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노동명의 도움으로 구매한 물건들을 모두 자기 차로 옮겼고, 그녀의 차는 삽시에 꽉 찼다.“노 대표님, 고마워요.”하예정이 고맙다고 인사하자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난 전 대표와 비즈니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이기도 해요. 당신은 태윤의 아내인데, 이런 작은 도움은 언급할 가치도 없어요.”그는 또 주우빈을 바라보며 말했다.“비록 우빈이가 날 좋아하지 않고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난 왠지 우빈이를 볼 때마다 친해지고 싶고 놀리고 싶어 참을 수 없네요.”노동명의 눈엔 주우빈이 울며 엄마 품에 안기는 모습마저도 재밌었다.‘아저씨 절 원숭이 취급하는 거예요?’“노 대표님, 그럼, 먼저 가볼게요.”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여동생의 차에 올라타며 노동명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노동명의 응하는 소리와 함께 하예정의 차가 출발했고, 그도 길가에 주차된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그들이 모두 떠난 후, 서현주는 얼굴이 굳은 주형인을 보며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왜요, 전처에게 남자가 들러붙는 걸 보니 기분이 안 좋아요? 오빠는 이미 하예진과 이혼했다고요! 그녀는 더 이상 오빠의 아내가 아니라고요! 지금, 이 표정은 뭐예요?”주형인은 정신을 차리고 설명하려 했지만, 방금 표정이 굳어진 건 사실이라 설명하기 어려워 결국 이렇게 말했다.“현주야, 이건 아마 대부분 남자의 나쁜 근성인 것 같아. 이혼 후 자기는 새로운 애인을 찾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전처에게도 새 남자가 생기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솔직히 말하면, 상대방이 자신보다 잘 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거야.”서현주는 그제야 안색이 풀린듯했다.“저 사람 돈 많죠?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것 같던데.”“노씨 그룹의 대표이자 노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야. 가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씨 그룹을 세웠는데, 자산이 2조 원쯤 되나... 당연히 돈이 많지. 지난번에 엄마와 누나가 예진이를 찾아가 예진이더러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돈을 갚으라고 했는데, 그때 노 사
주형인은 그저 비웃었다.“아무리 다이어트 해도 뚱뚱한 아줌마라서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 떨어져.”그는 서현주의 허벅지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현주야, 역시 네가 최고야, 난 네가 제일 좋아.”그의 말에 서현주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하예진은 당연히 나만 못하지!’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하예정도 참지 못하고 언니 앞에서 노동명을 언급했다.“언니, 아무래도 언니랑 노 대표님은 인연이 있는 것 같아. 어쩜 차를 몰고 지나가도 언니랑 우빈이와 마주쳐?”하예진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예정아, 정말 우연이야. 그리고 대표님은 우리 우빈이를 엄청 좋아하셔. 사실 난 대표님을 만나는 게 두렵기도 해.”“음... 노 대표님이 우빈이를 정말 좋아하긴 하는 것 같아. 지난번에 심효진과 훠궈를 먹으러 갔는데, 마침 노 대표님을 초대하고 있는 태윤 씨랑 소 이사님과 마주쳤지 뭐야. 그들 셋도 그곳에 훠궈를 먹으러 간 거야,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함께 먹기로 했어. 그때 노 대표님이 왜 언니랑 우빈이도 함께 데려오지 않았냐고 물으셨어.”“대표님은 거칠어 보여도 따뜻한 사람인 것 같아, 그래서 우빈이도 귀여워하시는 거고.”띠리링!하예정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전태윤으로부터 온 전화인 걸 보고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언니의 잘난 제부한테서 온 전화야. 출장 간 지도 2, 3일이 됐는데 처음으로 나한테 전화했어.”“그러는 넌 먼저 전화해 봤어? 제부는 중요한 일을 보러 출장 갔는데 넌 맨날 집에서 빈둥거리며 우빈이를 데리고 효진이를 찾아가 놀고먹지 않으면 여기저기 드라이브하러 다녔잖아, 그 덕에 우빈이가 많아 방만해졌어! 먼저 제부한테 전화해서 설에 돌아올 수 있나 관심이나 할 거지.”“돌아와 함께 설을 쇠겠다고 약속했어.”하예정은 말하면서 핸즈프리 버튼을 눌렀다.“당신 지금 어딘데?”전화가 연결되자 자동차 소리를 들은 전태윤은 하예정이 지금 밖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언니와 함께 쇼핑하러 갔다가 설맞이 용품과 선물을 가득 샀어요. 당신
