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아무렇게나 입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큰 이모는 장소에 따라 옷을 맞춰 입어야 한다고 하셨다.오늘 저녁 연회를 주최하는 사람은 관성에서 중간 레벨에 속한다. 원래 이경혜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하예정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자 조카를 빨리 적응하게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알렸다.정상급 연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화려하게 치장할 필요가 없어서, 이경혜가 하예정을 위해 선택한 드레스는 가장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었다.하예정은 날씬한 몸매에 얼굴도 이쁘고 분위기가 넘쳐 어떤 드레스를 입어도 그녀의 타고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할 수 있었다.드레스를 갈아입은 하예정을 보고 이경혜가 감탄했다.“예정아, 넌 타고난 분위기가 있고 몸매도 좋아서 이 드레스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네. 네가 좀 천천히 걷기만 하면, 아주 완벽해.”하예정은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이어서, 타고난 분위기가 있지만, 걸음이 빨라서 걸을 때면 발끝에서 바람이 일 지경이다“이모, 제가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개미를 밟아 죽일 수 있어요.”그녀는 평소에 빨리 걸을 수 있는 운동화나 굽이 낮은 샌들을 신어서 하이힐을 신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예전에 심효진과 함께 심효진 고모를 따라 상류사회의 연회에 참석했을 때도 기껏해야 로힐로 갈아 신었을 뿐, 하이힐을 신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네가 성소현과 함께 프로젝트에 투자하든지, 어떤 사업을 하든지, 이모가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게. 그땐 네가 육친도 알아 못 볼 정도로 날듯이 걸어도 이모는 너한테 뭐라고 하지 않을게. 하지만 오늘 밤엔 얌전하게 천천히 걸어야 해. 그날 너와 쇼핑하러 갔을 때, 네가 한 걸음 걸을 때 난 두 걸음 걸어야 했어.”하예정의 얼굴이 빨개졌다.성소현이 그녀가 오늘 밤에 신을 하이힐을 가져왔다.하예정은 보자마자 겁을 집어먹으며 이경혜 모녀에게 말했다.“이모, 언니, 이 신을 신으면 전 한 걸음도 걸을 것 같지 못해요. 굽이 이렇게 높고 가는데 제가 뛰면 굽이 부러지지 않을
1층으로 내려간 후 하예정은 바닥이 미끄러울까 봐 더욱 조심스럽게 걸었다.이때 마침 성기현과 유청하가 안으로 들어왔다. 임신한 유청하는 친정에 가서 저녁을 먹었고 성기현이 퇴근 후 집까지 데려왔다.하예정의 조심스러운 모습에 부부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가씨, 왜 그래요? 발 다쳤어요?”유청하가 다가와 관심 조로 물었다.성소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언니, 예정의 신발 보세요. 평소에 하이힐을 자주 안 신다 보니 엄마가 이 힐 신고 밖에 나가 몇 바퀴 걸어 다니래요.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고 나서야 데리고 나가겠대요.”유청하는 고개 숙여 하예정이 신은 킬힐을 보다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은 그녀를 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유청하는 하예정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아가씨가 고생이 많네요. 그래도 서방님을 생각하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보폭을 너무 크게 내디뎠다. 전태윤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많은 걸 헌신해야 한다.성기현도 다가와 사촌 여동생을 힐긋 쳐다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오빠, 언니, 난 이만 나가서 걷는 연습을 할게요.”“그래요, 조심히 걸어요. 이브닝드레스도 입고 있어서 더럽히지 않도록 주의하세요.”유청하는 그녀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가볍게 웃으며 당부했다.하예정은 더 조심스럽게 걸었다.성소현이 그녀와 함께 문밖을 나섰다.하예정이 천천히 하이힐에 적응하고 있을 때 성소현은 영상을 찍어 전태윤에게 보냈다.하예정이 이경혜의 외조카 딸이란 걸 알게 된 이후로 전태윤은 슬그머니 성소현을 블랙리스트에서 풀어주었다. 심지어 하예정이 잠들었을 때 그녀 몰래 휴대폰을 챙겨와 성소현에게만 비공개했던 하예정의 카카오스토리도 풀어주었다.그제야 전태윤도 성소현이 보낸 영상을 받을 수 있었다.성소현은 영상을 보낸 후 문자도 한 통 보냈다.“태윤 씨, 예정이가 태윤 씨를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어요. 이젠 평생 예정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고 속이지도 말아요.”전태윤이 답장을 보냈다.“이번 생은 오직
