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카운터 안쪽에서 30대 남자가 나왔다. 신세희를 발견한 그가 다가오며 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아이고, 신세희 고객님, 드디어 오셨네요!"재빨리 몸을 돌린 신세희가
카메라를 잃어버린 게 아니니 조의찬의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그럼 저는... 배상할 필요 없는 거죠?"신세희가 반색하며 물었다."임대 비용도 내실 필요 없습니다."동 사장이 말했다."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전... 가봐도 될까요?"신세희는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했다."그럼요, 고객님."신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렌트 회사를 나섰다."신세희 씨, 잠시만요."뒤에서 따라오던 서준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서준명은 오늘에야 비로소 부씨 가문의 연회에서 신세희가 왜 그에게 40만 원을 빌리려고 했는지 알게 된 셈이었다.카메라를 잃어버렸으니 배상하려던 것이었다. 40만 원은 서준명에게 한 끼 식사 비용 정도밖에 안 되었다."무슨 일이시죠, 서준명 씨?"신세희가 물었다."혹시 돈 더 필요하세요?"서준명은 뭐라고 말을 꺼낼지 몰랐다."다 보고 계시지 않았나요? 난... 더는 필요하지 않아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날 신세희 씨가 돈을 빌리는 사기꾼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저께 전화하셨을 때 제가...""괜찮습니다, 준명 씨. 저희는 원래 몰랐던 사이이기도 하고, 제가 무례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서준명 씨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다짜고짜 돈 빌려달라고 하면 깜짝 놀랄 거예요. 괜찮아요. 사실 전화를 걸고도 후회했어요. 서준명 씨를 곤란하게 한 것 같았거든요. 연회에서 만나 그저 예의를 갖췄을 뿐인데 제가 너무 눈치가 없었어요. 앞으로... 만나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준명 씨."말을 마친 신세희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닮았어, 정말 닮았군."서준명이 혼자 중얼거렸다."오빠, 뭐가?"곁에 다가온 민정연이 물었다."아니야, 아무것도. 넌 먼저 돌아가."서준명은 민정연을 내버려 둔 채 차를 몰고 신세희가 탄 버스를 쫓아갔다.신세희는 사립 병원 문 앞에서 내렸다. 사실 바로 회사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60만 원이라는 빚이 사라지자 기분이 좋아 점심시간에 하숙민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 들고
부소경의 눈에는 두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준명 도련님은..."엄선우는 의아했다."준명 도련님 집안은 가풍이 엄격하지 않습니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도련님들이 밖에서 여자들을 데리고 노는 걸 허락하지 않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준명 도련님도 굉장히 자기관리가 뛰어난 분이신데 왜..."부소경을 흘끔 쳐다본 엄선우는 입을 다물었다.사실 그는 신세희는 참 대단한 여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넷째 도련님과 얽혔을 뿐만 아니라, 의찬 도련님과도 어울렸고 이제는 또 바르기로 소문난 명문가 도련님과도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신세희는 보통이 아니듯 싶었다.그러나 엄선우는 차마 이런 생각들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곧 누구 하나 잡을 것 같은 부소경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한편, 신세희와 서준명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쳐다보는 부소경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신세희는 담담하고 냉정한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서준명 씨, 당장 떠나주세요."서준명이 다시 한번 그녀의 팔을 잡았다."세희 씨, 제가...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진심으로 세희 씨와 친해지고 싶었을 뿐입니다. 절대 교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세희 씨를 더 알고 싶어서 그래요. 그래서 우리 집에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정말 진심으로요."신세희가 반문했다."초대한다고요?""네, 초대요."서준명이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었다."부씨 집안 연회에서 망신당하고, 수중에 40만 원도 없어서 쩔쩔매는 가난한 여자를 당신네 대저택에 초대해서 같이 식사한다고요? 왜요? 이유를 알고 싶네요."서명준이 대답했다."사과하고 싶어서요.""죄송하지만, 필요 없어요. 서준명 씨도 앞으로는 저를 성가시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신세희는 다시 한번 거절하며 한 마디 더 보탰다."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쫓아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신세희는 포장한 음식을