“우리 언제 당신 집에 가죠? 오늘 산 선물들은 당신 집에 가져가려고 준비한 거예요, 만약 오후나 내일 갈 예정이면 이 물건들은 그냥 차에 두어도 좋을 것 같은데... 다시 옮기려면 괜히 힘들잖아요.”전태윤은 생각하다 말했다.“내일 아침에 가는 거로 해. 나 금방 돌아와서 좀 피곤해, 우선 반나절 쉬어야겠어.”2, 3일 헤어지는 동안 와이프가 많이 그리웠던 전태윤은 먼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집에 가려고 생각했다.“그럼, 그 물건들은 일단 그대로 둬요.”“오케이.”전테윤은 별다른 의견이 없었고 그저 당부했다.“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면 메시지 줘.”“알았어요.”하예정은 응하고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또 다른 일 있어요? 별일 없으면 전화 끊을게요, 지금 운전하고 있어요.”전태윤은 그녀가 이미 돌아오는 길이나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곤 말했다.“아무 일 없으니 운전 조심해.”하예정은 다시 응하고 전화를 끊었다.“언니, 태윤 씨가 내일 집에 돌아간다고 하는데, 언니랑 우빈이도 같이 가, 할머니께서 신경 안 쓰실 거야. 언니랑 우빈이만 여기 남아서 설을 쇠는 게 걱정돼서 그래.”하예진은 웃으며 동생을 달랬다.“걱정할 게 뭐가 있어? 언니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네가 시댁에 가서 설을 쇠는데 언니가 염치없이 따라가면 되겠어?”“뭐가 염치가 없어? 난 이미 태윤 씨랑 결혼했고, 태윤 씨 집이 내 집인 거야. 우리 언니가 우리 집에 가서 설을 쇤다는데 안될 게 뭐 있어? 예전에 나도 언니 집에서 설을 보냈잖아, 난 매일 언니 집에서 지냈는걸.”“됐어. 그냥 우빈이랑 조용하게 설을 쇠게 해줘. 예년처럼 시댁 친척을 위해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 편해. 많이 준비하면 내가 패가망신이라고 하지, 적게 준비하면 내가 그 집 친척을 무시한다고 하지, 어떻게 하던 날 나무라는데 이젠 그런 고통 받지 않아도 돼서 편해.”하예정은 언니를 설득하지 못하자 할 수 없이 다른 제안을 했다.“그럼, 언니 심심할 때 이모네 집에
“운전하고 있어요. 이모 예정이한테 할 말 있으시면 제가 바꿔 드릴게요.”하예진은 여동생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려 했다.“아니 괜찮아, 예정이한테 운전 조심하라고 해, 시댁에 가서 설 잘 쇠고. 만약 시댁 식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면 절대 참지 말라고 해. 그 집이 어떤 집이든 너희들은 내 조카딸로서 자격이 충분한 거니.”조카사위가 전태윤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경혜는 며칠 동안 마음이 착잡했고, 큰아들과 이야기하고 나서야 큰아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지 성소현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이경혜도 당연히 딸에게 알릴 리 없었고, 전태윤의 그 신비한 와이프가 하예정이라는 것을 딸에게 꼭 숨겨야 했다.사람들은 모두 전씨 가문 큰 도련님의 와이프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했지만, 자기가 이미 만났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심지어 잘 어울려 지내면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예를 들어, 심효진은 전태윤에 관한 가십거리를 가장 좋아하며 전씨 집안의 새 사모님이 누구인지 항상 궁금해했었다. 그녀는 하예정에게 사모님으로부터 남편을 다루는 테크닉을 배우겠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정작 자기 절친이 바로 그 사모님이라고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성씨 일가가 설을 쇠기 위해 여행을 가기로 한 것도 사실 성소현에게 하예정의 남편이 전태윤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이다.하예정은 설 기간에 남편을 데리고 방문해서 남편을 이모 가족에게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했었다.이에 이경혜는 가족이 여행을 가서 설을 쇠면 하예정이 전태윤을 데리고 오려고 해도 올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월 대보름에 다시 돌아오면, 전태윤은 이미 출근했을 것이고, 일이 바쁜 그도 다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어쨌든 숨길 수 있는 데까지 숨길 생각이었다.하예정은 이모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전 억울함을 당할 일이 없어요. 더군다나 시댁 식구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이라 저랑 잘 지내고 있는걸요. 그리고 태윤 씨도 절 잘 지켜줄 거예요.”이경혜는 마음이 놓이
