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밖에 나갈 수 없어 결국 방에 돌아가 문을 잠갔다. 그녀는 하예진이나 친구들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휴대폰을 꺼냈지만 배터리가 다 돼서 꺼진 상태였다.“날 죽이려고 작정했네!”하예정이 방문을 잠그고 있는 동안 전태윤도 더는 그녀를 집착하지 않았다.그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도와줄 상대를 찾고 있었다.전태윤은 습관적으로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남은 이제 막 심효진을 서점에 데려다주었다.심효진은 충전기를 꺼내 스쿠터를 충전했다.“정남 씨, 태윤 씨가 예정이를 어떻게 했는지 여쭤봐 봐요.”심효진은 전태윤이 강제적으로 하예정을 끌고 간 게 마음에 걸렸다.소정남이 알겠다며 답했다.“지금 바로 전화해서 두 사람 어떻게 됐는지 물어볼게요.”말은 이렇게 해도 소정남은 진작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전태윤을 너무 잘 알고 있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전태윤은 아마 하예정에게 버림받을 것이다.한순간의 거짓말은 짜릿해도 아내를 잃는 슬픔은 죽는 것만 못할 텐데, 아무튼 모든 게 자업자득인 것을.애초에 그가 신분을 숨기고 하예정의 성품을 지켜보겠다고 할 때 모두가 이해했다. 하지만 그 후로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었지만 전태윤은 줄곧 우유부단하고 온갖 걱정에 휩싸여 여태껏 지체했다.이러니 하예정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소정남이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마침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심효진에게 말했다.“태윤이가 전화 왔네요.”“얼른 받아요.”심효진이 조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대신해서 전화를 받고 싶을 지경이었다.소정남이 전화를 받자 그녀는 바짝 다가와 귀를 쫑긋 세우고 전태윤의 목소리를 들었다.“정남아, 도와줘.”전태윤이 지친 말투로 말했다.“예정이가 엄청 화났어. 나 달래지 못하겠어, 어떡해 이젠? 정남아, 나 인제 어떡하냐고? 날 떠난대, 분명 날 떠날 거야. 예정이 성격 내가 잘 알아. 날 뻥 차버려서 궁지로 몰아넣을 게 뻔해. 아까는 또 내가 전씨 그룹 도련님인
심효진이 말했다.“예정이는 태윤 씨보다 내가 더 잘 알아요. 감히 장담하는데 걔 절대 그런 짓 안 해요. 그러니까 얼른 돌아오게 놔줘요.”“효진 씨는 예정이가 아니잖아요. 효진 씨 장담 나 못 믿어요.”심효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전태윤은 무슨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효진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용없을 노릇이다.소정남이 재빨리 휴대폰을 가져가며 심효진을 달랬다.“효진 씨가 이해해요. 태윤이 지금 완전히 미쳤어요. 이런 감정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서툰 것도 당연해요. 효진 씨가 화내봤자 몸만 상해요.”심효진은 입을 벌렸지만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평소 전태윤은 성숙하고 듬직해 보였는데, 비록 정색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대인관계나 업무 처리가 매우 원만했는데 하예정을 감금하고 문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다니!“태윤아, 예정 씨 지금 좀 어때?”소정남이 관심하며 물었다.“네가 예정 씨를 어떻게 했냐고?”“나 아무것도 안 했어. 자꾸 나가고 싶어 하니까 문 잠그고 열쇠를 버렸어. 사다리를 찾아서 담벼락을 뛰어넘으려 하는 걸 내가 아예 사다리를 버렸어. 그리고 지금 화내며 방에 돌아가 문을 잠가버렸어. 정남아, 나 대체 어떻게 해야 해? 넌 지금 나보다 정신이 맑을 거 아니야? 네가 좀 말해봐, 나 어떻게 해야 하지? 뇌가 정지한 거 같아. 뭘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어. 마음만 복잡하고 자꾸 횡설수설하기만 해.”전태윤은 한번 사랑하면 깊이 사랑하는 스타일이다.하예정은 이미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가 되었다.그는 하예정을 잃는 고통을 감당할 수가 없다.왜 여태껏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 했냐고? 그녀를 잃을까 봐!예준성이 특별한 날을 골라 하예정의 기분이 좋을 때 다른 방식으로 진지하게 고백해보라고 했고 그는 곧이곧대로 실천에 옮겼다.하지만 폭풍우는 여전히 휘몰아쳤다.전태윤은 폭풍우에 쫄딱 맞았고 눈앞이 캄캄하여 방향조차 잡을 수 없었다.30년 인생에서 이런 무기력함은 처음 겪어보았다.그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