매일 점심마다 그의 아들 부소경은 온갖 산해진미를 해다 바쳤다. 몸에 좋은 영양성분을 다 갖췄지만, 하숙민은 그런 음식들에 질린 참이었다. 그녀는 신세희가 가져온 음식처럼 늘 평범한 가정식을 먹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먹게 된 셈이었다."역시 우리 며느리밖에 없다니까."하숙민이 진심으로 말했다."어머니, 마음에 드시면 매일 사드릴게요. 돈을 벌었으니 두 사람이 점심을 먹기에는 충분해요!"신세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오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30만 원이라니, 정말 길에서 돈을 주운 것만 같았다."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사실 난 소경이가 주는 비싼 밥들이 싫어. 우리 세희가 가져다주는 음식은 어쩜 이리 맛있는지! 소경이 더러 갖고 오지 말라고 해야겠어, 앞으로는 세희가 가져다주려무나!"하숙민은 신세희 앞에서 아들의 흉을 보았다."좋아요!"신세희는 하숙민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 두 여인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아무도 부소경이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자 그가 낮게 헛기침했다. 그제야 신세희가 그를 돌아보았다."소경 씨, 왔어요?"신세희가 예쁘게 웃어 보였다."......"부소경은 침묵했다. 순수함 속에 장난기가 적당히 어우러진 맑은 미소는 전혀 어머니 앞에서 하는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오늘은 웬일로 시간이 여유로웠나 봐? 어머니를 찾아뵐 생각도 다 하고."부소경이 부드럽게 물었다."세희가 말하길, 오늘 3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벌었다는구나. 혹시 소경이 네가 준 용돈이니? 얘, 30만 원 갖고는 어림도 없어. 적어도 한 달에 300만 원은 돼야지."하숙민이 아들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그녀는 무심한 아들이 며느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겼다.그녀의 말을 들은 부소경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30만 원이라고? 어디서 난 거지? 서준명과 사이좋게 밀고 당기다가 얻어 가진 건가?'두 사람은 하숙민과 20분 정도 함께했다. 그야말로 사랑 가득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신세희는 가끔 부소경의 어깨에 기댄
"무슨 일이야!" 신세희의 말투는 차분하고 냉담했다.하지만 임서아의 말투는 난폭하기 그지없었고, 괴로움 또한 담겨 있었다.“넌 네가 무능한 걸 알아, 신세희? 내가 너를 납치해서 죽이려고 했고, 소경 오빠가 널 구했고 내가 널 납치한 것도 알아. 그런데도 나한테 아무런 벌도 내리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난 매우 멀쩡해. 정말 무능한 아내 같으니라고."“만약 네가 한 번만 더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면, 난 부소경의어머니에게 말할 거야. 다음번에 부소경의 어머니가 너와 네 엄마를 다시 찾을 때는 네 엄마가 네 얼굴을 붓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부숴버리게 할 줄 알아. 네 얼굴이 망가지고도 어떻게 부소경에게 시집갈 수 있을지 한 번 보고 싶네!”“너......”임서아는 신세희에 의해 말 문이 막혀 버렸다.한참만에야 그녀는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신세희,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거니까 기대해!”“무슨 뜻이야!”"안녕!" 임서아는 득의양양하게 전화를 끊었다. “......”좋은 구경거리라니?그녀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지?그녀는 이미 먼지 구덩이 속에서 살고 있고, 수중에는 조의찬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빌려준 60만 원밖에 없는데, 심지어 뱃속에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씨앗을 품고 부소경과 계약을 맺었는데, 부소경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꼴이라니. 또한 C그룹에서 일을 하며 조의찬은 틈만 나면 그녀를 도와주었고, 지금은 게다가 서준명 까지 있었다.그녀의 주변은 모두 부잣집 도련님밖에 없는 듯했다.하지만 그녀처럼 쥐뿔도 없고 밥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그녀에게는 나을 것이 별로 없었다.그녀는 여태껏 누구를 능가하려고 한 적이 없었고, 그저 묵묵히 살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한번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녀는 감격해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다.마치 조의찬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비록 신세희는 조의찬 같은 부잣집 도련님이 심심풀이로 거지녀를 놀잇감으로 삼으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매번 그녀에게
게다가 그녀는 밤늦게까지 일할 수 있었다.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신세희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고, 대학에서 전공으로도 배운 것이었으며 후에 감옥에서 하숙민 아주머니를 만났고, 아주머니도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 두 사람은 건축 설계에 대해 가장 많이 얘기를 나눴다.하숙민 아주머니는 베테랑 디자이너로 경험이 아주 풍부했더, 감옥에서 2년 동안 신세희에게 많은 경험담을 말해 주었으며 신세희는 비록 감옥에 있었지만 건축에 대한 지식만큼은 많이 배우게 되었다.사흘 만에 신세희는 혼자서 제안서 초안을 완성했다.게다가 전부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서 일했고, 더 중요한 건 수작업과 가늠자로 직접 그렸다는 거였다.신세희는 아직 컴퓨터를 살 돈이 없었기에 손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작은 침실 안에는 발밑에 버려진 도화지가 잔뜩 쌓여 있었고, 다음날 출근할 때는 밤이 센 탓에 늦게 일어나 침실 문을 완전히 닫는 것도 잊은 채 황급히 문을 나섰다.신세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소경이 자신의 침실에서 나왔고, 신세희 방 문 입구에 있던 종이가 부경의 눈길을 끌었다.