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건 전태윤의 몫이다. 전태윤이 어떻게 안배하든 노동명은 그의 친구로서 간섭할 이유가 없다.“그래.”노동명은 쇼핑 카트에 담겨있는 물건들을 힐끗 보았다. 전태윤의 와이프는 좋은 상품들만 골라 샀는데 시댁에 가서 설을 쇠는 것을 중시하는 듯싶다.“우빈아.” 노동명은 습관적으로 주우빈을 지껄였다. 주우빈은 자기 얼굴을 만지려는 노동명의 손을 피한 후, 고개를 돌려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아들이 노동명을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있는 하예진은 아들을 안아 들었다. “우빈아, 아저씨가 바람개비도 선물해 줬는데 아직도 아저씨가 무서운거야?”주우빈은 두 손으로 엄마의 목을 껴안고 엄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노동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고작 바람개비 하나로 되겠어? 아저씨는 내가 쉽게 달랠 수 있는 아이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나 주우빈을 너무 얕잡아본 거야!’ “우빈아, 이리 와봐, 아저씨가 널 데리고 가서 더 멋진 바람개비를 사줄게.” 노동명은 하예진의 손에서 주우빈을 안아오려고 노력했지만 주우빈은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거절했다. “싫어요, 전 엄마랑 있을래요! 아저씨도 바람개비도 필요 없어요!” 노동명이 예전에 주우빈에게 준 바람개비는 이미 훼손되어 땅에 버려졌고, 하예진이 바닥을 쓸 때, 고장 난 바람개비도 함께 쓸어버렸다. 새 바람개비는 이미 바람개비를 놀아본 주우빈에게 큰 유혹이 되지 않았다. 하예진은 노동명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 “대표님, 죄송해요. 우빈이가 아직도 대표님을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노동명은 이 모자와 마주칠 때마다, 심지어 처음에 자기의 차를 긁었을 때도 추호의 악의를 보이지 않았지만, 주우빈은 여전히 노동명을 두려워하며 그에게 안기려 하지 않고 있다. 노동명은 자기 얼굴에 난 칼자국을 문지르며 하예진에게 물었다. “내 이 흉터가 너무 무서운가? 우리 엄마도 지나가던 아이들이 이 칼자국을 보면 울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는 원래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주우빈의 반응은 엄마가
하예정은 노동명의 도움으로 구매한 물건들을 모두 자기 차로 옮겼고, 그녀의 차는 삽시에 꽉 찼다.“노 대표님, 고마워요.”하예정이 고맙다고 인사하자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난 전 대표와 비즈니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이기도 해요. 당신은 태윤의 아내인데, 이런 작은 도움은 언급할 가치도 없어요.”그는 또 주우빈을 바라보며 말했다.“비록 우빈이가 날 좋아하지 않고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난 왠지 우빈이를 볼 때마다 친해지고 싶고 놀리고 싶어 참을 수 없네요.”노동명의 눈엔 주우빈이 울며 엄마 품에 안기는 모습마저도 재밌었다.‘아저씨 절 원숭이 취급하는 거예요?’“노 대표님, 그럼, 먼저 가볼게요.”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여동생의 차에 올라타며 노동명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노동명의 응하는 소리와 함께 하예정의 차가 출발했고, 그도 길가에 주차된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그들이 모두 떠난 후, 서현주는 얼굴이 굳은 주형인을 보며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왜요, 전처에게 남자가 들러붙는 걸 보니 기분이 안 좋아요? 오빠는 이미 하예진과 이혼했다고요! 그녀는 더 이상 오빠의 아내가 아니라고요! 지금, 이 표정은 뭐예요?”주형인은 정신을 차리고 설명하려 했지만, 방금 표정이 굳어진 건 사실이라 설명하기 어려워 결국 이렇게 말했다.“현주야, 이건 아마 대부분 남자의 나쁜 근성인 것 같아. 이혼 후 자기는 새로운 애인을 찾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전처에게도 새 남자가 생기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솔직히 말하면, 상대방이 자신보다 잘 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거야.”서현주는 그제야 안색이 풀린듯했다.“저 사람 돈 많죠?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것 같던데.”“노씨 그룹의 대표이자 노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야. 가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씨 그룹을 세웠는데, 자산이 2조 원쯤 되나... 당연히 돈이 많지. 지난번에 엄마와 누나가 예진이를 찾아가 예진이더러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돈을 갚으라고 했는데, 그때 노 사