이 일대의 별장은 전부 큰 별장이라 아마 관성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조건이 되는 사람들이 먼저 좋은 땅을 사서 직접 지은 큰 별장일 것이다.좋은 땅을 사지 못한 부자들은 좀 더 큰 별장에 살고 싶으면 흔히 작은 별장을 몇 채 사서 관통시킨 후 큰 별장으로 개조한다.성소현이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하긴, 우리 이웃도 저 별장을 내놓는다는 말이 나오기 바쁘게 수많은 사람들이 욕심냈어.”이때 한 무리 사람들이 별장에서 걸어 나왔다.“저기 있네!”성소현이 예리한 눈썰미로 검은 옷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예준하를 바로 알아봤다.하예정은 한참 바라본 후에야 생각이 났다.“저분은 A시 예씨 일가의 다섯째 도련님이잖아요?”“예준하 씨는 관성에 집이 있는데 왜 또 산대? 게다가 우리 이웃집 큰 별장을 바로 사버리네. 중요한 건 예준하 씨가 우리보다 소식이 더 빠르고 추진력도 빠르단 거야.”성소현이 구시렁댔다.“설마 관성에 살림을 차릴 작정인가?”예준하는 단지 예진 그룹의 관성 쪽 사업을 책임지고 있을 뿐 A시에 자주 돌아가는 편이다. 그의 집이 그쪽에 있으니까.그도 관성에 집이 있지만 별장 한 채뿐 더 이상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도 아주 당연한 일이다. 어쨌거나 그는 A시 사람이니 조만간 A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그런 그가 앞뒤 마당이 딸린 3천 평이 넘는 큰 별장을 샀으니 성소현도 구시렁댄 것이다.하예정이 말했다.“저런 수십조 자산을 갖춘 재벌가의 도련님들은 본인 명의로 된 부동산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요? 태윤 씨가 내게 맡긴 부동산 등기부랑 집 열쇠만 해도 한 움큼이에요.”전태윤이 전 재산을 그녀에게 주려고 할 때 그녀가 받아들이지 않아 등기부 등본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다. 아무튼 등기부 등본이 한 묶음이고 집 키도 한 뭉치나 있어 함께 놓으면 작은 산을 이룰 지경이었다.성소현이 말했다.“하긴...”예준하는 별장에서 나온 후 차 타고 떠나려다가 경호원이 그에게 나지막이 뭐라 말했다. 곧이어 그는 고개 돌려
예준하는 그윽한 눈길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집을 사는 건 백년지계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해요. 제가 거액을 들여 집을 산만큼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하고 제 스타일대로 장식해야 편히 지낼 수 있거든요.”성소현은 문득 예전에 이 별장을 지을 때도 용한 풍수지리 전문가를 모셔 와 전문가가 말한 구조대로 집을 지었고 여러 해 동안 온 가족이 이 별장에서 무탈하게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성기현 부부는 아직도 1층 소파에 앉아 있었고 이경혜도 함께했다. 그녀는 관심 조로 며느리한테 이런저런 질문을 건네다가 성소현이 낯선 남자와 얘기 나누는 소리에 문 앞을 힐긋 바라보았는데 조카딸과 소현이가 한 젊은 남자를 안으로 들이고 있었다.성기현은 예준하의 모습을 똑똑히 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며 활짝 웃었다.“저녁 바람이 세긴 세나 봐요. 예준하 씨도 불어오고 말이에요.”예준하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러게요. 이 정도 바람이 아니면 저 못 불어와요.”둘은 아는 사이지만 그다지 친분이 없다.예진 그룹과 전씨 그룹이 협력 관계라 예준하는 전태윤과 소정남과 친하게 지낸다. 파트너이자 친구 사이이다. 한편 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이 줄곧 사이가 안 좋아 예준하와 성기현도 가볍게 인사만 건넬 뿐 딱히 왕래가 없다.이경혜는 예준하라는 이름도 들어봤고 그를 한번 본 적도 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 서로 얘기를 나누지 못해서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아들이 선뜻 인사하자 그녀도 그제야 생각났다.“안녕하세요, 아주머니.”성기현 남매가 그를 안으로 모셨고 이경혜를 본 예준하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이경혜는 웃으며 그를 반겨주었다.“불쑥 찾아뵙게 되어서 실례가 많습니다.”이경혜가 웃으며 답했다.“그런 거 전혀 없어요.”“엄마, 오빠, 장씨 일가의 별장을 바로 예준하 씨가 샀대요. 준하 씨는 앞으로 우리의 새 이웃이에요.”두 모자는 몹시 의외였다. 성기현이 먼저 웃으며 말을 건넸다.“준하 씨였군요. 아니 어떻게 우리보다 소식이 더 빨라요?”
