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오빠......"임서아는 울고 싶어도 감히 울지 못하는 모습으로 있었고, 얼굴은 점점 더 못생겨졌다. "오빠가 절 못마땅해 하시는 건 알아요, 내가 오빠 같은 사람과 만날 수 없는데도 만나는 것도 알고요.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게요."말이 끝나자 임서아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고, 부소경은 그녀의 팔을 잡았다.그는 임서아에게 갈수록 혐오감을 느꼈다.하지만 임서아가 몸을 던져 그의 목숨을 구해 주었기에 그는 모든 혐오감을 삼켰고 최대한 어조를 늦추며 말했다."얼굴은 어쩌다 그런 거야?"임서아는 비참한 듯 눈물 두 방울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말해!" 부소경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저… 저희 엄마가 때렸어요."임서아가 말했다."뭐라고?"임서아는 쩔쩔매며 말을 이어갔다."당신......어머니께서 사람을 보내 저와 저희 엄마를 찾아오시더니......자신의 며느리를 대신해서 화를 풀겠다며 저희 엄마한테......내 얼굴을 때리게 하시고, 만약 저희 엄마가 내 얼굴을 때리지 않는다면, 당신 어머니께서......두 남자에게 신발 밑창으로 내 얼굴을 각각 백 대씩 때리게 할 거라고......"부소경은 말이 없었다.몇 년 동안 어머니는 부 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핍박을 받았고, 원래 연약했던 어머니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살아갈 수법들을 배웠다.부소경은 자신의 어머니가 임서아가 설명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소경 오빠, 제발 어머니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신세희이야말로 진정한 며느리고, 저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어머니는 제가 제 몸을 던져서 당신을 구했다는 것도 모르세요. 게다가 부 씨 집안에서 여자의 몸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전 괜찮아요. 난 이제부터 당신과 당신 어머니 앞에, 그리고 신세희, 아니 부소경 씨 부인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임서아는 매우 비굴하게 말했고, 그의 손을 보란 듯이 뿌리치려 했다.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손목을 더 꽉 쥐었고, 그녀를 여전히
신세희는 손을 빼며 딱딱하게 말했다.“저는 부수입으로 하는 거예요.”"헐, 뭔 되지도 않는 척을 해!"여종업원은 코웃음을 치며 신세희를 밀었고, 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 심상을 넘어뜨려 비틀거리다.신세희가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부소경이 보였다.부소경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고,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지만 신세희는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매우 불쾌한 기분.그녀는 걸음을 늦추고 그 종업원들 뒤로 갔고, 천천히 부소경의 앞으로 가 그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 부소경이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신세희는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곧이어 부소경은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감싸 안고, 예고도 없이 몸을 굽혀 신세희에게 키스를 했다. 그의 키스는 거칠었으며, 일종의 장난과 징벌도 뒤섞여 있었다. 신세희는 굴욕감을 느껴 한참을 발버둥 치다가 겨우 그에게서 벗어난 뒤 빠르게 달아났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대의 차가 멈춰섰다. 차 안에 있던 조의찬은 서시언에게 말했다.“그 계집애가 며칠 동안 나한테 쌀쌀맞게 굴어서 남자한테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야망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네. 감히 우리 소경 형님을 노릴 줄이야? 외부에서 고용한 종업원으로 분장까지 해가면서 여기로 와서 소경 형님을 유혹할 생각을 하다니.”그러자 서시언은 조의찬을 비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원래부터 부소경 도련님의 여자인데, 너 정말 그 여자가 눈에 들어온 거야?방금 부 도련님이 키스한 거 못 봤어?! 의찬아, 넌 부 도련님이 널 죽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네가 죽는 건 상관없지만 네가 내기에 건 돈은 먼저 줘야지!”조의찬은 턱을 가볍게 비비며 대답했다. "내기?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 이 여자는 분명히 소경 형님의 여자지만, 또 우리 소경 형님괴 아무런 관계도 없어. 넌 소경 형님이 독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뿐, 형님이 얼마나 사이코 같은지 몰라. 소경 형님이