주형인은 그저 비웃었다.“아무리 다이어트 해도 뚱뚱한 아줌마라서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 떨어져.”그는 서현주의 허벅지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현주야, 역시 네가 최고야, 난 네가 제일 좋아.”그의 말에 서현주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하예진은 당연히 나만 못하지!’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하예정도 참지 못하고 언니 앞에서 노동명을 언급했다.“언니, 아무래도 언니랑 노 대표님은 인연이 있는 것 같아. 어쩜 차를 몰고 지나가도 언니랑 우빈이와 마주쳐?”하예진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예정아, 정말 우연이야. 그리고 대표님은 우리 우빈이를 엄청 좋아하셔. 사실 난 대표님을 만나는 게 두렵기도 해.”“음... 노 대표님이 우빈이를 정말 좋아하긴 하는 것 같아. 지난번에 심효진과 훠궈를 먹으러 갔는데, 마침 노 대표님을 초대하고 있는 태윤 씨랑 소 이사님과 마주쳤지 뭐야. 그들 셋도 그곳에 훠궈를 먹으러 간 거야,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함께 먹기로 했어. 그때 노 대표님이 왜 언니랑 우빈이도 함께 데려오지 않았냐고 물으셨어.”“대표님은 거칠어 보여도 따뜻한 사람인 것 같아, 그래서 우빈이도 귀여워하시는 거고.”띠리링!하예정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전태윤으로부터 온 전화인 걸 보고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언니의 잘난 제부한테서 온 전화야. 출장 간 지도 2, 3일이 됐는데 처음으로 나한테 전화했어.”“그러는 넌 먼저 전화해 봤어? 제부는 중요한 일을 보러 출장 갔는데 넌 맨날 집에서 빈둥거리며 우빈이를 데리고 효진이를 찾아가 놀고먹지 않으면 여기저기 드라이브하러 다녔잖아, 그 덕에 우빈이가 많아 방만해졌어! 먼저 제부한테 전화해서 설에 돌아올 수 있나 관심이나 할 거지.”“돌아와 함께 설을 쇠겠다고 약속했어.”하예정은 말하면서 핸즈프리 버튼을 눌렀다.“당신 지금 어딘데?”전화가 연결되자 자동차 소리를 들은 전태윤은 하예정이 지금 밖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언니와 함께 쇼핑하러 갔다가 설맞이 용품과 선물을 가득 샀어요. 당신
“우리 언제 당신 집에 가죠? 오늘 산 선물들은 당신 집에 가져가려고 준비한 거예요, 만약 오후나 내일 갈 예정이면 이 물건들은 그냥 차에 두어도 좋을 것 같은데... 다시 옮기려면 괜히 힘들잖아요.”전태윤은 생각하다 말했다.“내일 아침에 가는 거로 해. 나 금방 돌아와서 좀 피곤해, 우선 반나절 쉬어야겠어.”2, 3일 헤어지는 동안 와이프가 많이 그리웠던 전태윤은 먼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집에 가려고 생각했다.“그럼, 그 물건들은 일단 그대로 둬요.”“오케이.”전테윤은 별다른 의견이 없었고 그저 당부했다.“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면 메시지 줘.”“알았어요.”하예정은 응하고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또 다른 일 있어요? 별일 없으면 전화 끊을게요, 지금 운전하고 있어요.”전태윤은 그녀가 이미 돌아오는 길이나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곤 말했다.“아무 일 없으니 운전 조심해.”하예정은 다시 응하고 전화를 끊었다.“언니, 태윤 씨가 내일 집에 돌아간다고 하는데, 언니랑 우빈이도 같이 가, 할머니께서 신경 안 쓰실 거야. 언니랑 우빈이만 여기 남아서 설을 쇠는 게 걱정돼서 그래.”하예진은 웃으며 동생을 달랬다.“걱정할 게 뭐가 있어? 언니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네가 시댁에 가서 설을 쇠는데 언니가 염치없이 따라가면 되겠어?”“뭐가 염치가 없어? 난 이미 태윤 씨랑 결혼했고, 태윤 씨 집이 내 집인 거야. 우리 언니가 우리 집에 가서 설을 쇤다는데 안될 게 뭐 있어? 예전에 나도 언니 집에서 설을 보냈잖아, 난 매일 언니 집에서 지냈는걸.”“됐어. 그냥 우빈이랑 조용하게 설을 쇠게 해줘. 예년처럼 시댁 친척을 위해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 편해. 많이 준비하면 내가 패가망신이라고 하지, 적게 준비하면 내가 그 집 친척을 무시한다고 하지, 어떻게 하던 날 나무라는데 이젠 그런 고통 받지 않아도 돼서 편해.”하예정은 언니를 설득하지 못하자 할 수 없이 다른 제안을 했다.“그럼, 언니 심심할 때 이모네 집에
