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는 시댁 식구들을 매우 좋아했다.명해은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셨다.여운초의 친어머니는 그녀를 원수를 대하듯 했다.시어머니가 친어머니보다 몇 배 더 좋았다.예전에 여운초가 보이지 않았을 때부터 명해은은 여운초를 좋아했다.여운초의 두 고모가 전씨 가문에 와서 명해은을 만나 여운초와 전이진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다 명해은이 패기 넘치는 한마디를 내뱉었는데 여운초는 그 말을 듣고 무척 감동한 적 있었다.그 뒤로 시어머니를 어머니처럼 대하기 시작했다.명해은이 빙그레 웃으며 여운초의 엄마라는 말에 응했다.명해은은 며느리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운초야, 이제 잘 보여? 얼마나 멀리 보여?”“우리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얘기 나누어요. 둘째 숙모께서 운초 씨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과 하신 약속한 미루고 집에서 기다리셨어요. 할머니께서도 저녁 드시러 오신다고 하셨고요.”하예정은 여운초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여운초와 전이진은 사촌 형수님과 인사를 나누고는 다시 리조트로 돌아가 쉬었다. 이때 하예정을 만났으니 친구가 생긴 셈이다.하예정과 전태윤은 관성에서 자가용으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멀리 가지 않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기도 아주 편리했다.두 사람만의 생활을 살고 싶을 때 나가 놀다가 전태윤의 명의로 된 집에서 살면 되었다.전태윤은 엄숙하고 냉담해 보이지만 매우 향수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소유하고 있는 별장은 모두 좋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가서 논다고 해도 주위에 놀 곳도 많고 맛있는 음식들도 많았다.“이제 좀 멀리 보여요. 사실 지금도 너무 만족해요.”“예정 씨, 사촌 형수님 보러 가지 가셨어요? 아기가 너무 귀여워요. 저와 이진 씨가 방금 병원에서 보고 나오는 길이에요.”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가보긴 했는데 너무 오래 머물러 있지 말라고 하셔서 나왔어요. 제가 임신해서 힘들어할까 봐 형수님 퇴원하면 다시 가보려고요. 아기가 너무 귀엽죠? 보고 있으면 정말 꽉 깨물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전태윤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난 걸어갈게. 뒤에서 걸으면서 예정이를 지켜보다가 예정이가 지치면 내가 업고 가려고.”전이진이 바로 말을 이었다.“형수님을 너무 아끼는 거 아니야? 우리도 좀 살자. 너무 비교되잖아.”하예정은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임신했다고 해도 아직 배가 너무 나오지 않았고 입덧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쯤이야 업어줄 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전태윤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야. 내 아내를 진심으로 생각해줘서 그런 거지 너희랑 비교하려고 그런 거 아니야.”전이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충 대답했다.“네네네... 형은 우리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모범을 보여주시는 것이죠. 정말 안 탈래? 나 먼저 간다.”전태윤이 차에 올라타지 않은 것을 본 전이진은 혼자 차를 몰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앞의 세 여자를 따라잡은 전이진은 차의 속도를 늦추면서 경적을 울렸다.명해은은 고개를 돌려 아들을 보더니 노려보며 말했다.“왜 경적을 울리고 난리야! 시끄러워. 우리 며느리 놀라게 좀 하지 마.”전이진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엄마, 타시겠어요? 운초 씨가 많은 물건을 사 왔어요. 저 혼자서는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질 수 없어서 별장 문 앞에 가서 멈추려고요.”“먼저 가. 우리는 풍경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갈 테니.”서원 리조트는 일 년 내내 경치가 아름답다.여운초는 서원 리조트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이진이 늘 그녀를 부축해 다니며 리조트에 무엇이 있는지 소개하면서 다녔다.시력이 회복된 후로 아직은 가까운 사물만 볼 수 있을 뿐 먼 곳은 여전히 흐릿하게 보였기에 천천히 걸어야 리조트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전이진이 약혼녀를 보았고 여운초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차를 몰고 앞으로 갔다. 천천히 몰다가 여자들의 대화를 방해한다면서 또 어머니께 혼날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다.차 경적을 몇 번이나 눌렀다