이경혜는 하예정 자매와 우빈에게 줄 세뱃돈 외에 전태윤의 몫까지도 준비했다.전태윤을 사위로 삼을 방법은 없지만 조카사위도 사위이니 전태윤에게도 관대하게 세뱃돈을 주려고 했다.“엄마.”성소현이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내려오자, 이경혜는 급히 집사를 내보내고는 일어나서 딸에게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어?”“갖고 갈 거 다 챙기느라 오래 걸렸어요. 오빠네는요?”“아직 내려오지 않았어.”성소현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 이경혜는 앞으로 다가가 도와 들어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엄마, 방금 집사한테 뭘 시켰어요?”“예진이 자매에게 준비한 설 명절 선물을 집사한테 부탁해 보내주려던 참이야.”“예진 언니가 허락만 하면 언니랑 우빈이도 같이 갈 수 있는데 말이에요. 아, 또 오랫동안 우빈이를 못 보게 되네요. 우리가 돌아오면 우빈이는 벌써 세 살이 되는데...”“이제 두 날 지나면 너도 스물일곱이야.”이경혜는 딸에게 주의를 주었다. 한 해가 지나면 모든 사람은 나이가 한 살 늘어나게 된다. 젊은 사람은 한 살 더 성장하게 되고, 나이가 든 사람은 한 살 더 늙게 되는 것이다.“27살도 아직 젊었거든요. 엄마, 재촉하지 마세요. 난 아직 나랑 맞는 남자를 찾지 못했으니 너무 급해하지 말고요, 이제 서른 살이 되고 나면 다시 말해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마땅한 사람을 못 만나면 시집 안 가고 엄마, 아빠랑 평생 함께 살 거예요.”성소현은 눈이 매우 높았고, 웬만한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이경혜는 그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너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말어, 성격이 온화하고 너의 모든 면을 흔쾌히 받아주는 사람이라면, 우리 집안보다 못해도 괜찮아.”“그건 안 돼요. 만약 집안 조건도 안 좋은 데다 시댁 사람들이 내 피를 빨기만 하면 어떡해요? 그런 사람에게 시집갈까 봐 무서운걸요.”관성에는 그들 가문과 맞먹을 수 있는 가문들이 적지 않지만 나이가 적합한 아들이 없었고, 대부분은 유부남이거나 나이 차이가
옆에는 언니와 강일구도 있었는데, 그가 이렇게 직접 그녀를 안고 차에서 내리는 행동에 그녀는 약간 부끄러워 났다.그에게 안겨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익숙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하였고, 그녀는 그만 참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여전히 촉감이 좋았다.‘말로는 내 배려가 필요 없다고 하면서, 안으니 그 틈을 타 손을 대다니. 이따 저녁에...'전태윤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자신의 욕망을 억눌렀다. 하예정을 땅에 내려놓은 후 전태윤은 다시 차에 가 주우빈을 안아 땅에 내려놓았다.“이모부.”주우빈은 애티난 목소리로 전태윤을 불렀고, 전태윤이 두 손을 내밀어 안으려고 하자, 곧바로 가까이 가서 안겼다. 전태윤은 재빨리 받아안은 후 꼬맹이를 높이 안아 올렸고, 꼬맹이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잠시 놀아준 후에야 전태윤은 아이를 땅에 내려놓으며 물었다.“우빈아, 이모부 보고 싶었어?.”주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전태윤은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주우빈의 얼굴에 두 번 뽀뽀를 해주었다.“이모부도 우빈이가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하예진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그는 인사를 건넸고 그녀도 웃으며 그에 응했다.“예정 씨.”강일구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에 답했다.“일구 씨는 설을 쇠러 고향에 가지 않으셨나요?”아파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설을 쇠러 고향에 돌아갔고 관성에 남은 사람은 소수였다.강일구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돌아가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요. 일 년 내내 모아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데 설이 돼서 다 쓰고 나면 모은 보람이 없잖아요. 올해는 돌아가서 설을 쇠지 않으려고요. 부모님께 설을 쇠시라고 각각 몇십만 원씩 보내드리고 나니 제가 모아둔 돈이 거의 바닥나 버렸어요.”하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그건 그렇네요. 사실 일구씨 부모님을 여기로 모시고 와도 좋은데...”사람들은 1년 내내 몇백만 원 정도 모아뒀다가 설을 쇠면 이곳저곳에 자기도 모르게 모아둔 돈