“운전하고 있어요. 이모 예정이한테 할 말 있으시면 제가 바꿔 드릴게요.”하예진은 여동생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려 했다.“아니 괜찮아, 예정이한테 운전 조심하라고 해, 시댁에 가서 설 잘 쇠고. 만약 시댁 식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면 절대 참지 말라고 해. 그 집이 어떤 집이든 너희들은 내 조카딸로서 자격이 충분한 거니.”조카사위가 전태윤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경혜는 며칠 동안 마음이 착잡했고, 큰아들과 이야기하고 나서야 큰아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지 성소현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이경혜도 당연히 딸에게 알릴 리 없었고, 전태윤의 그 신비한 와이프가 하예정이라는 것을 딸에게 꼭 숨겨야 했다.사람들은 모두 전씨 가문 큰 도련님의 와이프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했지만, 자기가 이미 만났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심지어 잘 어울려 지내면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예를 들어, 심효진은 전태윤에 관한 가십거리를 가장 좋아하며 전씨 집안의 새 사모님이 누구인지 항상 궁금해했었다. 그녀는 하예정에게 사모님으로부터 남편을 다루는 테크닉을 배우겠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정작 자기 절친이 바로 그 사모님이라고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성씨 일가가 설을 쇠기 위해 여행을 가기로 한 것도 사실 성소현에게 하예정의 남편이 전태윤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이다.하예정은 설 기간에 남편을 데리고 방문해서 남편을 이모 가족에게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했었다.이에 이경혜는 가족이 여행을 가서 설을 쇠면 하예정이 전태윤을 데리고 오려고 해도 올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월 대보름에 다시 돌아오면, 전태윤은 이미 출근했을 것이고, 일이 바쁜 그도 다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어쨌든 숨길 수 있는 데까지 숨길 생각이었다.하예정은 이모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전 억울함을 당할 일이 없어요. 더군다나 시댁 식구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이라 저랑 잘 지내고 있는걸요. 그리고 태윤 씨도 절 잘 지켜줄 거예요.”이경혜는 마음이 놓이
이경혜는 하예정 자매와 우빈에게 줄 세뱃돈 외에 전태윤의 몫까지도 준비했다.전태윤을 사위로 삼을 방법은 없지만 조카사위도 사위이니 전태윤에게도 관대하게 세뱃돈을 주려고 했다.“엄마.”성소현이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내려오자, 이경혜는 급히 집사를 내보내고는 일어나서 딸에게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어?”“갖고 갈 거 다 챙기느라 오래 걸렸어요. 오빠네는요?”“아직 내려오지 않았어.”성소현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 이경혜는 앞으로 다가가 도와 들어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엄마, 방금 집사한테 뭘 시켰어요?”“예진이 자매에게 준비한 설 명절 선물을 집사한테 부탁해 보내주려던 참이야.”“예진 언니가 허락만 하면 언니랑 우빈이도 같이 갈 수 있는데 말이에요. 아, 또 오랫동안 우빈이를 못 보게 되네요. 우리가 돌아오면 우빈이는 벌써 세 살이 되는데...”“이제 두 날 지나면 너도 스물일곱이야.”이경혜는 딸에게 주의를 주었다. 한 해가 지나면 모든 사람은 나이가 한 살 늘어나게 된다. 젊은 사람은 한 살 더 성장하게 되고, 나이가 든 사람은 한 살 더 늙게 되는 것이다.“27살도 아직 젊었거든요. 엄마, 재촉하지 마세요. 난 아직 나랑 맞는 남자를 찾지 못했으니 너무 급해하지 말고요, 이제 서른 살이 되고 나면 다시 말해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마땅한 사람을 못 만나면 시집 안 가고 엄마, 아빠랑 평생 함께 살 거예요.”성소현은 눈이 매우 높았고, 웬만한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이경혜는 그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너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말어, 성격이 온화하고 너의 모든 면을 흔쾌히 받아주는 사람이라면, 우리 집안보다 못해도 괜찮아.”“그건 안 돼요. 만약 집안 조건도 안 좋은 데다 시댁 사람들이 내 피를 빨기만 하면 어떡해요? 그런 사람에게 시집갈까 봐 무서운걸요.”관성에는 그들 가문과 맞먹을 수 있는 가문들이 적지 않지만 나이가 적합한 아들이 없었고, 대부분은 유부남이거나 나이 차이가
옆에는 언니와 강일구도 있었는데, 그가 이렇게 직접 그녀를 안고 차에서 내리는 행동에 그녀는 약간 부끄러워 났다.그에게 안겨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익숙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하였고, 그녀는 그만 참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여전히 촉감이 좋았다.‘말로는 내 배려가 필요 없다고 하면서, 안으니 그 틈을 타 손을 대다니. 이따 저녁에...'전태윤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자신의 욕망을 억눌렀다. 하예정을 땅에 내려놓은 후 전태윤은 다시 차에 가 주우빈을 안아 땅에 내려놓았다.“이모부.”