신세희는 부소경을 올려다보았다.부소경의 손에 쥐어진 것은 정말 그녀의 임신 검사 목록이었고, 그것은 그녀의 첫 임신 검사 때의 결과였다.그녀가 가방에 넣고 있었고 후에 임서아에게 납치된 날, 임서아가 그녀의 가방에서 이 검사지를 꺼냈던 것이다.그리고 나중에 부소경에 의해 구출됐고, 그녀는 이 검사지를 잃어버린 줄 알고 있었지, 설마 부소경의 손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당신이......어떻게 내 임신 검사지를 가지고 있는 거죠?”가장 사적인 비밀을 들킨 굴욕감에 신세희의 뺨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그녀는 오늘 부소경 앞에서 충분히 굴욕적이었다, 대낮에 강제로 그에게 키스를 당했으니. 지금 또 그녀의 임신 검사지를 들고 그녀 앞에서 흔들고 있으니, 신세희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부소경의 표정은 매우 차가웠고, 신세희는 그런 그를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신세희는 그가 자신을 납치한 건달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기에, 부소경이 조금은 두려웠다. "제......임신 검사지, 도......돌려주세요.”신세희는 눈을 쉴 틈 없이 깜박거리며 그녀의 두려움을 감추었다. "누구야!" 부소경이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그게……부소경 씨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그날 밤의 치욕과 무력감은 그녀에게 평생토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고, 뱃속의 아이는 그 치욕의 연속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외로웠기에, 뱃속의 아이를 지키는 선택을 했다. 뱃속의 아기만이 그녀의 유일한 동반자였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미혼 여자를 세상에 임신했다고 알리라고?이것은 그녀의 사생활이다!"하!" 부소경이 차갑게 웃었다.“나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신세희는 억지로 변명을 하며 대답했다."애초부터 알고 있던 사실 아닌가요? 저는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고, 대학교 2학년 때 감옥생활을 했어요. 제가 행실이 바르지 않고 아이를 갖
"네 뱃속에 누구의 자식을 품고 있는지 난 관심 없어! 네가 여기에 올 배짱이 있었다면 넌 그에 대한 결과도 감수해야 할 거야. 여기서 내 아들을 네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공개해서 부 씨네 가족들이 널 받아들이게 하고 싶어? 어림도 없지!”말을 마치자 부소경은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신세희는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2년 전 옥살이를 하기 전 구형인 그녀의 휴대폰은 액정이 깨진 지 오래였고,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자 그녀는 특별히 카메라를 빌렸었다. 하지만 그 카메라를 찾지 못했고, 부소경에게 임신한 사실까지 들키게 되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경을 안고 신세희는 전화를 받았다."신세희, 어디야? 다들 일을 하려고 온 건데 혼자 어디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거야,손님이 다 왔으니까 빨리 와. 술잔이랑 과일 접시를 쉴 틈 없이 날라야 된다고!”급사장이 그녀를 불렀다."곧 가겠습니다.”신세희는 곧장 눈물을 닦아내고 연회장으로 돌아갔다.오늘 부 씨 집안이 초대한 주요 인물들은 모두 운성과 서울 두 지역의 이름난 규수들이었고, 부소경의 신붓감을 뽑기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여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아름다움을 뽐내었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부소경은 와인 한 잔을 들고 3층 난간에 홀로 서서 아래 메인 홀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부소경은 이런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여자들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다.그는 정략결혼에 반대했고, 어르신이 그를 위해 신붓감을 선택해 주는 것도 내키지 않아 했다. 그는 단지 어르신이 간곡히 부탁했기에 그의 체면을 깎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홀의 여자들은 속으로는 서로를 질투하면서도 겉으로는 인사를 나눴고, 이따금 귓속말을 했다."부소경 도련님이 대낮부터 어떤 여종업원을 모욕했다면서요?”“그냥 바로 안아서 키스를 했어요."“그 여종업원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무슨 소리! 그 여종업원이 부소경 도련