강일구는 떠난 지 몇 분도 안되어 다시 전태윤의 전화를 받았다.“일구야, 돌아와서 해야 할 일이 더 있어. 여전히 물건을 옮기는 일이야. 이번에는 물건을 8층으로 옮겨야 해. 물건이 좀 많기도 하니 운반비는... 예정아, 일구에게 운반비는 얼마나 지불할까?”전태윤은 휴대전화에서 얼굴을 떼고는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아주머니가 보내온 그 선물들을 보고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절반이 언니 몫이라고 해도, 나머지를 강일구 혼자 옮기게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강일구 씨한테 와서 보고 직접 가격을 알려달라고 해요.”이미 몇 번 거래하여 강일구와도 익숙해진 사이라 운반비를 너무 적게 주면 미안할 것이고, 너무 많이 주면 손해를 볼 것 같아 아예 강일구한테 가격을 부르라고 하였다.강일구는 보기에도 무던하고 성실한 사람인지라 터무니없이 값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알겠어. 일구야, 먼저 와 봐.”“금방 갈게요!”강일구는 큰 도련님에게서 또 몇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게 응했다.30분 후.“여보, 나 아직 밥 못 먹었어.”전태윤은 문을 닫으며 말했다.강일구는 짐을 옮기는 것을 도운 후, 하예진 모자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이경혜가 예진에게 준 선물도 같이 옮겨갔다.운반비는 전태윤이 미리 지불했다. 그는 전태윤을 따라 A시에서 돌아온 후로 많은 용돈을 벌었는데, 이는 그에게도 좋은 일이었다.하예정은 이모가 보내준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대답했다.“나도 아직 밥 못 먹었어요. 슈퍼마켓을 한참이나 돌아다녔는데... 당신이 돌아와서 참 다행이에요. 만약 나 홀로 이 물건들을 위층으로 옮기려면 아마 피곤해 죽을 거예요.”전태윤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강일구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도련님께서 돌아오시지 않으면 사모님께서 절 찾으신대도 도울 방법이 없는걸요.’“앞으로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일구한테 말해. 일구는 돈만 충분히 쳐주면 일을 잘 처리하거든. 그럼 난 가서 밥 차릴게
전태윤은 두 시간이나 들여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식탁 위에는 그가 직접 요리한 음식들로 가득 차려져 있었고, 모두 하예진이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전태윤은 모처럼 휴대전화를 꺼내 포토를 찍어 카카오 스토리에 올렸다.지난 번에 올린 이후 전태윤의 스토리는 오랫동안 잠잠했다.포토가 스토리에 올라오자, 그의 회사 동료들과 중요한 고객들은 재빠르게 ‘좋아요'를 누르며 댓글을 남겼다.「전 대표님, 지금 바로 달려갑니다.」「대표님, 요리 솜씨가 이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어요.」「대표님, 택배로 보내주세요. 제가 대신 다 먹어줄게요.」「형수님은 정말 복이 많으시네. 난 몇 년 동안 널 위해 일을 해 왔지만, 아직 네가 볶은 야채 한 가닥조차도 먹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야...」이 댓글은 소정남이 남긴 말이었다.전태윤은 포토를 올린 후 ‘좋아요'와 댓글은 보지도 않고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은 방금 욕실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참이었다.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너무 불공평해요.”전태윤은 웃으며 다가가 허리를 살짝 굽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당신은 연습이 적어 체력이 안 따르는 거야. 앞으로 연습 많이 하면 돼.”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자기 사랑하는 와이프에게 꼬집힘을 당했다.“악! 아파!”전태윤은 일부러 아픈 얼굴을 하며 소리 질렀다.“이건 남편을 죽이는 거야.”하예정은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엄살도 참 잘 부리네요. 예전에는 이 정도론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았으면서... 많이 아파요? 저에게 돌려 꼬집을래요?”전태윤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어떻게 감히 당신을 꼬집겠어. 사랑하기에도 모자라는데.”“태윤 씨도 참. 입에 꿀 발랐어요? 옛날의 당신은 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말이예요...”전태윤은 그녀가 머리를 다 감은 것을 보고 헤어드라이어를 가져와 머리를 말려주면서 말했다.“예전과 어떻게 비해, 지금은 진짜 부부가 됐잖아. 예전과 아주 다르지.”