주우빈은 애티난 목소리로 전태윤을 불렀고, 전태윤이 두 손을 내밀어 안으려고 하자, 곧바로 가까이 가서 안겼다. 전태윤은 재빨리 받아안은 후 꼬맹이를 높이 안아 올렸고, 꼬맹이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잠시 놀아준 후에야 전태윤은 아이를 땅에 내려놓으며 물었다.“우빈아, 이모부 보고 싶었어?.”주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전태윤은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주우빈의 얼굴에 두 번 뽀뽀를 해주었다.“이모부도 우빈이가 엄청나게 보고 싶었어.”하예진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그는 인사를 건넸고 그녀도 웃으며 그에 응했다.“예정 씨.”강일구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에 답했다.“일구 씨는 설을 쇠러 고향에 가지 않으셨나요?”아파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설을 쇠러 고향에 돌아갔고 관성에 남은 사람은 소수였다.강일구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돌아가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요. 일 년 내내 모아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데 설이 돼서 다 쓰고 나면 모은 보람이 없잖아요. 올해는 돌아가서 설을 쇠지 않으려고요. 부모님께 설을 쇠시라고 각각 몇십만 원씩 보내드리고 나니 제가 모아둔 돈이 거의 바닥나 버렸어요.”하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그건 그렇네요. 사실 일구씨 부모님을 여기로 모시고 와도 좋은데...”사람들은 1년 내내 몇백만 원 정도 모아뒀다가 설을 쇠면 이곳저곳에 자기도 모르게 모아둔 돈
강일구는 떠난 지 몇 분도 안되어 다시 전태윤의 전화를 받았다.“일구야, 돌아와서 해야 할 일이 더 있어. 여전히 물건을 옮기는 일이야. 이번에는 물건을 8층으로 옮겨야 해. 물건이 좀 많기도 하니 운반비는... 예정아, 일구에게 운반비는 얼마나 지불할까?”전태윤은 휴대전화에서 얼굴을 떼고는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아주머니가 보내온 그 선물들을 보고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절반이 언니 몫이라고 해도, 나머지를 강일구 혼자 옮기게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강일구 씨한테 와서 보고 직접 가격을 알려달라고 해요.”이미 몇 번 거래하여 강일구와도 익숙해진 사이라 운반비를 너무 적게 주면 미안할 것이고, 너무 많이 주면 손해를 볼 것 같아 아예 강일구한테 가격을 부르라고 하였다.강일구는 보기에도 무던하고 성실한 사람인지라 터무니없이 값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알겠어. 일구야, 먼저 와 봐.”“금방 갈게요!”강일구는 큰 도련님에게서 또 몇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게 응했다.30분 후.“여보, 나 아직 밥 못 먹었어.”전태윤은 문을 닫으며 말했다.강일구는 짐을 옮기는 것을 도운 후, 하예진 모자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이경혜가 예진에게 준 선물도 같이 옮겨갔다.운반비는 전태윤이 미리 지불했다. 그는 전태윤을 따라 A시에서 돌아온 후로 많은 용돈을 벌었는데, 이는 그에게도 좋은 일이었다.하예정은 이모가 보내준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대답했다.“나도 아직 밥 못 먹었어요. 슈퍼마켓을 한참이나 돌아다녔는데... 당신이 돌아와서 참 다행이에요. 만약 나 홀로 이 물건들을 위층으로 옮기려면 아마 피곤해 죽을 거예요.”전태윤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강일구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도련님께서 돌아오시지 않으면 사모님께서 절 찾으신대도 도울 방법이 없는걸요.’“앞으로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일구한테 말해. 일구는 돈만 충분히 쳐주면 일을 잘 처리하거든. 그럼 난 가서 밥 차릴게
소지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참, 제가 두 박스의 물건을 배송했는데 받으셨나요? 제가 배송 기록을 확인해보니 오늘 받아보실 수 있다고 하던데.”소지훈은 관성의 특산품을 많이 샀다. 그중 정수호 부부의 영양제도 들어있었다.물론 수신자는 정윤하의 이름으로 적어놓았다.정윤하는 그의 운명적인 여신이기 때문에 정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그리고 먼 곳에서 왔는데 빈손으로 올 수는 없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오후에 공항으로 왔기 때문에 택배가 있으면 아마 집에 배송될 거에요. 우리 엄마가 종일 집에 있으니까 택배를 받으실 거예요. 지훈 씨, 무슨 물건을 보냈어요? 너무 돈을 낭비하지 마세요.”“관성의 특산품들이에요. 지난번에 너무 급하게 가서 준비한 특산품이 많지 않았어요. 이번에 제가 좀 더 사서 이틀 전에 택배로 보냈거든요. 그럼 오늘 제가 도착하면 택배도 도착할 수 있잖아요.”