“태윤아, 일단 나부터 진정해야겠어. 내가 생각을 마치면 그때 다시 연락할게. 단 너 절대 예정 씨 다치게 하는 일 없어야 해! 안 그러면 너희 두 사람 정말 이별할지도 몰라.”소정남은 전태윤의 말을 듣고 울화가 차올라 얼른 전화를 끊고 싶었다. 일단 저 자신부터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효진 앞에서 험한 말을 하는 나쁜 이미지를 남기지 말아야 했으니까.전태윤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있자니 소정남은 애초에 심효진을 속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고 절대 전태윤처럼 거짓말을 숨 쉬듯이 내뱉지 않기를 너무 잘한 듯싶었다.소정남은 전태윤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꺼버렸다.“왜 그냥 끊어요? 나 태윤 씨 더 설득해보려 했단 말이에요. 계속 저렇게 나가면 예정이가 점점 더 크게 화낼 거예요. 나중에 한 맺힐까 두려워요.”소정남이 말했다.“효진 씨가 제대로 듣지 못해서 그래요. 나 진짜 한심해서 미쳐버리겠어요. 태윤이 때문에 내가 다 돌아버리겠다고요. 일단 진정 좀 해야겠어요. 효진 씨, 난 왜 하필 이렇게 감정에 서툰 상사를 만나게 된 걸까요? 나 너무 가여워!”소정남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줄곧 전태윤을 도와 어떤 문제든 해결했지만 단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다.하지만 감정 문제로 도움을 청했을 때 소정남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가장 큰 문제는 전태윤이 일방적으로 살아온 게 습관이 되었는데 겨우 호전됐다가 지금 또다시 완전히 드러나고 말았다.“단언컨대 두 사람 갈등이 몇 개월은 지속할 거예요. 그 사이에 절대 원래처럼 돌아가지 못할 거예요.”심효진도 그의 말에 공감했다.“내가 아는 예정이는 분명 이혼 얘기를 꺼낼 거예요. 하지만 걔는 절대 이 문제를 회피할 사람이 아니에요. 이건 내가 장담해요. 예정이는 반드시 태윤 씨랑 마주 앉아 이혼 문제를 논의할 거예요.”어쩌면 하예정은 지금 이미 이혼합의서를 작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심효진의 말을 들은 소정남이 대답했다.“효진 씨, 부디 예정 씨를 잘 타일러요. 예정 씨가
“잃는 게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제 드디어 거짓말을 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서 그런 거예요.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 거죠. 다만 지금 잠시 두려움에 휩싸여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 같아요.”심효진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해가 되지만 절대 예정의 서러움과 분노를 체감할 수 없어요. 아무튼 난 예정이를 설득하지 않을 거예요. 설득한다고 해도 나중에 다시 할래요. 지금은 애가 서러워 죽을 지경인데 내가 왜 태윤 씨를 도와야 하죠? 그러면 예정이만 더 속상할 거라고요! 남편한테 감쪽같이 속은 건 예정인데 우리가 화풀이해주지 못할뿐더러 태윤 씨를 용서하게 설득하라고요? 그런 일은 나 절대 못 해요. 정말이지 능력만 된다면 내가 대신 태윤 씨를 한바탕 두들겨 패고 싶다니까요. 성기현 대표님은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아마 사촌오빠로서 태윤 씨를 두들겨 패고 싶을 걸요. 그럼 나도 화가 조금은 풀릴 것 같아요.”소정남은 말을 잇지 못했다.전태윤은 본인 노력으로 너무 많은 사람을 건드렸다.“어머, 소현 씨 어떡해요? 이틀 뒤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오자마자 예정의 남편이 전씨 그룹 도련님이란 걸 알게 되면 과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요! 한때 미치도록 좋아했던 도련님이 정작 예정이랑 초고속 결혼을 한 남편이라니, 이게 말이 돼요?”심효진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찔거렸다.“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래? 소설 속 전개가 현실에서 일어나다니. 이래서 소설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거였네.”소정남이 재빨리 물었다.“대체 어느 소설에서 이런 전개가 나오나요? 남자 주인공은 결국 어떻게 여자 주인공의 용서를 구했대요? 태윤이한테 추천해서 배우라고 해야겠어요.”심효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연재소설이라 작가가 아직 거기까지 쓰지 못해서 나도 결말은 몰라요. 여자 주인공이 과연 어떻게 남자 주인공을 용서했을까요?”소정남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막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날 봐도 소용없어요. 내가 쓴 것도 아닌데 답안을 얻을