“형인 씨 마음속엔 아직 네가 있을지도 몰라.”노동명이 말했다.그는 오히려 주형인이 우빈 앞에서 그의 험담을 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주형인이 험담하면 할수록 우빈은 그를 싫어할 것이고 오히려 노동명과 우빈의 정이 더 깊어져만 갈 테니까.노동명은 마침내 우빈이 주씨 집에서 돌아올 때마다 그에게 무척 잘해준 이유를 알게 되었다.우빈도 미안했던 모양이다.주형인이 그의 험담을 했기 때문이다.“형인 씨는 저에 대한 사랑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을 거예요. 저를 사랑했다면 저를 배신하고 상처를 주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주씨 집안 가족들이 저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을 거예요. 남자가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어떻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요? 시어머니와 갈등이 생긴다 해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텐데. 어떻게 시어머니와 그의 누나가 저를 비난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었겠어요?”“그 사람은 마음이 편치 않았을 뿐이에요. 제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만약 형인 씨와 서현주 씨가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고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행복하게 살면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를 기다렸을 텐데. 제가 죽든 살든 상관했겠어요? 우빈에 대한 감정조차 옅어졌을걸요. 그들만의 아기가 생기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워낙 깊지 않은데다 감정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노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문득 화제를 돌렸다.“맞아. 그런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과 일들을 생각하지 말자. 나 내일 관성으로 돌아갈 거야. 예진아, 나랑 같이 가서 새 옷 몇 벌 사 오자. 우빈에게 줄 장난감도 좀 골라줘. 내가 매번 선물한 장난감을 녀석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하예진도 전남편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진작에 태연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였지만 노동명 앞에서 전남편 얘기를 꺼내면 노동명이 질투할까 봐 걱정했다.교통사고를 당한 후 노동명도 많이 연약해졌다.주로 다리 장애로 자신감을 잃은 노동명은 마음이 매우 약해졌다.노동명
하예진이 물었다.“예정이에게 없고 저한테 있는 게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동명 씨가 재활을 꾸준히 하시고 제가 관성에 없을 때 자신을 돌보고 시간이 나면 우빈을 돌봐 주세요. 우빈이도 동명 씨를 보러 자주 갈 거예요. 녀석이 지금 자기 아빠보다 동명 씨를 더 좋아하니까요.”노동명은 의기양양하면서 말했다.“그건 내가 우빈에게 진심으로 대해서 그래. 우빈이 친아빠는 늘 우빈이 앞에서 내 험담만 하거든. 우빈이는 똑똑하니까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 잘 알고 있어. 우빈이 친아빠가 내 험담을 하면 할수록 자기 친아빠를 더 싫어할걸.”노동명은 고개를 돌려 하예진을 바라보았다.주형인에 관한 얘기가 언급되자 하예진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그때 하예진이 입을 열었다.“뭘 봐요? 내가 아직도 그 남자를 신경 쓰는 줄 알았어요? 그 사람은 단지 우빈이 아빠일 뿐이에요. 제가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줄 알았죠? 그 사람을 언급하면 제 기분이 가라앉을 줄 알았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제가 어떻게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 제가 아직도 사랑했다면 애초에 이혼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마음이 찢어진 이상 최대한 빨리 이혼하는 것도 좋은 일이죠.”주형인도 약속한 대로 그와 그의 가족들은 더는 하예진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연관성은 우빈 뿐이었다.그러나 주형인은 하예진과 노동명이 함께 있는 모습을 태연자약하게 지켜보지 못했다.그는 또 노동명이 친아버지인 자신보다 더 나은 계부로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우빈 앞에서 노동명의 험담을 했다.우빈이 아직 노동명을 두려워할 때, 주형인은 우빈 앞에서 노동명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우빈은 노동명을 대신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오늘날 우빈과 노동명의 사이가 매우 좋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주형인 부자가 만날 때마다 주형인은 우빈 앞에서 노동명이 폐인으로 되었기에 하예진과 함께 한다면서 그녀의 발목을 잡는 거나 다름없다면서 노동명의 험담했다.또