하예정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여운초에게 물었다.명해은도 여운초를 보고 있었다.명해은은 손주를 안고 싶어 했다. 만약 여운초 커플이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거나 어려운 문제에 맞서 낳지 못한다면 명해은은 몇 년을 기다릴 수 있었는바 젊은이들이 딩크족만 아니면 다 좋다고 생각했다.정말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는다면 명해은 부부는 한동안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자식들은 이미 다 컸고 그들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생활하고 싶은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게 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피곤하지 않아?”정자에 도착하자 명해은이 여운초에게 물었다.“괜찮아요.”방금 도착했기에 여운초는 먼저 들어가서 모두에게 인사했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나가서 정자 아래에 앉아있는 것이 너무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정 선생님께서 제가 지금 임신이 어려워서 한동안 약으로 몸조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제가 시력이 회복한 뒤에야 저의 몸을 조리해 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여운초는 태연하게 모두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일찍 시댁 식구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어야 결혼 후 임신을 바로 하지 않아도 어른들이 걱정하시지 않기 때문이다.명해은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정 선생님께서 몸조리를 잘할 수 있다고 하셨어?”명해은은 여운초의 지난 삶들이 처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여운초가 망가진 몸을 조리해야 하는 것도 이해해 주었다.따라서 사돈을 무척 원망했다. 그녀는 추미자가 전남편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여운초가 배속에 10달을 품어 낳은 친자식인데도 너무 여운별만 편애한다고 추미자를 매우 원망했다.추미자는 여운별을 손에 떠받쳐 키웠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끼면서 키웠다.여운초를 예뻐하지 않으면 그뿐일 텐데 심지어 학대하면서 친딸의 목숨까지 앗아가려 했다.다행히도 여운초는 생명력이 강해 몇 번이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결국 10년 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지냈고 신체도 너무 손상되어 임신하기 어렵
여운초는 명해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명해은은 여운초가 이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여운초의 이마를 톡 치며 말을 건넸다.“그렇게 날 보지 마. 네가 몸조리를 잘하지 못해도, 네가 임신하지 못해도 난 너를 싫어하지 않을 거야. 내가 널 싫어했다면 이진이가 너에게 구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막아 나섰을 거야. 너희 두 사람이 약혼하기까지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라고.”“널 방금 만났을 때도 네가 앞이 보이지 않아 네 작은 고모랑 십 년 동안 의사 선생님을 찾아다녔잖아. 이진이가 널 좋아한다면 네가 어떤 모습이든 우린 모두 널 받아들이고 좋아했을 거야. 네가 남자라 해도 이진이가 널 좋아한다면 우린 널 받아들일 수 있는걸.”여운초는 감동한 눈빛으로 명해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님, 고마워요. 제 마음이 너무 따뜻하네요. 이렇게 엄마 사랑을 받아보네요.”명해은은 여운초를 친딸처럼 아꼈다.“내 며느리를 내가 아끼지 않으면 누가 아끼겠어? 운초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정 선생님과 우리를 믿어.”여운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여운초는 굳게 믿었다.세 여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중심 별장으로 돌아갔다.전이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사 온 선물들을 모두 집안에 두고 약혼녀를 기다렸다.“할머니는 집에 안 계셔?”여운초는 문 앞에 서 있는 약혼자를 보면서 물었다.그녀는 서원 리조트에 여러 번 와보았기에 전씨 가문의 손자들이 전씨 할머니와 사이가 매우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집에 계시는 한 그들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곧 오실 거라고 먼저 요리하면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전이진은 자연스럽게 여운초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내가 막노동을 하러 온 것 같아.”“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태윤 씨가 집에 있을 텐데 도와달라고 하세요.”하예정은 전이진의 말을 이었다.“아버지도 한가하시잖아.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모두 할 일 없으실 텐데 가서 도와달라고 해.