홀로 방에 갇힌 하예정은 뭘 하고 있을까?그녀는 방에서 펜과 종이를 찾더니 소파에 앉아 열심히 이혼합의서를 작성했다.결혼 후 부부는 따로 집을 구매하지 않아 딱히 재산분할을 할 게 없었다.전태윤은 전에 이혼하게 되면 발렌시아 아파트와 SUV를 하예정에게 주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하예정은 전혀 갖고 싶지 않았다.그건 전부 전태윤이 그녀를 속이려고 일부러 구한 집이니까!차도 갖고 싶지 않았다.하예정이 지금 몰고 다니는 차는 전태윤이 사준 차이기에 이혼할 때 일전 한 푼 빚지지 않고 모조리 돌려줄 것이다.그와 재산분할을 하지 않고 그에게 4개월 청춘을 손해 본 배상금도 받지 않을 것이다. 각자 명의 하의 재산은 각자 가져갈 것이니 서로 빚진 것도 없다. 전태윤이 이혼 서류에 사인만 해주면 된다.한편 전태윤이 도리어 그녀에게 청춘 손해배상금을 물으라면 그녀도 조금은 줄 의향이 있다. 어쨌거나 상대는 전씨 그룹 도련님인데 초라한 자신과 함께 살아줬으니 고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예정은 당연히 그에게 배상금을 조금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요구하면 그녀도 거부할 것이다.그녀의 능력 범위 내에서만 돈을 줄 수 있다.“똑똑.”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예정아, 나 문 좀 열어줄 수 있어?”상대는 다름 아닌 전태윤이었다.하예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지금 전태윤의 얼굴만 봐도 분노가 차오르니까.“예정아, 방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안 갑갑해? 나와서 나랑 함께 정원 산책해. 우리 집 앞마당에 꽃이 엄청 많이 피었어. 내려와서 예쁜 꽃구경 하자. 널 위해 일부러 사람들을 시켜서 가꾼 거야.”하예정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고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예정아, 배고프지? 내가 사람들 시켜서 너 좋아하는 요리를 많이 만들어오라고 했으니 문만 조금 열면 감칠맛 나는 음식 향이 퍼질 거야. 너도 분명 배고플 거잖아.”전태윤은 또 맛있는 음식들로 그녀가 문을 열게끔 달래보았다.방안에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그가 계속 말했다.
그땐 그녀도 전태윤을 사랑하지 않아서 아무렇지가 않다.하지만 이젠 사랑하게 되었는데 진실을 알게 되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요즘 들어 그가 늘 옆에 있어 주고 자상하게 챙겨준 걸 생각하면 하예정은 더 속상하고 화났다.‘나에 대한 자상함도 거짓이 섞여 있지 않을까? 이것도 다 속임수야? 아, 내 뒷목! 전태윤 이 나쁜 자식, 망할 자식! 목 아파 죽겠네.’정연 아주머니 일행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도련님은 애초에 사모님을 속였고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삼성 충전기 누가 갖고 있어요?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충전기 좀 빌려주세요.”정연이 대답하려 할 때 옆에 있던 동료가 재빨리 그녀를 툭 찔렀다. 그녀는 뒤늦게 눈치채고 하예정에게 말했다.“도련님이 삼성 휴대폰을 한 대 갖고 계시는데 사모님 그럼 도련님께 충전기 좀 빌려달라고 말해보세요.”하예정은 그들의 작은 꼼수를 놓칠 리가 없었다.전태윤의 허락 없이 그녀는 휴대폰 충전조차 할 기회가 없다.전태윤은 그녀를 이 별장에 가두고 아예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려는 속셈인가?이렇게 하면 그녀를 남겨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몸만 남아있을 뿐 마음은 절대 남겨둘 수 없다!하예정은 더는 도우미들과 말하지 않고 다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들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계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전태윤이 소파에 앉아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같았다.그녀의 발소리를 들은 전태윤은 재빨리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활짝 미소 지었다.“여보.”“여보라고 부르지 말아요!”하예정의 낯빛이 또다시 어두워졌다.그녀는 지금 전태윤 이 인간만 보면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지니 어쩔 수가 없다.“예정아.”전태윤이 호칭을 바꿨다.“배고프지, 얼른 가서 밥 먹자.”그는 자상하게 말하며 하예정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그녀가 매정하게 뿌리쳤다.하예정은 그를 스쳐지나 소파 앞으로 걸어가더니 다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차갑게 쏘아붙였다.“태윤 씨, 이건 내가