모두 웃기 시작했다.전호영은 노동명과 하예진이 돌아오면 요리들이 올라오게끔 미리 준비해 놓았다.그들은 유쾌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식사 후 고현은 곧 자리를 떠나 고성 호텔로 박 대표를 만나러 갔다.다행히도 하루 호텔과 고성 호텔은 가까웠다. 두 호텔은 길을 건너면 바로 볼 수 있다.그러나 아무리 가까워도 전호영은 고현을 배웅해 주겠다고 고집했다.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호텔을 나와 호텔 근처 거리를 거닐며 강성의 밤거리를 구경시켜 주었다.“기분은 좀 나아졌어?”노동명이 뒤에 있는 하예진에게 물었다.하예진은 한참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 많이 나아졌어요. 앞으로 저에게 닥칠 일들이 지금보다 더 가혹할 거에요. 만약 이번 일조차 직면할 수 없다면 제가 강성에 있을 필요도 없이 관성으로 돌아가 계속 저의 레스토랑을 돌보는 게 나을걸요.”그렇게 하면 이경혜의 바람과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노동명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다행이네. 이렇게 오래 돌아다녔는데 뭐 사고 싶은 거 없어? 원하는 게 있으면 내가 선물로 사줄게.”하예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제가 사면 돼요. 선물할 필요 없어요.”“난 지금 네 남자 친구거든. 앞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할 남자라고. 나도 너에게 선물을 준 적 없는데. 사실 우리 집 객실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러 선물로 가득 차 있거든. 전부 내가 너에게 준비한 선물들이야. 어떤 것은 너에게 선물했지만 네가 받지 않은 물건들이고 어떤 것은 내가 너에게 미처 선물하지 못한 것도 들어있어. 네가 받지 않으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먼저 그 방에 넣어두었거든. 앞으로 우리가 한 가족으로 되면 그 물건들은 어차피 너의 것으로 될 테니까. 네가 가지지 않으면 우리 집안의 돈이 낭비되는 거나 다름없을 텐데. 너도 우리 가정의 돈이 낭비되는 게 싫지?”하예진은 말문이 막혔다.과거에 그녀는 노동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재혼하고 싶지 않고 돈만 벌고, 사업을 일으켜 우빈을 잘 키워
전호영은 더는 묻지 않았다.엘리베이터가 두 사람을 1층으로 안내했다.전호영은 엘리베이터에서 고현에게 뽀뽀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그는 고씨 그룹에서 고현에게 체면을 세워 주어야 했다. 어쨌든 고현은 고씨 그룹의 대표님이니까.전호영이 차를 몰고 고현과 함께 고씨 그룹을 떠났고 고현의 운전기사와 경호원들도 두 사람 뒤를 따랐다.식사를 마치고 나면 고현은 또 박 대표와 약속이 있었다.전호영은 그들이 하루 호텔에 도착했을 때 하예진과 노동명은 아직 호텔에 돌아오지 않았다.하예진 일행은 약 30분 뒤에야 호텔로 돌아왔다.하예진은 어두운 얼굴로 노동명을 호텔로 밀고 들어갔다. 노동명은 계속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못 듣는 체했다.노동명은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위로의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하예진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노동명도 더는 위로하지 않았다.하예진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위층으로 올라가 전호영이 안배해 준 식사하는 룸에 도착해서야 하예진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동명이 형.”전호영은 하예진이 노동명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급히 일어나 하예진을 도우려고 했다.“호영 씨, 동명 씨가 혼자 몇 걸음 걸을 수 있어요.”하예진은 전호영의 도움 없이 노동명의 휠체어를 식탁 앞에 세웠고 노동명은 스스로 일어나 두 걸음 걷다가 다시 탁자 앞에 있는 걸상에 앉았다.고현도 일어섰다. 그녀는 예의 바르게 두 사람과 인사를 했다.“돌아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하예진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괜찮아요. 저희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언니, 일은 다 처리했어요?”모두 자리에 앉은 후 고현은 두 사람에게 각각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라주며 관심 있게 하예진에게 물었다.“다 처리했어요.”하예진이 대답했다.“잘됐네요. 노 대표님, 내일 돌아가시려고요?”고현은 나지막이 물었다.노동명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예진이 보러 온 것뿐이
“엄마.”고현은 진미리의 전화를 받았다.“현아, 퇴근했어?”“네, 막 퇴근하려고 그래요. 왜 그러세요?”“드레스 말고도 평소에 입을 옷도 몇 벌 더 사줄까?”고현은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필요 없어요.”고현은 단지 내일 저녁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여 사람들에게 그녀가 사실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어 전호영이 동성애자가 아닌 정상적인 남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더는 색안경을 끼고 전호영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다들 전호영이 고현을 삐뚤어지게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색안경을 끼고 전호영을 바라보았으나 고현은 정상적인 남자라고 여겼다.진미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필요 없어? 여자 신분을 회복하려고 하는 거 아니었어? 내일 저녁에만 드레스 입고 계속 남자 옷을 입고 다니려고?”“네. 원래대로 다니려고요.”