3층 난간 위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부소경의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그는 술잔을 들고 돌아섰다.그러나 여자의 발은 신세희의 손을 밟지 않았고, 다른 양복 차림의 남자에게 제지당했다.남자는 여자를 향해 꾸짖으며 말했다. "경연아, 너무 제멋대로인 거 아니니! 어떻게 부 씨 집안 모임에서 종업원의 손을 밟으려 할 수가 있지?""사촌 오빠! 이 빌어먹을 종업원이 날 헛걸음하게 만들었다고! 이 여자가 일부러 부소경 도련님한테 접근해서 사람들 앞에서 키스했어. 방금 일어난 일인데 만약 내가 다시 도련님한테 말을 걸면 내 체면이 서지 않잖아. 이 여자한테 당한 거라고!”민정연이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남자는 퉁명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부소경 도련님이 이 여자한테 키스를 했다는 건 도련님의 눈에 들었다는 건데, 네가 이 여자를 화나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사촌 오빠!”"오늘은 오지 말았어야 했네,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부 씨네 며느리가 되려고 머리를 비집고 있는데, 네가 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니?"남자가 되물었다.민정연은 발을 동동 굴렀고, 화가 나서 몸을 돌려 떠났다.남자는 손을 뻗어 신세희를 부축했다.“죄송합니다, 제 사촌 여동생이 너무 심했네요. 사과드립니다.”"괜찮아요." 신세희는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이미 부소경이 그녀에게 키스를 한 의도를 파악했다.부소경은 이 여자들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사람들 앞에서 키스를 하자 그녀는 이곳의 모든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볼품 없는 종업원인 그녀가 이런 능력 있는 미녀들 사이에서는 정말 처참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상관없다, 그녀는 참을 수 있었다. 예전에 감옥에서 당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신세희는 남자가 누구인지 보지 않고 반쯤 눈을 내리깔고 접시를 나르려 했다. "잠시만요!”남자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또 다른 용건이 있으신가요?”신세희가 쌀쌀맞게 물었다."그쪽이 저
서준명은 단도직입적으로 돈을 빌리려는 그녀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그는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 말을 꺼냈다. "현금을 안 가져와서 그런데 전화번호 좀 남겨주시겠어요? 모임이 끝나면 가져다 줄게요.”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그러고는 방금 만나서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넸다."준명!"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서준명을 부르고 있었고,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조의찬이 있었다.그는 술잔을 들고 조의찬에게 다가갔다.“조의찬 도련님, 요즘 뭐가 그렇게 바빠요?”조의찬은 서준명을 툭 치며 대답했다. "서 도련님, 이건 저희 외할아버지가 제 사촌 형님의 약혼녀를 뽑는 자리예요.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운성과 서울의 명문 규수들인데, 이 기회를 틈타서 한 명이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어요?”서준명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저었고, 조의찬도 다시 웃으며 말했다.“서 도련님의 사촌동생인 민정연도 저희 사촌 형님에게 관심이 있죠?”서준명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부소경 도련님께서 F 그룹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후로부터 운성 전체에서 몇 명의 여자가 부소경 도련님에게 시집가길 원하는지 아시잖습니까?”조의찬은 웃으며 말했다.“잘 알죠.”두 사람은 술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고, 홀의 가장자리에 가서 앉을 곳을 찾았다.조의찬은 일부러 부주의한 척을 하며 신세희의 그림자를 찾았지만, 손님들 사이에는 신세희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각, 신세희는 세 명의 명문 규수에 의해 화장실 안에 갇혀 있었다. 세 사람은 화장실 문을 닫았고, 그중 한 여자는 신세희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다른 두 여자는 신세희의 코를 찌르며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감히 부소경 도련님에게 먼저 말을 걸 생각을 하다니!”"대낮에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고 해서 부 씨 집안 며느리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 같아? 꿈도 꾸지 마!”"얼굴 하나 믿고 부잣집에 시집이나 갈 생각을 하다니, 지금 당장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의찬이 그녀에게 처음 접근했을 때, 그녀 눈에는 조의찬이 돈 많은 도련님이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놀잇감을 찾는 거라고 보였다. 