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여긴 네가 알아서 해. 쟤가 우빈이한테 어떻게 했으면 배로 갚아줘!”전태윤이 임요한을 옆으로 확 던지자 임요한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그런데 임요한은 아직 일어나기도 전에 전태윤을 향해 발길질하려 했다.전태윤은 보지 않고 감각으로 임요한의 발을 세게 밟아버렸다. 그 바람에 임요한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그는 임요한을 싸늘하게 째려보고는 재빨리 하예정을 따라나섰다. 하예정은 이미 주우빈을 카시트에 앉히고 운전하려 했다.“예정아, 내가 운전할게.”전태윤은 운전석에 앉은 하예정을 뒷좌석에 앉힌 후 직접 운전하려 했다. 하예정도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그러고는 맞아서 쓰러진 건지, 아니면 놀라서 쓰러진 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주우빈을 안고 전태윤에게 말했다.“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요.”굳이 그녀가 얘기하지 않아도 전태윤은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는 재빨리 차에 시동을 걸었다.주우빈을 꽉 끌어안은 하예정의 두 볼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렇게 귀여운 주우빈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하다니.병원으로 가는 길 내내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럴 기분도 아니었다. 하예정은 혹시라도 주우빈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너무도 무서웠다.만약 주우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임씨 가문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들은 곧바로 한 병원에 도착했다. 전태윤이 차를 세우자 하예정은 주우빈을 안고 곧장 차에서 내렸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미친 듯이 뛰어가며 의사를 부르는 소리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의사와 간호사는 그녀의 부름에 저마다 화들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녀는 어느 과의 의사인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아무 의사나 잡고 애걸하듯 말했다.“선생님, 우리 조카 좀 살려주세요. 다른 사람한테 학대당해서 쓰러졌어요.”의사는 재빨리 주우빈을 안고 응급실로 향했고 다른 의사와 간호사도 그 뒤를 따랐다.그때 한 간호사가 하예정에게 귀띔했다.“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면 얼른 경찰에 신고해요.”
잠시 후 응급실 문이 열리면서 주우빈이 병실 침대에 누운 채 나왔다.“우빈아.”하예정네 부부는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의사에게 조급하게 물었다.“선생님, 우리 조카 어때요?”“아이가 얼굴을 세게 맞아서 연조직이 다 손상됐어요. 허벅지에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던데 누군가 걷어찬 거 맞죠? 옷에 발자국이 있더라고요. 그 외에는 다친 데 없어요. 정신을 잃은 건 너무 놀라서 그런 거예요.”간호사는 주우빈의 얼굴에 얼음찜질해주었다.“어떻게 이 어린애한테 이런 몹쓸 짓을 할 수가 있죠?”의사마저도 주우빈을 마음 아파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두 볼이 퉁퉁 붓고 멍이 들 정도로 때렸다면 가해자가 여간 잔인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어린아이에게 이 정도로 손을 썼다는 건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뛴 게 틀림없다.“얘 사촌 형이 그랬어요.”의사는 할 말을 잃었다.‘대체 무슨 원한이길래 사촌 형이 동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아까 아이가 다친 곳을 사진 찍어놓았어요. 사진 줄 테니까 잘 갖고 있어요. 이따가 경찰이 오면 이걸 증거로 고소할 수 있어요.”하예정은 재빨리 감사의 인사와 함께 휴대 전화를 꺼내 의사의 카톡 연락처를 추가했다. 서로 추가한 후 주우빈의 다친 사진을 하예정에게 보냈다.“아이가 몸에는 크게 다친 곳이 없지만 마음이 많이 다쳤을 거예요. 앞으로 아이 옆에서 잘 챙겨줘야 해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어른들이 옆에 있어 준다면 트라우마도 천천히 사라질 겁니다.”하예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선생님.”전태윤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별말씀을요.”의사는 인사에 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부부는 간호사와 함께 병실로 향했고 간호사가 주우빈을 병실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조금 있으면 아이가 곧 깨어날 겁니다. 깨어나면 잘 다독여주세요. 