고현은 이제 그녀의 가짜 가슴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약간 태평공주기 때문에 가슴 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양복을 입어도 남자처럼 보였다.진미리는 계속해서 설득했다.“신분을 드러내기로 했는데 왜 또 남자 행세를 하려고 해? 얼마나 힘들어.”“엄마, 그건 제 습관이에요. 20년 동안의 습관을 단번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엄마, 저의 요구대로 사주세요. 앞으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시려면 엄마 아드님 걱정 좀 하세요.”“빈이 그 자식은 걱정해도 소용없어. 그럼 엄마는 네 요구대로 드레스를 사줄게. 그리고 평소 입을 옷도 몇 벌 사 갈게. 옷장에 넣어두었다가 입고 싶을 때 꺼내서 입어.”“알겠어요.”“그래. 넌 퇴근해. 난 네 아빠랑 밥 좀 먹어야겠어. 네 아빠가 오랜만에 쇼핑하니 너무 힘들대. 먼저 밥 먹고 나서 다시 옷 보러 돌아다닐게.”진미리는 전화를 끊었다.고지호가 곁에 물었다.“현이가 싫대?”고진호 부부는 고현의 도도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들을 많이 봤다.“현이가 싫다고 해도 우리가 집으로 사가서 현이 옷장에 넣어두
전호영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니에요. 제가 고현 씨에게 꽃다발을 반년 넘게 보냈지만, 당신은 돈을 낭비한다면서 표정 한 번 변하지 않더니만 갑자기 이렇게 반응이 달라지니 놀라서 그러죠. 고현 씨가 제 꽃다발을 좋아한다고 하니 저도 기분이 너무 좋네요.”고현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책상을 에돌아 꽃다발을 꽃병에 꽂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보면서 말했다.“너무 예쁘네요. 이 꽃병에 마침 꽉 찼네요.”“그럼요. 저의 마음이니까요.”고현은 다시 돌아서서 책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출근하기 전에도 책상 위가 깨끗해야 했고 퇴근할 때도 책상 위가 정연해야 했다.“가요. 밥 먹으러 가요. 예진 언니랑 노 대표님께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돼요.”전호영은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말했다.“제가 왔을 때 동명 형에게 전화했는데 예진 누나랑 지금 돌아오는 길이래요. 조금 먼 거리에 있어서 저희보다 조금 늦게 호텔에 돌아올 것 같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지금은 퇴근 시간대라 길이 막히기 쉽거든요.”두 사람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고현은 남 비서에게 지시했다.“박 대표님께 미팅이 한 시간 늦어진다고 전해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고현이 박 대표와의 미팅을 취소하는 줄 알았다. 다행히 박 대표와 미리 말을 해 놓았다.전호영은 고현에게 물었다.“저녁에도 또 일 보려고요?”고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전호영은 곧 그녀의 눈빛의 뜻을 알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저도 사실 매우 바쁘거든요. 매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놀부가 아니라고요.”전호영에게는 미래의 아내에게 구애하는 일도 큰일이었다.그는 매일 고현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정말 빈둥빈둥 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호영 씨는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한가한 사람이에요. 전씨 할머니도 호영 씨보다 더 바쁘실걸요.”전호영은 걸어가면서 말을 이었다.“그건 그래요. 저는 우리 할머니에 비하면 덜 바쁘죠. 우리 어
저녁 무렵, 전호영은 그가 자주 사용하는 마이바흐를 몰고 제때 고씨 그룹에 들어섰다.고씨 그룹 건물 입구에서 차를 멈추었다.그는 꽃다발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양복 차림의 전호영은 언제나 그랬듯 늘 멋졌다.“전 대표님.”그는 꽃다발을 안고 걸어 들어갔고 모두 그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안부를 물었다.전호영이 지나가자 그 직원들은 웃음을 거두어들였다.전호영은 고씨 그룹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의 신분이 높지 않았다면 그 직원들은 가짜 웃음조차 그에게 주기 싫었을 것이다.‘휴, 현이 씨가 여전히 여성 신분을 폭로하기 싫은 거로 보면 아무래도 내 노력이 너무 부족했나 싶다...’전호영은 계속 동성애자라는 누명을 쓰며 강성의 젊은 여성들의 증오와 미움을 견뎌야 했다.그러나 전호영은 곧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그는 고현을 따르기로 한 그날부터 단단히 마음 먹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는 아내를 쫓아다닐 거라고 다짐했다.이렇게 하면 사실 좋은 점도 있다. 바로 고현이 원래 여자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진정한 연적이 없다는 점이다.그리고 여자 연적들에 대해서도 두려울 게 뭐가 있는가!고현의 여자 신분이 드러나게 되면 그 여자들의 마음은 아마 단번에 무너질 것이다.전호영은 그렇게 기분 좋게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전호영은 남 비서의 도움으로 문을 열고는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살금살금 들어갔다.“나가세요! 노크 다시 하고 들어와요!”고현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전호영은 멈칫했다.고현의 청력이 정말 대단했다.“현이 씨...”고현은 고개를 들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전호영은 즉시 항복했다.“네네네, 나가겠나이다. 노크하고 다시 들어오겠나이다.”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지만, 고현은 문 여는 소리를 듣더니 다시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했다.전호영은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서 나갔다.남 비서는 그가 들어가자마자 다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무