신세희는 그와 놀아줄 수 없었지만, 그에게 반항할 수도 없었다.그녀는 조의찬에게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차에 타요!"조의찬은 차창에 한쪽 팔을 한가로이 걸치고 웃으며 말했다."안 잡아먹으니까 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을지언정 그 짓을 할 배짱은 없으니까. 허튼짓이라도 하면 소경 형님이 절 잘게 썰어서 장조림으로 만들어 버릴걸요.”신세희는 조의찬을 흘긋 보았고, 그는 차를 세우고 내린 뒤 문을 잡아당겼다."이렇게 밤이 깊었는데 걸어서 가면 나보다 더 나쁜 남자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하려고요?”신세희는 머뭇거린 뒤, 곧이어 차에 올랐다. 조의찬은 문을 닫고 갑자기 악셀을 밟고 출발을 했다가, 또 갑자기 급커브를 틀었고, 신세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조의찬의 몸 쪽으로 넘어졌다. 그러자 조의찬은 팔을 들어 그녀를 감싸 안았다."의찬 씨, 저 내릴게요!"신세희는 순간 필사적으로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조의찬은 그녀를 한 번 껴안았을 뿐, 그녀를 꼭 껴안고 다시 풀어주었다.그의 팔뚝은 매우 굵었고, 신세희는 약간의 따듯함을 느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안전벨트 매고 잘 앉아 있어요.”신세희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고마워요.”"말만 안 하면 되게 말 잘 듣는 시골 촌녀 같은데, 당신이 이렇게 큰 야심을 가지고 감히 내 사촌 형님의 며느릿감을 고르는 모임에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설마 정말 부 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싶은 건 아니겠죠?”조의찬이 운전을 하며 흥미로운 듯 신세희에게 물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대답하든 모두 쓸데없는 설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와 조의찬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고, 그녀가 어떠한 목적으로 모임에
조의찬은 신세희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대신 계산할게요. 대신 월급 받으면 두 배로 갚아요.”사실 신세희는 배가 무척 고팠다.그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잠시 빚 좀 질게요. 월급 받으면 꼭 두 배로 돌려줄게요.”조의찬은 그녀를 작은 가게 한군데로 데리고 간 후, 가성비 좋은 음식 몇 가지와 닭국수 두 그릇을 시켰다,음식이 식탁 위로 서빙되자 신세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국수를 절반이나 해치웠는데도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배가 거의 찼는지 그녀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그에 반해 조의찬은 젓가락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조의찬씨는… 왜 안 먹어요?” 신세희가 그에게 물었다.조의찬의 태도는 무척이나 나빴다. “젠장! 내일 당장 이 가게 없애버릴 거예요!”“주문할 때 분명히 말했는데, 나 단 거 좋아한다고 음식이 좀 달았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그렇게 해준다고 했으면서 이게 뭐예요! 하나도 안 달잖아요! 맵고 시기만 하고! 기분 나빠서 못 먹겠어요!”“왜요? 신세희씨는 음식이 입에 맞아요? 그럼 많이 먹어요. 잘됐네요.”신세희는 그가 이미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조의찬은 그냥 그녀가 밥을 먹었으면 했다.그녀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고마워요.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어디로 데려다줄까요? 형한테 갈 수는 있기나 해요?” 조의찬의 말투에는 장난기와 흥미가 가득했다.신세희의 눈살이 찌푸려지더니 얼굴에 어려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씨 아주머니 병원에 데려다줘요. 먼저 병원에 갈래요. 아주머니랑 같이 있어 드리게요.”하숙민이 부탁한 사진을 찍지 못한 그녀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오늘 밤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다. 몸을 쉴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병원에 가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참을성이 넘치는 조의찬은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는 차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병원에는 밤에 환자를 간호하지 못하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