“저의 부모님은 윤하 씨가 제 목숨을 구해줬다는 것을 알고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고 저를 호되게 꾸지람하셨어요. 감사할 줄 모른다면서요. 은혜는 항상 몇 배로 갚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제가 감사할 줄 모르는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정윤하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지훈 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이미 저에게 보답했는걸요. 지난번에 제가 학생들을 데리고 시합에 갔을 때 제가 돈 한 푼도 낼 필요 없이 우리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나가서 재미있는 것도 놀게 해줬잖아요. 그리고 특별히 저를 전 대표님 결혼식에 데려간 것도 모두 저에 대한 보답이세요.”“그래도 부족하죠. 보답은 많이 해야 해요.”몸으로 보답을 허락해 주면 더 좋지만 말이다.“지훈 씨 부모님들 너무 놓은 분들이시네요.”정윤하는 소균성 부부를 만났는데 너무 열정적이고 자상한 느낌을 받아 그들에 대한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소균성 부부의 소질은 매우 좋고 말씨도 매우 부드러웠다. 최민주가 자신의 손을 잡고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본 정윤하는 최민주가 그녀를
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아저씨 싸움 실력이 너무 좋기 때문에 경호원이 필요 없다고 봐요. 그날 밤은 제가 너무 빨리 움직였어요. 제가 그날 밤 아저씨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아저씨 실력으로도 충분히 그 나쁜 사람들은 해결하셨을 거예요. 제가 너무 빨리 참견해서 오히려 아저씨 실력이 드러날 기회가 없어진 거죠. 저도 아저씨의 실력을 볼 기회가 줄어든 거죠.”그러자 소지훈은 재빨리 말했다.“제가 무술 할 줄 아는 건 맞지만 윤하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아요. 그날 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저 혼자서는 분명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에요. 제가 윤하 씨만큼 대단하지 않아요.”“우리 집에도 경호원이 있지만 저는 거의 데리고 다니지 않아요. 가끔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외출하는 편이죠. 하지만 제가 고용한 경호원들은 몸집이 커서 다른 사람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정도뿐이지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단지 몇몇 건달들을 상대할 수 있을 실력이에요.”“만약 전업적인 사람들을 만난다면 전혀 상대되지 않을걸요. 게다가 지난번과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아무런 쓸모도 없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는 윤하 씨와 같은 진정한 고수가 필요해요.”소지훈은 자기 경호원들이 쓸모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정말 애를 쓰고 있었다.어차피 소지훈의 부하들이 곁에 없기 때문에 그가 뭐라고 해도 부하들이 변명할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그들이 모두 소지훈의 눈앞에 있다고 해도 감히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소지훈은 운명적인 여신에게 구애하기 위해 그의 경호원들을 정윤하에게 매를 맞고 경찰서까지 끌려가게 했다.그들은 지금은 회복해서 퇴원했지만, 앞으로는 정윤하가 알아볼까 봐 그녀를 피해 다녀야 했다.정윤하가 말했다.“관성의 안전 상황은 이미 매우 좋다고 봐요. 지난번처럼 사고는 조사해 보셨어요? 누군가 일부러 아저씨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노린 것 같아요. 이런 일은 매일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평소에 경호원이 필요 없는데 경호원을 많이 고용할 필요가
소지훈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어르신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저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잔소리도 많아요. 아버지들도 다 똑같으니 저의 어머니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저는 지금도 저의 아버지를 보면 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실까 봐 쥐가 고양이를 만난 듯 숨어다녀요.”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다.소지훈은 차를 운전하려고 했는데 정윤하가 직접 운전석에 앉는 모습을 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윤하 씨가 운전하려고요?”“네, 제가 운전할게요. 