“그래, 일 봐. 엄마가 지금 네 아빠 불러서 함께 드레스랑 하이힐을 사러 갈게.”진미리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귓가에서 휴대전화를 떼자마자 진미리가 소리쳤다.“여보! 여보!”고진호가 밖에서 대답했다.“왜 그래?”고진호가 곧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무슨 일이에요? 너무 큰 소리로 외쳐서 허둥지둥 달려왔는데.”“가요. 당장 옷 갈아입고 나가서 치마 좀 사요. 제가 직접 우리 딸을 위해 드레스를 골라줘야겠어요. 드디어 예쁜 치마를 사서 우리 딸을 예쁘게 꾸밀 수 있게 됐어요.”고진호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현이가 그렇게 말했다고요? 너무 좋은 일이네요. 그럼, 사람 시켜 패션 디자인 사진을 가져오게 해요. 문 나설 필요 없이 사진만 고르면 되잖아요. 우리 현이가 입을 건데 당연히 가장 좋은 옷을 주문해서 제작해야죠.”“그러기엔 너무 늦었어요. 내일 저녁에 입을 드레스라서 시간이 안 돼요. 저한테도 드레스가 많지만, 중년 드레스라서 젊은이가 입기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우리 백화점에 가서 먼저 현물을 사고 나중에 천천히 주문 제작해요.”고진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우리 현이가 치마를 입고 싶어 하다니... 호영이에게 미리 웨딩드레스를 맞추라고 알려줘야 겠어요. 그럼 곧 결혼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도 큰 걱정거리를 해결할 수 있겠네요.”그리고 나서 고진호 부부는 집중적으로 매일 시시덕거리고 껄렁껄렁한 고빈을 혼내줄 수 있을 것이다.서른이 다 되어가는 고빈 주위에는 예쁜 미인들이 많지만 여자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장녀 고현이 있기 때문에 진미리 부부는 잠시 고현의 인생 대사에 몰두하고 있었다.고현의 일이 곧 결실을 보게 되면 이번에는 고빈의 차례로 될 것이다.두 아이는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시각에 태어났다.“내일 저녁 현이가 드레스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는 일은 당분간 호영에게 알리지 마세요. 제 생각에는 현이도 갑자기 치마를 입고 여성 신분을 모두에게 알리려는 것을 호영이가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진미리는
“엄마, 사실 나도 좀 망설여져요.”고현의 말을 들은 진미리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망설일 필요 없어. 너 원래 여자이고 원래 치마 입어도 되는 신분이야. 네가 20년 이상 남자 옷을 입었으니 진작 여자 옷을 입었어야 했어. 호영이도 네가 드레스를 입고 연회에 함께 참석하는 것을 알면 얼마나 기뻐하겠어. 그때 가서 다들 네가 여자라는 걸 알게 될 거고 너희 둘이 게이라고 수군대지도 않을 테고. 사실 사람들이 나한테 네가 그토록 훌륭한데 호영 때문에 삐뚤어진다는 말을 했거든. 네가 정상인데 호영 때문에 게이로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사실을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그런데 넌 여자 신분을 되찾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늘 참고 있었지. 그리고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어.”진미리 부부도 사실 큰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있었다.다른 사람의 말들은 고진호 부부가 무시하고 멀리하면 그뿐이지만 친척과 친구들이 와서 설득할 때면 그들은 정말 어쩔 수 없었다.진미리는 결국 고현이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딸이 행복하면 그뿐이라면서 딸의 의사를 존중해 주겠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이 때문에 그 친척들은 몇 년 지나면 고현이 후회할 것이라고 화를 내면서 진미리가 고현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고빈도 따라서 게이로 될 것이고 따라서 손주를 안고 싶어 해도 기회가 없을 거라는 심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이는 진미리를 화나게 했지만 그렇다고 또 어쩔 수도 없었다.“엄마가 좀 이따가 드레스 몇 벌 골라줄게. 네 취향대로 골라봐. 액세서리는 새것으로 살래? 엄마가 몇 벌 골라줄까? 하이힐도 몇 켤게 사줄게. 다 신어 봐.”고현이 대답했다.“엄마가 결정해 주시면 돼요. 제가 내일 오후에 쉬니 집으로 돌아가서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어 볼게요. 하이힐을 신어 본 경험이 없으니 걷는 연습도 해야겠어요. 아니면 추태를 보일지도 모르니까요.”진미리가 웃으며 대답했다.“하긴, 걷는 연습을 좀 해야겠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하이힐을 신고 몇 걸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