너무 놀라서 쓰러진 거니까요. 그리고 얼굴이 너무 부어서 얼음찜질도 계속해줘야 해요. 24시간 후에는 온찜질을 해주고요.”“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예정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아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그 자식은 어떻게 됐어?”전태윤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직접 때리진 않고 걔 아빠한테 때리라고 몰아붙이니까 얼굴이 퉁퉁 붓고 입가에 피날 정도로 때리더라고. 그리고 그 집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어. 신고하겠다고 시건방을 떨어서 신고하라고 했어. 우빈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들을 경찰서에 보내겠다고 하니까 더는 찍소리 못하더라고.”상대가 아직 어린아이인 탓에 전이진이 손을 쓴다면 오히려 임씨 가문에서 그를 고소할 수 있다. 다행히 그들이 사람이 많은 걸 보고 임수찬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큰아들을 따끔하게 혼냈다. 그 바람에 아이의 두 볼이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 피도 흥건했다.임수찬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기 자식을 마구 때렸다. 큰아들의 얼굴이 퉁퉁 부었을 뿐만 아니라 벨트까지 풀어서 때리기도 했다.그는 큰아들이 주우빈을 때릴 때 하필 하예정 일행에게 들킨 걸 꾸짖었다. 그 바람에 집도 난장판이 되었고 엄청난 손해를 입었으니까.만약 주우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임수찬도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나중에 처남과 장모님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홧김에 큰아들을 쥐어패듯이 때린 것이었다.임수찬의 부모는 임요한이 아직 애라면서 울며불며 소리쳤고 오히려 전이진 일행이 너무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그러자 전이진이 반박했다.“우빈이는 애가 아니에요? 우빈이 인제 고작 몇 살인데 그렇게 때리는 건 말이 되고요?”그의 반박에 임수찬의 부모는 찍소리도 하질 못했다. 자기 손자가 잘못을 저질렀을 땐 아직 어린애라서 그런 거니까 그냥 넘어가 달라면서 애들끼리 티격태격 싸우는 건 정상이라고 했다.이게 티격태격 싸우는 수준이라고? 주우빈이 쓰러져서 병원까지 갔는데?“형, 우리가 그 집을 때려 부술 때 보니까 CCTV가 설치되어 있더라고. 내가 CCTV를 확인해보니까 우빈이 맞는 장면이 다 녹화되어 있었어. 그래서 그 집 CCT
소정남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단번에 알아챘다. 전태윤이 이를 악물며 얘기하는 것 같았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음을 알 수 있었다.“주씨 가문 사람들이 우빈이를 빼앗아갔었는데 우리가 우빈이를 찾았을 때 주형인의 외조카가 글쎄 우빈이를 마구 때리는 거야. 우빈이 지금 병원에 있어. 얼굴이 퉁퉁 부었고 연조직도 손상됐대. 애가 얼마나 놀랐는지 기절까지 했었어.”소정남이 욕설을 퍼부었다.“쓰레기만도 못한 놈들! 어떻게 저런 놈들이 있을 수가 있어?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깎아도 유분수지. 우빈이 지금은 어때?”소정남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몸의 상처는 며칠이면 아물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마 오래갈 거야.”“우빈이 그렇게 때린 놈은 혼냈어? 내가 사람을 데리고 가서 확실하게 패줄까? 어떻게 그렇게 어린애를 그 지경으로 만들 수 있어? 정말 인간도 아니야.”전태윤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우빈이를 저렇게 만든 놈은 고작 열 살짜리 애야. 신고해봤자 나이가 어려서 그냥 부모한테 교육이나 잘하라고 하고 배상하라고 하겠지. 감옥에는 못 보내. 그래도 애 아빠더러 제대로 혼내라고 해서 이미 피 터지게 맞았어.”임수찬에게 직접 임요한을 혼내라고 하는 건 아버지가 아들을 가르치는 것이기에 그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나 욕해도 돼? X발, 고작 열 살짜리 애가 그렇게 못됐다고? 나중에 사회에 발을 들이면 얼마 못 가 콩밥을 먹겠네 그럼. 태윤아, 내가 제대로 알아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 당장 애들한테 말할게. 그 집 사람들 전부 빈털터리로 만들 거야!”전태윤의 말투에 미안함이 가득했다.“오늘 소개팅하는데 기분이 안 상했길 바라.”“효진 씨는 형수님의 절친이야. 이번에 좋은 인상을 못 남긴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만날 기회는 언제든지 있어. 인연이 닿는다면 좋은 결과도 있을 거고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붙여놓으려고 해도 안 돼.”소정남은 심효진과의 소개팅을 아주 중요시했지만 순리에 맡겨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경찰들이 왔어.