전이진은 이제야 약혼녀와 단독으로 지낼 기회가 생겼다.그는 선물을 들고 약혼녀의 손을 잡고 멀리 떠난 후에야 감히 불만을 털어놓았다.여운초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이진이 잡은 손을 빼내면서 말을 이었다.“방금 휴대전화가 계속 울려서 누가 메시지를 이렇게 많이 보냈는지 좀 봐야겠어. 아까 어머님과 함께 얘기하느라 못 봤거든.”카톡을 누르니 집사가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모두 사진과 동영상이었다.사진과 동영상을 본 여운초는 곁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여운별이 두 고모를 찾아가 도움을 청할 줄 알았는데, 그 새 번호는 큰고모가 번호가 아니었어. 그 새 번호를 쓴 사람의 성은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인데 나도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을 잘 몰라. 동호 오빠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네.”“큰아버지께 물어봤는데도 옛 친구 형제 중에도 그런 성씨를 가진 사람은 없었대. 여운별이 공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전화한 것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그 공씨가 어떤 신분인지 참... 여운별이 막 나오자마자 연락을 한 사람인데.”“이진 씨, 혹시 우리 엄마의 세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이 틈을 타서 운별이를 이용해 힘을 모아 나에게 보복하는 건 아닐까?”전이진은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그 사진들과 동영상을 본 뒤 입을 열었다.“일단 지켜보자. 여운별은 실력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너무 어리고 속셈이 없는 사람이지. 누군가 그녀를 이용하려 해도 언젠가는 허점이 드러날 거야. 일단 계속 지키다 보면 분명 공 씨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거야.”“만약 정말 네 어머니의 남아 있는 세력이라면, 다시 힘을 모아 복수하려고 해도 두려워하지 마. 이참에 전부 감옥에 넣어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 당시에 많은 경찰이 출동해서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모두 잡아넣었어. 도망친 사람들도 수배 중일 텐데 감히 다시 관성으로 오지는 못할 거야.”“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저녁 식사 후에 내가 형한테 부탁해서 지훈 씨에게 부탁드려 보라고 할게. 한 번 더 조사해 달라고
한동호는 고백도 못 하고 지금의 여자 친구와 결혼하게 되었고 여운초를 보는 눈빛도 많이 태연해 졌기에 전이진이 더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왜 말이 없어? 아직도 동호 오빠를 연적으로 보는 거야?”전이진이 황급히 아니라고 대답했다.“아니. 그냥 해본 말이야. 형이 아내도 생겼는데 너를 여동생으로 볼 것으로 나도 굳게 믿어. 그래도 친오빠는 아니잖아. 핏줄이 섞인 것도 아닌데. 형도 가정이 생겼으니,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마땅하다고 생각해.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해. 최대한 형을 귀찮게 하지 말고. 회사 일도 이미 많이 도와줬잖아.”여운초는 전이진이 그 말을 할 때 질투하는 표정을 보아내지 못하자 그제야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었다.“그 전에 내 눈이 보이지 않았기도 했고 동호 오빠가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서 큰아버지의 믿음을 얻었기 때문에 나도 사업에 관한 일을 오빠에게 맡긴 거야. 이제 난 시력을 회복한 지 반년이나 되었고 사업도 이제 익숙히 잘 알기 때문에 더는 오빠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돼. 오빠도 형수님과 함께 있을 시간이 필요하니까.”여운초는 그전에 잘 보이지 않았기에 매번 회의할 때마다 한동호가 옆에서 그녀를 도와야 했다.많은 일도 한동호의 손을 거쳐야 했다.비록 한동호의 아내 박아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미안하게 생각했다.예전에 여운초는 박아름이 전이진과 마찬가지로 여운초를 연적으로 여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한동호가 여운초에게 너무 잘해 준다고, 한동호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운초라고 말하면서 질투하여 헤어질 뻔했다.한번은 한동호가 박아름과 싸운 적이 있는데 싸움의 원인은 역시 여운초의 문제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지기도 했었다.그때 박아름은 정말 한동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한동호 역시 화가 나서 박아름을 찾아가지 않았다.그 뒤로 여운초가 한동호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몇 번이고 물어본 뒤에야 박아름과 싸워서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운초는 자신 때문