“어머님, 기현 씨, 소현 아가씨랑 예준하 씨 꽤 친해 보이지 않아요?”유청하는 좀 전에 별말 없이 쭉 들으며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소현 아가씨는 콧대 높고 도도하여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 들어온다.전태윤을 수년간 짝사랑한 후 아가씨는 오직 그에게만 푹 빠져 있었는데 오늘 처음 전태윤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이토록 친절한 태도를 선보였다.하예정이 얼른 해명했다.“소현 언니는 예준하 씨랑 몇 번 만났어요. 처음 만났을 땐 언니가 준하 씨 길을 빼앗았는데 결국 준하 씨가 양보했대요.”이경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예준하 씨는 참 괜찮은 분이야. 예씨 일가 남자들은 전씨 일가 남자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야. 단지 거리가 너무 멀어.”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입을 꾹 다물었다.하예정도 성소현과 예준하가 잘 되길 바랐지만 예준하가 A시 사람이라 거리가 너무 멀고 이모에겐 딸이 소현 언니 한 명뿐이라 멀리 시집보내기 아쉬워할 듯싶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하예정도 바로 단념했다.두 사람이 만약 진짜 서로 감정이 생긴다면 본인들이 알아서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것이다. 하예정과 전태윤의 현실적인 문제에 비하면 예준하와 성소현은 문제라고 할 것도 못 된다.인제 예준하가 거액을 들여 성씨 일가의 바로 옆집에 별장을 샀으니 곧 이웃이 된다. 장거리에서 이웃이 되어 담장 하나만 사이에 두고 아주 가깝게 지낼 수 있다.성소현은 예준하를 배웅하고 다시 집안에 들어와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예정이 인제 제법 자연스럽게 걸어요. 우리 이만 출발해도 될 것 같아요.”이경혜는 하예정에게 일어나서 몇 걸음 걸어보라고 했다. 하예정이 확실히 자연스럽게 걷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청하도 함께 일어나 시어머니가 옆에 놓아둔 정교한 지갑을 공손하게 건넸다.“청하야,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아직 임신 초기라 거동이 불편하진 않아도 초기라서 각별히 더 신경 써야 해. 기현이가 옆에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쉬어. 난 소현이랑 예정이 데리고 나가봐야겠어.”“네
하 영감 부부가 하예정의 집에서 지내는 건 괜찮지만 두 노인네가 하예정의 부모님이 남겨주신 이 집을 하지문에게 주려고 하니 하예정 자매도 소송하기로 결정했다.부모님이 지은 집이고 땅문서도 하예정 아빠의 명의로 되어 있어 상속법에 따라 상속하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하지문에게 차려질 일은 없다.두 자매가 멀쩡하게 살아있으니까!“벽돌과 모래를 어디서 파는지는 알아?”이경혜가 관심 조로 물었다.“저번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 경옥 이모랑 연락이 닿아서 전화해서 여쭤봤더니 작년에 금방 집을 다시 지었대요. 경옥 이모한테서 벽돌을 실어주는 기사님 연락처를 받았어요. 주말에 벽돌 한 트럭 실어주기로 제가 다 얘기해놨어요.”하예정은 줄곧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전에는 두 자매가 그럴 능력이 없었다.이젠 드디어 여건이 좋아졌으니 바로 실천에 착수해야 한다. 두 자매는 원래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내시겠다고 해서 두 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내게 하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그 집을 돌려받을 줄 알았다.다만 그녀들이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녀들을 내쫓을 때 이미 그 집을 차지하고 아들과 손자에게 남겨줄 타산이었다.그해 할아버지가 막대기로 두 자매를 내쫓으며 으름장을 놓았다.“너희들 아빠는 내 아들이야. 아들이 죽었으니 걔가 남긴 모든 것이 아버지인 내 소유지. 아들로서 제 아비에게 드린 마지막 효도라고. 너희가 사내자식이었다면 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끝까지 길러줬을 거야. 너희들 아비의 집도 전부 너희에게 남겨줬을 테고. 그런데 이 계집년들이 내 아들 집을 상속받으려고? 어림도 없어! 계집년이 뭔 소용이야? 다 키워봤자 시집 보내면 남이잖아. 내 아들이 힘들게 지은 집인데 누구 좋자고 딴 사람한테 넘겨!”하 영감은 집안 재산이 딸들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셋째 아들은 딸만 둘일 뿐 아들을 낳지 못했다. 하여 셋째가 죽은 후 조카에게 집을 상속하면 적어도 하씨 집안 사람이니 다른 성씨인 남을 주는 것보단 낫다고 여겼다.