메이크업하지 않고 예쁜 옷도 입지 않은 심효진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아니, 평소에는 그래도 메이크업을 살짝 했지만 오늘은 완전히 생얼이었다.“효진 씨,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심효진이 방긋 웃어 보였다.“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앉으세요, 정남 씨.”소정남이 심효진의 맞은편에 앉으며 장미꽃을 건네자 심효진은 받질 않았다.“아까 입에 물고 오시던데요...”심효진이 말끝을 흐리자 소정남이 말했다.“다음에는 꽃다발을 사서 손에 들고 올게요. 입에 물지 않고.”“입이 아무리 커도 꽃 한 다발을 무는 건 무리겠죠?”소정남이 말했다.“그럼요...”그는 입에 물고 온 장미꽃 한 송이를 테이블 밑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심효진이 이미 커피를 주문한 걸 본 그는 종업원을 불러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잠시 후,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오며 소정남을 힐끔거렸다. 그러자 소정남이 배시시 웃으며 종업원에게 말했다.“지금 소개팅 중이에요.”그 순간 종업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뭔가 얘기하려다가 상사의 당부가 떠올랐는지 이내 말을 바꾸었다.“다른 뜻은 없었어요.”종업원은 단지 그가 소 이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난감한 상황에 종업원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소정남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부모님이 너무 잘생기게 낳아주셔서 저도 부담스럽다니까요.”그러자 심효진이 웃음을 터뜨렸다.“정남 씨 잘생기긴 하셨어요. 지금까지 제가 본 잘생긴 남자들 중 한 분이에요.”“저보다 더 잘생긴 사람이 있어요?”“정남 씨 동료분 전태윤 씨요.”소정남이 서운하다는 듯 말했다.“나랑 걔를 비교하지 말아요. 효진 씨 설마 저의 동료한테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죠?”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가 사레들린 심효진이 콜록콜록 기침했다.“정남 씨, 전 정남 씨 동료분한테 아무 마음도 없어요. 그분은 저의 절친의 남편이에요. 게다가 그런 차가운 남자는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그녀는 하예정처럼 전태윤과 다정하게 지낼 인내심이 없었다. 게다가 하예정
심효진이 웃으며 말했다.“정남 씨를 좋아하는 여자가 없다면 정남 씨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뻔했어요.”소정남이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저 건강해요!”“겉으로는 건강해 보여요.”소정남은 심효진의 말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라 입만 뻐금거렸다. 그렇다고 심효진에게 그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시험해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소개팅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상대를 희롱하는 짓이라 소정남은 그냥 입을 꾹 다물기로 했다. 말주변이 좋은 소정남이 심효진 앞에서 말문이 막힐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소정남이 속으로 생각했다.‘파티에서 드러누운 일로 유명해진 여자는 역시 달라. 못하는 얘기가 없어!’...병원.하예진은 전씨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와 함께 황급히 병원에 도착했다.경찰은 기록을 마친 후 곧장 현장을 떠났고 주서인네 부부와 큰아들은 파출소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주서인은 그제야 큰아들이 큰 사고를 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남동생에게 차마 얘기할 수 없었던 주서인은 몰래 부모님께만 얘기했다. 그런데 큰 외손자가 친손자를 병원까지 실려 갈 정도로 때렸다는 소리를 들은 김은희가 울부짖으며 욕하는 바람에 주형인도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하예진이 병원에 도착한 후 주형인도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주서인은 아직 차마 병원에 오질 못했다. 가뜩이나 오늘 호되게 당했는데 지금 상황에 하예정 자매 앞에 나타나면 아마 찢어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다. 더구나 주서인네 부부는 큰아들과 함께 먼저 파출소로 가야 했다.“우빈아.”비틀거리며 병실에 들어온 하예진은 동생의 품에 안겨있는 아들에게 달려갔다.“우빈아.”하예진은 아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엄마!”엄마의 얼굴을 본 주우빈은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하예진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요한 형이 날 때렸어요... 엄마, 요한 형이 날 때렸어요.”“우빈아