아저씨가 길도 익숙하지 않을 텐데. 제 차가 평범한 차라서 아저씨가 차를 몰 때 습관이 안 될 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 차 기술도 좋아서 괜찮을 거예요.”소지훈은 차를 에돌아 조수석에 타고 안전벨트를 매면서 말했다.“저는 어떠한 차도 다 몰아봤어요. 예전에 돈을 벌지 못했을 때 자전거와 지하철 그리고 버스도 다 타봤어요. 지금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저의 체면 때문에 몰고 다니는 것뿐이죠.”소지훈은 저번에 정윤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차가 아직도 차 대출을 갚지 못했다고 말했을 것이다.그는 진짜 신분을 말했기 때문에 더는 정윤하를 속이기 어려웠다.정윤하는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는 지금 회사의 대표님이니 외출할 때는 반드시 좋은 차를 운전해야 해요. 우리 아버지와 오빠도 외출할 때 좋은 차를 운전하시거든요. 그러나 평소에는 2000만 원대 되는 차를 몰고 다니세요. 제가 지금 운전하고 있는 이 차는 2400만 원밖에 안 돼요. 물론 제 지갑이 넉넉하지 않아 더 비싼 차를 구매할 수 없지만요.”정윤하의 적금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합 도장에서 몇 년 동안 일하여 번 돈으로 차를 샀기에 얼마 남지 않았다.지난번에 학생들을 데리고 관성에 가서 무술 대회에 참가했을 때 정윤하는 사비를 털어 관성 호텔에 주숙했고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작은 선물도 많이 샀다.하여 얼마 되지 않은 적금도 거의 다 써버렸다.정윤하는 지금 다시 저축하여 몇 년 후에 집을 한 채 사서 대출하
정윤하가 웃으며 캐리어를 들어주려고 하자 소지훈은 그녀가 도와주지 못하게 막으며 말했다.“내 캐리어에는 옷 몇 벌만 들어있어서 무겁지 않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 게다가 저도 다 큰 성인 남자인데 어떻게 윤하 씨를 제 캐리어를 들게 할 수 있겠어요?”“멀리서 오셨으니 손님이시잖아요. 소시지 두 개도 남겼는데 아저씨께서 매운 거 싫어하시니 제가 안 매운 거 남겨놨어요. 제 소시지는 매운 고춧가루를 넣었는데 엄청 매워요.”소지훈은 그녀가 건네준 소시지 두 개가 들어있는 작은 봉지를 건네받아 하나를 꺼내 한입 물었다.정윤하는 그녀가 산 다른 간식들을 모두 소지훈에게 건네주었다. 소지훈이 그 봉지를 받을 때 정윤하는 한 손으로 캐리어를 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 아직 다 먹지 않은 소시지를 먹으면서 걸어갔다.소지훈은 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소지훈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정윤하는 그를 대신해 캐리어를 끌어주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의 캐리어를 끌도록 놔두었다.정윤하는 캐리어를 끌고 앞장서서 걸었고 소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그렇게 소시지를 먹으면서 걸어갔다.정윤하가 가지고 있던 소시지를 다 먹자 소지훈이 또 다른 간식을 건네주었다.주차장으로 도착한 두 사람은 이미 그 간식들을 다 먹었다.정윤하는 입에 기름기를 가득 머금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소지훈을 도와 캐리어를 차 트렁크에 넣으며 말했다.“정말 잘 먹었어요. 평소에는 우리 엄마가 밖에서 파는 간식 같은 것들을 먹지 못하게 하거든요. 위생적이지 못하다면서요. 아주 가끔 먹어도 자꾸 잔소리하세요. 하지만 저는 그런 간식들이 정말 맛있거든요.”“가끔 한두 번은 괜찮아요. 자주 먹지 않으면 되는데. 정말로 좋아하면 식자재를 사서 직접 만들어서 드세요. 그러면 최소한 위생과 안전은 보장할 수 있잖아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제 요리 솜씨로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우리 엄마께서 그런 간식들을 맛있게 잘하세요. 그런데 간식들을 해주기
정윤하는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우리 엄마한테 저녁에 밥 좀 더 하시라고 부탁할게요. 아저씨가 우리 엄마가 하신 요리를 좋아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엄마가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가 만든 요리들이 정말 맛있어요.”“오늘 저녁에 많이 드세요. 아저씨, 저 먼저 운동 좀 하고 이따가 공항으로 마중하러 갈게요. 저녁에 봐요.”“그래요. 저도 이제 비행 모드로 전환해야 해요. 저녁에 봐요.”소지훈은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통화를 끊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정윤하 쪽에서 전화를 끊은 후에야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뗐다.소지훈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은 정윤하의 사진 이였다.