전태윤이 물었다.「왜 이제야 출발해? 그 킬힐은 감당할 수 있고?」하예정이 흠칫 놀라더니 문자로 그에게 물었다.「내가 킬힐 신은 건 어떻게 알았어요?」그녀는 서점에서 나올 때 단화를 신고 있었다.전태윤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소현 누나가 너 힐 신고 걸어 다니는 영상을 내게 보냈어. 고마워, 예정아. 나 때문에 많이 힘들지.」그의 세상에 녹아들도록 노력하는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하예정은 원래 제멋대로인 사람이라 평상시 옷차림도 편안함 위주였다. 그런 그녀가 전태윤을 위해 변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전태윤은 안쓰러우면서도 감격할 따름이었다. 그는 평생 그녀를 사랑하리라 다짐했다.「소현 언니가 나를 팔았네요. 하이힐 신고 걷는 모습 되게 웃기죠?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하이힐 벗어 던지고 싶어요. 그래도 슬리퍼가 제일 편해요.」관성을 포함한 이 지역 사람들이 슬리퍼 한 켤레로 만천하를 누빈다는 것은 전국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예준하 씨를 만나서 집에 모시고 한참 얘기 나누다 보니 늦게 출발했어요.」하예정이 좀전의 남편의 물음에 대답했다.전태윤은 살짝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예준하 씨는 어떻게 만났어?」「이모네 옆집 그 별장을 예준하 씨가 샀어요. 마침 준하 씨가 풍수지리 전문가를 모시고 집 보러 왔다가 저희랑 마주쳤어요. 소현 언니가 준하 씨를 집으로 초대했고요. 앞으로 이웃으로 지내야 하잖아요.」부부가 서로 문자를 주고받아 하예정은 안심하고 대담하게 자신의 추측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태윤 씨, 난 왠지 준하 씨가 장씨 일가 별장을 산 게 꼭 소현 언니랑 이웃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그녀가 손을 다쳐서 병원에서 수액을 맞을 때 성소현이 함께 있어 줬는데 그때 마침 예준하도 급성 위장염으로 병원에 갔다. 성소현은 아마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하예정은 똑똑히 지켜보았다.예준하는 성소현을 보자 배를 끌어안고 무기력하게 있다가 불쑥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슴을 쭉 펴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예준하는 성소현에게 다 죽어가는 모습을
동씨 가문에 도착하자 별장 대문이 활짝 열리고 본관 입구의 큰 잔디밭이 아주 예쁘게 꾸며졌다. 많은 손님들이 와인잔을 들고 삼삼오오 잔디밭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었다.이경혜의 신분과 지위가 높다 보니 그녀의 차가 동씨 가문 입구에 도착하고 별장에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을 때 동씨 일가에서 이미 소식을 접했다.동 대표 부부는 즉시 자녀를 데리고 마중 나왔다.이경혜의 차는 동씨 일가 도우미들의 안내로 주차장에 주차했다. 동 대표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와서 친히 이경혜의 차 문을 열어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오셨어요, 사모님.”이경혜가 우아하게 차에서 내렸다.“오랜만이에요, 대표님.”이경혜가 웃으며 인사했다.동 대표의 부인도 자녀들과 함께 이경혜에게 인사를 올렸다.동씨 가문은 1남 2녀인데 막내아들이 올해 막 여덟 살이 되어 새하얗고 통통한 얼굴에 나름대로 예의가 밝았다. 동 대표 부인이 아들을 조용히 가르친 후 꼬마 녀석은 예의 바르게 이경혜에게 인사를 올렸다.성소현과 하예정이 차에서 내려와 나란히 이경혜에게 걸어가 양옆에 서자 마치 친자매 같았다.성소현은 관성 상류층에서 아주 유명했다. 그녀의 성격뿐만 아니라 전태윤에게 공개 고백하고 적극적으로 대시한 유일한 여자이기 때문이다.전태윤을 짝사랑하는 여자가 실은 엄청 많지만 그녀들은 성소현 같은 용기가 없다.“소현 씨는 점점 더 예뻐지시네요.”동 대표 부인이 성소현을 칭찬했다.그녀는 이경혜가 하나뿐인 딸을 가장 아낀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성소현을 칭찬하며 이경혜의 환심을 사려했다.아니나 다를까 이경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사모님의 두 따님도 너무 예뻐요. 엄마, 아빠의 예쁜 점만 쏙 빼닮았네요. 저번에 큰따님을 볼 때까지만 해도 양 갈래머리를 한 어린아이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어여쁜 소녀가 되었대요. 사모님은 참 좋으시겠어요.”동씨 일가 큰딸이 이경혜의 칭찬을 듣고 얼굴이 빨개졌다.동 대표 부인은 하예정을 보면서 전에 만난 적 있는 얼굴인데 어디서 봤던지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