들고 와서 보니 건물 설계도가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빨간색으로 X자 표시가 된 폐기된 도면이었다.부소경의 어머니 하숙민은 조예가 깊은 건축가로, 부소경은 어릴 때부터 옆에서 배운 것이 있어 건축 설계도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신세희가 직접 그린 이 건축 설계도는 비록 쓰지 않는 도면이지만, 부소경은 이 그림이 매우 전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부소경은 매우 어리둥절해졌다, 신세희가 건축 설계도를 그릴 줄 안다고?버려진 도안을 신세희 침실에 넣은 뒤 부소경은 침실 문을 닫고 자리를 떴다.한편, 신세희는 자신이 그린 가장 완벽한 설계도를 가지고 출근해 디자인 디렉터에게 건넸다"디렉터 님, 저를 이렇게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낮에 회사에서 잔심부름해서 시간이 없어 밤에 퇴근 후 집에서 그렸습니다.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수정할 수
"비켜주세요!" 신세희는 민정연을 쳐다보지도 않고 혐오스럽게 말했다.그녀는 이런 할 일 없이 배불리 먹고만 사는 부잣집 딸들이 제일 싫었다. 민정연은 신세희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돈이 많이 부족한가 보지?”“이건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죠!”민정연도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 "네가 높이 올라가고 싶지만 가난에 시달리는 여자라는 걸 알고 있어. 부 씨 집안이 부소경 도련님을 위해 마련한 집안 모임에 종업원으로 들어간 것은 정말 야심찬 생각이었고, 넌 그걸 발판으로 삼고 싶었겠지. 하지만, 그 날 넌 부소경한테 이용당한 거야.”신세희은 이런 여자를 상대하고도 싶지 않았고, 그저 밀크티만 들고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민정연이 문 앞을 막고 있어서 지나갈 수가 없었다."네가 보는 눈이 있네.”민정연이 말했다."연회에서 첫눈에 내 사촌 오빠인 서준명을 잡았던데. 넌 모를 거야, 서 씨 집안은 남성에서 부 씨 집안에 버금가는 명문 귀족이고, 게다가 또 매우 엄격하지. 우리 서 씨 집안의 할아버지는 사촌 오빠가 어떠한 관계도 맺게 하지 않으실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 사촌 오빠가 너한테 잘해주긴 하지만 너한테 한 푼도 빌려주지 않을 거야.”민정연의 이 말은 신세희의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따가웠다. 그날 부소경의 연회에서 그녀가 서준명에게 돈을 빌린 것이 얼마나 우스운 짓이었는지 신세희는 다시 한번 느꼈다.아마 그들 같은 상류층에서 그녀의 이름이 이미 알려졌을지도 모른다.가난한 여자가 처음 보는 부잣집 도련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다니, 겨우 40만 원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정말 찬밥 더운밥 가릴 여유조차 없는 바보가 따로 없었다. 신세희의 얼굴에는 다짜고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난감함이 있었지만, 그녀는 줄곧 표현과 변명을 대충 했다.“당신 입 냄새나요.”그녀가 무덤덤하게 말했다.“뭐라고?”민정연은 이 궁상맞은 여자의 독설을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입 냄새가 지독하다고요!”신세희는 다시 한번 더 강조했다."아가씨,
"왜 날 도와주려는 거죠?”신세희가 물었다."도와줘? 하하!"민정연은 경멸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내가 널 왜 도와주겠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너는 보통 여자보다 예쁘고 몸에서는 남자를 유혹하는 상큼한 냄새가 나. 부소경 도련님이 사람들 앞에서 키스하고, 내 사촌 오빠가 먼저 너한테 말을 걸었다는 건 네가 상류층 남자를 유혹할 줄 아는 여자라는 것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어. 내가 널 찾아와서 그 역할을 맡으라고 한 건 내 사촌오빠와 부소경 도련님에게 네가 못생기고 천한 모습을 연기하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라고!”신세희는 민정연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여자의 속셈을 알아차렸다.민정연은 그녀가 파티에서 망신을 당하게 하려는 거였다, 하지만 돈만 벌면 망신 당하는 것이 대수인가?신세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래요! 할게요!”"그 말 지켜!”민정연이 웃으며 말했고, 신세희는 무표정으로 민정연을 보지도 않고 돌아서려 했다.“잠깐만.”민정연이 뒤에서 또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신세희는 뒤를 돌아 민정연을 바라보았다"언제 메이크업 테스트하러 올 수 있어?”민정연이 웃으며 물었다.“퇴근 후에 아무 때나 다 돼요.”신세희는 쿨하게 대답했다.그냥 천한 여자인 척 연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감옥까지도 갔다 온 마당에 뭐가 더무서울까?민정연은 곧바로 신세희에게 주소를 하나 건넸다."퇴근하고 여기 와서 메이크업 테스트를 받도록 해.”신세희가 주소를 보니 그곳은 남성의 오래된 극장 맞은편에 있는 드레스 가게였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소 받고 밀크티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 우후가 되자 신세희는 퇴근을 한 뒤 하숙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저 오늘 밤에 야근해서 병원에 못 갈 거예요. 밥 잘 챙겨드시고 편히 주무세요.”하숙민은 흐뭇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세희야, 넌 네 일에 대한 중요성을 아는 아이야. 엄마 걱정 말고 일에 집중하렴.”“네 어머니, 쉬세요.”전화를 끊고 신세희는 버스에 올라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