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의 사진을 몇 장 찍어 그녀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정윤하의 사진을 그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 사진으로 설정했다.휴대전화를 켜면 정윤하를 바로 볼 수 있었다.정윤하의 안색은 환했고 미소가 밝고 청춘의 활력이 넘쳐 소지훈은 그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비행기가 관성을 떠나 연성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이미 몇 시간이나 흘렀다.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자 소지훈은 이내 휴대전화의 비행모드를 정상상태로 돌려놓았다.그러자 그의 휴대전화에는 끊임없이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자신이 공항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윤하가 바로 받았다.“아저씨, 도착했죠? 저도 방금 도착해서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큰 종이에 글씨로 이름을 적어놓았어요. 아저씨가 나오시면 아저씨 성함이 한눈에 보이실 거예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캐리어를 가지러 갔다가 금방 나갈게요.”“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뭐라도 좀 드셨어요? 집에 가는 길에 드실 간식 좀 사드릴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좀 드세요. 공항은 우리 집에서 좀 멀거
전태윤은 피식 웃었다.“우리 소 대표님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요. 뭘.”전태윤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네, 소 대표님은 높은 분이 아니십니다. 제 신분으로도 소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하는데. 저와 정남이가 절친이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소 대표님을 만나지 못할걸요.”소지훈이 말했다.“제가 너무 바빠서 그래요. 전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럼 일단 연성에 가셔서 윤하 씨를 만나세요. 제가 먼저 정남에게 연락할게요.”소지훈이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면 정남이한테 말씀하세요. 두 분이 친구라서 말하기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처음 사랑을 맛본 소지훈은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정윤하를 따르고 있었다.게다가 소지훈 부모님도 매일 그에게 결혼 재촉을 했다. 정윤하가 다른 남자들이 가로채 갈까 봐 늘 소지훈더러 연성으로 가서 정윤하에게 구애하라고 재촉하셨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이었다. 그가 정상적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정윤하에게 달려 있었기에 정윤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의 부모는 너무 급한 나머지 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들 대신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싶었다.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를 만난 뒤로 급하게 고백하면 그녀가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알게 된 시간이 아직 짧기에 좀 더 익숙해진 뒤로 고백하려고 했다.정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소지훈은 이번에 연성에 가서 기회를 보면서 정윤하에게 고백하려 했고 또 정씨 가족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었다.소지훈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정윤하보다 10살 많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세는 나이로 계산하면 11살이나 더 많았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하
전태윤이 말했다.“모든 이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하고 충실한 특별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만약 그 특별 비서가 살아있다면 찾아서 현임 이 대표님의 죄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만약 그 틀별 비서도 죽었다면 이 일은 정말 조사하기 어려울 거야. 40~5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따가 소 대표님께 전화해서 전임 이 대표님의 비서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볼게.”소씨 가문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그건 내가 알아볼 수 있어. 