“주서인 같은 엄마 밑에서 컸으니 잘 커 봤자 얼마나 잘 크겠어.”하예정이 싸늘하게 말했다.“언니, 우리 경찰에 신고했어. 임요한을 감옥에 보낼 순 없지만 주서인 부부한테 배상하라고 할 순 있어. 누가 와서 사정하고 사과하든 절대 받아주지 마. 꼭 배상하라고 해.”하예진도 마음을 굳게 먹었다.“배상 말고 다른 대가를 치르게 할 순 없어? 우빈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예정아, 아까 그 집에서 요한이 손발 확 부러뜨리지 그랬어.”“이진 씨가 걔 아빠한테 요한이 혼내라고 했더니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때렸대. 그리고 벨트까지 풀어서 요한이를 때렸다던데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상처가 가득 났다고 하더라고. 이진 씨가 나오기 전에 그 집을 다 때려 부쉈다고 했어.”하예진이 이를 꽉 깨물었다.“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악마 같은 놈.”하예정도 마음 같아선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성의 끈을 잡고 있어 직접 임요한을 혼내진 않았고 아빠인 임수찬에게 훈육을 맡겼다.많은 일을 겪으면서 하예정도 전태윤의 일 처리 방식을 점차 알게 되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나도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전태윤의 침착한 처리 방식이 옳았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머지 인생을 망가뜨리진 않으니까.이번에 전태윤과 그의 동생들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하예정은 이런 남자라면 남은 인생을 그에게 맡겨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언니의 일을 해결한 다음에 전태윤과 마음을 터놓고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야겠다.“우빈아.”“우빈아.”주형인이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그들은 의사와 간호사에게 물어 겨우 주우빈의 병실을 찾아냈다.전태윤의 눈짓 한 번에 그의 남동생들은 인간 울타리를 만들어 주형인네 세 식구가 들어오지 못하게 병실 문 앞을 막아섰다.“전태윤, 당장 비켜! 내 아들 봐야겠어! 우빈이는 내 아들이야!”주형인은 아들을 데려갈 생각만 했지, 다치게 할 생각은 전혀
전태윤은 잠깐 침묵하다가 남동생들에게 물러서라고 했다. 그들이 자리를 비켜주자 주형인은 부모님과 함께 바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주우빈을 안고 있던 하예진은 얼음을 떼고 주형인에게 주우빈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한참 동안 얼음찜질했는데도 부기가 여전히 빠지지 않았다.아이의 피부가 가뜩이나 여린데다가 임요한이 세게 때린 바람에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아들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고 평소 맑고 반짝이던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평소 아들을 별로 챙기지 않던 주형인마저도 마음 아파하며 임요한을 인간도 아니라고 욕했다.“요한이 어떻게 이런 어린애한테... 내가 정말 너무 오냐오냐했어.”김은희가 주우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하자 화들짝 놀란 주우빈은 고개를 홱 돌리며 엄마의 품에 머리를 숨겼고 겁에 질린 채 두 손으로 엄마의 옷을 꽉 잡았다.“엄마, 엄마.”하예진은 시어머니의 손을 밀쳐내며 싸늘하게 말했다.“우빈이 당신들 무서워하니까 만지지 말아요.”“임요한 이 빌어먹을 놈, 내가 가서 제대로 혼내줘야겠어. 내 손자를 때리라고 지금까지 키운 거 아니야!”주경진은 주우빈을 걱정한 나머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주경진네 부부는 수년간 딸의 세 아이를 돌봐줬다. 아들네 식구가 시 중심에서 살고 또 아들과 함께 지내기를 원치 않아 한다고 가까이 사는 딸이 주경진네 부부를 자기 집으로 모셔갔다. 듣기 좋아 모셔간 거지 사실은 자기 애들을 봐달라는 뜻이었다.주서인의 시부모는 그녀의 아이든 시동생네 아이든 절대 봐주지 않았다. 아이는 부부의 자식이기 때문에 부부가 알아서 키워야 한다고 했다.주경진네 부부는 세 외손주를 최선을 다해 돌봐준 것도 모자라 평소 아들이 주는 용돈도 딸네 가족에게 거의 다 쓰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 결과 힘들게 키운 외손자가 친손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주경진은 자신이 이리도 배은망덕한 외손자를 키웠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주우빈을 달랜 후 하예진이 시댁 식구들에게 싸늘하게 물었다.“우빈이 이렇게 된 걸 보니까 인제 만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