하예정은 힘껏 몸부림치며 가까스로 밀어냈지만 전태윤은 계속하려 했고 화가 난 하예정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장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이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전태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예정은 분노가 차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를 째려보는 두 눈도 서서히 충혈되어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전태윤은 자책하기 시작했다.‘내가 또 예정이를 화나게 했어, 예정이가 속상해하고 있잖아. 내가 부드럽게 다가가면 예정이도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장씨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박씨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씨 아저씨야말로 이 집안의 진짜 집사이지만 일이 있어 휴가를 낸 바람에 장씨 아저씨가 임시로 와서 집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젠 더는 버틸 수가 없으니 얼른 박씨 아저씨를 불러와야 한다.사모님이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게 웬 말인가!다들 전씨 일가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목격하는 일이다.전씨 일가의 남자들은 아내 사랑이 지극하여 결혼만 하면 부부의 감정도 안정적이고 더없이 알콩달콩하게 지낸다. 가끔 작은 오해와 말다툼이 있지만 금세 해결되는데 사모님은 오늘 도련님의 뺨을 후려쳤다.“예정아.”전태윤은 자신의 뺨을 때린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손 안 아파?”하예정은 힘껏 손을 빼내고 머리를 홱 돌리고는 눈을 살짝 비비더니 다시 전태윤을 노려봤다.“태윤 씨, 미안해요. 하지만 태윤 씨도 날 좀 존중해주면 안 돼요?”그녀는 자신이 화낼 때 전태윤이 강제 키스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그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니까.전태윤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하예정이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보고 눈이 발칵 뒤집혀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그가 먼저 거짓말한 건 잘못된 일이지만 그녀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이혼합의서를 작성하니 전태윤도 점점 더 충동하게 되었다.“만약 바람피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내게 수없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을 떠난다고 했었죠.”이는 하예정이 애초에 한 말
장 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은 긴장한 분위기 속에 질식하는 것만 같았다.한참 후, 전태윤은 언성을 높여 분부했다.“사모님에게 충전기를 가져다줘!”“네”장 씨 아저씨는 얼른 하예정을 도와 충전기를 가져왔다.‘큰 도련님의 이 거동은 사모님을 보내주시겠다는 뜻은 아닐까?’사실 장 씨 아저씨도 속으로 큰 사모님을 집에 감금하는 것보다, 둘이 서로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사고하는 편이 더 좋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장 씨 아저씨는 마음속의 말을 감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큰 도련님에게 있어 큰 사모님은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다. 큰 도련님은 혹시라도 큰 사모님을 놓아준 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그래서 이렇게 옆에 강제로 남겨두고 있는데, 부부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장 씨 아저씨는 충전기를 가져와 전태윤에게 건네주었다.전태윤은 충전기를 하예정에게 건네주었고, 그녀가 건네받는 순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애걸했다.“예정아, 다시는 이혼에 관한 얘기 꺼내지 마, 제발.”하예정은 손을 뒤로 빼더니 충전기를 들고 몸을 돌려 핸드폰을 충전하러 갔다.그녀의 침묵은 전태윤을 당황하게 했다. 그녀는 떠나려는 생각을 접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는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된 후에 이혼하려고 했는데, 만약 보통 사람이 자기 남편이 억만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뻐서 날뛸 것이 분명하다.전태윤은 아직도 하예정이 화를 내는 이유가 그가 그녀를 속여서, 믿지 않아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의 분노에 대한 그의 행동은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그는 입으론 해명하기는 하였지만, 행동으로는 그녀를 기절시키지 않으면, 못 떠나가게 일부러 키를 던졌고, 사다리도 던지며 온몸으로 그녀가 이 별장을 못 떠나가게 막고 있다.이것은 그녀를 감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의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불난 마음에 부채질하였고, 그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