내가 고진호 씨를 조사해 보는 게 더 편리할 거야.”사실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을 찾아가면 이은화가 눈치채기 쉬웠다.어쩌면 전임 이 대표의 비서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현재 이은화도 그 비서를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래. 그럼 소식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알았어. 둘째 형이 혼인 신고를 했다니, 부러워 죽겠어. 나와 이진 형이 동시에 할머니께서 주신 사진을 받았는데 이진이 형은 혼인 신고까지 했는데 난 아직도 고현 씨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니. 휴.”진지한 이야기를 마친 전호영은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호영과 전태윤 모두 할일도 없이 한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누가 반년 동안이나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진이 보다 늦지. 내가 보기엔 고현 씨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너도 얼른 더 노력해서 내년에 결혼해야지.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좀 쉬어야겠어.”전태윤은 전호영의 하소연이 듣기 싫었는지 이내 통화를 끊었다.애초에 전호영은 고현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성으로 가서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하려고 했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어도 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자기만 행
“형, 통화하기 편해?”전호영은 고현을 호텔 밖으로 배웅하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온 뒤로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얼른 말해. 무슨 일인지.”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형한테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이 대표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증거들이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호영이 계속해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의 남편 정군호 씨인데 젊었을 때는 멋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이 대표님 남편으로 되었거든. 이씨 가문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 존중 받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이 대표님도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에 매달 생활비를 주지 않고 매일 용돈 10만 정도만 주었어.”“이전에 바람을 피우려다가 이은화에게 혼이 난 뒤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피우지 못했어. 이번에 이 대표님이 관성에 가서 형 결혼식에 참석한 뒤로 관성에 보름이나 머물게 되었는데 정군호 씨가 그 틈을 타 바람을 피울 기회를 얻었던 거야. 이 대표님이 아신다면 분명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요즘 이씨 가문도 난장판이야. 이씨 가문의 아들들이 밖에서 내연녀를 두었는데 윤미 씨가 그 사실들을 폭로하는 바람에 지금 아들과 며느리들이 한창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거든. 만약 이 대표님과 정군호 씨 일까지 폭로된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형, 형수님께 말씀드려봐. 무슨 계획 있으신지. 지금 이 틈을 타서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정군호 씨가 이 대표님의 남편이란 말이지?”“그럼, 고현 씨가 알려줬거든. 난 정군호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 고현 씨가 강성의 토박이라 이씨 가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정군호 씨를 알아봤거든. 고현 씨가 연회에 참석할 때 정군호 씨와 이 대표님이 함께 온 것을 봤대. 틀림없을 거야.”“이씨 가문의 그 이윤미 씨도 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 이윤미 씨도 어느정도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도덕은 있는 편이네. 아쉽게도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지.”이윤미가 이씨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