고현은 전호영을 조금 좋아하긴 했지만 결혼할 정도로 정이 깊지 않았다.하여 현재 전호영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여전히 아내가 마음을 빼앗는 것이다.그러면서 겸사겸사 하루 호텔을 관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시 그룹 밑의 공장들도 가보면서 업무를 지도했다.여운초는 고현의 차가운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고현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지만 그래도 진정한 남자와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있었다.하지만 어떤 남자들의 목소리는 좀 높은음이긴 했기에 사람들도 고현이 그런 부류의 목소리인 줄로만 알고 여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전이진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어릴 때부터 남장을 20년 넘게 했는데 남자와 같지 않을 수가 없지. 고 대표님도 너무 도도해. 우리 큰형과 겨를만도 하지. 표정도 엄숙하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그런 표정을 하고 있잖아. 큰형이 예전에 얼마나 엄숙하고 냉담하셨는지 넌 아마 모를 거야. 네가 우리 큰형을 만났을 때는 이미 우리 형수님이랑 알콩달콩 잘 지냈을 때잖아.”“우리 형수님 앞에서는 엄청 부드러운 남편이거든. 고 대표님도 호영이와 같은 남자만이 감당할 수 있을 거야. 난 그래도 너와 같은 여자가 좋아. 부드럽지만 약하지는 않고 만만해 보이지만 강인한 성격이면서도 인내심도 일품이잖아.”여운초는 전이진을 꼬집었다.“내가 강인해도 이진 씨는 항상 날 갉아먹잖아.”여운초는 전이진을 보면서 그녀를 갉아먹으라고 한 적 없었다.그녀는 전이진을 자신의 생활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전이진은 마치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그녀가 뿌리치지 못하게 했다.여운초의 첫 키스도 전이진이 강제로 빼앗은 것이다.다행히도 그때, 여운초가 강압적인 수단을 쓴 뒤로 전이진이 그녀를 매우 존중했고 감히 그녀에게 강제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전이진은 그 당시 질투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행동했던 것이다.여운초에게 억지로 키스를 한 뒤로 여운초는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전이진은 너무 초조하여 하예정에게 도움을 청했고 또
전이진이 말하기도 전에 여운초는 또 혼자 중얼거렸다.“좋은 약은 입에 쓰고 병에 좋다고 하기에 내가 아무리 써도 깨끗하게 마셨어.”그것은 정겨울의 처방한 약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정겨울의 치료를 받고 싶어도 만날 수조차 없었다.여운초는 전이진 덕분에 정겨울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운초 씨, 잘 될 거야. 다 잘 될 거야. 앞으로 쓴 약 먹을 필요 없으니까 조금만 견지하자.”전이진은 그녀가 매일 마시는 약이 매우 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여운초를 도와 약을 달일 때마다 공중에 떠다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약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엄청 쓴데 마시는 사람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여운초가 약을 다 마실 때마다 전이진은 그녀의 입에 작은 사탕 한 알을 먹여주어 쓴맛을 없애게 했다.“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어두움이 지나면 곧 밝은 날이 다가오니까.”여운초의 재치 있는 말을 들은 전이진은 눈웃음 지었다.전이진의 마음속 여인은 강하고 자신만만했다. 그는 이러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왔어? 왜 또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 왔어. 집에 부족한 게 없는데. 다음에 올 때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 오지 마.”오인숙은 빙그레 웃으며 맞이하러 나오더니 전이진이 수많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바로 꾸짖었다.“숙모, 운초의 작은 마음이에요. 효도하고 싶다는데 제가 막을 수는 없잖아요. 셋째 삼촌은 집에 안 계세요? 돌아오기 전에 제가 단톡방에 문자를 남겼을 때 삼촌께서 요리까지 주문하셨는데.”전이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계셔. 집안에서 바둑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 중이거든. 우리 두 사람 지금 바둑을 두는 중이야. 너도 알다시피 네 삼촌 바둑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바둑을 둘 줄도 모르면서도 바둑에 빠지셨어.”“하도 나랑 바둑을 두자고 하시길래 함정을 파주었는데 지금 머리가 터지도록 해결하려고 궁리하고 계셔. 우리가 들어가도 아마 생각해 내지 못했을걸.”오인숙은 남편의 바둑 실력이 매우 못마땅했다.전씨 할머니